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5(1); 2023 > Article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필요성과 실행전략

Abstract

Unlike in the past, standards for the quantity and quality of work expected from medical school faculty are continuously rising, causing changes and stress in various areas. This highlights the need for career development among medical school faculty for professional, personal, organizational, and societal reasons. The role of medical school faculty has become more diverse, leading to an increase in the types and levels of competencies required. Medical schools must support their faculty members with diverse identities in fully utilizing their capabilities to achieve the institution’s mission. Furthermore, societal changes suggest that career development for medical school faculty will become even more crucial in the future. To achieve this, both individuals and organizations must make efforts and play appropriate roles. For this purpose, medical schools use a combination of promotion and tenure evaluations and faculty development programs, while individual faculty members follow a career path within the medical school environment. Medical school faculty must be able to meet the evolving demands at each stage of their careers. It is important for professors, who engage in career development, to have a clear sense of their identity and values, and to prioritize their career goals. Medical schools should also ensure that the implicit messages they convey align with the organization’s explicit values. Finally, proactively preparing for future changes in society and generations is essential from a long-term perspective.

서론

전통적으로 의사와 교수는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높은 수준의 학력과 직업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사회적 인정과 선망을 받아왔다.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서도 이러한 인식은 대체로 유사하였다. 의과대학 교수는 대체로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이자 대학에 소속된 ‘교수’라는 두 가지 지위를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사와 교수가 교집합을 이루었을 때 만들어내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대학병원과 의과대학이라는 환경이 제공하는 몇 가지 측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환경은 흔히 학술의학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아카데믹 메디슨(academic medicine)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1].
아카데믹 메디슨은 의과대학의 세 가지 핵심적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 교육, 연구, 진료를 핵심 요소로 포함한다. 의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세 활동의 시너지를 창출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2]. 기본적으로 의과대학 교수가 임상의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은 단순히 환자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에 더하여, 교육자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후배 의사에게 전수하여 다음 세대의 의료인을 지도하고 훈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과 병원이라는 방대한 조직은 연구자로 하여금 충분한 연구시설의 활용과 다학제적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활동은 궁극적으로 의학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진료활동의 근거를 축적하며, 새로운 발견과 혁신을 가져온다. 연구성과는 다시 의료현장에 활용되며, 다음 세대에게 전수되어 양질의 의료시스템을 지속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과대학 교수가 놓여있는 상황은 이러한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위기에 놓여있다는 경고가 여러 방면에서 보고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의료를 둘러싼 국내・외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과대학 교수는 병원으로부터 진료수익 창출[3], 대학으로부터 연구생산성 증대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4]. 의학교육 평가인증시스템은 진료와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교육 제반의 업무량 증가를 가져왔다[5]. 외부적으로는 사회로부터 의과대학 및 핵심 구성원인 의과대학 교수들이 요구받는 사회적 책무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6], 그 범위도 인구 건강과 웰빙의 증진, 의사결정과 정책 수립, 여러 분야의 고른 인력 양성, 다양한 분야와 협력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의과대학 교수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교수들의 번아웃을 초래하거나 심지어 대학을 떠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7]. 한편, 점차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 학생들에게 과거만큼 의과대학 교수라는 진로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8,9].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적지 않은 비율의 의과대학 교수가 낮은 직무만족도와 높은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는 보고가 지속되어오고 있다. 2020년 국내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5%의 교수가 감정적 소진,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 저하의 세 가지 차원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번아웃을 보고하였고, 47.5%의 응답자는 사직 충동을 느낀다고 하였으며, 우울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도 38.3%에 달했다[10]. 의사 내 다른 직역과 비교했을 때 교수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더 긍정적이었지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는 개원의나 봉직의에 비하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11].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심화되고 있는 전공의 모집과정에서 관찰되는 소위 ‘비인기과’와 ‘인기과’로의 양극화 현상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의과대학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변화와 압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교수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양과 질에 대한 기준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한 가지 이유는 여전히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서는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경력이라는 단어를 ‘거쳐온 직장의 연대기적 나열’이라는 의미로 협소하게 생각한다면 조직에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의과대학 교수에게 경력개발이라는 개념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과대학 역시 교수의 경력개발을 본교의 공통시스템에 맡기거나 개별 교수의 자율에 의존하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과대학 교수는 다른 단과대학의 교수와는 업무 및 활동양상이 다르며, 심지어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공이나 역할에 따라서 경력개발의 접근방식이나 기회도 크게 다르다[12]. 또한 경력개발은 개인의 경력에 머물기보다는 조직의 미션과도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과대학에서의 교수개발은 조직(의과대학)의 적극적인 관심하에 개인(의과대학 교수)의 역량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선 경력과 경력개발의 의미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살펴보고, 의과대학이라는 맥락 속에서는 경력개발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어서 경력개발에 대한 조직(의과대학)의 역할을 교수업적평가제도와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개인(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이행과정을 채용, 오리엔테이션, 탐색, 참여, 발전, 은퇴의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서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력과 경력개발의 의미

