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7(3); 2015 > Article
한국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제언

Abstract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CBME) is an outcome-oriented curriculum model for medical education that organizes learning activities and assessment methods according to defined competencies as the learning outcomes of a given curriculum. CBME emerged to address the accountability of medical education in response to growing concerns about thepatient safety in North America in the 1970s, and the number of medical schools adopting CBME has dramatically increased since 1990. In Korea, CBME has been under consideration as an alternative curriculum model to reform medical education since 2006.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hree-fold: (1) to review the literature on CBME to identify the challenges and benefits reported in North America, (2) to summarize the process and experiences of planning and implementing CBME at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nd finally (3) to provide recommendations for Korean medical schools to be better prepared for the successful adoption of CBME. In conclusion, one of the key factors for successful CBME implementation in Korea is how well an individual school can modify the current curriculum and rearrange the existing resources in a way that will enhance students’ competencies while maximizing the strengths of the school’s existing curriculum.

서 론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의사를 필요한 수만큼 양성하는 것은 의학교육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이다(Cooke et al., 2010). 한국의학교육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의사의 수를 늘리고 질적인 면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거듭하며 빠르게 성장, 발전해 왔다. 특히 1990년 이후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장협의회(현, 한국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및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은 각각 의학교육의 학습목표, 교육과정 및 방법, 평가 등의 영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한국의학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Choi & Yoon, 2014; Kim & Kee, 2010).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각 의과대학에 생기기 시작한 의학교육실과 의학교육학과에서 각 대학의 의학교육의 실태 연구와 함께 북미의 다양한 교육과정 모델들과 평가방법 등을 검토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로 한국의 대다수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장기계통통합교육과정이나 문제바탕교육과정 등을 이미 받아들이고 널리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구체적인 진료수행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구조화진료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과 진료수행시험(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등을 평가방법으로 채택하였다.
이에 저자들은 북미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이 대두된 역사적 배경과 그 특징 및 중요성을 살펴보고, 역량바탕의학교육이 한국에 전개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안들을 논의하고자 한다. 특히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이하 인제의대)이 역량바탕교육과정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역량바탕교육과정으로 개편을 진행 중인 타대학에 참고가 되기를 기대하며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대두

역량바탕교육이란 학습자들이 학습 종료 후 또는 졸업과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발휘해야 할 역량을 다각도에서 정의하고 그에 따라 교육목표, 내용, 방법 및 평가를 계획하는 교육과정 모델이다(Frank et al., 2010; Harden et al., 1999; Lurie, 2010; Magnusson & Osborne, 1990). 교육의 결과에 기초를 둔 교육과정이라는 데서 이를 성과바탕교육이라고도 한다. 역량바탕교육은 1960년대 미국의 교육과정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대두되었다(Hodge, 2007; Morcke et al., 2013). 미국은 1957년 구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Sputnik) 선(先) 발사를 계기로 국가교육시스템을 성찰하며 개혁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기초학문 교육을 중시하고 학습자들이 학교 교육 안에서 성취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 마련과 필요한 역량을 강조하였다(Carraccio et al., 2002; Hodge, 2007). 이러한 과정에서 역량바탕교육은 학습자의 행동 변화에 관심을 갖는 행동주의(behaviorism) 이론에 기반을 두고 발전하였다(Hodge, 2007; Morcke et al., 2013; Ten Cate & Billett, 2014). 행동주의에서는 관찰 가능한 학습자의 행동에 초점을 두고, 정해진 학습목표나 학습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명시적인 교육과정 목표를 제시하고 수업과 평가의 교육과정이 일치할 것을 강조한다(Schunk, 2010). 이러한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Mager의 행동적 수업목표(Mager, 1984), Bloom의 완전학습이론(mastery learning) (Bloom, 1968), Gagné의 교수설계이론은 역량바탕교육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Morcke et al., 2013). 역량바탕교육은 특히 직업교육 및 훈련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학습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서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실제 직업현장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교육적 성과의 책무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였다(Hodge, 2007). 학습과정 그 자체보다는 학습결과에 초점을 두는 이러한 교육 개혁의 움직임은 의학교육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다(Ten Cate & Billett, 2014).
1970년대 환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학교육에 역량바탕교육을 도입하게 되었다(Carraccio et al., 2002; McGaghie et al., 1978).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정의는 문헌마다 상이하다. 역량을 가리키는 competence와 competency는 국어로는 같은 역량으로 번역되지만, competence는 특정한 맥락에서 의사의 일을 수행할 때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 걸친 일련의 능력을 말하며, competency는 지식, 술기, 가치, 태도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포함하는 의료전문인의 관찰 가능한 능력을 의미한다(Frank et al., 2010). Competence가 추상적인 개념의 단어라면 competency는 좀 더 가시적인 정의라고 하겠다. 따라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이란 여러 역량(competencies)의 구조화된 체계를 사용하여 의학교육의 설계, 실행, 평가를 성과바탕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주된 원칙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성과에 초점을 두고 목표한 능력을 달성하기 위한 학습시간을 탄력적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이는 학습과정보다는 학습자가 목표한 역량 달성 여부에 중점을 두고 학습자가 역량을 달성할 때까지 학습과정이나 학습시간은 개인마다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둘째는 목표한 능력은 관찰 가능하고 평가 가능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원칙에 의해 역량바탕의학교육에서 평가할 구체적인 성과와 수준이 정의되며 평가방식이 결정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시행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 하겠다.

