Korean Med Educ Rev > Volume 22(1); 2020 > Article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미래를 위한 제언

Abstract

For the past 20 years, the medical education accreditation program of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KIMEE) has contributed greatly to the standardization and improvement of the quality of basic medical education in Korea. Now, it contributes to establishing and promoting the future of medical education. Since its inception in 2019, Accreditation Standard of KIMEE 2019 (ASK2019) aims to achieve world-class medical education through the application of learner-centered curriculum using a continuum framework for the three phases of formal medical education: basic medical education,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an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ASK2019 also promotes medical education which meets community needs and employs systematic assessments throughout the education process. These are important changes that can be used to gauge the future of the medical education accreditation system. Furthermore, internationalization, interprofessional education, health systems science, and on-going, permanent self-assessment systems in every medical school are emerging as important topics for the future of medical education. It’s time for the medical education accreditation system in Korea to observe and adopt new trends in global medical education.

서 론

우리나라 의학교육계가 자율적으로 기본의학교육 평가인증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다. 이 기간 중 평가인증은 의과대학의 무분별한 신설을 저지하였고, 의과대학의 시설, 설비, 교수인력 등을 포함한 교육자원과 교육과정의 구조적 표준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혁신적 교육과정의 도입과 인문사회의학교육의 정착, 그리고 성과바탕 교육 및 학생중심 교육의 확산 등 한국의학교육의 선진화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여를 해왔다. 이제 20년을 지나 성년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의학교육 평가인증사업이 앞으로 추구해나가야 할 방향을 논의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평가인증제도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최초로 논의된 것은 1990년의 일이다. 그 해 6월에 발간된 한국의학교육학회지 제2권 1호에 기고한 ‘의과대학 평가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연세대학교 이유복 교수가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서 평가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1]. 이와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신설 의과대학의 난립이 있었다. 이유복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분야에서 의학교육은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앞서 있고 나은 것으로 자부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에 의학교육기관의 난립과 학생 수의 급증으로 급격한 양적 팽창에 반비례하여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가장 큰 과제는 의학교육기관과 교육과정의 구조적 개선이다. (중략) 그러나 의학교육기관의 구조적 표준화 작업은 거론은 되었지만 아직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신설 의학교육기관이 구조적으로 매우 미흡한 상태에 있는 사실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극을 하고 제동도 걸어서 개선책을 강구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의학교육기관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대학설립 기준령이 있기는 하나 대개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더구나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한 기준령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의과대학 평가인증사업의 시작을 위한 의료계 내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한편 그동안 대학교 차원의 평가를 실시해 오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학문분야별 평가도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의과대학을 포함한 보건계열 대학평가가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1996년에 실시되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이 평가는 의학교육계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초래하였다. 왜냐하면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고,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은 평가위원들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평가와 시설, 설비 등 외형에만 치우친 정량적 지표 위주의 평가기준,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가결과를 서열화하여 최우수 의과대학, 우수 의과대학 식으로 대중에게 발표하는 것 등이 그 이유였다. 여기에 임기말에 들어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과 규제개혁 차원의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내세우며 의과대학에 대해서도 ‘선-인가, 후-시설’을 적용하여 다수의 의과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사태가 전개되면서 의료계 자율기구에 의한 의과대학 평가인증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급박한 현안이 되고 말았다[2].
이에 따라 1997년 말부터 ‘의과대학 신임평가제도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개념과 정의, 용어정리, 평가목표와 평가영역, 기준, 주기, 절차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었고 마침내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Accreditation Board for Medical Education of Korea)’가 설립된다.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는 1999년에 9개 신설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예비 인정평가를 실시하였고, 이를 통해 기준과 제도를 점검한 후 2000년부터 본격적인 의학교육평가인증사업을 개시하였다.

