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의학을 강조하는 보건학적으로 우수한 개념을 갖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경제적 악화, 자연재해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약제, 진료장비 등의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진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이성봉, 2009). 기초적인 의료자원의 부족과 느슨해지는 국가통제, 배급시스템의 약화로 의료체계는 정성운동기에서 장마당, 암시장체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최영인 외, 2006). 의사나 환자들이 약을 구하여 치료할 수 없는 상황, 환자가 의료진을 배제한 채 임의로 암시장에서 매약하고 자가 치료하는 행태로 인해 의료체계와 의학교육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의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진료에 임하여 오고 있었으며 생존과 탈북의 과정에서 의사로서 일을 중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탈북에 성공하여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의사들은 북한과 다른 의료사회문화 환경, 영어 중심의 다른 의학용어의 사용, 남북한의 의료지식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남한에서의 의료체계에 편입, 적응하기에 많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박상민 외, 2011).
이들 북한이탈의사들의 남한에서 의사되기를 위한 교육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향후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한 의료통합을 위하여 남쪽과 북쪽의 의학지식을 모두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북한이탈주민의 진료는 다른 의료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최전선에서 진료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의 의료진을 발굴해 낸다는 점, 셋째, 북한이탈의사들이 남한에서 의사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격인정과정이 효과적일 것이며(북한에서는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했거나 의학대학 통신학부 졸업자 중 의사검정시험에 통과한 경우 의사자격을 인정한다. 고등의학전문학교 및 의학전문학교에서 부의사와 준의사를 양성하였다. 의사들은 보건성이 3년에 한번 주관하는 시험에 따라 6급에서부터 1급까지 한 단계씩 진급할 수 있다[이윤성 외, 2011]) 어느 그룹이 어느 정도의 재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2012년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전문직종의 이탈주민은 늘고 있다. 이들의 재교육, 특히 의료진의 교육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남한에 정착한 북한의사의 의료전문직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통일 후 남북한 의사인력 통합 방안 모색,’(박상민 외, 2011)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건의료인 자격 인정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이윤성 외, 2011) 등의 고찰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앞선 연구들이 국외 사례의 분석과, 자료연구와 북한이탈의사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면, 본 소고는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2009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북한이탈의사들을 재교육하였던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이들에 대한 가능한 교육방법의 도출과정의 실제 경험, 피교육생들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확장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소고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북한이탈의사들에 대한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교육체계의 구축과정과 그 가운데 드러난 문제점, 이탈주민의사들에 대해 교육에 참여하고 함께 임상에 노출되었던 남한 의료진들의 관점에서 본 피교육생들에 대한 평가, 시험의 결과를 통하여 본 이들의 현재의 지식과 의학적 의사소통 가능성에 대한 관찰결과의 제시를 통하여 향후 구조화된 교육지원체계의 구축, 의사자격 인정방안 모색, 더 나아가 남북한 의료 통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하겠다. 특히 2013년 통일부에서 제2하나원에서의 전문인력 재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관련 기관 간에 발전된 논의를 촉발하길 기대한다.
교육대상자의 선정
서울의료원은 2009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북한이탈의사의 한국의사고시 준비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이탈자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학력인정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북한이탈주민 재북학력 인정과정을 거쳐 6년제 의과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한다. 학력을 인정받은 북한이탈주민이 다시 통일부에 자격인정신청서를 제출하게 되고 통일부는 보건복지가족부에 응시자격인정 심사를 요청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심사를 의뢰하여 인정심의위원회의 구술평가를 통해 응시 적격 판정을 내리게 되고 이 대상자는 국시원이 시행하는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응시자격인정 심의결과는 2011년까지 의사 33명 중 23명이 인정되었다. 응시자격인정자들의 국가고시 응시결과는 22명 지원에 8명(36.4%)이 합격하였다(이윤성, 2011). 본원에서는 응시자격인정 심의를 거친 북한이탈의사들에게 학력인정증명서 및 이력서, 자기 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신분과 학력을 재확인 후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준비과정을 교육제공 및 행정지원을 통하여 돕고 있다(표 1).
