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5(3); 2023 > Article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과 교육 필요성 고찰

Abstract

Physicians should be able to address health-related issues of patients and populations from a multidimensional perspective. Therefore, medical schools have a social responsibility to develop and implement curricula that enable trainees to acquire the competencies needed to improve all aspects of patient care and healthcare delivery. This study explored the concept of health systems science concept as the third pillar of medical education (the other two are basic science and clinical medicine) in the Korean context, as well as related educational needs. The theoretical foundation of health systems science is the biopsychosocial conceptual model, which emphasizes the biological, psychological, and social factors surrounding patients. We concluded that the three domains (core functional, foundational, linking) and 12 subcategories of health systems science proposed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could be applied to Korean medical education. Health systems science education must be emphasized to solve the various healthcare problems facing Korea today and to train physicians to provide medical services in line with society’s needs. Introducing a health systems science curriculum will be challenging in the Korean medical environment, which has traditionally emphasized basic science and clinical medical education. Health systems science education should begin in the basic medical education phase, where physicians’ professional identity is formed, and continue through graduate medical education. It is essential to understand related educational needs, develop curricular content, conduct faculty development programs, and provide financial resources for the development of an integrated curriculum.

서론

의학교육 기관은 의료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그러한 교육과정 속에서 의료인을 양성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그리고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에는 효과성, 안전성, 환자 중심성, 적시성, 효율성, 형평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사는 국민과 환자의 건강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시스템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의사는 의료체계를 시스템 관점에서 이해하고 국민과 환자의 건강 문제를 거시적이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1,2]. 전통적으로 의학교육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축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20여 년 전부터는 의료인의 직업전문성, 사회적 책무성, 의료윤리와 법, 의사소통, 팀워크, 환자안전, 보건의료 전달체계 등을 강조하는 교육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과 훈련은 의료서비스 공급자 관점에서 접근하였고, 의료시스템 전반에서 유기적으로 통합하지 못하였다. 즉 의료와 사회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시스템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려는 노력은 미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원격진료 등 정부의 의료정책 발표로 촉발된 2020년 의정 사태는 새로운 의학교육 모델 탐색의 동인이 되었다. 즉 의사는 의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사회체제 속에서 국민과 환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조망하며, 의료를 시스템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천하는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의학교육 기관은 이러한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촉발되었다. 의학교육 모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의료시스템과학(health systems science)에 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빠르게 발전하는 진단과 치료기술, 점점 복잡해지는 의료시스템 속에서 의료와 사회의 통합적 이해와 실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에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사협회는 2013년 의학교육 변화 가속화 프로젝트(Accelerating Change in Medical Education Initiative)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의학교육 변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의과대학 11곳을 선정하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학별로 10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컨소시엄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의학교육 모델로 의료시스템과학 개념을 개발하였다. Skochelak 등[2]과 Lomis 등[3]은 의료시스템과학을 국민과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 환자와 사회의 경험, 의료 성과를 향상하는 데 필요한 원칙, 방법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분야로 정의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에 관한 관심은 “의학교육논단”에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과서인 “Health systems science”의 출판 배경, 책의 구조와 주요 내용이 소개되면서 시작되었다[4]. Lee [5]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미래보건의료 전망 연구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우리나라 의학교육에도 이러한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한국 의학교육 현황과 미래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과 내용 소개, 이를 적용하고 확산하기 위한 의학교육 기관과 교육자의 이해와 인식 전환, 한국적 맥락에서의 개념 틀 수립, 이해관계자 상호 간의 논의와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6]. 의료시스템과학에 관한 이러한 관심을 배경으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의료와 사회의 통합적 이해와 실천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과학 교육체제 구축 사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의 개념 틀 정립과 요구 분석,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개발과 교육체계 구축방안, 의료시스템과학 선도사업과 평가방안 등을 제안하였다[7]. 저자들은 위 연구과제의 책임자와 공동연구자로 활동하였으며,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과 교육 필요성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Health systems science의 한국말 번역

