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2(3); 2020 > Article
“죽음에 대한 교육” 특집호를 준비하며
죽음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죽음은 평생 그 사람과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더 이상 서로 반응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가까운 이들은 그동안의 인연을 끝마치는 것에 대한 애도의 순간을 맞이한다. 사망판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 중에는 어느날 우연히 당직을 서다 불려와서 망자를 처음 대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장기간 치료를 하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을 함께 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을 함께 하는 의사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3/4이 넘는 사망자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만 사망판정을 해야 하는 의사들은 죽음에 대해 특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판정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의사로서 반드시 맞이해야 할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각자에게 맡겨 놓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 갈 인생인데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 중에도 가까운 분들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직접 맞이하거나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아쉬운 죽음의 순간을 대할 때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책상다리로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라는 책을 쓴 셀리 케이건(Shelly Kagan)은 죽음과 삶의 의미를 이성과 논리로 풀어써서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죽음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익숙지 않은 상태다. 의학이 “질병을 고치는 학문”에서 벗어나 “건강을 관리하는 학문”, 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학문”으로 정의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죽음은 의학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라 생각된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말기 암환자나 보호자에게) 나쁜소식 전하기” 주제의 수업이 진행되거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수업이 전보다 늘어나면서 죽음에 대한 수업이 시도되어 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학교별로 차이가 많고, 막상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수업에 도입하는 걸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상이 “의학교육논단” 22권 3호에서 “의과대학생을 위한 죽음교육”을 주제로 다루게 된 이유다.
이화여대 이순남 명예교수님과 동국대 김도연 교수님께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학부생 대상의 호스피스 완화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 총정리를 하듯이 상세한 내용을 소개해 주셨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박중철 교수님께서는 “의과대학생을 위한 죽음학 수업”이라는 글을 통해 죽음학 수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시고, 죽음에 대해 그동안 생각하고 교육해 오신 내용을 정리해 주셨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이기병 교수님께서는 “죽음과 애도에 대한 고찰과 교육 가능성 탐색”의 글에서 의료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죽음과 애도의 상황에서 의료인이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점을 지적하시면서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한 죽음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해 주셨다.
이상의 논문을 통해 의학교육에서 죽음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의학교육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의사들이 죽음에 대해 바람직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에 참고자료이자 자극제로 사용하게 되시기를 기원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죽음교육에 대한 주제를 한 번 더 다루면서 각 학교의 경험을 공유하고, 셀리 케이건과는 다른 관점에서 훌륭한 의사 양성에 대한 죽음교육을 주제로 한 특집호를 다시 한번 기획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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