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1(2); 2019 > Article
학술의학(Academic Medicine)의 개념과 한국에서의 정착 가능성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troduce the concept of academic medicine to the medical societies of Korea and to identify any potential obstacles in the establishment of academic medicine in Korea. The core concepts of academic medicine include medical education, research, and patient care. Academic medicine can be practiced in the unique area of healthcare involving medical schools and teaching hospitals by faculty physicians in the academic medicine field. Through academic medicine, the next generation of healthcare professionals is trained, new discoveries can be made, and patients can find new hope for a cure. The flourishing of academic medicine has resulted in substantial advancements in medicine over the past few centuries, but at the turn of the 21st century, there was concern that academic medicine was on the decline. To address this concern, the International Campaign to Revitalize Academic Medicine was established and announced five scenarios to 2025 to debate the future of academic medicine. Although the system resembles that of Western medical societies, Korean medical societies were not familiar with academic medicine, and poor conditions caused by the distorted healthcare system in Korea have actually interfered with the nurturing of academic medicine. One of the main problems may include less interest in medical education and research relative to clinical practice by medical societies and the government. Collaborative efforts from both medical societies and the government are needed to establish academic medicine successfully in Korea for a better future.

서 론

시작하기 전에 academic medicine이라는 용어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14년에 Yang과 Meng [1]이 한국의학교육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academic medicine을 ‘대학의학’으로 번역한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이후 저자는 지속적으로 academic medicine의 의미에 대하여 의료계의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해 오다가 기존에 번역된 대학의학은 대학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마치 대학 이외에서는 academic medicine을 할 수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Academic medicine의 개념설정에 있어서 오해가 없어야 하기에 이를 매우 중요한 점이라 판단하였다. 난치병인 부신백질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의 치료제를 환자의 부모가 찾아낸 실화를 영화로 만든 “로렌조의 오일”에서 볼 수 있듯이 academic medicine이 대학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academic medicine의 중심에는 당연히 대학이 있을 수밖에는 없지만 대학만이 academic medicine을 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academic medicine의 의미에 충실하게 ‘학술의학’이라는 국문명칭으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우리나라 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려운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특히 대학병원을 통하여 우리나라 의료를 선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하여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찬사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본연의 존재이유를 생각해 보면 무언가 부족한 생각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의료를 바라볼 때 대학병원은 학문적 발전을 통하여 의학을 발전시키고 대학이 아닌 병원들과 개원가에 근무하는 모든 의사들에게 의학적 최신지견을 전달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의무도 가지고 있다. 즉 대학병원은 새로운 의학적 지식을 생산하는 주체여야 하며 이를 통하여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하는 것이 그 존재의 이유이다. 또한 전 세계의 의료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 간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원활하여 마치 세계가 하나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고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의 정보가 하나로 통합되고 이들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하여는 가히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기존의 의학적 지식은 이미 그 활용범위가 극대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의학적 지식의 발견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의료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의학적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를 촉진함으로써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영원한 팔로워(follower)가 되어 의학계를 선도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977년 시작된 의료보험제도와 2000년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하에서 생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대학병원은 다행히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상태로 세계의 의료계를 선도할 꿈을 꾸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대학병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정책에 휘둘리다 보니 이제 대학병원은 현실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는 이러한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인가? 연구에 몰두해야 할 대학병원이 몰려드는 환자로 거의 마비상태에 이른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헤어나서 본연의 존재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대학과 대학병원은 현재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자신의 존재이유를 분명히 하고 이를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피터드러커 교수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 하며 스스로 변화하고, 창조하고, 행동하라고 하였다. 우리 스스로가 찾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의학의 세계적 리더가 되기는커녕 노벨의학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에 처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역량을 지닌 그 누군가가 이러한 꿈을 이루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벨의학상이 목적이 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우리나라 의학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한 리더가 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여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대학이 중심이 되어 추구하여야 할 학술의학(academic medicine)의 개념을 소개하고 학술의학이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점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질병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겼던 선사시대부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는 존재하였으며 따라서 의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의학이 현대의학의 뿌리이며 갈레노스의 노력에 의하여 합리적인 의학이론이 생겨나고 이를 토대로 의학은 과학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16세기부터 발달해온 해부학을 시작으로 근대의학은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당시는 나쁜 공기가 병을 옮긴다는 장기설(瘴氣設)이 지배하던 시대였으며 젬멜바이스가 손 씻기를 통하여 산욕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파스퇴르와 코흐에 의하여 세균학이 정립된 것은 1870년이 되어서였다. 그 후로 백신의 개발, X-ray의 발견 등 많은 의학적 발견을 통해 근대의학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대의학의 발전은 최근 200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학술의학의 개념이 도입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함으로써 가능하였다고 판단된다[2,3].
그렇다면 의학을 과학적 학문으로만 보는 것이 타당한가? 이에 대하여는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의학은 과학(science)적인 면과 예술(art)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종래의 전인적이며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던, 즉 의학의 예술적인 면을 주로 담고 있는 한의학, 인도의학 등 다른 전통의학들과 별반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던 서양전통의학이 현대의학을 주도하며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기를 거치면서부터 이다[4]. 즉 서양전통의학은 과학적 방법과 내용을 담기 시작하면서 과학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의학의 과학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노력들은 과학에 근거한 학술의학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현대의학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학술의학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학술의학을 추구하여야 하는가?

