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4(1); 2022 > Article
“공공의료와 의학교육” 특집호를 준비하며
공공주택, 공공근로에서 공공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영역에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있는데, 이때의 공공은 특정한 가치를 강하게 내재한, 매우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용어가 되어버렸다. 공공은 공익을 위한 것이고, 따라서 ‘착한’ 것이라는 믿음은 사(私)는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따라서 악한 것,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적대적 태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의료도 예외가 아니다. 메르스와 코비드19를 겪으면서, 그리고 의료전달 체제의 부재와 특정 전문과 기피현상, 초대형 병원 쏠림현상 등이 심해지면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더 나아가서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의료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마이클 샌들 식 정의론, 도덕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며, 우리나라에는 공공의료가 전무하며, 의사들은 모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의업의 근본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비난한다. 최근에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능력주의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의과대학이 아닌 ‘착한’ 아이들이 의사가 될 수 있게 하는 ‘공공의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러한 공공의료 및 공공의대 주장이 사실에 기반을 둔 것도 아니고, 순수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며, 특정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기 위한 정치적 선동, 의사들을 타도해야 할 독점자본가로 보고, 무한 경쟁으로 굴복시켜 공공에 무상봉사하도록 하기 위한 억압 음모일 뿐이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주장은 강력하고 반발도 치열하지만, 정작 공공의료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명확한 답변을 얻기 어렵다. 누구나 무상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공공의료인지, 오지에 비영리병원을 지어 접근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공공의료인지, 흉부외과나 외상외과, 산부인과 같은 기피과 전문의를 육성하는 것이 공공의료인지 헷갈린다. 또한 우리나라 의사들이 모두 영리 추구만 하고 있고, 따라서 대한민국은 공공의료의 불모지라는 비난이 과연 사실인지, 의학교육에서 공공성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어서 공공보건의료를 특화해서 가르치는 의과대학이 따로 필요하다는, 더 나아가 공공보건의료를 가르치면 공공의사가 양성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의학교육논단” 24권 1호는 ‘공공의료와 의학교육’이라는 특집 주제를 정하고 공공의료 및 공공의대를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이라는 개념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정치화, 구호화되어 그에 대한 의료계의, 그리고 의학교육계의 반응 역시 학문적 영역의 틀 속에 가둬두기 힘들었다. 더구나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불분명한 현실에서 온전한 논문의 형식을 갖춘 학문적 고찰을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특집호의 필자로 모신 분들은 현장에서 공공의료를 둘러싼 논쟁에 오랜 기간 참여해 오신 논객들이시며, 자연히 그분들이 보내주신 원고들은 이제까지의 의학교육논단에 실렸던 논문들과는 결이 다른, 학문적 연구결과물보다는 격정적 주장에 가까운 글이었다. 심사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학술지에 싣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심사위원들의 게재 불가 의견이 일부 있었으며, 여러 차례 수정 · 보완 작업이 있었고, 편집위원이 심사위원들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교육논단이 이번 특집 원고를 강행한 이유는 공공의료와 공공의대라는 중대한 현안 앞에서 우리 의학교육계가 논점을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그리고 미래의 의사들에게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해야만 한다는 편집위원회의 의지 때문이었다. 의학교육논단이 순수한 학술지로서의 기능을 해야 하지만, 때로는 의료계, 특히 의학교육계의 중요한 논점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모쪼록 이번 특집호의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가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모두가 공공의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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