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의료시스템과학은 미국의사회에서 제안한 개념으로, 의료인이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환자 및 지역사회 인구집단의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진료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의료시스템 안에서 환자와 인구집단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질과 환자 및 사회의 경험, 건강결과, 비용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원칙과 방법, 실천을 의미한다[
1].
미국의사협회는 의료시스템의 복잡성과 의학지식의 빠른 확장에 대처하면서 의학교육을 현대 의료시스템 실무와 일치시키기 위하여 의료시스템과학을 3대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고, 2013년 Accelerating Change in Medical Education Initiative를 통해 11개 의과대학을 선정하여 각 대학에 연간 100만 달러씩 지원하여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2014년에는 엥겔의 개념 모델과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을 기반으로 11개 컨소시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고, 이를 토대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 영역과 각 영역의 주제를 정한 바 있다. 2019년에는 37개 의과대학으로 확산되었다.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은 의과대학 교육단계에서 시작하여 졸업 후 수련까지 연계성을 갖고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의사로서의 전문가 정체성이 형성되는 의과대학 단계에서부터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교육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2]. 또한 의과대학 학생의 입학과 졸업 시점의 직업가치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의과대학 저학년에서부터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의학교육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과학을 발전시켜온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현재 국내 의과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을 살펴보고, 둘째,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현재의 수준 및 교육 체계화를 위한 선결과제를 파악하고, 셋째,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과 과정을 분석하여, 궁극적으로 국내에 적용 가능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모형과 전략을 제안하였다.
저자들은 2021년 발간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연구비를 지원한 과제인, “의료와 사회의 통합적 이해와 실천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과학 교육체계 구축 사업”에 연구진으로 참여하였다. 국내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의 현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례를 조사하여 검토하였다. 이에 그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3].
국내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과 요구도
1. 교육현황과 요구도조사
국내외 선행연구와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틀을 바탕으로 조사지를 개발하였다. 설문 항목은 핵심 영역(7개), 기반 역량 영역(4개), 연결 영역(1개)으로 구성되었고[
4], 각각 28개, 10개, 3개 문항을 포함해서 총 41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각 항목에 대하여 교육과정 반영 여부, 교육과정 개설시기, 과목 및 과정명을 기술하도록 하였다. 요구도 파악을 위해서 전기한 41개 항목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5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고, 현재 각 대학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수준과 도입, 강화, 체계화를 위한 선결조건을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구성하였다. 40개 의과대학 학장의 추천을 받은 교수 1인을 대상으로 2021년 11월 2일부터 19일까지 현황조사를 시행하였다. 조사대상 40개 의과대학 중 과반수 이상인 23개(57.5%) 의과대학이 조사에 참여하였다.
2. 교육현황과 요구도 분석결과
1) 핵심 영역 교육현황
핵심 7개 영역 중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의료구조와 과정, 의료정책과 경제, 의료정보과학과 기술의 활용, 인구, 공중, 사회적 건강결정 영역은 17–21개(73.9%–91.3%)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반면, 가치기반 의료 영역의 교육수행률이 낮았으며(10–19개 대학), 특히 의료시스템 개선 영역은 일부 의과대학에서만(8–13개 대학)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핵심 7개 영역을 전 학년에 걸쳐 교육하는 대학은 없었으며, 대부분은 의학과 1, 2학년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Table 1,
Appendix 1).