학술의학의 탄생

1. 학술의학의 탄생 배경

현재의 대학병원에서 행하여지는 최고수준의 의료를 의미하는 학술의학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페르시아의 Gondi-Shapur시에 세워진 병원 Bimarestan(페르시아어로 아픈 이들을 위한 장소라는 의미)이 현재의 학술의학을 수행하는 대학병원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세워졌다고 하며 그 후에 이슬람 세계에 세워진 병원들은 모두 Gondi-Shapur 병원을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5]. 그러나 학술의학의 발전이 본격화된 배경은 미국의 의학발전사에서 찾는 것이 합당하다. 미국의 의학교육은 Flexner [6] 보고서 이후 큰 변화를 이루었는데, 19세기 이전까지는 도제교육을 통해 의사를 양성하던 것을 강습소를 통한 양성과정을 거쳐 의과대학을 통한 양성과정으로 변화한다. 이는 그 당시 의과대학이 가진 권위를 통하여 의사의 직업적 명망이 높아지고 환자들로부터 신용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과대학의 수가 급증하였으며 이런 움직임은 19세기 후반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의과대학에 대하여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는 의학교육심의회(Council on Medical Education)를 구성하고 의과대학의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카네기 교육진흥재단으로 하여금 조사사업을 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중등교육자인 아브라함 플렉스너(Abraham Flexner)는 1910년에 플렉스너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플렉스너 보고서의 출간에 따른 주요 변화는 미국의 부실한 의과대학이 문을 닫게 된 것과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육과정과 병원에서의 임상실습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실험과 과학에 기반한 연구와 교육이 시행되도록 한 것이다. 이후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임상교수들도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능력을 겸비할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79]. 아마도 이러한 변화들을 학술의학의 태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술의학은 주로 대학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 학술의학의 개념과 정의

현대의학이 이처럼 발전하게 된 데에는 학술의학이 그 중심에 있는데, 학술의학은 Figure 1과 같이 의학을 교육(medical education)하고, 연구(research)하며, 환자를 진료(patient care)하는 것이 핵심개념이며 학술의학이 발전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영역이 균형을 잃지 않고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10]. 따라서 이러한 3가지 영역을 동시에 담당하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그리고 대학교수들이 행하는 진료가 학술의학이라는 특별한 영역을 만들 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미래의 우수한 의사들이 양성되고 최신의 의학연구가 이루어짐으로써 Figure 2에서와 같이 학술의학은 최종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new hope)’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11,12]. 이러한 학술의학의 발전을 통하여 의학계를 선도하며 새로운 치료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의학의 발전을 리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학술의학을 추구하는 의사들을 학술의학 직업경로(academic medicine career path)를 선택한 의사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까지의 의학적 발견을 통해 잘 알려진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일반적 진료를 위주로 하는 실행의학(practical medicine)을 추구하는 비학술의학 직업경로(non- academic medicine career path)를 선택한 의사들과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되며 일명 Walport 보고서를 통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완성되었다[13]. 즉 같은 의사이지만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없이 모두가 일반적 진료만 한다면 학술의학은 설 자리가 없으며 미래의 의학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Figure 1.
Concept figure of academic medicine. From Prescott JE. Supporting the academic mission in medicine: perspectives from the United States. Proceedings of the 2017 KAMC Annual Conference: The present and future of Academic Medicine; 2017 Nov 10; Seoul, Korea. Seoul: 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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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Final goal of academic medicine. From Academic Medicine Partners Portal [Internet]. Singapore: Academic Medicine Partners Portal [cited 2019 Jun 19]. Available from: https://www.academic-medicine.edu.sg/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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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동안 의학을 리드하는 선진국들이 꾸준히 학술의학을 추구한 결과로 현대의학은 이제 21세기로 들어서면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맞춤의학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질병들에 대한 기전연구 및 치료연구는 너무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학술의학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학술의학은 자생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학술의학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학은 과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과학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의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예술적 측면만이 강조되어 안주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의료의 발전이 학술의학을 통한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질병정복을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현대의학이 많은 발전을 하였지만 아직도 의학은 완벽하지 않다. 질병으로부터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학적 사실들이 산재해 있다. 지난 200년간 학술의학을 꾸준히 추구해온 덕분에 실로 많은 발견들이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한 혜택을 모든 인류가 누리고 있다. 또한 산업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의료장비들도 눈부시게 발전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발병기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질병들이 많아 이로 인하여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로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다는 설명 이외에는 해줄 것이 없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의학적 발견에만 의존하여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의학지식을 창출함으로써 의학의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대학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학술의학 전문가들은 좀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성찰과 함께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전진하여야 한다. 그 규모와 한계를 알 수 없는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의학에서의 과학적 지식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Figure 3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학술의학은 의학의 과학적 지식을 의미하는 하얀 동그라미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힘으로써 현대의학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노력은 질병을 완전히 정복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며 이는 학술의학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때 가능해지며 동시에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학술의학의 최종목표이다.
Figure 3.
Role of academic medicine in the world of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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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의학의 세계적 동향