외국에서 경험한 역량바탕의학교육

북미에서는1990년대 말부터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에서 역량바탕교육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ACGM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나 CanMEDS (Canadian Medical Education Directives for Specialists)와 같은 여러 기관에서 의사의 자격과 자격 유지에 대한 역량을 규정하는 등 역량바탕의학교육을 활발하게 논의하였다(Albanese et al., 2008). 이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개념과 함께 사회와 공동체 구성원,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통해 의사의 역량을 규정하는 노력이라고 하겠다. 또한 학습의 결과 및 역량 달성 정도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도구 개발이나 교수능력 개발 훈련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해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Carraccio et al., 2002; Morcke et al., 2013). 역량바탕의학교육은 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의학교육기관이나 학교 등을 통해 계획, 실행되고 있으며, 각 나라 및 지역의 의료서비스 실정이나 요구에 맞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Carraccio et al., 2002). 먼저 외국에서 경험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교육과정설계, 평가, 학습자의 학습, 교수자 및 시스템의 다섯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Table 1).
Table 1.

Expected challenges of CBME in Korea based on experiences in North America and in a Korean medica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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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E,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1. 교육과정 설계

1) 졸업역량과 시기성과의 유기적인 설계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교육과정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최종 역량이 일시에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각 단계마다 달성해야 할 역량수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달성해야 할 역량수준을 시기성과라고 정의하며 시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 학습목표가 다시 정해진다. 그 목표에 따라 학습활동이 이루어졌을 때 시기성과를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졸업역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일련의 학습활동을 조직해야 한다(Harris et al., 2010). 이는 거시적인 안목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교육과정과 학습활동 전체를 하나의 유기조직으로 보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2) 역량을 가시적인 성과로 세분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학습자에게 기대되는 역량을 어떻게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세부 학습 성과로 구현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Harris et al., 2010). 의사의 역량은 의학적 지식, 술기, 태도, 그 외 직업전문성을 포함하는 즉, 인격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므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영역과 비가시적이고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이 혼재되어 있다(Harden et al., 1999). 이로 인해 역량의 규정보다는 역량의 해석과 실질적인 구현에 흔히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역량바탕교육이 졸업 후 의학교육에서 먼저 시행되고 임상교수가 역량바탕교육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개념에 익숙한 탓에(Clark, 2011) 이를 조직하거나 실행하는 교육자들은 오히려 어렵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배출하는 의사의 질 향상을 목표로 구체적인 훈련과정을 조직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이며 실현 가능하고 경험적이었다.

3) 기존 교육과정과 역량바탕의학교육의 통합

북미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할 때 역량을 학습시기별로 재구성하고 통합하는 작업에는 여러 가지 양상이 있었다. 기존 교육과정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로 규정한 역량을 달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덧붙이는 방법이나 교육과정 전체를 역량에 맞추어 재정비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케이스웨스턴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교는 장기계통 통합교육을 처음 시행한 학교로, 통합교육중심의 교육과정과 술기훈련 및 외래환자진료, 의학연구경험, 선택적 의학논문 작성과정을 따로 두어 기존 교육과정인 장기계통 통합교육에 필요한 여러 과정을 덧붙였다(Dannefer & Henson, 2007). 장기계통통합교육을 시행하던 네덜란드의 Groningen 대학은 전체 교육과정 중에서 약 15%를 별도로 직업전문성 영역의 역량계발에 할애하였다. 대부분 소규모 팀바탕학습으로 이루어졌는데, 1학년 과정에는 좋은 의사에 대해 기술하고 3학년 과정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기술을 반복하며, 만성질환자와 인터뷰와 양로원에서 인턴을 실시한다. 임상실습기간에는 포트폴리오를 이용하여 자신의 역량계발과정을 추적하게 하였으며, 자신의 역량계발에 맞추어 선택실습과 집중실습이 가능하도록 조정하였다(Kerdijk et al., 2013). 일본의 치바대학에서는 대체적으로 전통적인 학문중심의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재조직하고 있다. 6년의 교육과정에서 1학년부터 직업전문성에 대한 과정에 참여토록하고 의학과 1학년에 해당하는 3학년부터 임상을 근접하여 관찰(shadowing)하기 시작하여 조기에 의사가 하는 일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하는 등 임상실습교육에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Ito, 2013). 국외 여러 의과대학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각 학교의 상황에 맞게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받아들였고 평가와 반추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4) 역량 구현에 적합한 학습방법 설계