1. 경력

우리말 경력은 지날 경(經)과 지날 력(歷)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지내 옴’ 또는 ‘겪어 지내온 여러 가지 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한편, 경력으로 가장 흔히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career이다. Career는 ‘바퀴가 달린 차량(wheeled vehicle)’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carrus를 어원으로 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명사로 career의 정의는 “an occupation undertaken for a significant period of a person’s life and with opportunities for progress”와 같고,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에서는 “a profession for which one trains and which is undertaken as a permanent calling”으로[13], 콜린스 영어사전에서는 “the job or profession that someone does for a long period of their life”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통점으로 확인되는 것은 career의 의미를 직업(occupation), 전문직(profession), 천직/소명(calling), 직장(job) 등 직(職)이라는 의미를 둘러싼 단어와 관련하여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단어들은 서로 유사하면서 동시에 조금씩 구별되는 의미와 강조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calling과 vocation은 우리말에서 주로 천직 또는 소명으로 번역되며, 주로 영재성(giftedness)이나 신성(divinity)의 부름에 따라 개인의 성취 및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추구하는 특정한 목적의식이나 지향성에 초점을 둔다[14]. 반면, 직업(occupation)은 보수를 받고자 하는 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성취나 영향력처럼 내면에서 동기 부여된 특정한 목적의식을 추구하는 소명과 구분할 수 있다[2]. 따라서 만약 어떤 사람이 뚜렷한 소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소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종사하는 직업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직업은 포괄적으로 직업군 또는 업종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역할이나 조직 내의 자리(position)를 의미하는 직장(job)과 구분된다.
전문직이라는 용어는 의과대학 교수가 단순히 하나의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의과대학 교수에게 다양한 사회적 책무가 요구되는 이유는 이러한 전문직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ruess 등[15]은 전문직의 정의를 제안하며, 전문직이란 ‘복잡한 지식과 기술의 숙련을 근간으로 하는 일이 핵심인 직업(occupation)’이면서, ‘지식과 실천을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service)에 활용할 소명(vocation)’이라고 설명하였다. 유사하게 Yam [16]은 어떤 직업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위한 특성을 여섯 가지(광범위한 이론적 지식 기반, 전문분야에 대한 적법한 전문성, 봉사를 실천하는 이타적 헌신, 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자율성, 대의 기구가 관리하는 윤리 및 행동강령,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로 정리하였다.
이처럼 경력과 관련된 여러 단어의 뉘앙스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점차 연구자들은 한 사람의 경력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경력을 단순히 직업 또는 직장과 같이 겉으로 보여지는 요소로만 국한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력에 대한 이해와, 경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객관적인 요소를 넘어서 개인이 가진 고유한 관점이나 태도를 포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이 연속적인 변화과정 속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며 부여하는 주관적인 의미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7].