< 표 1>
사업의 내용
전체적인 교육 프로그램 지원의 구조와 각 기관의 역할은 그림 1과 표 2에, 교육계획의 예시는 표 3에 제시하였다.
<표 2>
<표 3>
본 의료원에서는 2009년부터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의 일반사업 중 하나로 ‘각종 특수 계층의 다양한 교육지원’을 계획하여 특수 취약 계층의 전문인력 중 본원에서 및 다양한 형태의 교육지원을 원하는 자를 교육대상으로 하였다. 주요 진료과들의 순환형 실습교육 및 시험, 각종 임상술기에 대한 교육과정 지원, 시뮬레이션 지원(서울의료원 기본 심폐소생술 교육, 서울 성모 스마트센터 협력), 대학 병원들과 연계하여 5회의 모의 국가고시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원내에 전용공부방을 설치하고, 의학도서관 사용, 실습용 임상가운 제공, 격려 장학금지원, 유관인력 간담회(통일부 정착지원과, 질병관리본부, 하나원 의료진, 서울대, 고려대 교수진과 자문)를 실시하였다. 결과로 4명의 교육생 중 1명이 면허를 취득하였고 2명이 실기시험에 합격하였다. 면허 취득한 1인은 본원에서 인턴 수료하였다.
2010년 교육과정은 2009년의 교육내용과 구축된 연결망을 기반으로 하였다. 대상자들의 시험결과를 기준으로 학습 요구사항이 달라 필기 준비팀 2명과 실기, 필기 동시 준비팀 3명의 두 팀으로 구분하여 일정을 마련하였다. 필기시험 준비 정리 및 실기시험의 체계화를 위해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연계하여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필기 준비 블록강의 및 시뮬레이션센터 임상실기교육을 받도록 하였으며, 의과대학 컨소시엄과 연결하여 필기 및 실기시험을 경험하게 하였다. 원내 임상교육을 강화하였으며, 본원의 인턴 및 레지던트 중 인력을 선정하여 대상자와 국가시험 종결까지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 하반기에는 한국 누가회의 북녘사랑 단체가 임상교육과정 중에 포함되지 않는 예방의학, 의료법 교육 및 실기 집중훈련에 도움을 주었다. 5인의 교육생 중 1인이 면허를 취득 후 본원 인턴 선발되어 수료하였으며, 2인이 실기에 합격하였다. 한 해의 공부로 합격한 대상자가 1명, 2년에 1명으로 통일부의 지원이 1년에 국한되어 있던 것을 지원확대 요청하여 3회까지로 위탁교육비지원을 확대하였다.
2011년에는 지방에 사는 대상자들(G씨, H씨)의 참여로 교육환경뿐 아니라 숙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여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현재까지 미결과제이다. 차선으로 원내 당직실을 공부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일부 숙식 가능하도록 하였다.
2012년에는 필기시험에 합격한 대상자 F씨로 부터 실기시험 전까지 원내 임상실습에 대한 요청이 있어 의과대학에서의 임상실습 형태로 임상과 순환교육을 실시하였다. 실제 국가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하였고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가 많은 대상자임에도 임상실습에서 많은 내용을 처음 접한다고 응답하여 향후 의사고시 합격한 대상자들에게 이런 형태의 임상연수교육이 임상의로서 일하기 전에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증까지의 기간이 오래 소요되어 학력인정 이후 인정심의위원회 대기 중인 대상자들(I씨, J씨)이 본원의 교육생으로 지원하였다. 이에 재정지원이 필요한 원외교육을 제외한 원내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교육 중으로 차후 대상자의 선정 및 지원범위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세부사항
1. 행정적 지원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하였던 지원으로 1, 2차년도에는 공공의료팀 소속의 사회복지사가, 2차년도 이후부터 현재까지 1인의 공공의료팀의 사무관리사가 담당하였다. 교육생의 선정 및 서류관리, 연간사업계획서 및 연간결과보고서 작성 및 관리, 교육생 일정관리, 사업지원비 청구(시보조금 및 통일부), 연세대 의과대학 교육비 지원업무, 타의과대학 및 컨소시엄과 연계를 통한 모의고사지원, 행정적 지원(가운, 식권, 공부방 마련, 도서실이용 등), 만족도조사, 멘토링 프로그램 체크, 기본심폐소생술 교육지원, 국가고시 교재지원, 교육생 조건부 수급자 서류제공 등 서류작성업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2. 원내 교육