때로는 역량바탕의학교육 자체보다 이를 구현하는 학습방법의 적용이 또 다른 도전이 되기도 한다. 역량이나 성과는 달성해야 할 목적이지 교육을 전달하는 수단이나 방법이 아니므로 특정 교수법이나 교육철학, 학습방법 등이 반드시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량바탕의학교육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들을 자주 사용한다. 의학지식을 실제 임상상황에 잘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업전문성, 지식의 적용, 유연하고 창조적인 지식의 응용, 평생교육의 소양, 문제해결능력 등이 필요하며 자기성찰, 학습환경과 동기, 소그룹학습, 팀바탕학습, 증례바탕학습, 임상실습교육, 문제바탕학습 등이 강조된다(Biggs & Tang, 2011). 이는 역량바탕의 학교육을 역량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학습방법과 혼동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2. 평가

1) 실질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다각도의 평가방법 모색

교육과정과 평가는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평가는 규정된 역량이나 세부 성과의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결과가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도구가 된다(Shumway & Harden, 2003). 따라서 진정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평가를 교육과정 개발부터 함께 설계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역량의 속성에 따라 역량바탕의학교육에서 구체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계별로 실제 상황과의 유사성은 점점 높아지고 가장 마지막 단계는 실제 진료상황에서 평가를 시행 할 수 있다. 평가는 다각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평가방법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학년에서는 동료 간에 문진을 실습해 보거나 체크리스트로 동료평가를 해볼 수 있고, 고학년에서는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객관화되고 구조화된 시험을 조직하여 실제 진료능력이나 술기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Mookherjee et al., 2013).

2) 형성평가의 중요성

실제 도달해야 할 목표를 총괄평가에 투영해야 하며, 학생들이 모두 목표한 역량이나 성과에 도달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형성평가가 중요하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형성평가라고 할 수 있다(Biggs & Tang, 2011). 포트폴리오 평가를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두 가지 목적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형성평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이 크다. 이는 역량의 다양한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 판단의 공정성은 아직 이견이 있을 수 있다(Dannefer & Henson, 2007). 형성평가는 체계적이고 적시에 이루어지는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평가와 피드백이 핵심이며 잘 조직된 형성평가는 총괄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Nieweg, 2004).

3) 규정된 세부 역량의 매트릭스에 대응하는 평가방법 개발

북미에서는 규정된 역량의 틀에 따라 평가 매트릭스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한 도전이었다(Mookherjee et al., 2013). 보다 지속적이고 잦은 평가와 함께 실제 진료행위나 의사의 일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관찰자를 동원한 다면평가를 강화하는 일도 고민해 왔고, 학습의 최종결과를 평가에 투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였다(Holmboe et al., 2010).

3. 학습자의 학습

1) 학생 개인의 능력에 따른 맞춤 학습

학습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개개인의 역량이 다르고, 특성과 학습방법 등이 다른 학생 모두에게 규정한 역량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취지이므로, 개인화된 맞춤 학습법이나 이를 구현하는 교육과정 개편의 유연성이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Harris et al., 2010). 이를 위해 학생중심, 학생주도학습을 도입하였고, 학습자들이 의사의 중요한 역량인 자기주도 평생학습, 자기성찰 능력, 필요에 따라 학습동기를 갖고 학습해 나가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취지에 합당한 문제바탕학습 등의 학습법을 도입하거나 성찰능력의 향상을 돕도록 교과과정을 조직하였다.

2) 학생의 요구와 필요에 따른 선택과목 개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의 유연성과 학생 중심의 교과과정을 위해 선택과목을 늘리고 자신의 미래를 탐구하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영국의 5개 의과대학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선택과목을 공유하고 선택과목의 평가기준을 함께 고안하였는데(Murdoch-Eaton et al., 2004), 이는 단일 대학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지향하고 물적, 인적자원을 나누며 인식을 공유하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4. 교수자

1) 학생수준에 맞는 역량의 정의와 평가 준거에 대한 교수자 개발

역사적으로 전공의 교육을 먼저 역량중심의 교육으로 재정비한 후 그 개념을 의과대학 교육으로 전이한 양상이기 때문에 교수자의 준비는 비교적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Harris et al., 2010). 그러나 전공의와 달리 의과대학 학생수준에 맞는 역량 계발과 그 역량에 맞는 세부 성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준거에 의한 일관된 평가를 하기위해 교수자 개발이 중요하였다(Carlson et al., 2000). 또 다른 문제는 역량바탕의학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의 속성에 의한 것이다. 구체적인 역량을 평가할 때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기준에 입각한 평가를 하게 된다. 이때의 어려움은 평가기준에 따른 신뢰성 높은 평가를 시행하기 위해 집중적인 교수자 개발이 필요하였다.

2) 기초의학 교수자의 이해

북미에서의 고민은 기초의학 교수자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임상교수들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는 편이었고 역량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선에서 체득한 반면, 과학자인 기초의학교수들은 자연과학에 바탕을 둔 의학을 위한 학문으로 자연과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행위로 나타나는 의료에서 역량의 개념은 이해하기 쉽지만 학문에서의 역량은 생소할 수 있다.