2. 경력개발

경력개발, 즉 경력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에는 경력개발이 수 년 정도의 기간 내에 이뤄지는 직업선택이라는 발달단계처럼 여겨졌지만, 점차 초기 성년기에 완수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평생에 걸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18]. 경력개발이 평생에 걸쳐 이뤄진다는 개념은 1982년 Sears [19]가 제시한 정의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그녀는 경력개발을 한 개인의 생애에 걸쳐 경력을 형성하는 무수한 심리적, 사회적, 교육적, 신체적, 경제적, 우연적 요인의 총체라고 설명하였다. 유사하게 1980년 Wolfe와 Kolb [20] 역시 경력개발이 단순히 직업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는 한 사람의 삶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맥락의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의과대학 교수가 좁게는 의과대학, 넓게는 대학이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학술적 경력개발(academic career development)의 특성을 가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학술적 경력개발은 ‘대학, 연구소, 학회 등과 같은 학술기관 또는 고등교육기관에서 교육, 연구, 행정과 같은 일을 수행하는 학자들의 경력개발 프로세스’로[21], 아카데미아(학계)가 갖는 몇 가지 특징에 초점을 둔다. 전형적으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원 과정과 같은 학술적 훈련을 거친다. 흔히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으로 대표되는 학술적 훈련은 하나의 분야에서 고도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과정이면서, 훈련받은 분야에 대한 높은 호기심과 흥미에 기반한 강력한 내적 동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 이들은 산업계 등과 비교하여 다소 낮은 임금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그 대신 자기 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과 같은 근무조건을 매우 중요시한다. 다만, 분야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학계가 고령화되어가는 경향이 있고,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에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현재 아카데미아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경력개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은 경력에 관한 이론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사회인지이론에 기초한 사회인지진로이론(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은 개인의 인지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경력과 관련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론에서는 한 개인의 경력개발 및 그와 관련한 결정에는 능력이나 신념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사회적 지지나 대인관계와 같은 맥락적 특성이 모두 작용함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개인의 특성, 맥락적 요인, 행동 사이에서는 양방향적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의 기술과 능력과 같은 특성이 행동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환경 또한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종합한다면, 경력의 의미가 객관적 요소(직업, 이력)와 개인적 요소(주관적 의미)를 포함한다면, 경력개발은 여기에 더하여 관계와 환경, 맥락적 요소 등 경력의 변화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와 요인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력개발의 필요성은 의과대학이라는 조직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며, 이어지는 경력개발의 필요성은 이러한 맥락에서 서술하고자 한다.