구체적인 교과목을 조사한 결과,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의료구조와 과정, 의료정책과 경제, 사회적 건강 결정요인, 가치기반 의료, 의료시스템 개선은 예방의학, 의료인문학, 의료윤리 등의 교과목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보과학과 기술의 활용은 예방의학과 의료인문학을 비롯하여 의료정보학, 임상실습 관련 교과목 등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2) 기반 역량 및 연결 영역 교육현황
기반 역량 영역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의학교육에서 강조되었던 윤리와 법, 리더십, 팀워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대학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었으며 하위 주제의 성격에 따라 의예과, 임상실습 전, 임상실습 기간에 걸쳐 다양하게 배치하고 있었다(
Table 2). 그러나 변화관리 교육은 불과 9–14개교(39.1%–60.9%)로 낮았으며, 연결 영역인 시스템 사고는 개설하고 있는 대학이 조사대상의 30% 미만이었다. 시스템 사고의 개념 이해, 시스템 사고 습관, 단선적 사고/시스템 사고는 5개교(21.7%), 건강과 건강관리에 대한 시스템 사고의 중요성 이해는 7개교(30.4%), 시스템 사고 습관과 도구를 의료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6개교에(26.1%) 머무르고 있었다. 예방의학 관련 과목이나 의료인문학 과정에서 기반 역량과 연결 영역 관련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3) 의료시스템과학에 대한 교육요구도
각 영역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5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하게 한 결과 핵심 영역 전반에 걸쳐 교육요구는 평균 4.0–4.7점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단, 가치기반 의료의 정의와 구성요소의 필요성은 3.7점, 의료시스템 개선 항목 중 질 평가지표 선정과 개선, 변화를 위한 의료 질 향상도구 활용, 서비스 질 개선활동 경험, 환자안전 프로젝트, 인구집단 대상 연구과제 수행경험 등은 필요도가 4점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Appendix 2).
4개의 기반 역량에 대한 교육 필요성은 3.8–4.5의 분포로, 특히 윤리와 법, 팀워크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다. 반면, 시스템 사고의 개념과 중요성, 시스템 사고 습관과 도구를 의료상황에 적용에 보는 교육에 대한 요구도는 3.7–3.9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Appendix 3).
4)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에 대한 각 대학의 현재 수준
현재는 의료시스템과학이라는 개념보다는 보건의료관리학, 의료정보학, 역학, 임상실습, 지역사회의학 실습에서 단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체계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응답과 대체적으로 모든 영역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대학별로 다양하였다. 핵심 및 기반 역량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은 별도 교과목 또는 관련 단위 과정에서 일부 다루고 있으나 시스템 사고, 의료시스템 개선, 기반 역량 중 ‘변화관리’ 교육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습역량 달성을 위해서는 실제 학생이 참여하는 실습이나 활동이 연계되어야 하는데, 상당 부분 강의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문제점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5)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의 정착과 체계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의 정착과 체계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4개의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Appendix 4). 의료시스템과학의 정의 및 구성요소의 명료화 측면에서 의료시스템과학의 각 하위요소들이 현재 한국 의과대학의 상황에 맞는지, 정의와 교육범위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핵심 개념과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교수에게 관련 개념을 교육하는 등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체계와 편성 측면에서 의과대학 교양 과목이 1, 2학년에 국한된 상황을 바꾸어야 하고, 기초의학-임상의학-의료인문학의 융합형 통합이 불가피하며, 현재 교육내용을 의료시스템과학 관점에서 정리하고 누락된 부분을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노력과, 예방의학, 의료인문학 교수 외 임상교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었다. 교수개발 및 학습자 사전 준비 관점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인 교수와 학생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원 역량개발과 인식 개선을 통해 전문가 양성 후 점진적으로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할 것이며, 교육내용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의과대학이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하기 위한 동기부여 요소로 평가인증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
1.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 조사방법
미국의사협회는 의료시스템과학의 도입과 의학교육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2013년 미국의 141개 의과대학 중에서 11개 의과대학을 선발하였다[
3-
18]. 11개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과대학의 홈페이지를 2021년 10월 기준으로 검색하여 전체 교육과정과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편성 자료를 수집하였다[
19-
30]. 아울러 미국에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발표한 의학교육 논문과 미국학장협의회 공식 학회지인 Academic Medicine 특집호 논문을 검토하여 11개 시범대학의 홈페이지의 내용을 재확인하였다[
31]. 아울러 미국에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발표한 의학교육 논문과 선도적으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2명의 책임교수를 초청하여 교육과정 운영의 실제와 경험정보를 수집하였다.
11개 시범대학의 기본의학교육과정 구조,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의 편성방식, 즉 정규과정과 비정규과정, 특별과정의 유무, 의료시스템과학 관련 과정명, 개설 학년(시기), 학점, 학습성과 또는 교육주제, 교수-학습전략 및 기타 교육환경을 조사하였다. 수집한 자료의 내용분석을 통하여 교육과정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대학별 특성을 비교하였다.