5. 시스템 문제

1) 병원시스템과 학교시스템의 차이에 따른 실습교육의 어려움

의과대학과 교육병원, 국가의 자격시험기관, 학회와 협회 같은 전문가 집단이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병원은 학제중심의 학문을 반영하는 과별로 나뉘어 있어 역량바탕의학교육에 흔히 도입되는 통합교육과는 체계가 다를 수 있다. 학교에서 통합교육이나 문제바탕교육을 통해 학습한 학생이 임상실습과정에서 학제중심의 과별 실습을 하게 되는 상황은 흔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실습과정에서 통합실습을 하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캘거리(Calgary) 의과대학에서는 병원 진료과목과 관계없이 장기간 지역사회의 의사와 함께 일하면서 통합실습을 제공한다(Myhre et al., 2014).

2) 보충교육과 심화학습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

일선 의과대학 내부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한데, 준거에 의한 평가를 시행하고 성과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보충학습의 기회나 별도의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하고, 성과를 넘어서는 뛰어난 학생이 준거수준에만 만족하지 않고 상위 수준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교육의 기회와 심화학습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Harris et al., 2010).

3) 교육 관련 조직의 소통과 협조

북미에서는 의과대학, 교육병원과 의료체계, 보훈병원, 전문 의학회, 의과대학 교수, 의과대학생, 전공의가 하나의 조직(AAMC)을 만들어 교육부터 의료체계까지 관통하는 정책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see https://www.aamc.org/about/). AAMC에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을 통한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여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 집단들 간의 조직적 변화와 일치를 끌어내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학교육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입 배경 및 국내 사례

1. 한국의학교육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입 배경 및 특징

한국의학교육은 1970년대 이후에 근대적인 발달을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한국의과대학은 과목중심의 교과과정을 장기계통 통합과정으로 전환하였고, 새로운 학습방법으로 문제바탕학습을 받아들여 교과과정의 일부로 포함하는 등 북미의학교육의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교과과정과 학습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Dean of the Council for College of Medicine in Korea, 2004; Kim & Kee, 2010). 특히 대한의학회에서 제정한 학습목표로 인하여 단순히 가르쳐야 할 시간과 제목만 있었던 기존 강의에 큰 변화가 생겼다(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1999/2000). 전국의과대학이 공통의 학습목표로 교육하게 된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교수자는 단위시간이 끝난 후 학습자들이 이해해야 할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준비하고, 학습목표 범위 내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였으며, 학습자도 학습할 내용과 달성할 목표를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수업에 임하게 된 것이 큰 변화였다. 그러나 이 당시의 학습목표는 ‘설명한다,’ ‘분류한다,’ 열거한다’처럼 지식의 획득 여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어떠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역량이나 성과의 평가와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한 인식의 시작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수행한 의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 개발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Shin et al., 2008). 당시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12개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일부 또는 전부 전환하는 시기였는데, 서울대학교처럼 일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기회와 함께 도전이 예상되었다. 다양한 전공자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의학계와 의사집단의 다양성이 증대되는 기회가 되지만 의예과를 거친 학생과의 공통 교육과정과 전문대학원생 교육과정의 불균형이 예상되었고, 학생들 간의 선수지식 차이로 인한 학습의 균형과 개별화를 돕는 대학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의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 개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연구과정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한 인식과 학습을 하게 되었고, 연구과제수행을 통해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 개편 안으로 성과바탕교육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실제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 연구에 외부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가톨릭대학교, 인제대학교에서 역량바탕 의학교육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2.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국내 적용 사례(인제의대의 사례)

한국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준비하고 교과과정 개편까지 진행했던 인제의대가 경험한 역량바탕의학교육를 기술하고 발달단계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또한 인제의대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와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다. 인제의대에서 먼저 경험한 변화와 도전을 2013년 인제의대요람과 2014년 8월에 자체 발행한 인제의대 역량바탕교육 평가자료집을 통해 문헌조사를 하였고, 2014년 9월 두 차례 인제의대 학장단을 인터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정리하였다(Table 1).

1) Frank의 역량바탕교육을 위한 계획 모델

Frank et al. (2010)은 역량바탕교육과정을 위한 바람직한 준비과정을 6단계로 제안하고 있다(Figure 1). 1단계에서는 학습자들의 졸업 시 요구되는 능력을 먼저 설정하고 2단계에서는 그것을 토대로 필요한 역량과 세부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3단계에서는 정의된 역량에 맞추어 시기성과를 정하여 시기마다 달성해야 하는 학습자의 역량을 규정하여 매트릭스형태로 작성하고, 4단계는 개발된 역량 매트릭스에 맞추어 목표하는 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 교육활동, 경험 및 교수방법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5단계에서는 학습시기에 따라서 학습자들의 학습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측정방법을 선정하고, 6단계로는 역량바탕의학교육 자체에 대한 평가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평가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Figure 1.