경력개발의 필요성

그렇다면 의과대학 교수에게 경력개발은 왜 필요할까? 전술한 바에 따르면, 경력 및 경력개발은 (1) 일차적으로는 직업이나 직장과 관련되어 있으나, (2) 객관적 측면을 넘어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구성하는 정체성을 포괄하는 전인적 문제이기에, (3) 일시적이거나 특정 기간에 한정되기보다는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작업이고, (4) 개인 특성 외에도 대인관계 및 환경적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의 연장선상에서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필요성 및 전략도 직업적, 개인적, 조직관리적, 사회변화적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Table 1).
첫째, 직업적 측면에서 경력개발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의과대학 교수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서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각 역할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요구되는 역량의 유형 및 수준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의과대학 교수가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11]. 의과대학 교수로서 오랜 기간 근무하더라도 경력 단계(초기, 중기, 후기)가 변화하면 그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역할 변화와 역량 개발을 해나가야만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22].
시기별로 살펴보았을 때, 먼저 의과대학 교수 경력의 초기 단계는 교수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주된 과제인 시기이다. 예를 들어, 임상교수의 경우 경력 초기는 기존의 임상적 전문성과 업무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학술적 성과(논문)와 일정 정도의 교육적 역할도 요구받는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이탈(attrition)이 발생하는데, 한 연구에서는 새로 임용된 교수의 약 1/3이 3년 이내에 사직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23]. 이어지는 경력 중기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정서적 소진 수준은 높고 활력 수준은 낮아 가장 번아웃에 취약한 시기로 보고된다[24]. 부족한 경험을 핑계로 실수가 용인되는 “허니문” 시기는 이미 지나간 반면, 여러 위원회와 행정적 역할, 높은 생산성과 함께 전문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립할 것을 요구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경력 후기의 과제는 역량이나 생산성의 저하보다는 역할의 우선순위와 가치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직업적으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와 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반대로 점차적으로 은퇴를 염두에 두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존에 맡고 있었던 역할이나 권력이 축소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가까운 이의 상실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의과대학 교수는 이처럼 경력의 단계마다 해결해야 할 요구에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입장에 놓여있기에, 각 시기에 맞는 적합한 경력개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개인적 측면에서 경력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경력이 단지 직장이나 업적과 같이 일시적 사건이나 외면적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포괄하는 전인적 문제로서 한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교수로서의 정체성은 교수가 되기 전부터 지녀왔던 개인적 정체성이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다[25]. 개인적 정체성에는 대체로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성별, 인종, 성격 등)과 환경과 경험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종교, 문화, 교육 등)이 있다. 추가로, 의과대학 교수에게는 본격적으로 교수 경력을 시작하기 전 거쳐온 학술적, 전문직업적 훈련과정의 특성(전공분야, 수련 및 학위수여기관, 지도교수 등)에 의해 형성된 학문적 정체성도 중요하다. 즉 의과대학 교수라는 호칭으로 동일하게 불리더라도, 개별 교수의 정체성은 매우 이질적이기에 직업적 공통성 외에 개인적 측면을 고려한 경력개발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 사회적, 학문적 정체성이 어떻게 조화되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경력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삶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26].
일부 개인적 정체성은 특정 의과대학 교수에게 경력개발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체계의 필요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여성[27]이나 과소대표되는 소수집단(underrepresented minorities)으로서의 정체성[28]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별 간 차이는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영역이기도 하여, 선행연구에서도 이들이 경력개발과정에서 겪는 불리함과 차별을 조명한 바 있다[29]. 예를 들어 여성 교수들은 남성 교수에 비해서 경력개발과 관리에 필요한 적절한 자원과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거나, 네트워킹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거나, 경력개발에 대하여 충분한 옹호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30,31]. 뿐만 아니라, 동등하거나 월등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서조차 남성 교수에 대한 암묵적 선호 혹은 여성 교수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향이 합당한 승진 및 테뉴어 보장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한다는 것이 지적되어왔다[32].
셋째, 조직관리적 측면에서 조직이 선언한 사명과 비전, 핵심 가치, 교육목표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교수의 역량이 조직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이 위대한 교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교수가 만들어내는 산물이 곧 의과대학[33]’이라거나, ‘교수는 의과대학의 가장 중요한 자산[34]’이라는 말은 의과대학에서 교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문구라 할 수 있다. 다만,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의과대학 교수가 자연히 조직의 사명을 자신의 목표와 일치시킬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의과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역량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과대학 교수의 직무만족도 저하 및 번아웃에 대한 관리가 대표적이다. 낮은 만족도와 높은 번아웃은 교수진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조직 입장에서도 퇴직이나 이직과 같은 조직이탈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수진의 활력(vitality)을 향상시킬 필요도 있다. Viggiano와 Strobel [35]은 활력을 ‘개인이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목표 및 소속 조직의 사명에 중요하고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능력’으로 정의하며, 활력은 ‘조직의 혈액과 같아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너지 상태’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은 교수들이 스스로 활력을 알아서 생성하고 지속시킬 것이라고 방임하기보다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동기부여, 성취, 성장, 보상 등을 얻고,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활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변화에 따른 측면에서 경력개발은 의과대학이 다가올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변화에는 조직(고용인)과 직원(피고용인)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 합의의 변화가 대표적이며, 이는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라고도 불린다[36]. 전통적으로 고용이 대체로 안정적이었던 과거에는 ‘조직은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직원은 장기적 충성과 헌신을 제공하며,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이 될 것이다’는 심리적 계약이 조직과 직원 사이에 공유된 지배적인 가정이었다. 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러한 가정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직원은 자기개발을 자신의 채용 가능성을 높게 유지시키는 일종의 보험으로 여기게 되었고, 유사하게 조직도 고용안정성 대신 이직을 하더라도 쓸모가 있는 휴대 가능한(portable) 경력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먼저 겪은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정년트랙의 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반대로 비정년트랙의 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약 70%에 달한다[37]. 비록 아직까지 우리나라 의과대학과 의과대학 교수의 관계는 전통적인 심리적 계약이 좀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향후에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할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비가 필요한 또 다른 사회적 변화는 세대 교체이다. 한 조직이 존속하는 과정에서 기존 세대의 은퇴와 신규 세대의 유입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의 MZ세대 담론이 보여주듯, 시대와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세대는 직업과 직장은 물론, 더 넓게는 경력과 삶에 대해 기존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다. 개인의 가치와 기대가 조직의 가치 및 지원체계와 일치하지 않을 때, 조직 이탈의 가능성은 높아진다[38].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에 새롭게 유입될 의과대학 교수들이 중요시하는 개인적 가치나 경력개발에 대한 기대도 과거와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의과대학은 여기에 맞춘 경력개발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경력개발에서 조직과 개인의 역할

