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0년 1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대응하고자 연구개발의 신속한 추진과 신종감염병에 취약한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을 선포하였다[
1]. 이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연구가 가속화됨에 따라 2020년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2023년 6월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70.3%가 최소 1회 이상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으나, 저소득 국가는 32.2%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였다[
2]. 이러한 국가 간 백신 접종률의 격차는 백신 수급에서 국가 간 불평등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저소득 국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에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라 각 국가 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유병률과 사망률에서 인종, 소득계층 간 격차의 발생과 감염병에 대한 노출 위험도가 높은 취약계층의 건강불평등 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
4]. 이처럼 신종감염병의 등장은 질병으로서의 영향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국가 간 또는 국가 내의 건강에 대한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고 대응하기 위한 국제보건(global health)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국제보건은 식민지 시대의 열대의학(tropical medicine)에서 시작되어 보건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세계보건(international health)에서 나아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전 세계 건강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5]. 세계보건은 주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의 건강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를 돕기 위한 상호 간 협력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국제보건은 국경을 초월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직간접적 문제에 초점을 두어 모든 사람들의 건강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6]. 즉 국제보건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건강증진을 위해 선진국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되었던 세계보건과 달리 국경을 넘어 국가 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건강불평등을 줄이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된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가속화로 인하여 전염병, 건강불평등 심화 등이 국내・외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의학교육에서도 국제보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유럽에서는 1951년에 설립된 국제의대생협회연합(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에서 국제보건 향상을 위한 학생들의 참여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서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7]. 북미에서도 1991년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국제보건교육컨소시엄(Global Health Education Consortium)’이 설립되었으며, 2008년 ‘국제보건을 위한 대학컨소시엄(Consortium of Universities for Global Health, CUGH)’이 구성되어 전 세계 교육기관 및 관련 협력기관이 참여하여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정보공유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에 관한 국외 연구는 국제보건교육 현황분석[
8,
9], 교육과정 개발[
10,
11], 교육방법[
12,
13], 국제보건역량[
14,
15] 등 다양한 내용의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2013년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의료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방향성을 고찰하는 내용의 연구[
16]가 발표된 이후로 2020년 단일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의 온라인 수업에서 만족도와 타당도에 관한 연구[
17]가 수행된 것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국내 의과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도 파악되지 못한 실정이다.
국제보건은 ‘2014 한국의 의사상’에서 사회적 책무성으로 갖추어야 할 역할과 역량으로 규정하였으며[
18], 이를 기반으로 의학교육에서는 기본의학교육과정에서 성취해야 하는 졸업성과 중 사회적 책무성에서 국가 내 건강불평등과 관련된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19]. 또한 Accreditation Standards of KIMEE 2019 (ASK2019)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서도 ‘사명과 성과’ 평가영역 중 의과대학의 사명(H.1.1.1)과 졸업성과(H.1.3.1)에서 국제보건의료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보건은 의학교육에서 졸업성과를 성취하기 위하여 교육내용으로 다뤄져야 할 영역이다[
20]. 따라서 국내 의학교육에서의 졸업성과로서 국제보건을 위한 교육을 계획하고 운영하기 위하여 의과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현황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연구결과는 향후 의학교육에서 국내 실정을 반영한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국내 의과대학의 국제보건교육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현황과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요구도를 조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자 및 자료수집
본 연구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이메일로 시행하였다. 설문조사 시행에 앞서 연구윤리 준수를 위하여 가천대학교 길병원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에서 승인을 받았다(승인번호: GBIRB2022-284). 설문조사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의학교육학교실에서 참여에 동의한 32개 의과대학에 이메일로 설문조사 양식을 첨부하여 발송하였으며, 각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여 4개의 설문조사 양식 중 선택하여 응답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설문조사 양식은 (1) 독립된 과정과 특정 과정에서 일부 수업이 있음, (2) 독립된 과정만 있음, (3) 특정 과정에서 일부 수업이 있음, (4) 관련 과정이나 수업이 전혀 없음으로 구분하였다.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은 이메일로 회신받았으며, 총 32개 의과대학의 설문조사 응답결과를 최종 분석자료로 수집하였다.