Different phases of CBME preparations implemented at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nd its accomplishments. CBME,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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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제의대의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준비 및 추진과정

인제의대는 지난 10여 년간 역량바탕의학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과정개편을 위해 순차적인 준비를 진행해 왔는데, 이러한 준비 진행과정은 Frank et al. (2010)이 제시한 6단계 준비 모델과 잘 연결된다. 인제의대는 2006년부터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013). 2006년에 동문, 학부모, 부산지역 의료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적 책무성 보고서’를 통한 기초연구가 있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자체평가를 시행하고 의학교육연수원으로부터 외부평가를 받았으며, 국내외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한 기초조사, 연구, 평가를 바탕으로 인제의대는 2008년에 ‘자기주도적 평생학습 및 성찰, 직업전문성을 가진 도덕적 의사, 리더십과 의사소통능력을 가진 협동적 의사, 진료능력, 비판적 사고 및 문제해결능력, 임상진료에서 과학적 지식 활용, 과학적 방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실천적 의사’를 졸업역량으로 설정하였다(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013). 이는 Frank et al. (2010)이 제안한 첫 번째 및 두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인제의대는 졸업역량을 준비하는 동시에 2009년까지는 임상실습과정을 시작으로 임상표현중심의 직무바탕학습목표를 개발하였다. 뒤이어 과정별 직무바탕학습목표를 개발하여 통합교육과정을 개선하였으며, 동시에 의료인문과정을 개선하고 졸업역량에 따른 시기 성과와 과정 성과를 체계화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 2012년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이념에 맞춘 교육과정의 개편을 이루었다(3단계). 또한 인제의대에서는 역량바탕의학교육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이에 맞는 적절한 교육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문제바탕학습, 팀바탕학습, 사례중심학습, 실습 등의 학습자 중심의 교수방법을 선정, 도입하고 있으며, 교수자 중심의 강의시간은 축소해 나가고 있다(4단계). 5단계인 학습평가를 위한 준비와 관련해서 인제의대는 2013년부터 임상실습과 전 학년에 걸쳐 역량의 평가와 가시화를 돕는 포트폴리오 평가와 예과 2학년, 본과 1, 2학년이 공통으로 시행하는 기본의학 향상도 평가 등을 선택하여 이를 강화하고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Self-evaluation Research Committee at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014). 최근에는 6단계로 역량바탕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 평가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3) 인제의대에서 경험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입에 따른 성과

(1) 교수자, 학습자, 의학교육 전반에 긍정적 효과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입 후 인제의대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서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자의 경우 기존의 교수방법 및 교육과정 개선에 관심을 가지는 교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습자의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는 교수방법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학습자 역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졸업생의 경우 규정한 의사의 역량을 충분히 갖춘 후 졸업하게 되므로 자신의 능력과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Self-evaluation Research Committee at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014) 외부병원에 진출하는 학생의 경우에도 훨씬 더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인제의대 학장단은 밝혔다. 또한 학생들이 배우고 학습하는 교육내용이 북미의 교육 및 평가체계와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되면서 북미로 선택실습을 나가거나 이후 학습을 북미 교육기관에서 하고자 희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교육방법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찰을 통해 타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한국 의학교육 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재단으로부터 교육예산을 지원받는 데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의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반적인 한국의학교육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Figure 1).

(2) 역량과 시기성과에 맞는 교육과정으로 개편

졸업 시 기대되는 역량을 달성하기 위해 주요 시기 성과를 기준으로 작성된 역량 매트릭스는 교육과정 안에서 불필요한 반복을 줄이고 각 단계에 맞는 역량에 따른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 기대되는 성과를 먼저 설정한 후 교육과정을 이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 때문에 교수자 중심의 강의를 대폭 축소하고 학습자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제공해줄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문제바탕학습 등 새로운 학습방법이나 환경을 도입하여 정착시킬 수 있었다.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학습환경이나 임상술기훈련 등은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의 수행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4) 인제의대에서 경험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도전

(1) 교육과정 설계

구성원 전체로부터 동의를 도출하는 것의 어려움: 이상적인 방향으로 역량바탕의학교육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교수진, 학생을 포함한 전 구성원들이 역량바탕의학교육을 교육적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교육행정제도 및 집행가는 그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 집단의 일부가 졸업역량을 도출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하향식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역량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전 구성원에게 전달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이 실제 교수자들의 수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Table 1).
시간, 재정, 인적자원의 한계: 상향식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졸업역량 설정을 하기에는 교수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강의 및 교육방법을 수정, 보완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또한 재정 및 인적 자원의 한계로 인한 지원 부족 또한 이상적인 역량바탕의학교육으로 나아가는 데 제한점이 되었다.