2.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 분석결과
1) 교육과정 운영체계의 유형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운영체계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Table 3). 유형 1은 의료시스템과학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동시에 특별과정을 개설하였다. 특별과정은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개념을 넘어서, 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스트 캐롤라이나 브로디 의과대학, 펜실바니아 주립 의과대학, 웨렌 알포트 브라운 의과대학, 인디애나 의과대학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유형 2는 유형 1의 대학과 마찬가지로 정규교육과정을 개설하였지만 별도의 특별과정은 운영하지 않은 군에 속한다. 이 유형에는 UCSF, 메이요 클리닉 알릭스 의과대학, 미시간 의과대학, 뉴욕 의과대학 등 4개교였다. 유형 3은 의료시스템과학의 용어를 특정하는 과정명은 없지만, 기초의학-임상의학-의료시스템과학을 나선형으로 통합하여 기존 교육과정에 상당 부분 융합시킨 대학이다. 11개 대학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의 학년/시기별 배치, 타 과정과의 유기적 연계성, 교육내용 등 주요 특성을 요약하면
Appendix 5와 같다.
2)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사례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의과대학의 경우 의료시스템과학을 제3의 축으로 하여 4개의 ‘threads’를 개발하였고, 기존 ‘Health & Humanity’ 및 ‘닥터링’을 보강하고 전 과정에서 의료시스템과학이 다루어질 수 있도록 I-EXPLORE라는 새 교육과정을 2021년 8월에 시작하였다. 이 대학은 전체 교육과정 기간의 변화 없이 약 120시간(의료시스템과학 30시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60시간, 공통역량 배양을 위한 통합과정[I-RESTORE] 30시간)을 추가하여 교육과정을 개편하였다.
1학년 ‘Human Architecture and Function’ 과정에서 해부학 및 조직학을 교육하면서 학생들에게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을 소개한다. ‘Molecular and Cellular Medicine’ 과정에서는 생화학, 유전학, 생리학 및 약리학과 함께 의료시스템과학 분야의 과학적 분석, 공중보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학습한다. ‘Pathogens and Host Defense’ 과정은 미생물학, 면역학, 병리학 및 약리학 통합과목으로 이 과정에서는 의료시스템과학 구성요소 중 건강의 사회적 결정 및 보건의료의 형평성에 대하여 학습한다. I-RESTORE 과정에서는 전문직종 간 협력, 임상경험, 임상술기 워크숍, 진로탐색, 리더십 훈련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2학년 ‘Endocrinology, Gastroenterology and Reproduction’, ‘Skin and Musculo-Skeletal Systems with Capstones’, ‘Brain and Behavior with Capstone’ 과정에서는 정상 상태의 생의학과 비정상 상태의 임상의학과 의료시스템과학의 완전한 통합학습을 유도한다. 3학년 임상실습 과정에서는 각과의 임상실습을 수행하고, 실습을 마칠 때마다 1년간 6개의 intersession(각 1주씩)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앞서 배웠던 I-EXPLORE의 3개 축을 다시 한번 통합 교육하고 기초의학, 임상의학 및 의료시스템과학을 진료환경 맥락에서 통합하여 재조명한다.
3)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UCSF) 사례
UCSF는 21세기 의료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과학과 탐구역량을 강화하고 근거 바탕 및 환자 중심 진료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2016년 새로운 교육과정인 ‘Bridge Curriculum’을 시작하였다. 이 과정은 4년,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Foundation 1 (F1)’은 임상실습 전 시기이며 기존의 임상과 기초가 통합된 ‘Foundation Science’ 블록과정, ‘Core Inquiry’ 과정과 더불어 의료시스템과학을 교육하는 ‘Clinical Microsystems Clerkship (CMC)’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Foundation 2 (F2)’ 시기에는 핵심 임상실습을 진행하면서 ‘Family and Community Medicine (FCM)’을 통하여 F1에서 학습한 의료시스템과학 개념과 지식을 환자 진료에 적용하게 된다. ‘Career Launching’ 시기에는 졸업 후 의학교육에서 전공할 분야에 대한 탐색 및 심화 과정이다. 이때 ‘Inquiry Curriculum-Deep Explore’를 이용하여 의료시스템과학 심화학습도 가능하다.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인 ‘CMC’ 과정의 특징은 조기 임상노출과 종단적 접근이다. 즉 학생들은 의과대학 입학 직후 3주째부터 환자 진료 맥락에서 의료시스템과 시스템의 향상 내용을 배우고 환자 진료 임상기술을 같이 접목해간다. 이러한 교육은 F1 시기 주 1회, 18개월 동안 지속되며 1명의 임상교수가 5–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소그룹을 맡아 코칭하며, 각종 임상진료 술기와 더불어 의료시스템 향상 기술, 환자안전 등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2학년 12월부터 14개월에 걸쳐 이루어지는 F2 동안에는 핵심 임상실습을 돌면서 ‘FCM’을 통하여 의료시스템과학 역량을 강화한다. 즉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가정의학과 클리닉에 파견을 나가 1차 진료를 경험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다루어져야 할 의료시스템과학 관련 이슈를 경험하고 지도교수와 토론하게 된다. 가정의학과 클리닉이 없는 주에는 병원 내 가정의학 세미나에 참여하여 1차 진료와 의료시스템과학 관련 주요 이슈를 토론한다.