원내 임상교육의 목표가 조정되었다. 첫 해인 2009년에는 실기 및 필기시험 대비뿐 아니라 남한에서의 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경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실습하였다. 그러나 단기간의 준비기간 내에,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여야 하는 상황으로 빠른 성과가 필요하여 목표를 국가고시 통과로 축소하였고, 임상실습을 통한 남한 의료제도 적응의 목표는 인턴 이후 과정으로 넘겼다. 공부를 진행하는 중 수급비지원이 끊기게 되므로 이 시기의 생계유지를 위해 병원에서 짜준 고정된 스케줄에 교육을 받는 것이 실제로 어려웠다. 교육 스케줄의 유연한 변경 운영이 필요하였으며, 교육생의 개인적인 요구와 성향에 따라 참여도도 차이가 있어 일괄적인 평가는 어려웠다. 아무런 특별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원내 임상과별 이론교육(문제풀이, 이론강의)은 계획의 수시 변경이 많았으나 교육현장에서 직접 질의가 가능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원내 교육 중 영상의학과의 경우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에서 임상의로서 경험하지 못하였던 엑스레이,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의 판독법, 임상에서 중요한 영상자료 등에 대하여 주 1-3회 정도 1시간씩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오고 있어 교육자의 노하우도 쌓이고 교육생의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 통일부와 서울시의 보조금 예산은 전액 외부교육 및 시험 관련 비용으로 배정되어 맞춤형 원내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유지를 위한 고려가 없이 원내 자원봉사형식으로 운영되어 지속 운영과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3. 원외 의과대학 위탁교육
본원 특성상 연구교육보다 임상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기존 운영되고 있는 대학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벤치마킹 및 북한이탈의사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재원 등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의과대학과의 상시적 연계협력이 필요하였다. 2009년에 개별적 단편적으로 대학들과 연결하였던 것을 2010년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어 교육연구부, 임상실습센터와 연결하여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의과대학에서의 본과 4학년 필기대비 블록 특강교육은 전체적으로 교육내용은 많이 도움이 되었으나 영어, 전문용어, 통일되지 않은 약어로의 강의가 많아 교육생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웠다고 한다. 시험 준비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교육생의 경우 교육 참여로 전반적인 내용의 정리가 되었다고 하였으나 학업 초기의 교육생들은 시간낭비라고 판단하여 참여 중 임의로 중단하기도 하였다. 서울의료원의 진료환경이 실제 임상을 익히기에는 더 용이하나 시험 자체는 별개이므로 실기시험에 이용되는 모의기구나 인형, 모듈이 시뮬레이션 센터에서의 교육, 준비, 모의시험과정에 제공되어 시험과 유사한 환경을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국가고시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여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다.
4. 필기 및 실기 모의고사 참여
1차년도에는 개별적으로 의과대학에 연결하여 시험에 참여시켰으며 무료로 위탁하였던 것이 2차년도부터는 의과대학 컨소시엄과 연결하여 관계된 여러 학교에서 실시되는 필기 및 실기 모의고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기의 경우 본원 담당자가 같이 동행하였고 컨소시엄 담당 교수님들은 담당자가 직접 상황을 보고 문제점을 볼 수 있도록 협조해주셨고, 피드백을 주셨다. 시험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교육생들은 시험의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기를 원하였다.
5.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개인별 학습능력에 따른 지원이 쉽지 않고 본인 스스로 학습에 대한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데 많은 제약이 있고, 사업 담당자가 수시로 교육생들의 학습 진행사항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수련병원인 서울의료원의 인적자원(인턴과 전공의)과 연결하는 멘토/멘티 연결 프로그램 ‘Each & Together’를 진행하였다. 멘토와 멘티는 유무선상으로 수시로 연락하여 학습과정 중의 문제의 해결과 시험 준비의 기술, 실습 등의 도움을 주고받았다. 멘토와 멘티의 성향에 따라 학습효과와 만족도의 차이가 매우 컸다. 인턴의 경우 최근 실기시험 준비과정의 경험이 있고 임상술기를 보여줄 수 있었고, 전공의의 경우 필기시험 준비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2인 정도의 멘토가 연결되는 것이 연속성을 담보하였다. 이 외에 기존 경험 있는 멘토를 다음 해 슈퍼바이저로 하였고, 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인턴과정에 있는 북한이탈주민 의료진을 볼런티어로 하여 돕도록 하였다.