본 연구에서 최종분석에 포함된 의과대학의 특성으로 설립유형은 국립 9개 대학(28.1%), 사립 23개 대학(71.9%)이며, 소재지는 수도권 10개 대학(31.3%), 비수도권 22개 대학(68.8%)이다. 또한 입학정원에서 50명 이하는 12개 대학(37.5%), 100명 이하는 10개 대학(31.3%), 150명 이하는 10개 대학(31.3%)으로 각 특성의 비율에 대한 모집단과의 동질성 검정에서 p<0.05 수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표본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2. 도구
본 연구에서 활용한 설문조사는 국제보건 관련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현황에 관한 설문 문항을 구성하였다(
Appendix 1). 프로그램 운영현황은 InciSioN UK Collaborative [
8]의 연구결과를 참고하여, 구체적인 교육 현황(정규과정 유무, 교육목적, 교육시기, 교육성과,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방법 등)을 알아보는 자체 개발한 설문조사지를 사용하였으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정 보완하였다. 설문 문항은 응답자의 소속대학, 국제보건교육 요구도, 국제보건 관련 졸업성과와 교육유형,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 및 기타 의견으로 구분하였다. 국제보건교육 요구도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은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하였으며, 교육단계의 적절성은 학년 시기, 교육형태의 적절성은 개설방식에 대한 객관식 문항을 선택하도록 질문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졸업성과는 소속대학의 졸업성과에서 국제보건 관련 내용의 포함 여부를 응답하도록 하였으며, 국제보건 관련 교육유형은 독립된 과정, 특정 과정에서 수업이나 특강, 전혀 없음 등 해당하는 유형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에서는 각 대학 상황을 고려하여 응답할 수 있도록 독립된 과정이 있는 대학, 특정 과정에서 수업이나 특강이 있는 대학, 수업이 전혀 없는 대학으로 구분하여 설문 문항을 구성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독립된 과정이 있는 대학은 해당하는 독립된 과정에서의 교과목 개요(교과목명, 담당교실, 개설학년 및 학기, 필수/선택, 학점, 총시간)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특정 과정에서 수업이나 특강이 있는 대학은 해당하는 수업이나 특강과 관련하여 수업개요(교과목/특강명, 담당교실, 개설학년 및 학기, 필수/선택, 국제보건 관련 수업시간)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독립된 과정, 특정 과정에서 수업이나 특강이 있는 대학은 국제보건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교육여부와 주된 수업방법(강의, 토론/토의, 소그룹, 발표, problem-based learning [PBL], 실습, 역할극, 멘토링, 기타)을 기재하도록 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수업이 전혀 없는 대학은 과정이나 수업이 없는 이유에 대한 객관식 문항을 선택하도록 하였으며, 향후 국제보건 관련 과정의 개설 의향을 객관식 문항으로 질문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 및 기타 의견은 공통질문으로 설문 문항을 구성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에서는 소속대학에서 비교과활동이 있는지를 질문하였으며, 그렇다고 응답한 대학은 제시한 비교과활동 여부를 응답하도록 하였다. 또한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활동에 대한 대학의 지원 여부를 질문하였으며, 기타로 응답한 경우에는 의견을 서술형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은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업무협약기관, 국제보건 전공 교수, 국제보건교육 관련 조직, 기구, 위원회 등 각각에 대한 여부를 응답하도록 하였다. 기타 의견에서는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지원과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서술형으로 작성하도록 질문하였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의 분석방법으로 객관식 문항은 빈도분석, 서술형 문항은 내용분석을 수행하였다. 설문조사의 응답결과는 Microsoft Office Excel 2019 (Microsoft Corp., Redmond, WA, USA)로 정리하였으며, 빈도분석은 Microsoft Office Excel 2019와 IBM SPSS ver. 25.0 통계프로그램(IBM Corp., Armonk, NY, USA)을 활용하였다.