(2) 평가

성과 매트릭스와 평가문항의 대응의 어려움: 인제의대 사례에서는 문항출제 때 설정해 둔 성과 매트릭스와 문항 매트릭스를 일치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통합교육의 수업계획과 문항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실습 단계부터는 실습내용과 평가내용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고 매트릭스를 통한 문항개발도 쉽지 않았다.
역량 향상도 평가의 어려움: 의예과 2학년, 의학과 1, 2학년을 동시에 같은 문항으로 평가하여 시간에 따른 성과의 달성과 향상여부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에 따른 임상술기의 향상 및 역량의 향상을 종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면 평가 정착의 어려움: 종전에는 교수자가 전면적으로 학습자 평가에 관여했다면 이제는 학습과정에 동료평가를 도입하고, 입상 실습과정에서는 간호사나 환자로부터의 피드백을 받는 등 다면평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학습자들이 이러한 다면평가 방법에 익숙하지 않고, 다른 직역으로부터의 평가를 불편해하고 객관성을 의심하는 등 저항감이 있다.

(3) 학습자 학습

학습자 중심의 역량계발 기회의 부족: 현재 부산과 서울지역 두 곳에 임상술기센터를 개설하여 임상실습 도중 학습자 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술기에 대한 학습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외 학습자 개인에 맞추어 진행되는 역량계발 프로그램이 부족한 편이고 다양한 역량영역에 따라 맞춤학습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선택과목의 제한: 인제의대에서 경험한 역량바탕교육에서 학습자에 대한 문제 중 가장 큰 도전은 교육과정의 유연성 부족에서 기인한 선택과목의 제한이었다(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013). 의사과학자과정, 선택실습과 4주간의 자발적 심화실습을 제공하고 있지만, 관계자 및 학생 모두 개인의 특성에 따른 미래를 탐구하는 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4) 교수자

교수자의 인식전환을 위한 교수개발: 인제의대에서 경험한 교수자 부분의 어려움은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한 교수자의 인식을 얻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워크숍, 강연, 교수개발 등을 통하여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하였고 교육을 받은 임상교수들은 어렵지 않게 그 개념을 받아들인 편이지만, 5개 대학병원의 700여 명의 교수자들에게 균등하고 심도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한계였다.
교수자의 시간부족: 그러나 인식의 전환 이후에 더 실질적인 문제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교수자의 시간 확보이다. 진료에 쫓기는 환경에서 교수개발을 위한 시간, 학생 개개인 지도 및 편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의 재교육 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5) 시스템 문제

학습자의 역량 수준에 따른 탄력적인 학습시간 제공의 어려움: 학습자들의 역량 달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개발한 후에는 역량을 달성하지 못한 학습자를 위한 보충학습을 제공하여야 한다(Harris et al., 2010). 그러나 시간적 유연성을 줄 수 없는 제도적인 한계점은 역량바탕의학교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심장순환기 통합과정에서 달성해야 하는 역량에 미치지 못한 경우 보충수업을 하여 역량을 달성한 후 호흡기 통합과정에 들어가도록 하거나 임상실습기간에 모든 학생이 내과부터 임상실습을 시작해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학생만 외과 임상실습을 하고, 그렇지 못한 학습자는 보충학습을 통해 내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달성한 후 외과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과대학 의학과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1, 2학년 교육과정(pre-clinical course)과 실습교육(clinical course) 안에 보충교육의 개념이 거의 없이, 짜인 학제의 시간순서에 따라 진행하다 보면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를 졸업시점까지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제의대에서는 보충교육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보충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의 부족, 학제의 유연성을 통한 보충교육시간의 확보가 어려워 보충교육의 시행이 아직은 쉽지 않다.
교수자에 대한 보상체계: 인제의대에서는 교육에 헌신하는 교수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는 대부분의 의과대학과 다르지 않게 진료, 연구, 교육 모든 부분을 동일하게 평가받고 있다. 당장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어렵다면 교육에 관여하는 교수자에게 승진체계 등의 보상을 통해 관심있는 인력을 교육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역량바탕교육을 적용할 때 예상되는 도전과 개선방안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역량 있는 의사의 배출은 공동체의 요구이며 의과대학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post 2주기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역량바탕교육과정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학교마다 교육과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며, 기존의 교육과정에 도입할 때 겪을 수 있는 혼란과 어려움에 대한 대비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앞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역사적 배경과 정의, 한국에서 역량바탕교육의 도입 및 현황을 언급한 것에 이어 한국의과대학이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수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과 그에 따른 개선책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북미에서 다년간 시행한 경험의 결과와 인제의대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적용해본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설계, 평가, 학습자의 학습, 교수자 및 시스템의 다섯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제시하려고 한다(Table 1).