평가인증사업의 발전 경과

그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으로 개편되었고(2003년), 의학교육 평가인증사업은 제1주기, 제2주기, post-2주기, 그리고 현재의 Accreditation Standard of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2019 (ASK2019)까지 4번의 변화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3].
제1주기 평가인증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설 의과대학의 난립을 막고, 의과대학의 구조적 표준화를 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즉 의사를 양성하여 배출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완수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자연히 강의실, 실험실, 임상실습병원 등 기본교육 시설과 교육기자재, 그리고 기초 및 임상 교수의 확보, 교육과정의 기본적 구성 등 정량적 기준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2007년부터 시작된 제2주기 평가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정도로 발전하여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의 필수 및 권장기준 이외에 우수기준을 신설하여 의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의 평가인증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벤치마킹하였고, 정량적, 지표적 기준을 줄이는 한편 의학교육의 실제 내용과 충실도를 판단하기 위한 정성적 기준을 대폭 늘렸다.
2012년부터 시작된 post-2주기 평가인증사업에서는 남아있던 정량적 기준들도 최대한 정성적 기준으로 바꾸었고, 각 의과대학이 성과바탕 교육과정을 도입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주기의 개념을 없애서 각 의과대학의 자체평가가 상시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외에 인성교육, 학생보호 및 권익보장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고등교육법과 의료법이 개정되었고 그 결과 의학분야 평가인증이 의무화되고, 불인증대학은 폐교시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로써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실질적인 힘을 얻게 되었고, 마침내 일부 부실 의과대학들의 폐교, 혹은 운영주체 변경에 성공하였다.
2016년 9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그동안의 의학교육평가사업의 성공적인 수행과 발전 노력을 인정받아 세계의학교육연맹(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 WFME)으로부터 인증기관 인정을 받았으며, 이후 WFME에서 개발한 기본의학교육 평가기준을 우리나라 의학교육 환경에 맞게 수정한 ASK2019를 개발하여 2019년부터 본격 적용하였다. 이는 명실상부 국제적 수준의 의학교육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기본의학교육과 졸업후의학교육, 그리고 평생교육의 세 단계를 하나의 연장선에서 통합하는 교육, 지역사회 요구 반영, 교육의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 평가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ASK2019가 추구하는 변화된 기준들은 그 자체로서 우리나라 평가인증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 외에 미래의 평가인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평가인증의 미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20년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사업은 우리나라 의학교육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의과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신설 의과대학이 난립하는 것을 막았고, 부실 의과대학이 마침내 정리되었다. 통합교육, 성과바탕 교육, 문제바탕학습 등 혁신적 교육과정의 도입을 촉진하였고, 의과대학 구성원들이 교육과정에 대해 연구, 토론하고 각자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바람직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20년 전에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고 기존 구성원들의 저항이 심했던 의료인문학, 사회의학의 도입 및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이제는 한 발 더 나가 기본의학교육의 수월성 추구, 그리고 국제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평가가 학습을 좌우한다(assessment drives learning)라는 George Miller 교수의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사업은 의과대학을 개혁했다(accreditation drives medical colleges).
그렇다면 앞으로의 평가인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인가?
의과대학 평가인증사업의 미래를 논하려면 우선 의학교육이 앞으로 어떤 모습,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의학교육의 미래에 관한 논의에서 많이 언급되는 주제들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건강시스템과학(health systems science), 그리고 의학교육의 연속체(continuum) 개념 등이 있다.
Harden [4]은 200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의학교육의 국제화를 강조하였다. 미래의 의학교육은 다음과 같은 촉진요인들로 인하여 국제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Harden [4] 교수의 진단이다. 첫째, 보건의료시스템이 점차 세계화(globalization)하고 있고, 둘째,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의료인력을 양성하라는 정부의 압박, 사회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으며, 셋째, 의학교육과 관련한 국제적 소통 및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의학교육의 철학과 방법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성과바탕 교육체계가 표준으로 채택되고 있는 점 등도 국제화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평가인증기준에는 세계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해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2017년 한국과 일본, 대만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전문가들은 향후의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개념에 맞추어 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5]. 즉 WFME나 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General Medical Council 등의 기준을 기본 틀로 삼되,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이를 수정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인증의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가인증을 이원화하여 지역기준(local standards)에 의한 평가인증과 국제기준(global standards)에 의한 평가인증을 별도로 실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고, 아니면 평가단에 외국의 평가기구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법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화와 함께 미래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문직 간 교육에 관한 것이다. 미래의 의학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다수의 보건전문직 종사자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활동해야 하므로 기본의학교육과정에서부터 보건의료전문직 간에 상호 소통하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며 팀워크 및 협동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래의 평가인증은 이와 같은 전문직 간 교육을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평가자로서 간호학, 치의학, 약학 등 타 직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기초의학, 임상의학에 이어 제3의 의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건강시스템과학(health systems science)도 새로이 강조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프로페셔널리즘, 의사소통, 리더십, 가치중심의학, 환자안전 등의 여러 분야가 포함된다. 과거 평가인증의 필수기준으로 인문사회의학이 포함되어 우리나라 의료인문학 및 사회의학의 도입, 정착에 큰 기여를 했듯이 앞으로는 평가인증을 통해 건강시스템과학 교육이 의학교육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6].
미래의 평가인증은 기본의학교육과 졸업후의학교육, 더 나아가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의학교육의 전 과정이 하나의 연속체(continuum)로 단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현재로는 의학교육평가인증이 기본의학교육평가에 국한되어 있고, 졸업후의학교육 및 평생교육의 평가인증 주체는 완전히 별개로, 서로 아무런 소통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의학교육의 전 단계에 걸친 연속성, 연계성을 강조하고, 특히 기본의학교육과 졸업후의학교육 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국제적 추세에 비추어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되어야 할 과제일 것 같다[7].
마지막으로 평가인증의 미래는 평가기구 자체의 변화보다는 피평가기관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평가인증의 가장 큰 목적은 몇 년에 한 번씩 의과대학을 점검하고 기준에 맞는 의학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의과대학의 운영주체인 교수, 학생, 교직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상시적으로 자체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의학교육이 의과대학의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분명히 하고, 지속적 개선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결 론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학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미리 살펴보고, 평가인증의 방향을 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학교육의 국제화, 전문직 간 교육 강화, 건강시스템과학의 대두, 교육단계별 연속성 강화 등 세계 의학교육의 새로운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기여 임기영: 자료수집, 원고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작성 활동 수행

REFERENCES

1. Lee YB. Need for medical school assessment system. Korean J Med Educ. 199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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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ccreditation Board of Medical Education in Korea. Report on the comprehensive review of the first cycle medical college accreditation.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Seoul: 2006.
3.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20 Years of footsteps of KIMEE. In: Proceedings of the Symposium on the 20th Anniversary of Medical Education Accreditation: Past, Present, and Future of KIMEE (Brochure); 2019 Nov 8; Seoul, Korea.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Seoul: 2019.
4. Harden RM. 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 and future directions: a global perspective. Acad Med. 2006;81(12 Suppl):S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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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o MJ, Abbas J, Ahn D, Lai CW, Nara N, Shaw K. The “glocalization” of medical school accreditation: case studies from Taiwan, South Korea, and Japan. Acad Med. 2017;92(12):1715-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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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Gonzalo JD, Dekhtyar M, Starr SR, Borkan J, Brunett P, Fancher T, et al. Health systems science curricula in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identifying and defining a potential curricular framework. Acad Med. 2017;92(1):12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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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Sklar DP. Creating a medical education continuum with competencies and 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ies. Acad Med. 2019;94(9):1257-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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