고찰
본 연구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국 3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국제보건 관련 의학교육 현황과 요구도를 분석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의학교육 현황에서는 각 의과대학의 졸업성과에서 국제보건 관련 내용의 포함 여부,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 및 비교과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내용과 교육환경의 현황까지 파악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의학교육 요구도에서는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과 운영형태에 대한 적절성, 개선의견 등에 관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의학교육 현황에서 주요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첫째,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에 관한 졸업성과를 설정한 대학은 32개 의과대학 중 28개 대학(87.5%)으로 많은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을 졸업성과로 포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보건은 직업전문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의사의 역할과 역량으로 공표한 ‘2014 한국의 의사상’에서 사회적 책무성에 해당하며[
18], 이는 최근 개정된 ‘2022 한국의 의사상’에서도 사회적 책무성에서 ‘공중보건과 국제보건 활동’, ‘보건의료 정책 참여’를 역할과 역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21]. 이러한 한국의 의사상을 바탕으로 의과대학 졸업생이 기본의학교육과정에서 성취해야 할 졸업성과가 개발되었으며, 국제보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사회적 책무성은 의과대학에서의 졸업성과로 규정하고 있다[
19]. 이뿐만 아니라 ASK2019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서도 국제보건의료는 의과대학의 사명과 졸업성과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 이처럼 국제보건은 의사의 역할과 역량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의학교육에서도 의과대학에서 추구해야 하는 사명과 졸업성과로 권고됨에 따라 많은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을 졸업성과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국제보건은 의과대학의 졸업성과에 필요한 성과 중 하나에 해당함에 따라 학생들이 졸업성과로 국제보건역량을 성취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의 운영형태는 특정 과정 내 수업 및 특강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32개 의과대학 중 23개 대학(71.9%)으로 가장 많았으며, 주로 의학과 시기에 이론 강의로 개설되는 필수과정에서 1–2시간 수업시간을 배정하였다. 이러한 교과과정 운영현황에 관한 결과는 17개 캐나다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Izadnegahdar 등[
22]의 연구결과에서 과정 내 국제보건에 관한 주제를 다룬 대학 수가 독립된 과정으로 운영하는 대학 수보다 많은 것과 일치된 결과이다.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은 별도의 독립된 과정으로 개설하기보다는 과정 내 수업이나 특강에서 국제보건에 관한 주제를 포함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간호대학에서는 국제보건 교과과정으로 국제간호, 다문화와 관련된 내용의 독립된 과정으로 개설한 대학이 202개 간호대학 중 173개 대학(85.6%)으로 높은 비율로 확인된 바 있다[
23]. 이는 간호교육과 달리 의학교육에서는 국제보건이 독립된 학문영역으로 교과과정에 구분되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의 졸업성과에 해당하는 국제보건역량을 성취하기 위하여 이에 부합하는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 운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의 수업주제는 국제보건 분야에서의 의사의 역할이나 진로, 감염병, 건강 결정요인에 대한 측면에서 주로 다뤄졌으며, 건강형평성, 다양한 배경에서의 인권, 노동 보건 등에 관한 내용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였다. 건강 접근에 있어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돕는 것에 초점을 두는 ‘세계보건’과 달리 ‘국제보건’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건강형평성을 주요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6], 이에 해당하는 ‘국제보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 ‘국가 간 건강불평등’ 등에 관한 수업주제를 다루는 대학은 29개 의과대학 중 40% 내외였다. 특히 ‘인권과 국제보건윤리’, ‘특정 배경에서의 의사소통’, ‘특정 배경에 대한 이해와 성찰’ 등에 관한 내용을 수업주제로 포함하는 대학은 29개 의과대학 중 30% 미만으로 이에 관한 수업주제를 다루는 대학 비율은 저조하였다. 이와 달리 33개 영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국제보건 교육과정을 조사한 Matthews 등[
9]의 연구결과에서 ‘인권과 윤리’, ‘문화적 다양성과 건강’ 등에 관한 주제를 수업에서 다루었다는 교수와 학생의 응답 비율이 각각 70%–80%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의 차이는 다인종 국가의 영국과 다른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국제보건에서의 다양한 배경과 건강에 대한 주제의 중요도가 낮게 반영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다문화 인구는 2018년 100만 명을 넘은 이후로 2021년 110만 명으로 증가함에 따라 한국사회의 인구학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3]. 또한 간호대학에서는 다문화에 관한 독립된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24], 의과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교육에서 다뤄지는 수업주제가 편중되지 않도록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에서 수업주제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의 수업방법은 29개 의과대학 중 27개 대학(93.1%)에서 강의로 진행되었으며, 강의 이외 수업방법으로는 토론이나 토의(37.9%), 발표(31.0%) 등으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영국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학습성과를 다루는 39개의 과정을 분석한 InciSioN UK Collaborative[
8]의 연구에서도 의과대학의 학부과정과 대학원 과정에서 모두 강의가 각각 71.9%, 82.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과 일치하며, 강의 이외 수업방법에서 PBL, case-based learning, 자기주도학습 등이 확인된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은 주로 독립된 과정보다는 특정 과정 내 수업 및 특강의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1–2시간 수업시간 내에서 강의 이외 다양한 수업방법을 활용하는 것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해외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에서의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에서 다양한 수업방법의 적용과 이에 대한 성과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12,
13]. 그러나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국제보건교육에서의 다양한 수업방법에 관한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국제보건교육에서 강의 이외 적용 가능한 수업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은 32개 의과대학 중 27개 대학(84.4%)에서 운영하였으며, 비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에서 주요 비교과활동은 현장실습의 해외임상실습(66.7%)과 해외의료봉사(63.0%), 교과과정 이외 국제보건 관련 특강, 세미나, 워크숍(44.4%)이었다. 국외 연구에서 국제보건과 관련하여 해외임상실습, 해외의료봉사 등의 참여경험은 지식, 술기, 태도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25,