결과 및 이후 과정
1. 시험결과를 통한 평가
2010년 일개 의과대학 임상종합추론 블록에 임한 5명의 교육생(국시 준비기간 3개월-1년 6개월)의 성적은 48.23±10.92의 의과대학 학생 평균 대비하여 34.38-63.54점까지의 분포를 보였다. 2011년 임상종합평가결과의 경우 한 교육생의 경우이지만 백분위 점수는 59점이었으나 정신과와 예방의학, 의료법에 특히 취약하였다. 예방의학과 의료법의 경우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필기 국가고시의 성격상 병태생리의 이해, 진단과 치료의 전반적 내용을 다루므로 준비 첫 해에는 용어의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나 두 번째 지원에는 대부분 필기합격점에 이르렀다. 임상술기, 환자면담시험의 경우 북한에서의 임상과에 따라 술기능력의 차이를 보였으나 해당 임상과가 아닌 경우 검사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였다. 동맥혈검사, 심전도검사, 기관 삽관법, 드레싱 등의 술기에 대해 더 많은 실습이 필요하였고, 금연상담이나 예방접종상담, 환자교육의 부분이 취약하였다.
2012년 시험에서는 필기는 합격하였음에도 실기가 탈락하는 예가 발생하였다. 실기시험 시 총점 자체는 충분하였으나 항목별 점수를 받지 못해 탈락하였다. 변형된 문제유형에 대한 대비가 더 필요하고, 북한 말씨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전반적인 국시원의 평가 의견을 받았다.
2. 교육에 참여했던 남한 의료진들로부터의 피드백 결과
임상과 교육에 참여하였던 전문의와 전공의, 멘토로 참여한 인턴선생님들에게 설문형식으로 피교육생들의 교육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개방형 질문을 통하여 평가하였다. 설문참여자는 남녀 12명(전문의 7명과 인턴, 전공의 5명), 평균 연령이 37세였다.
결핵, 내과계 일반(호흡기, 순환기, 소화기계)질환, 외과계 일반질환, 분만 등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병태생리적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이에 대하여 숙지하고 처방이 이루어졌던 경험은 드문 것으로 보인다. 내과에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진단검사, 영상의학검사나 내시경적 진단을 기능 진단과에서 시행하고 임상의사는 이를 읽고 해석하거나 시술하지 않아 검사 자체나 결과를 처음 접한다고 하였다. 영상의학, 정신과, 기기나 각종 시술의 이해(예, 심전도), 혈액종양내과 등에 대하여는 내용을 처음 접한 것으로 인식된다.