번역은 하나의 언어로 작성된 글을 다른 언어로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 번역의 충실함과 투명화는 중요한 요소이다. 충실함은 원문의 의미를 반영하는 정도이고 투명화는 번역된 글의 친숙함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영어 단어 ‘health systems science’의 의미를 분절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ealth system’은 ‘health care system’ 또는 ‘healthcare system’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인구집단과 환자의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기관 그리고 자원의 조직을 의미한다. ‘Health’는 개인 보건과 공중보건 모두를 의미하는 말로, 흔히 인구집단과 환자 건강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하는 ‘보건의료’를 지칭하기도 한다. 한편, ‘보건의료’와 ‘의료’의 개념을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의료’는 인구집단과 환자의 건강 보호와 향상이라는 보건의료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차적으로 질병에 대처하여 직접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행위를 의미할 때 사용된다. 따라서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health system’의 의미를 고려하면 비교적 주체와 대상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의료’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System’은 하나의 공통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화한 요소의 집합체로, 의료에서의 시스템 또한 인구집단과 환자의 건강증진과 보호를 위하여 조직화한 요소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Science’는 사물이나 현상의 구조, 성질 등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탐구하고 얻어낸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지식의 체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science’는 의료의 구조, 성질, 법칙 등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탐구하고, 그것을 지식체계로 정립하며, 그러한 지식을 활용하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번역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2018년 발간한 “미래보건의료 전망연구” 보고서는 국내에 ‘health systems science’ 관련 합의된 용어가 없음을 설명하면서 잠정적으로 ‘의료시스템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였다[5].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분석결과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health systems science’를 ‘의료시스템과학’으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다만 의료시스템과학 개념이 확산되고 논의가 성숙해지면 원문의 의미에 더 충실하고 우리나라 맥락에 맞는 대안적 용어가 제안될 수 있다.

의료시스템과학의 이론적 토대

미국과 캐나다 의학교육 혁신을 이룬 플렉스너 보고서의 의학교육 모델은 2+2 교육 모델로, 2년간의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육과 2년간의 도제식 몰입형 임상실습 교육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의학교육의 2개 기둥 모형(two-pillar model of medical education)이라 하며 전 세계 의학교육의 표준모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플렉스너 보고서에 기반한 전통적인 2개 기둥 모형은 의학교육을 표준화하여 현대의학 발전을 이끌어 왔다[8]. 21세기 들어 이러한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일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핵심 교육과정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진단과 치료방법의 선택이 다양화되고 그 범위와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George Engel은 1980년 미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관점을 생물・정신・사회 개념 모델(biopsychosocial conceptual model)로 설명하였다[9]. 생물・정신・사회 개념 모델은 시스템 이론에 기초한다. 시스템 이론은 위계를 가진 연속적 자연계 시스템으로 분자, 세포, 유기체, 개인, 대인관계, 가족, 사회, 생물권 등 모든 수준이 다른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조직화된 전체와 구성요소를 연구할 수 있는 개념 틀을 제공하는 시스템 이론(systems theory)은 의료시스템과학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에 기초하여 George Engel은 환자-의사 관계의 목적을 (1) 치유 촉진, (2) 고통 완화, (3) 건강증진 행위에 대한 교육으로 설명하였다[9]. 의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환자를 여러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즉 질병의 병태생리뿐만 아니라 환자와 시스템과 관련된 수많은 요소에서 나타나는 질병의 관점을 강조한 것이다. 생물・정신・사회 모델은 조직 전체의 한 구성요소(병리생리)에만 집중하여 연구대상을 무시하거나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의사는 환자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소를 통합하는 전체론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하며, 이는 치료과정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Avedis Donabedian은 의료시스템 관점을 사용하여 보건의료에서의 질 보장을 위한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
의료시스템과학의 이론적 토대로 기술하기에는 제한이 있지만, 성공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와 상호 연결된 많은 개념과 요소가 있다[2]. 전통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초점은 의원, 병원에서의 의사-환자 만남에 맞추어져 있었다. 의사는 환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의학적 문제를 정확히 진단 내려야 하며 최선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공유된 의사결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의사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발견이 필요한 분야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런 점들은 전통적인 의사 중심 역할의 진화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의학 교육자, 의과대학 학생 그리고 의료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은 개별 환자와의 만남과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과정, 시스템 그리고 통찰력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더는 무시할 수 없다. 개별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많은 요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의 의료환경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준비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