26], 졸업 후에도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는 비율이 유의하게 높게 보고된 바 있다[
27]. 이러한 점에서 국내 의과대학에서도 비교과활동으로 참여하는 해외임상실습, 해외의료봉사 등은 국제보건역량을 성취하기 위한 중요한 비교과과정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관련 현장실습과 국제보건역량 간의 관계를 밝힌 연구는 수행된 바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에서 국제보건 관련 인턴십, 단기프로그램, 국제보건 관련 기구 실습, 국제보건 연구활동, 타문화 체험활동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은 27개 의과대학 중 18.5% 이하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이 특정 활동에 한정적으로 기회가 제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제보건 관련 비교과과정에서는 교과과정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교과활동의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여섯째,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에서 업무협약기관, 전공 교수, 조직 등이 마련된 대학은 31개 의과대학 중 20% 내외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과 관련된 교육환경을 조성한 대학이 적은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제보건이 의학교육에서 독립된 학문영역으로 자리를 잡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업무협약기관에서 대부분 해외 의과대학을 업무협약기관으로 응답하였으며, 의과대학이 아닌 기관으로 응답한 대학은 1개 대학에 불과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에 필요한 현장실습의 기관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업무협약기관의 유무와 기관명을 조사하였으나 구체적인 국제보건교육에 관한 협약내용은 조사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국제보건교육을 위한 협약내용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국제보건교육에서 학생들이 해외임상실습 이외에도 국제보건 관련 기구에서의 실습, 국제보건 연구활동, 국제보건 관련 인턴십 또는 단기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KOICA,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Healthcare) 등 업무협약기관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에서는 국제보건교육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대학 내 조직을 구성하여 졸업성과로 설정된 국제보건역량을 성취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제보건 관련 의학교육 요구도에서 주요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첫째,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은 32개 의과대학 중 31개 대학(96.9%)에서 동의하였으며,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은 전 학년에서 지속적인 과정으로 과정 내 수업으로 운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은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이 조성된 의과대학은 많지 않았다. 반면에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운영에서 과정 내 수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과 같이 실제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에서 특정 과정 내 수업 및 특강으로 운영하는 대학 비율이 가장 높은 것과 일치하였다. 이는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와 현재 상황 간의 큰 차이가 있으나,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의 운영형태에 대한 요구도와 실제 운영 간의 차이는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형태에서 국제보건교육은 주로 과정 내 수업으로 진행되는 현재 상황에서 일부 강의시간으로 배정됨에 따라 다양한 수업방법이 적용되는 비율이 낮고 국제보건과 관련된 다양한 수업주제가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제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으나 실제 교육환경은 이에 미치지 못하며, 과정 내 국제보건 관련 수업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실제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의 운영형태는 일치하나 이로 인한 한계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따라서 개별 단위의 의과대학이 아닌 전체 의과대학이 참여하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차원에서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요구도와 실제 현황 간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개선의견은 교육과정, 교수개발, 교육환경으로 구분하여 각 영역에서 개선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였다.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에서 주요 개선내용으로 국제보건 관련 교육과정 개발, 수업주제 확장, 교육과정 개선 등에 관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특정 과정 내 수업 및 특강의 형태로 국제보건 관련 교과과정이 운영됨에 따라 국제보건교육에서의 체계성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된 북미에서는 CUGH를 통해 교육과 연구자료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의 국제보건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가이드북도 발간되었다[
28]. 이러한 국외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 상황에 맞춘 국제보건교육이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제보건 교육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에서 인력 확충에 대한 개선의견을 많은 대학에서 제시한 결과는 실제 국제보건 관련 교육환경에서 전공 교수, 대학 내 조직 등이 조성된 대학이 적은 것과 일치한다. 이와 더불어 대학 구성원들의 국제보건에 대한 인식 개선, 국제보건 관련 교육참여를 위한 기회 제공, 재정적 지원, 협력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은 대학 차원에서 국제보건교육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은 교육과정과 교수개발뿐만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의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과대학에서 졸업성과로 설정한 국제보건역량을 성취하기 위한 교육과정은 이를 운영하기 위한 교육환경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결과를 통해 의과대학에서의 사회적 책무성을 실현하고 국제보건역량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하여 국제보건 관련 교육경험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위한 교육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의학교육에서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상황을 고려한 국제보건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국제보건교육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의학교육에서의 국제보건교육에 관한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