임상술기에 해당하는 비위관 삽입, 복수천자 등의 경험이 없었고 상처 치료에 있어서 무균술 개념의 이해가 부족하였다. 그러나 산부인과 분만, 신경과 검진 등의 경우 실제 해당 임상과에 오래 근무한 북한이탈의사들은 안정적인 술기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역량, 이해도 및 임상능력의 차이가 명확하였다. 북한에서의 의사급수나 근무경력, 시기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의학지식의 정도와 이해도에 대하여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교육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하였다. 교육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습내용의 기둥을 세우고 여기에 덧붙이는 것을 중요한 학습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육생 개인이 먼저 공부하고 문제 풀이한 후에 설명해 주는 방식보다 기본적인 골격을 먼저 설명하여 주고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기본적인 용어로 영어 사용은 매우 커다란 장벽이었다. 40대 이상의 의료진들에 비하여 30대의 의료진들,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 외국어로 선택하였던 교육생들은 기초적인 영어습득의 경험이 있고 비교적 쉽게 영어표현에 적응하였다. 한글의학용어가 통용되고 있다고 하나 표현의 차이들이 존재하여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였다. 의학영어교육과정과 북한의학용어와 남한의학용어, 라틴어, 영어 등의 비교사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차가 크므로 멘토링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나 동기부여나 보상체계가 없어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고 책임 있는 멘토링과 관리, 결과의 피드백이 필요하였다. 복수 멘토(시험을 바로 치룬 인턴과 임상과를 설명할 수 있는 레지던트 또는 전문의)가 효과적인 도움이 된다. 지방에서 거주하시는 분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숙소 마련이 시급하며 국가고시 준비 프로그램 이후의 사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처럼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증이 명확한 기준이 없고, 그 절차가 오래 걸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육생의 선발기준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겠다. 맞춤형 원내 커리큘럼의 개발 및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 프로그램은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여 이탈주민 의료진과 교육 경험자들이 함께 준비하여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3. 국가고시 통과 이후, 인턴 및 레지던트 지원과정
총 4명이 합격하였고 이 중 A씨와 B씨 2명이 2010년과 2011년에 서울의료원 인턴에 선발되어 수련 받았다. 수련의의 지원문제에서 의과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의 서류 미비로 이를 가름하는 다른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여 통일부의 협조공문을 요청하였고 내부방침을 받았으나 향후 절차가 요구된다. 졸업증명서를 통일부의 학력인정서로 대신하고 성적증명서가 없으므로 응시생 평균점수 등으로 갈음하는 등의 방침이 필요하다. 인턴수련 초기에는 어려움을 호소하였으나 술기 습득능력이 우수하고 태도가 성실하여 모두 B등급의 평점으로 수련과정을 마쳤다. A씨의 경우 레지던트의 지원과정에서 서류 미비의 문제가 있었다. 외과 지원과정에서의 실패로 인한 거절감, 응급의학과 일반의 근무 중의 근로여건 등에 대한 문제로 그만두고 현재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 B씨의 경우 우수한 시험성적과 인턴성적에도 본원 가정의학과 지원에 실패하였으나 H 병원 가정의학과에 재지원하여 자신을 피력하고 과의 이해를 통해 선발되어 현재 1년차로 생활하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수련의의 길에 들어서길 잘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역시 영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주변 의료진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지원에서 57세의 H씨가 서울의료원 인턴선발에 지원하였으나 불합격하여 2차 지원과정을 본원 공공의료팀에서 지원하였었다. 그러나 의사소통과 신뢰 부재로 직접 타지역병원에 지원하여 인턴과정에 있다. C씨는 H씨와의 본원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턴을 지원하지 않고 현재 봉직의로 일하고 있다. 시험 준비기간이 짧고 남한의 의학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수련의 지원자들보다 나이가 많은 북한이탈주민 의사들이 우수한 의료기관에 수련의로 지원하여 교육받기에는 의료기관으로서의 부담이 적지 않고 타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슈퍼비전이 가능한 자원하는 국공립의료기관이나 관심 있는 대학병원에서 군 위탁교육 이후 의무부대에 근무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수련의의 추가인력으로 수련 자리를 꼭 확보하고 북한이탈주민 의료협력센터가 구축되어 있는 기관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근무 활동하거나 통일학 분야에서 의학의 통일 전 기반구축연구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건을 두는 방안들이 필요하겠다.
결론 및 제언
통일 이후 어떤 형태에서든 남북 의료제도의 통합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보건의료제도뿐 아니라 의료인력의 교육 및 면허 부여과정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구소련 출신 이민자 의사들이 이스라엘로 유입되었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친이민정책인 귀환법에 따라 의사직종에도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준비기간 동안의 생계를 위한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1년에 걸쳐 히브리어, 의료용어에 대한 교육, 최신의료추세와 임상수기에 대한 기초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의사면허 준비과정을 제공받았다. 또한 이스라엘 보건부는 정부재정을 투자하여 전국의 병원들에 이민자 의사들을 위한 상당수의 레지던트 자리를 추가 배정하였다. 통일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 동서독 의학교류가 어느 정도 활발하게 있었고 동독에도 분단 전의 의학제도가 존속되어 있었으므로 통일 후 의사면허를 그대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의료장비 및 기술의 차이뿐 아니라 여러 사회경제적 문화적 장벽이 지속되어 통합의 어려움을 겪었고 동독 출신 의과대학 학생들의 경우 1990년 이후에는 서독의 규정에 따라 의사실습과정을 거친 이후에만 의사면허가 부여되었다(박상민 외, 2011).