전술한 경력 및 경력개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경력개발 또는 관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개인 모두의 실천이 요구된다. 이어질 부분에서는 우선 조직(의과대학)이 어떠한 제도를 활용하여 경력개발과 관리를 지원하거나 유도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경력관리제도와 현황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어서 개인(의과대학 교수)의 관점에서는 경력개발과정에서 어떠한 단계를 이행해 나가는지 설명할 것이다.

1. 조직의 역할: 경력관리제도와 현황

의과대학에서 경력관리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교수업적평가제도와 교수개발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교수업적평가제도란 각 대학이 업적평가를 위한 자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일정 기간 개별 교원이 이룩한 업적을 정량 및 정성적으로 측정한 뒤, 기준에 따라 달성도를 판정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업적평가 결과는 일반적으로 진급, 승진, 재임용, 정년보장 등에 활용되므로, 총괄평가의 성격이 강한 규제체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5년째 적용되고 있는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인 ASK2019 (Accreditation Standards of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2019)에는 교수업적평가제도를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기본기준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맞추어 사실상 모든 의과대학이 교수업적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업적평가제도에도 한계가 있어서, (1) 교수 간 역할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예: 모든 임상교수를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 (2) 특정 영역의 일부 활동에만 편중된 평가(예: 다양한 형태의 교육활동 중 학생 강의와 실습 시수 중심의 평가), (3) 계량 가능한 영역에만 의존하는 평가(예: 연구분야별 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 등이 지적된 바 있다[39]. 이와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자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있어왔으나, 여전히 연구성과가 업적평가에서 다른 업적에 비해 불균등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한계와 정량적 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정성적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40]. 한편, 연구성과의 평가에 있어서도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IF) 및 주저자(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서의 참여를 강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비록 이에 대해서 국내 의과대학의 최근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제한적이나, 온라인에서 검색 가능한 일부 의과대학의 임용 및 승진 업적평가 규정을 살펴보면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최소 숫자를 명시하거나(예: 주저자로 게재한 논문을 세 편 이상 요구), 저자의 수 유형에 따라 업적점수 반영 비율에 차등을 두거나(예: 총 저자 수가 2인일 경우, 주저자는 70%, 공저자는 30% 인정으로 차등), IF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우(IF 20 이상인 경우 300%, 15 이상인 경우 250% 등으로 가중)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캐나다 의과대학의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기준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기준에 IF에 대한 언급이 있는 의과대학은 전혀 없었으며, 저자 유형을 언급한 대학도 절반을 넘지 않았다[41].
트랙제도는 경직된 업적평가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트랙제도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첫째,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트랙제도는 교수로서의 신분보장 여부에 따라 구분하는 방식인 정년(tenure)트랙과 비정년(non-tenure)트랙의 구분이 있다. 미국교수연합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는 정년보장의 목적을 크게 학술적 자유도(academic freedom)와 경제적 안정성(economic stability)이라는 두 가지 목표와 연결 짓고 있다[42]. 다만, 정년보장 그 자체만으로는 교수의 다양한 요구와 책임을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최근 수십 년간 미국 의과대학에서 점진적으로 정년트랙 교수의 비율이 감소해온 이유로 꼽힌다[43]. 이렇게 보자면, 두 번째 유형인 교수를 전공분야 또는 소속 교실에 따른 트랙으로 구분하는 방식(예: 기초의학, 임상의학, 인문사회의학)이나, 세 번째 유형인 집중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에 따라서 트랙을 구분하는 방식(예: 교육트랙, 연구트랙, 진료트랙)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과대학이 업적평가를 통하여 경력개발 및 관리에 개입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발표된 보고서에서 이미 약 국내 의과대학 중 42%가 특화된 교수트랙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44]. 