졸업 후 전공하게 될 임상과를 탐색하는 과정인 ‘Inquiry Curriculum-Deep Explore’의 경우 서브 인턴십 및 ‘scholarly project’에 참여하면서 의료시스템 내용을 임상실습에 접목시킨다. 그 예로 2019년 4월부터 시작한 ‘SPAN (Specialty Practice Ambulatory sub-interNship)’은 ‘career launching’ 중 앞으로 지망하려는 전공과 교수와 1:1 멘토링을 하여 실제 환자 진료의 기술을 익히는, 레지던트 준비과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는 앞서 시기 1, 2에 ‘CMC’, ‘FCM’을 통하여 학습한 의료시스템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멘토링 담당 교수와 심화학습을 한다.
3.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 요약
미국의 11개 시범대학의 교육과정 비교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적으로 전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환자 중심성과 사회적 맥락에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둘째, 통합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에 의학교육의 제3의 축으로 의료시스템과학을 접목하여 통합적-나선형-종단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셋째, 의료시스템과학 관련 과정을 신설하여 강화한 대학이 11개 대학 중 9개 대학으로 임상실습 전에는 강의, 소그룹 활동, 멘토링, 임상술기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있고, 임상실습 시기에는 의료시스템과학을 훈련받은 교수가 집중 멘토링을 하거나, 지역사회 개인 의원 등과 연계하여 저학년에 학습하였던 의료시스템과학의 이론을 현장에 접목해보고 심화하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넷째, 의료시스템과학의 특별과정을 두어 수료증, 석사학위를 부여하거나 연구역량 강화, 인턴십 프로그램의 선택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국내・외 의료시스템과학 교육현황 시사점
미국의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경험과 국내 교육과정 현황 및 요구도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과 교육과정 설계원칙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내 보건의료체계는 미국과 상이하다. 특히 건강보험체계, 수가체계, 보건의료체계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국내 도입 전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 정의와 국내 상황에 맞는 교육범위와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2]. 또한 이해당사자인 교수자와 피교육자인 학생들이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겠다. 의료시스템과학이 미래지향적인 교육방향이라 할지라도 의과대학 교육과정 전반의 변화가 필연적이므로 물리적, 심리적 저항도 예상할 수 있다. 의료시스템과학 접목의 성공 여부는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2,
33]. 의과대학 6년제 논의가 마무리되면서 변화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면, 이제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하여 의과대학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형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구성을 위해 고려하여야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의 주요 주제 영역을 전 학년에 걸쳐 종단적으로 배치하고, 최대한 기초의학, 임상의학과 통합하고, 교육의 내용과 수준은 학년과 학생의 발달에 맞추어 나선형으로 연계한다. 기존 교육과정이나 이해관계자 사이의 충돌과 저항이 예상되거나, 교육환경 및 여건상 신규과정의 개설이 어려울 경우, 기존의 관련 과목이나 과정에 의료시스템과학의 내용을 강화하여 추가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임상 맥락에서 의료시스템과학을 접근하고 적용해볼 수 있도록 임상실습 또는 통합 수업 일부를 할애하여 사례 토론 등의 실습교육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의예과 학생 때부터 진료현장에 익숙해지는 경험학습이 되도록 ‘환자 내비게이터’, ‘건강증진 코칭’ 등 학생의 적극적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의료시스템과학을 교육할 교수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교수개발’이 선행 또는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2]. 기존에 진행되어 온 보건의료정책, 역학, 인구집단연구, 근거 중심의학, 의료 질 향상 및 환자안전 등의 영역을 진료 맥락에서 환자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방법은 교수들에게도 생소하다. 따라서 교수들이 먼저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 목적, 현장 적용 및 효과에 대하여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의학교육에서 잠재적 교육(hidden curriculum)의 효과는 매우 크다. 정규과정에서 의료시스템과학을 배웠다 하더라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실습 시 교수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이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게 된다.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역할모델이 되도록 교수가 먼저 시스템적 사고를 통하여 환자 중심적인 가치기반 진료를 보여주어야 한다. 수업이나 실습환경을 넘어서, 병원의 질 향상 팀, 환자 안전팀 등 다양한 관련 부서와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의료시스템과학 교육내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이 기존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되고 조화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의과대학 현실을 고려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 개편전략과 운영방안을 검토하였다.