대량 탈북 이전의 통일 준비시기에서의 북한이탈의사들에 대한 일개 기관의 교육의 경험을 통해 현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언할 수 있겠다.
첫째, 의사면허의 준비과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임상활동을 위한 실습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범적으로 지역적으로 나뉘어 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도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겠다. 임상현장에서 피교육생의 요구에 따라 현재까지의 과정이 제공되었으나 전반적인 의학교육의 목표설정과 장기적인 남북 의료통합이라는 전반적인 맥락에서 의학교육 전문가와 병원 의료진, 통일문제 전문가가 같이 준비하여야 한다. 북한이탈의사들을 남한 의사시험에 합격시킬 것인가 아니면 남한의 의료시스템에 적응시킬 것인가? 이들의 역할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일반 시장경제 의료제도에 편입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탈주민의 진료, 남북 의료통합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이들의 역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단기적으로 다른 의료사회문화적 환경을 가진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데 직간접적으로 활동하거나 통일학 분야에서 의학의 통일 전 기반구축 연구에 참여하게 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이 지방에 배치되고 정착되는 경우가 있어 한 기관에서만 교육을 담당할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몇 기관으로 분산되어 교육과 실습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다른 학습목표와 커리큘럼으로 공부하고 임상에 임해왔던 북한의 의료진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조심스럽지만 의학지식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연구가 선행된다면 추후 이들의 자격을 인정하는 기준을 현재대로 인정 심의과정을 거쳐 의사 국가고시를 보도록 할지, 1년 정도의 단기 재교육으로 인정할지, 의과대학에 편입 후 국가고시를 보도록 할 것인지 등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방법으로는 의과대학 학습목표에 대한 지식의 정도 확인과 그에 대한 임상경험, 처방의 경험 등을 확인하거나 구조화된 동일한 설문을 남한 의과대학 졸업반, 수련의들과 함께 평가 비교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의학지식의 차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경제적 악화로 인한 기자재의 부족, 처방 불가 상황이나 왜곡된 의료시스템의 문제에 의한 것인지 의료진의 개개인 차이에 의한 것인지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현재의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정을 위한 인정 심의제가 선택한 구술평가방법이 구체적인 준거와 기준을 가진 평가라 보기 어려워 더 구체적인 기준과 항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이윤성 외, 2011). 최근 인정 심의신청자가 늘었지만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북한이탈의사들 내부에서도 인정 심의결과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셋째, 남한의 의학교재를 이용하여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학용어의 교육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들의 교육을 위해 시험 준비를 위한 필수 의학용어에 대한 남한 의학용어, 영어, 북한 의학용어(가능하다면 라틴어, 러시아어 포함) 대조 의학용어집의 편찬이 먼저 필요하겠다. 남한의료진뿐만 아니라 먼저 의사가 된 북한이탈의사들이 함께 참여한 작업이 필요하겠다. 이후 이는 남북한 공통의 의학용어사전의 편찬작업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된다.
넷째, 인턴 및 전공의의 수련의 정원 확보가 현재로서 시급하다. 북한이탈의사 교육은 의사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 제도에서 이들이 국가고시에 합격하더라도 개별 경쟁해야 하는 구조로 다른 남한 의과대학 졸업생 경쟁자와의 형평성의 문제, 실제 능력의 차이 극복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점, 병원이 추가적인 이득 없이 부담을 수련의의 선발과정에서 그대로 감수하여야 하는 점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1차 지원에 탈락하게 되는 경우 이들은 2차, 3차 지원을 통하여 수급이 비는 지방으로 내려가 인턴을 수료한 후 봉직의나 개원의로 근무하거나 바로 봉직의로 일하는 형식을 택하므로 사후 교육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구소련에서 귀환 의사들의 정착, 통합을 위해 전공의 수련 자리를 마련하였었던 것을 선례로 국내에서도 우선은 경험과 관심이 있는 공공병원, 대학병원들에 추가적인 수련 자리를 보건복지부, 통일부와 논의하여 마련하고 수련을 보장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