1. 미국의 학술의학

학술의학의 대표적인 옹호자인 미국의과대학협회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한 학술의학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14]. 미국의과대학협회는 이름처럼 의과대학들만의 협회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다. Figure 4에서 보듯이 미국의과대학협회는 학술의학 직업경로를 선택한 모든 의사들의 집합체이며 교수는 물론 현재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 또한 미래의 학술의학 직업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의과대학생까지 모두 함께 모여서 학술의학을 발전시키고 옹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에는 154개의 미국 의과대학과 17개의 캐나다 의과대학, 400여 개의 대학병원 및 수련병원 그리고 80여 개의 학회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학술의학의 핵심그룹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전공의협회와 미국의대생협회까지 참여함으로써 미래의 학술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과대학협회는 학술의학을 추구하는 모든 조직의 연합체이며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2019년 현재 17만3천 명의 대학교수, 12만9천 명의 전공의, 8만9천 명의 의과대학생 그리고 6만여 명의 대학원생 및 박사 후 연구원들이 모두 소속되어 있으며 미국의과대학협회를 움직이는 행정인력만도 6백여 명에 달하는 매우 큰 조직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가 학술의학을 옹호하기 위해 활동한 결과는 2015년 연차보고서에 의하면[15], 학술의학 옹호자로서 미국 국회를 설득하여 의학연구를 위한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dicine, NIH)의 연구예산을 20억 불(2조2천억 원) 증가시켰으며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을 위해 정부가 교육병원에 지급하는 간접적 의학교육비용을 2억2천만 불(2,400억 원) 증가시키고 또한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전공의 수를 2022년까지 15,000명을 추가로 증가시키는 일을 함으로써 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한 많은 일들을 2015년 한 해 동안 이루어내었다. 실로 학술의학의 핵심인 의학교육, 의학연구 그리고 최상의 진료를 위한 환경을 확실하게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미국정부는 미국의료계와 함께 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여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Figure 4.
Organization chart of the AAMC. 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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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적 학술의학의 위기와 대책