의료시스템과학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환자와 의사라는 직선적인 관계보다는 환자-가족-지역사회-의사-의료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긍정 되먹임과 부정 되먹임을 주고받는 시스템 사고로 접근하는 학문이다. 의료시스템과학은 지식이나 술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현장에서 시스템 사고를 통한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것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실현 가능한 가치기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4,
34].
결론
의료시스템과학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적용하려면 각 의과대학의 공통적인 교과과정뿐 아니라 고유의 운영원칙을 가지고 개개의 특성을 고려한 적용이 필요하다. 모든 의과대학에 같은 교육과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형식을 고려할 때 의료시스템과학을 적용한 교육과정으로 전면적인 교육과정 개편과 부분적 교육과정 개편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Figure 1).
첫째, 전면적 교육과정 개편으로 의료시스템과학을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적용할 때는 기존 기초의학-임상의학 2개의 기둥에 추가되는 제3의 기둥으로서 적용할 수 있겠다. 이는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을 적용한 교육과정을 미리 준비하고 기존 교과과정과 통합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교수들의 동의와 의견 일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교수개발을 진행한 이후 적용 가능한 방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오랜 기간 준비와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부분적 교육과정 개편으로 각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여 점진적이며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방법이다. 교육과정을 크게 의학전교육과정(의예과/의학전문대학원 초반), 임상실습전교육과정(의과대학 1–2학년), 환자 진료를 시작하는 임상실습교육과정의 3단계로 나누어, 각 해당 기간에 의료시스템과학 교육과정을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각 학생의 단계에 맞는 수준으로 초반에는 의료시스템과학의 개념을 대형강의 형식으로 시작하고, 이후 의과대학 1–2학년 임상교육 시기 이전에 중간 규모의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다가, 환자 진료를 시작하는 임상교육 시기에는 의료시스템과학 개념을 적용한 사례 중심 시뮬레이션(practice-based learning)을 베드사이드 교육(bedside teaching) 등의 임상실습 시간을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시스템과학은 미국에서 시작된 의학교육 혁신 아이콘으로 미국의 의료제도 및 의료환경 맥락을 바탕으로 하므로 국내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최근 급격한 사회구조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평균수명과 기대여명 증가, 노령인구 급증, 출산율 저하 등과 맞물린 의료비 상승과 의료보험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심뇌혈관질환과 암 등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질환에 대한 사전 예방과 퇴원 후 관리로의 질병관리체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 의사가 마주하게 될 의료환경은 분명 이전과 다를 것이며,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위에 제시한 교육과정 전면 개편은 교육성과 달성만 고려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부분 개편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각 대학별로 학장단과 교수와 학생이 함께 고심하고 합심하여 기존 교육과정에 점진적이고 효과적으로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이 접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의료시스템과학 개념 정리, 조사지 개발 등 함께 애써 주신 연구진분들과 물심양면 연구를 지원해주신 KAMC 정책연구소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
Figure 1.
Strategies for reorganizing the health systems science (HSS) curriculum in Korea’s medical curriculum. TBL, task-based learning; PBL, problem-based learning; CBL, case-based learning.
Table 1.