미국에서 출발한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 문화에서 통용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의료시스템과학 초기 개념 틀은 2017년에 개발되었으며, 이를 더 체계화한 개정 개념 틀이 2019년 발표되었다.
의료시스템과학은 핵심 영역, 기반 역량 영역, 연결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핵심 영역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이 갖추어야 하는 핵심적인 지식과 기술을 의미하며, 기반 역량 영역은 핵심 영역을 초월하여 의료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역량을 의미한다. 또한 연결 영역은 핵심 영역과 기반 영역이 상호 연결되어 있어 시스템사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핵심 영역에는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의료구조와 과정, 의료정책과 경제, 의료정보과학과 기술의 활용, 인구-공중-사회적 건강 결정요인, 가치기반 의료, 의료시스템 개선이 포함되며, 기반 역량에는 변화관리, 윤리와 법, 리더십, 팀워크가 포함되며, 연결 영역은 시스템 사고로 구성되어 있다(Table 1).
Lee 등[7]은 2019년 개정된 미국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의 세 가지 영역, 하위 영역 및 하위 내용을 한국적 맥락에서도 타당한지 검토하여 Table 1의 미국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의료시스템과학 하위 범주는 한국적 맥락에 맞도록 수정하여 개념적 정의를 하였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미국의 개념 틀 기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비교적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많은 다양한 내용(지식, 술기 등)을 하나의 개념 틀로 통합하고 있으며, 의료시스템과학 3개 영역과 12개 하위 범주가 우리나라 상황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 개념 틀이 가진 장점으로는 의료시스템과학의 핵심 역량을 모두 포괄하고 주요 역량이 소외되지 않게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교육과정 설계에 필요한 통합역량을 활용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통일된 표준 제시가 가능하다는 점, 기본의학교육-졸업 후 전공의 수련교육-전문가 평생교육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일관성 있는 교육체제 제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의료전달체계, 의료비 지불제도, 건강격차 등 보건의료 필요를 결정하는 요인에 많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우리나라 사회, 문화, 정책 및 의료환경에 적합하게 고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를 통해 개정 및 재조정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의료제도, 의료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교육내용 개발이 중요할 것이다. Table 1의 하위 범주를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주에서 무엇이 교육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간략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각 범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대표적인 교육내용은 2021년에 Skochelak 등[2]이 발간한 “Health systems science” 2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환자의 진료 경험, 가치관, 행동, 가족과 지역사회 영향을 고려한 환자 중심 접근
• 의료구조와 과정: 의료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요소들과 환자와 인구집단의 요구에 맞는 의료전달체계
• 의료정책과 경제: 환자 진료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과 의료시스템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이해
• 의료 정보과학과 기술의 활용: 의료서비스 제공, 건강 개선을 위한 정보과학과 기술의 적용과 활용
• 인구, 공중, 사회적 건강 결정요인: 인구집단 건강과 건강 결정요인, 인구집단 건강 향상을 위한 접근
• 가치기반 의료: 최상의 환자진료 결과를 위한 보건의료자원의 가치 있는 활용
• 의료시스템 개선: 의료정책, 의료전달체계 등의 개선과 관련한 문제의 규명, 분석, 시행
• 변화관리: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변화관리 주체의 역할
• 윤리와 법: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윤리, 법적 쟁점에 대한 이해와 적용
• 리더십: 비전 달성을 위한 목표 수립 및 구성원의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역량
• 팀워크: 목표 달성을 위하여 다양한 구성원을 팀에 참여시키고, 협력을 만들어내는 역량
• 시스템 사고: 역동적이며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의 원인-인과관계를 인식하는 능력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의 필요성