이 글을 통하여 국내에 학술의학을 소개하기 이전부터 이미 학술 의학을 세계적으로 리드하며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의학 선진국들에서는 Figure 5와 같이 학술의학을 되살리기 위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16]. 1997년에 영국의회는 학술의학 의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Richards [17]의 보고서를 채택하였는데, 그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학술의학을 추구하는 임상교수진의 부족이었다. 점차 학술의학을 담당하는 교수진의 장점이 없어지면서 많은 의사들이 일반적인 임상의학에만 매진한 결과이었다. 따라서 당시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를 훌륭하게 양성하여 왔던 영국의 학술의학계는 많은 우려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British Medical Journal (BMJ)을 통해 많이 다루어졌는데, Stewart [18]는 2002년 보고에서 학술의학의 상태를 불안정한 엔진에 비유하며 해결책을 촉구하였다. 이에 2002년 영국 의학회(The Academy of Medical Sciences)는 임상적 학술의학의 위기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임상적 학술의학을 위한 교수요원의 부족과 교육, 연구, 진료라는 과중한 업무로 학술의학이 예전에 비하여 덜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다고 하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하였다[19]. 미국에서도 미국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이 Academic Medical Center의 역할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정상화를 위한 환경조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20],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하 여 전공의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하여 전 세계적으로 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21]. 이에 2004년에는 급기야 BMJ와 유명한 의학저널인 Lancet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 14개국에서 학술의학을 추구하는 20여 명의 학자들이 모여 학술의학이 처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인 International Campaign to Revitalise Academic Medicine (ICRAM)를 구성하고 학술의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22].
Figure 5.
Need to revitalise academic medicine. From International Working Party to Promote and Revitalise Academic Medicine. BMJ. 2004;329(7469):787-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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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한 세계적인 연합체인 ICRAM에서는 학술의학을 “생각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발견하고, 평가하고, 교육하고, 배우고 그리고 발전할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의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의학에 있어서 학술의학을 통한 새로운 발견은 상상할 수 없이 큰 기회를 제공해주었지만 아직도 새로운 질병들은 항상 인류를 위협한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로 학술의학은 지난 세기 동안 인류건강과 발전을 책임져 왔다고 학술의학의 공로를 높이 치하했다. 그리고 이러한 학술의학의 위기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 3개의 주요 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2325], 학술의학의 미래에 대하여 2025년까지 나아갈 방향을 Table 1과 같이 5가지 시나리오를 사용하여 제시하였다[23].
Table 1.
Summary of scenarios from International Campaign to Revitalize Academic Medicine
Characteristic Scenario
Academic Inc. Reformation In the public eye Global academic partnership Fully engaged
Description ∙ Academic medicine flurishes in the private sector ∙ All teach, learn, research, and improve ∙ Success comes from delighting patients, the public, and media ∙ Academic medicine for global health equity ∙ Academic medicine engages energetically with all stakeholders
Main features ∙ Medical research, training, and service are commercial business activities ∙ Academic medicine disappears; research and education integrated with health care ∙ Extreme consumerism; patients govern academic medicine; continual use of media ∙ Global cooperative networks devoted to redressing health inequalities and 10:90 gap ∙ Strong connections among patients, policy makers, practitioners, and the public
Medical education ∙ Private medical schools; major investment in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some niche schools (care of the elderly, rural medicine, etc.) ∙ Team work; learning by doing; competency-based assessment ∙ Conducted by expert patients; responsiveness to patients is key value ∙ Centred around improving global health; partnerships between medical schools in developed and developing countries ∙ Medical training is energized and community-based; students help drive the agenda
Research ∙ Privatised, takes place in an array of different companies; responsive to the needs of customers ∙ Research and quality improvement simultaneous; translational research favoured ∙ Patients determine priorities, through game shows or citizens’ juries ∙ Public health and basic science equally valued ∙ Conducted by groups of diversely skilled individuals, including stakeholders
Decision making and governance ∙ Corporate governance ∙ Leadership provided by societies of practitioners and patients ∙ Bottom up: patients in charge ∙ Global governance made up of institutional networks, policy makers, politicians, and the public ∙ Dynamic organizations of all stakeholders to guide academic medicine
Disadvantages ∙ Effiiency and effectiveness trump equity; two tier system— brain drain and 10:90 gap preserved; innovation may suffer ∙ Lacks stability because requires shared values; decision making could be slow; individuals sometimes could not shine ∙ Advances in science and technology subject to fads and fashion; job insecurity among practitioners; little regulation of health information ∙ Idealistic; requires enormous political will and global cooperation ∙ Academic medicine may be perceived as ‘dumbed down’ may lose elite status, originality, and independent thinking

From Awasthi et al. PLoS Med. 2005;2(7):e207 [23].