특화된 교수트랙이 있는 경우, 의과대학은 대부분 임용 및 승진기준과 연계하고 있었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업무량이나 성과급 등과 연계하기도 하였다. 동일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를 들어 A의과대학은 연구트랙에 있는 임상교원에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자 임상업무를 20%–40%가량 경감해주었다. B의과대학은 교원이 특성화 영역(연구, 교육-연구, 교육, 진료)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영역에 따른 업적의 반영비율을 다르게 하여 이에 기반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각 의과대학이 의과대학 교수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업무 및 활동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체계라고 할 수 있다.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승진과 정년보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총괄평가 성격을 갖는 업적평가제도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평가가 학습을 유도한다’라는 말처럼, 교수들도 일차적으로는 자신이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지에 따라 중요시하는 업적, 업무, 활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적평가제도만으로는 경력관리와 개발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위해서는 교수개발 프로그램과 업적평가제도가 균형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뤄야 한다. 물론,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교수업적평가제도와 완전히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ASK2019 중 교수업적평가제도에 관한 기본기준에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관련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특히 모든 신임교수에게 ‘의학교육을 위한 15시간의 연수과정을 이수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준은 일선 의과대학에서 교수업적평가 시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연수 및 교수개발 활동 참여를 의무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소간의 의무적 성격이 있더라도, 교수개발은 대체로 교수의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대학 주도의 업적평가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다. 교수개발의 정의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즉 과거에는 “교수의 역할을 갱신(renew) 또는 지원(assist)하기 위해서 조직이 활용하는 다양한 활동”을 의미하였다면, 보다 최근에는 “교수자, 교육자, 리더, 관리자, 연구자, 학자로서 자신의 지식, 기술, 행동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건의료전문직이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과 같이 당사자의 능동적인 행위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45,46]. 뿐만 아니라, 교수개발의 목표도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더 많은 시간 동안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참석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학습한 것을 실제 직무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하면서 강의실 중심의 일회성 집체 교육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교수개발의 유형은 접근법(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을 하나의 축으로, 학습의 맥락(개인적 또는 집단적)을 또 다른 축으로 하여 네 개 사분면으로 구분해보면 더욱 확연해진다[46]. 첫 번째 사분면은 공식적-집단적 접근법으로, 여기에는 가장 익숙하고 흔한 형태의 교수개발 프로그램인 워크숍(일회성)이나 워크숍 시리즈 및 펠로우십 프로그램(다회성, 종단적)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사분면은 공식적-개인적 접근법이며, 여기에는 피어 코칭, 동료 및 학생으로부터의 공식적 피드백, 개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온라인학습 프로그램 등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비공식적-집단적 접근법으로, 직무기반학습(work-based learning)이나 실천공동체(communities of practice)가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비공식적-개인적 접근법은, 실천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 관찰을 통한 학습(learning by observing), 경험에 대한 성찰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네 가지 접근법의 효과를 공통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멘토링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경력개발을 위한 교수개발을 다룬 선행연구에서 멘토링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흔하게 사용되는 접근법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분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멘토링을 중심으로 하면서, 상황과 주제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을 적절히 조합하여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개인의 역할: 경력개발 단계의 이행