한 국가의 의료서비스는 그 나라의 의료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시스템 사고 없이는 국민과 사회의 요구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임상실습 교육을 충분히 받는다고 하더라도 의료시스템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의사는 환자와 인구집단의 건강 문제에 긍정적, 실제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의료시스템과학에는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 의료시스템 자체의 구조와 과정, 보건의료정책, 의사소통, 의료정보기술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의료 전문가는 이러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의료시스템이 환자 진료와 의료 제공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더하여 제3의 의학으로 불리는 의료시스템과학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Lee 등[7]은 의료와 사회의 통합적 이해와 실천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과학 교육체제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구자 합의 방식으로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의 범주별로 우리나라 맥락에서의 교육적 요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많은 의사는 국가 의료정책과 경제, 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환자의 치료 성과, 환자안전, 의료만족도, 의료의 질 향상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둘째, 임상적 의료정보가 의료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하다. 의료시스템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의료정보에서 이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전자의무기록 자료에 접근하여 의료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문가로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의사에게 윤리와 법을 준수하고 환자-의사 관계의 신뢰 구축 등은 환자 진료의 전제적인 요소이다. 인구의 고령화, 저출산, 새로운 진료기준, 변화하는 정부 규제 및 의료접근성 변화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며,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는 이러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 의료기관이 의료과오를 예방하고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향상하여 높은 신뢰성을 갖춘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팀 기반 진료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의사에게 팀 기반 협력 진료를 위한 훈련과 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다. 의사는 환자안전을 위한 의사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과 같은 유형적 요소에서 문화와 같은 무형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의사는 다양한 수준에서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다섯째, 의사는 일상적인 진료 제공에 매몰되고 고착되어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학생과 전공의에게 의료 질 개선의 필수요소를 훈련하여 환자가 받는 진료의 질을 향상하고 모두에게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여섯째, 개별 환자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의료 제공 모델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건강을 보지 못하여 지역사회로 영향을 확장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수준 의료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시스템의 목표, 구조,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이해는 의과대학생이 의사가 될 때 이를 능숙하게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 환자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은 주로 사회적, 경제적 및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므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일곱째, 의사는 개별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넘어 의료시스템 속에서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고, 의료에 대한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며,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예측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는 시스템 사고가 의료에 적용되는 방법에 대해 훈련받아야 한다. 여덟 번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은 불확실한 시기에 의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었다.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지침과 환경에 적응하고 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의과대학 교육은 확실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현실 환경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였다.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을 보완하는 세 번째 기둥인 의료시스템과학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의료환경에 대비하는 학생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10].
오늘날 우리나라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는 의학교육에서 기원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공학자이자 품질향상 전문가인 Edwards Deming은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직업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이 사람이 성장할 때 경험한 것으로부터 사고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이 이미 굳어져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2]. 이 철학은 의학교육 개혁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철학이다. Deming의 철학을 받아들인다면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은 학생이 의료전문직에 사회화되기 전 단계인 기본의학 교육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결론

의료시스템과학은 의료가 어떻게 제공되며 의료 전문가가 어떻게 힘을 합쳐 의료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의료시스템이 환자 진료와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시스템 사고를 통해 현장에 적용하는 분야이다. 의료시스템과학을 의과대학 교육에 접목한 미국은 이러한 의학교육 모델이 의과대학 학생의 의료정책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식을 향상하였다고 보고하였다[11].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의료시스템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의료서비스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하고, 환자의 건강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측면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의과대학의 성공과 탁월성은 일정 부분 인구집단 관리를 포함하는 의료시스템과학에서의 교육과 관리의 효과성에 달려있다[13]. 의료시스템과학을 우리나라 의학교육 맥락에 맞도록 수정, 보완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을 어떻게 접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학교육 기관은 졸업생이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환자와 지역사회와 인구집단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할 사회적 책무가 있으며,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은 가능한 대안이다. 의료시스템과학이 기초의학, 임상의학과 독립적인 분야로 교육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핵심 내용과 상호보완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통합할 필요가 있다.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은 의과대학 교육 단계에서 시작하여 졸업 후 수련교육 단계까지 연계성을 갖도록 구축되어야 하며, 의사로서의 전문가 정체성이 형성되는 의과대학 단계에서부터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의료시스템과학이라는 하나의 축을 국내 의과대학 문화 그리고 환경에 접목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시스템 사고가 가능하도록 의학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 고도화를 위한 지속적 연구, 의료시스템과학 통합 표준 교육과정 개발, 의료시스템과학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교수자 개발, 관계기관의 지속적 관심과 재정 지원은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NOTES

Funding

이 논문은 2021년도 정부(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no., 2021-2-0016).

Authors’ contribution

자료 수집과 분석: 이종태, 양은배, 이단비; 원고 작성: 양은배, 이종태, 이단비; 원고 검토: 이종태, 양은배

Table 1.
Domains and subcategories of health systems science
Domains Subcategories
Core functional domain 1. Patient, family, and community
2. Health care structure and process
3. Health care policy and economics
4. Clinical informatics and health technology
5. Population public and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6. Value in health care
7. Health system improvement
Foundational domain 8. Change agency, management, and advocacy
9. Ethics and legal
10. Leadership
11. Teaming
Linking domain 12. System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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