Core functional domains of educational content in medical schools
Domain (items) |
Curriculum |
Operating period (duplicate responses) |
Yes |
Pre-medical |
Medical grade 1 and 2 |
Medical grade 3 and 4 |
All grades |
1. Patient, family, and community (2) |
20 (87.0) |
5 (21.7) |
15–17 (65.2–73.9) |
6–8 (26.1–34.8) |
3 (13.0) |
2. Health care structure and process (5) |
17–21 (73.9–91.3) |
1–3 (4.3–13.0) |
8–16 (34.8–69.6) |
7–14 (30.4–60.9) |
0–1 (0–4.3) |
3. Health care policy and process (4) |
20 (87.0) |
1–3 (4.3–13.0) |
12–15 (52.2–65.2) |
6–7 (26.1–30.4) |
0 (0.0) |
4. Clinical informatics and health technology (3) |
17–20 (73.9–87.0) |
3–6 (13.0–26.1) |
12–13 (52.2–56.5) |
9–10 (39.1–43.5) |
1–2 (4.3–8.7) |
5. Population, public, and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4) |
17–21 (73.9–91.3) |
2–4 (8.7–17.4) |
13–15 (56.5–65.2) |
5–6 (21.7–62.1) |
0–1 (0.0–4.3) |
6. Value in health care (4) |
10–19 (43.5–82.6) |
0–2 (0.0–8.7) |
6–13 (26.1–56.5) |
4–14 (17.4–60.9) |
0 (0.0) |
7. Health system improvement (6) |
8–13 (34.8–56.5) |
0–4 (0.0–17.4) |
3–7 (13.0–30.4) |
4–8 (17.4–34.8) |
0 (0.0) |
Table 2.
Foundational and linking domains of educational content in medical schools
Domain (items) |
Curriculum |
Operating period (duplicate responses) |
Yes |
Pre-medical |
Medical grade 1 and 2 |
Medical grade 3 and 4 |
All grades |
1. Change agency, management, and advocacy (3) |
9–14 (39.1–60.9) |
2–3 (8.7–13.0) |
7–10 (30.4–43.5) |
3–7 (13.0–30.4) |
0–2 (0.0–8.7) |
2. Ethics and legal (2) |
16–23 (69.6–100) |
0–7 (0.0–30.4) |
2–6 (8.7–26.1) |
8–15 (34.8–65.2) |
1–4 (4.3–17.4) |
3. Leadership (2) |
16 (69.6) |
7–10 (30.4–43.5) |
6–7 (26.1–30.4) |
6–7 (26.1–30.4) |
2 (8.7) |
4. Teaming (3) |
13–21 (56.5–91.3) |
3–11 (13.0–47.8) |
6–9 (26.1–39.1) |
9–13 (39.1–56.5) |
2–4 (8.7–17.4) |
5. System thinking (3) |
5–7 (21.7–30.4) |
1–2 (4.3–8.7) |
3–6 (13.0–26.1) |
2 (8.7) |
0 (0.0) |
Table 3.
Classification of the health systems science curricula in 11 US medical schools
Name of medical school |
Mandatory longitudinal course |
Special study course or track |
Type 1. Incorporating HSS as mandatory courses with special study course |
|
|
Brody School of Medicine at East Carolina University |
- Society, Culture, and Health Systems |
- Leader in Innovative Care |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
- Longitudinal Science and Health Systems course |
- HSS Master’s Program |
The Warren Alpert Medical School of Brown University |
- HSS |
- Population & Clinical Medicine I & II |
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
- Foundation Clinical Medicine-System Based Practice |
- Scholarly Concentration |
Type 2. Incorporating HSS as a mandatory and longitudinal course |
|
|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School of Medicine |
- Clinical Microsystem Clerkship |
Not found |
- Family and Community Medicine |
Mayo Clinic Alix School of Medicine |
- Science of Health Care Delivery |
Not found |
University of Michigan Medical School |
- Improved Health System Care |
Not found |
- Patient, Population, Systems & Hospital Based Care |
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
- HSS |
Not found |
Vanderbilt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
- Foundation of Health Care Delivery |
Not found |
Type 3. HSS integrated into the entire curriculum as a third pillar of medical education |
|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School of Medicine |
- I-EXPLORE: an integrated curriculum which encompass basic science, clinical science and HSS |
- Special course or tract for HSS: not found |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
- Basic science, clinical science, and HSS are integrated. |
- Special course or tract for HSS: not found |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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