경력개발에서 조직의 역할이 경력개발에 필요한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것이라면, 개인의 역할은 경력개발의 단계에 맞는 목표와 과업을 수행해가며 안정적으로 경력을 유지, 관리,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소절에서는 경력개발의 단계를 설명하는 여러 모형 중 의과대학 교수에게 적용 가능한 Leslie [26]의 경력개발사이클(career development cycle)이나 Viggiano와 Strobel [35]의 경력관리 생애주기 모델(career management life cycle model) 등 몇 가지 모형을 종합하여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단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각 단계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 및 접근법을 살펴보고자 한다(Figure 1).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수련 및 학위과정 이후를 생각한다면, 채용(recruitment)은 의과대학 교수라는 경력개발의 첫 단계가 된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경력개발의 한 가지 접근법은 채용기관과 지원자의 두 주체 사이에서 상호 적합성(fit)을 확인하는 절차가 될 수 있다. 적합성을 확인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치, 요구, 목표, 기대 성과가 정렬되어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렬되게끔 조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35]. 물론 상황에 따라 채용기관의 입장에서는 당장 한 명의 인력 충원도 긴급할 수 있고, 반대로 지원자 입장에서도 어디에든 빨리 직장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호 적합성’과 ‘가치와 기대의 정렬’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개인 수준에서 보았을 때, 자신과 기관의 가치가 어긋나는 것은 일차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활력과 만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면서, 심한 경우는 조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47]. 조직 수준에서 보더라도 일부 연구에서는 한 명의 교수가 이탈하고 그 자리를 다시 충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48]. 따라서 이러한 잠재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에게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가능하다면 문서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음 단계는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과 탐색(exploration)이다. 채용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본격적으로 의과대학 교수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게 되며, 이 초반의 시기를 신임교수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오리엔테이션 단계의 핵심적 경력개발 전략으로서 조직은 흔히 신임교수 워크숍으로 불리는 공식적인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통하여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예: 사명과 핵심 가치, 역사와 문화, 주요 정책, 의사결정 구조와 절차, 시설 및 지원 등)를 전달해야 한다[35].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조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게 될 동료 및 기존 구성원과의 네트워킹 기회가 되기도 하며, 동료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른 구성원은 특정한 역할(예: 교육자)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단계에서는 채용 단계에서 탐색했던 상호 간의 역할, 책임, 기대를 보다 명확히 할 수도 있다.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 습득한 정보와 네트워크는 뒤따르는 탐색 단계의 기반이 된다. 탐색 단계는 본격적으로 경력목표 수립과 경력개발 활동에 착수하기에 앞서, 어떠한 선택지와 기회가 존재하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경력개발 기회가 있으며, 그 기회에 어떻게 접근 가능한지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것은 이어지는 경력개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오리엔테이션 시기에 충분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당장에 세부적인 사항까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26]. 정년보장 심사에 관한 구체적인 정량 기준과 같은 것이 한 예시이다. 따라서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 제공되는 ‘미래 상황을 대비한 정보 제공(just-in-case information)’도 중요하지만, 특정 활동을 수행하기 직전과 같이 ‘꼭 필요한 시점에 제공되는 교육(just-in-time learning)’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이는 비단 경력 초기 단계의 교수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왔던 교수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된다.
이어지는 단계는 참여(engagement)와 발전(development)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핵심적 경력개발 접근법은 자신의 경력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검토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목표 설정은 멘토나 해당 부서 리더의 지지와 참여 속에 협력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조직이나 상급자가 개인을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경력개발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개인과 조직의 목표가 정렬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필요시에 자원과 지원을 제공하며, 뒤따르는 모니터링을 용이하게 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일부 학자들은 경력개발을 위한 목표 설정에는 흔히 사용되는 SMART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에 E (equitable,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공평하고 정당해야 함)와 R (respectful, 개인적인 삶을 존중해야 함)을 추가한 SMARTER이라는 프레임워크가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35].
이렇게 수립한 목표는 구체적인 개인 발전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검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개인 발전계획에 담을 수 있는 내용으로는 (1) 자신의 목표는 무엇인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3) 활동의 결과로 무엇을 성취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4)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5) 후속 단계에서는 어떠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있다. 하지만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발전계획이 실제 직무에서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요소(목표, 자원, 훈련, 멘토링, 기회, 평가, 보상, 성찰)가 잘 정렬되어야 한다[35]. 발전계획의 실행에 뒤따라야 하는 것은 성과에 대한 검토이다. 성과 검토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에는 (1)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는지, (2) 아직 어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지, (3) 진행과정의 장애요인은 무엇이었는지, (4) 더 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이며, 조직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이 있다. 목표 설정 단계에서 개인과 조직의 요구를 정렬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과 검토 단계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교수 경력의 마지막 단계는 은퇴(retirement)이다. 일반적으로 은퇴는 정년이라는 나이에 따라 직임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생산성 혹은 활력의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년을 맞아 대학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다른 기관으로 이직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음으로써 지속적인 사회적 기여와 성취를 보여주곤 한다. 이처럼 의과대학 교수라는 자리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개인과 전문직으로서의 삶이 이어지기에, 중요한 것은 은퇴를 경력의 어느 한 시점에 발생하는 사건으로 바라보기보다 지속적인 경력개발 과정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26].
이 단계에서 특징적인 것은, 흔히 은퇴를 종종 보통 50대 중반에 접어든 이후 남은 재직 햇수가 많지 않은 사람들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통념이 있고[49], 이것이 경력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시기에 이르면 누구나 교수로서의 오랜 경험이 있으므로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은퇴는 의과대학의 정책이나 교수개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주제로 밀려나게 된다[50]. 하지만 실제로는 경력 초기나 중기에 못지 않게 경력 후기에 있는 의과대학 교수도 다양한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은퇴 결정에는 본인의 건강, 경력 전환계획(transition planning), 배우자의 의견, 재정 상황 등이 주요 요인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50], 이 시기에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문제는 교수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친숙한 직업적인 영역보다 개인적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멘토 역할을 해온 시니어 교수일지라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언 및 이러한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를 필요로 할 수 있다.