이들의 주요 내용은 5가지 시나리오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1) 학술의학을 더 이상 공적 재원을 이용하여 육성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민간부문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2) 학술의학의 결과를 임상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하여 모두가 팀이 되어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3) 학술의학의 필요성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범세계적인 언론매체를 통하여 알려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정치적 결정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4) 학술의학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한 국가 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5) 학술의학의 발전을 위해 환자, 정치인, 의료인 및 대중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하여야 한다.
이처럼 학술의학의 옹호자들은 변해가는 환경으로 인한 학술의학의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학술의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와 학술의학의 현실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선진국에서 추구하여 왔던 학술의학을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의료계, 특히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에게 사실 학술의학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의과대학 교수라면 누구나 이러한 생각으로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의과대학 교수들이 생각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았으며 또한 교수들도 그러한 환경에 젖어들어 그저 바쁘게만 살아왔다. 따라서 학술의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학술의학에 대한 개념을 보다 정확히 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이야 모두가 다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학술의학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노력하여야 학술의학을 통한 진정한 의학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고 비로소 미래 국민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학술의학이 제대로 자라고 있지 못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없이 오로지 환자만 치료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면이 강하다. 이러한 생각은 의료계에서도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즉 의사의 역할에 대한 구분이 없다 보니 정부는 의학교육이나 의학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발전계획도 없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으며,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의 적극적인 노력도 부족하여 현재의 우리나라 의학의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판단된다. 대표적으로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정부지원의 필요성과 보건의료연구의 사령탑 부재로 인한 비효율성에 대한 많은 연구보고들이 문제점을 지적하였지만 아직까지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26,27]. 이 상태를 지속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학술의학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가 어려울 것이며 결국 세계의학을 선도하는 위치에 도달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미래의학의 리더(leader)가 되기는 쉽지 않으며 아마도 영원한 팔로워(follower)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학술의학의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의료계는 자기성찰을 통하여 학술의학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국의학교육협의회(Korean Council on Medical Education)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술의학을 위한 환경조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지만 이제 첫 걸음을 내딛은 상태이다[28]. 또한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래의 학술의학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수립에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의학교육, 연구 또한 최상의 진료를 추구하는 학술의학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1. 최상의 진료에 대한 문제점

2017년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보건통계를 보면 Figure 6에서처럼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횟수는 세계 최고로 많으며 의사 한 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도 세계 최고로 많다[29]. 또한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최근 20년간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2017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후속조치로 시작된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이른바 문케어의 등장으로 인하여 대학병원 환자가 20%–30%씩 증가하여 발생하는 환자 쏠림현상으로 대학병원은 실로 마비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는 이미 정책시행 전에 예견되었던 현상이다[30]. 물론 환자를 많이 진료하면 의사의 실력은 늘어갈 것이다. 그러나 학술의학을 추구해야 할 대학교수들은 몰려드는 환자로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 틈틈이 짬을 내어 학회에서 발표도 하고 해외학회에도 다녀오지만 의료선진국에서 발전된 의학을 공부하기 바쁘며 정작 창조적인 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기에서는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균적인 진료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즉 평균적인 환경이 좋아진다면 학술의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수의 숫자가 늘어나고 우리나라에서 학술의학이 자리를 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의료상황에서 학술의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이다. 전국민건강보험 체계에서 대학병원은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홀로 독불장군처럼 학술의학에 전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술의학의 핵심인 대학과 대학병원은 학술의학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어려운 점들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여야 하며 정부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미래의 국민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 국민을 설득해서라도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학술의학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Figure 6.
OECD health statistics 2017. (A) Number of doctor consultations per person, 2000 and 2015 (or nearest year). (B) Estimated number of consultations per doctor, 2015 (or nearest year). (C) Hospital beds per 1,000 population, 2000 and 2015 (or nearest year). From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health at a glance 2017: OECD indicators [Internet]. Paris: OECD Publishing; 2017 [cited 2019 Jun 19]. Available from: http://dx.doi.org/10.1787/health_glance-2017-en [29]. 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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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학연구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R&D)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 2017년 기준으로 민간과 정부의 총 R&D 투자규모는 78조8천억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대비 총 R&D 비용은 세계 1위 수준이다. 한국의 총 R&D 투자 중에 정부는 22.5%에 해당하는 19조 원을 R&D에 투자하였다[31]. 이 중 보건의료 R&D 규모는 정부투자 R&D의 8.2%인 1조5천억 원이었으며 보건의료 R&D에 생명과학 R&D와 뇌과학 R&D를 합하면 전체적인 의학 관련 R&D 규모는 2조4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집행하는 주요 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이며 그 외에도 여러 부처가 보건의료 R&D를 함께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 부처들이 벌이는 사업의 숫자는 매우 많다[32]. 따라서 연구비가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효율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연구의 세계적 리더인 미국의 경우 의학 관련 R&D의 95%를 NIH가 전적으로 담당하여 필요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처하며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33], 일본은 지난 2014년 3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의학 관련 R&D를 하나로 합하여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gency for Medical Research and Development, AMED)라는 의학연구를 총괄하는 본부를 만들었으며 AMED는 탄생 이후 적극적인 연구활동의 변화를 통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34]. 따라서 우리나라 의학 관련 연구 R&D의 첫 번째 문제는 의학연구의 사령탑이 없어 의학연구의 효율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일본이 부처별로 산재된 연구비를 통합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효율적인 연구가 수행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춤으로써 학술의학이 정착할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국가 R&D의 기초연구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이는 연구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연구의 대부분이 응용연구에 치우쳐 있어 연구의 열매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멀리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기초연구를 통한 큰 열매를 맛보지 못한 이유라고 이해는 되지만 지금이라도 기초연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과학적 혁신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의 제일 첫 번째 계획이 왜 기초연구에 세계최고수준의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35]. 우리나라는 의학연구 부분에서 이상의 두 가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학술의학이 정착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고 하겠다.