1. 교육과정 설계

1) 기존 교육과정과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관계

한국에서는 아직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다수가 역량바탕의학교육이 기존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교육과정모델로 오인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저항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새로운 유행에 따른 주기적인 교육과정개편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교육과정에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을 의미할 수도 있다. 기존 교육과정이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개념을 도입하기 어려운 과목중심 교육과정이라면 큰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은 장기계통통합교육과 문제바탕교육 등에 익숙하기 때문에(Dean of the Council for College of Medicine in Korea, 2004)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역량바탕의학교육의 개념으로 기존의 교육과정을 재조직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으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역량의 개념 이해와 교육방법의 선택

교육의 주체가 함께 규정하고 달성해야 할 역량은 좋은 의사를 만드는, 실제로 환자를 잘 보는 좋은 의사를 길러낸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환자를 마주하고 있는 의사를 상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앞에 있는 환자를 잘 진료하기 위해 의학적 지식도 알아야 하고 실수 없는 술기도 행해야 하며 좋은 사람으로서 좋은 태도로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모두가 바라는 의사의 역량이다. 이런 구체적인 의사의 모습이 역량의 표현이어야 하고 다시 가시적인 성과로 세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통합교육과정이나 문제바탕교육과정 안에서 더 잘 구현되는데, 이런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은 기초의학과 임상이 연계되도록 조직되어 있어 의과대학 교육과정 초기부터 의사로서 달성해야 할 최종 역량을 제시하고 실현해 나가게 하는 데 그 장점이 있다(Biggs & Tang, 2011). 따라서 역량교육바탕의학교육을 잘 구현하기 위해 통합교육과정이나 문제바탕교육과정을 주된 교육과정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역량의 구현을 위한 적절한 수준의 시기성과 수립

북미에서는 역량의 규정과 성과를 정하는 것이 큰 이슈였다면 한국은 만들어진 역량과 성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구현이 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활한 구현을 위해 각 시기와 수준에 따른 역량의 세분화와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시기 성과나 과정 성과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2. 평가

1) 학습자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 개발

역량바탕의학교육의 핵심이 되는 역량평가에 있어 이를 장단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학습자가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장기적으로는 졸업 이후에 이르기까지 학습자들을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교육평가에 관한 내용 및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및 평가의 범위가 방대하고, 각 내용들이 당시의 목적을 위해서 개발된 것이 대부분이라 설정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평가방안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상적인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일정 시기마다 도달해야 할 주요 관리점(milestone)을 정해야 하는데, 각 단계별로 역량에 맞는 평가를 실시하고 단계별 향상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마지막 졸업 시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전 역량을 포괄할 수 있는 평가도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2) 다각적, 다면적 평가

역량에는 가시적 역량과 비가시적 역량(직업전문성, 의사소통능력, 성찰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시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기존의 구조화된 시험 외에도 포토폴리오 평가, 즉각적 피드백, 동료평가 등의 다각적인 평가방법을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 특히 교수자가 학습자를 평가하던 일방적 평가를 너머서 동료나 다른 직역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다면적 평가의 도입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료평가에 익숙하지 않고, 의사와 다른 직역 간에 수직적 관계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Ahn, 2015) 다면적 평가에 대한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면평가에서 제공되는 피드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의사의 역량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그 거부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3) 형성평가의 정착

한국은 총괄평가의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되고 평가되는 문화 속에 있기 때문에 형성평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형성평가를 하기 위한 인력과 시간 확보가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형성평가는 적절한 역량을 규정하고 학습자가 규정한 역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Nieweg, 2004)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성공은 형성평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성평가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수자의 이해와 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3. 학습자의 학습

1) 학습자의 다양한 진로 모색

북미에서는 학습자가 의과대학시절 초기부터 임상의사 외에도 의사과학자, 공중보건 또는 세계보건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의사, 정치나 보건정책에 관계하는 의사 등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있도록 개개인을 위한 다양한 길을 열어놓고 있다(Cooke et al., 2010). 학습자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학생 개인이나 의료 전체, 나아가서 공동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학습자의 관심에 따른 멘토링을 준비하고 학습자의 다양한 진로를 지지하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 새로운 학습방법의 정착

한국의과대학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할 때에는 그에 걸맞은 학습방법을 도입하게 될 것인데, 팀바탕학습이나 자기주도학습이 주된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학습방법은 흔히 그 사회의 문화와 맥을 같이 할 때 효과적일 수 있는데(Choi & Yoon, 2014),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문제바탕학습이나 팀바탕학습 같은 학습방법은 대부분 북미의 문화에 맞는 학습방법으로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거나 변화를 거쳐 원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학습법을 한국 상황에서 적용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연구하고 개선방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학습자의 준비도

한국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나 실질적인 선택과정의 도입에 앞서 입시를 목표로 매진했던 의과대학생에게 새로운 동기 유발과 목표설정을 돕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수도 있다. 학습자들 또한 새로운 학습방식이나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것, 역량을 평가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에 익숙해지는 것, 그 평가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학습방법을 찾는 것이 도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잘 설계된 예과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준비시키거나 준비된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제도개선도 또 다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4. 교수자

1) 교수자의 시간부족

한국의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처한 환경이 인제의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교수자가 진료업무와 연구활동 외의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서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별히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수자를 발굴하여 교육담당 전임교수자로 육성하거나 교육활동에 인센티브를 주어 그들의 교육참여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2) 규정된 성과, 평가법과 일치하는 교수법 적용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도전은 평가 매트릭스와 교수방법을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과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좀 더 기초적인 문제지만 성과를 달성하도록 가르치는 방식은 성과를 염두에 두고 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환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의학정보를 얻는 문진을 하는 것이 규정한 성과라고 하면, 적절한 평가방식은 실제 환자나 표준화 환자에게 문진을 하는 장면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성과 달성을 위해서는 강의나 시청각 수업보다 진료현장 관찰, 동료 간 문진연습, 실제 환자 문진 등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5. 시스템 문제

1) 의사의 역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한국은 아직 역량바탕교육의 초기 단계이므로 의사의 역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고 합의 도출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21세기에 요구되는 의사상을 규정하기 위한 노력을 1999년부터 해왔으며, 2013년 12월 ‘환자 진료,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직업전문성, 그리고 교육과 연구’ 등 다섯 가지 영역에서의 ‘한국의 의사상’을 공표하였고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Ahn, 2014). 사회구성원이 의사의 역량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의학교육을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나가고 의과대학이 지역공동체에 대한 책무성을 갖고 교육과정을 재편하게 하려는 노력이다. 사회공동체에서 규정한 의사의 역량은 의과대학의 졸업역량에 반영되어 역량바탕의학교육에 견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2) 의학교육에 관계하는 각 단체의 유기적 협조

북미의 AAMC와 같은 통합된 기구가 없는 한국은 각 집단의 이해관계로 인해 시스템의 변화가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의학교육학회, 대한의학회, 각종 학회단체 등의 통합된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고 교육부분만 통합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단체의 유기적인 협조와 새로운 단체나 기구의 결성이 중요한 것은 의과대학 입학부터 의과대학생, 전공의, 전문의 교육이 하나의 궤를 이루며 의사의 역량향상을 계획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 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미 및 유럽의 의과대학은 기존의 교육과정을 최대한 활용하며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하고 전개하였으며, 지속적인 평가와 반추를 통해 개선해 나감으로써 비교적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잘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들은 소그룹학습, 팀바탕학습, 증례바탕학습, 문제바탕학습, 임상교육 등의 학습방법을 사용하여 역량바탕의학교육의 효과성을 증진하였다. 평가에 있어서는 피드백 위주의 형성평가를 강조하고, 지식평가를 넘어서 실질적인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동료평가, 표준화 환자를 통한 객관구조화진료시험, 진료수행시험, 포토폴리오 평가, 다면평가 등을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의 능력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개개인의 준비도에 맞는 유연성 있는 맞춤형 교육과정 마련, 학교 간 컨소시험을 통한 다양한 선택 과목의 공유, 훈련된 교수자의 지속적인 양성 등 다양한 교육시스템 마련에 힘써왔다. 그러나 이러한 북미와 유럽의 의과대학들도 기초의학 교수자들에게 역량바탕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일, 병원의 학제중심구조와 역량바탕의학교육에서 흔히 도입하고 있는 통합교육과정 체계 간의 일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학습자들의 혼란, 성과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보충학습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점 등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겪고 있다.
인제의대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이해관계자 기초 요구조사(2006년), 역량설정 및 규정(2008년), 개별 역량의 단계별 성과 상세화(2009-2012년), 역량계발을 위한 교수방법 개발(2012년), 학생성과 평가방법 개발(2013년-현재) 및 자체 프로그램 평가방안 개발(2014년-현재)을 통해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제의대는 다양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였고, 동시에 여러 가지 한계점에도 맞닥뜨렸다. 교수자와 학습자들의 교육 패러다임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교육과 학습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으며, 학생들의 능력과 역량에 대해 자신감이 증진되었다. 중복되는 교육과정을 줄여나갈 수 있었고, 통합교육을 구현하였으며, 학습자 중심의 교육 기회를 확장하였다. 그러나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서 도출된 졸업역량은 구성원 전체로부터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계획된 교육과정과 실제 현장교육 간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수자의 역량바탕의학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이 어렵고, 이들을 위한 재교육시간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학습평가 측면에 있어서는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과 문항개발은 아직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학생들의 장기적인 교육성과를 다양하게 모으기 위한 종단평가는 많은 노력과 자원을 필요로 하며, 다면평가 등은 문화적으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교육과정 시스템의 유연성 부족으로 인해 학습자 개개인에게 보충학습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선택과목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하려는 한국의 의과대학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시도보다는 기존의 교육과정에 졸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형태로 수정, 보안, 재조직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구성원들로부터 역량바탕의학교육이 기존의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교육과정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불필요한 저항감을 없애야 한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의 성공적 실천을 위해서는 우선 통합교육과정이나 문제바탕교육과정을 주된 교육과정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이미 다양한 역량들이 연구되고 규정된 바 역량의 실질적인 구현에 있어 역량의 하향 평준화를 막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입학부터 졸업까지 주요한 시점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평가체계의 도입과 이를 위해 수행평가 위주의 다양한 평가방법을 도입,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줄 수 있는 형성평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정착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 관련 단체 간의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합의된 역량을 도출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함께 관리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2년 2월 인제대학교 의과대학과 조지아대학교 교육대학이 함께 시행한 성과바탕의학교육 워크숍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을 밝히며 워크숍을 준비하셨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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