3. 의학교육의 문제점

우리나라에는 40개의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있으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과정을 통하여 국제적인 기준에 걸맞은 의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어려운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이 최상의 의학교육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처럼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정부는 의료인을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의료인을 양성해야 하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전국민건강보험 체계에서 의료의 중심에 서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수련을 하는 전공의의 수련과정에 대하여도 정부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36]. 그 이유는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개념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는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교육비용을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다음으로는 전공의가 수련을 받는 것은 미래의 학술의학을 담당할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받아서 의사가 되지만 바로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졸업 후 병원에서 2년간의 공통적인 전공의 과정을 이수한 후 진료면허를 취득하여야 진료가 가능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수련과정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므로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매우 큰 차이이다[37].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병원이 전공의를 통해 과중한 진료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공의의 급여까지 지급하다 보니 병원은 당연히 전공의를 병원에 근무하는 근로자로 인식하게 된 것이며 장차 학술의학의 미래를 짊어질 전공의를 교육해야 한다는 기본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전공의들도 동일한 인식하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훨씬 강하게 받게 되는 왜곡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도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국가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라도 전공의가 병원의 근로자가 아닌 학술의학을 위한 교육을 받는 피교육자라는 개념이 정부와 의료계에 자리 잡아 우리나라에 학술의학이 정착하는 기초를 이루기를 바란다.

결 론

이상에서 학술의학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며 우리나라에서 학술의학의 정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짚어보았다. 의료는 의학의 발전에 기초하므로 당연히 의학의 발전이 의료를 선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학의 발전을 견인할 학술의학을 추구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하며 그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대학과 대학병원이 지속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과 대학병원은 보다 높은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이 어렵다 할지라도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정부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해가며 대학과 대학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게 하여야 한다.
2004년에 Kang [38]은 대한병원협회지에 기고한 “대학병원이 변해야 산다”는 글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변화를 요구하였다. “보건의료산업에서 대학병원은 그 중심에 서 있는 꽃이다. 대학병원 수는 전국 병원 수의 0.3%에 불과하지만 병상 수는 무려 20%를 넘고 첨단의료기술과 의학발전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대학병원은 의료산업의 기둥이고 여기서 일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의대교수는 대들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의료계 장래를 짊어진 젊은 의사와 교육자가 자라고, 이곳에서 미지의 세계를 밝히는 창의적인 연구가 행해지며, 이곳에서 고난도의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기둥과 대들보가 흔들리고 있다. 형평성과 접근성만을 강조한 균형 잡히지 않은 획일적인 건강보험정책과 감당키 어려운 인건비 상승으로 개원가나 중소병원뿐 아니라 대학병원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대학병원은 수익증대에 전력하면서 기업화되고 있고 의과대학은 그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중략) 정부와 의료기관 단체와 함께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주도적으로 조직의 철학과 문화, 정책과 제도의 개악이 아닌 개선개혁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교육, 연구, 진료의 순기능을 살리는 길을 열어야 한다.” 대학교수라면 아마도 이러한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을 것 같다. 다만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학술의학이 정착하지 못할만한 환경에 처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스스로의 존재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그동안 의료계 스스로가 학술의학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합당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는지에 대하여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학술의학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대학과 대학병원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와 의료보험제도를 정비하고 정상적인 학술의학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계가 먼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그리고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학술의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하며 동시에 실행의학의 중심에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도 힘을 보태어 학술의학의 정착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침묵해서는 미래의 희망이 없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미래의 국민건강을 담보할 학술의학을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의료계와 함께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진정한 파트너로서 노력할 것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저자 기여

한희철: 자료수집, 원고 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 작성활동 수행

감사의 글

이 연구는 한국에서 학술의학의 정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진행되었으며, 투고할 용기를 주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우택 교수님, 그동안 학술의학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신 의학계의 모든 분과 이 원고 작성에 많은 의견과 조언을 주신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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