경력개발을 위한 실행전략

지금까지 경력개발의 개념, 필요성, 단계에서 설명한 것을 토대로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을 위한 전략을 크게 네 영역으로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Table 2).
첫째, 직업적 측면에서 경력의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관심과 조직의 투자가 모두 필요하다. 즉 의과대학 교수는 자신이 현재 어떤 단계에 놓였는지, 어떠한 역할을 주로 요구받고 있는지, 현재 상태에 필요한 경력개발 활동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의과대학은 이러한 적절한 자원을 투입하여 경력개발을 추구하는 개별 교수에게 시기와 단계에 부합하는 경력개발 기회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시기에 따라 경력개발의 요구를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경력 초기에는 분야에 무관하게 의과대학 교수로서 새롭게 주어지는 역할에 대한 공통적인 요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연구와 관련해서 연구비 수주를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법, 연구과제 유형 및 지원요령과 같은 것이 있다. 교육에 대해서는 교수자로서의 준비를 위한 교수법 교육(teaching to teach)도 필요하며, 대형강의 및 소그룹 교수학습,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육, 문항 작성, 수업설계 등이 해당된다. 심지어는 진료에 관해서도 지도감독이 없이도 숙련되고 독립적인 의료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진료 수입과 실적도 신경써야 하는 이행과정상의 어려움을 겪곤 한다[51].
경력 중기로 접어들면 개개인의 경력 경로가 점차 분화되어가면서, 초기와는 달리 교수마다 매우 다른 요구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경력개발의 방식도 경력 초기보다 다양해지며, 특히 학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진 선배 교수의 지원(스폰서십)이나 멘토링, 유사한 경력목표를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동료와의 네트워킹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에는 직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자녀와 노쇠해져가는 부모 등 개인적인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번아웃을 겪기도 한다[22]. 따라서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이러한 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이 가정 친화적 승진 및 테뉴어 정책을 제공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52].
경력 후기로 접어든 후 여전히 많은 의과대학 교수가 기존의 역할과 생산성을 유지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량이 축소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 전까지는 중요성이 낮았던 역할의 비중이 늘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내・외에서 각종 조직이나 단체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후배 교수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후학 양성을 위한 멘토링과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한다[51]. 따라서 이 시기에는 이처럼 변화하는 역할을 준비함과 더불어, 은퇴에 대비한 계획 수립이 중요한 경력상의 요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단계에서든 단일한 프로그램으로 모든 교수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동일한 경력 단계에 있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전공분야, 조직문화,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전혀 다른 요구를 느낄 수 있으며, 이는 교수개발의 현황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53]. 따라서 일반적인 교수개발에서 요구조사가 중요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경력개발을 위한 교수개발 프로그램도 개인의 상황과 조직의 맥락에 맞는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적 측면에서는 경력개발의 주체이자 당사자로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경력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고, 이 우선순위가 궁극적으로는 평생에 걸친 경력개발의 과정 속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영향을 미친다. 단, 정체성 형성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작업임을 고려해야 한다[54]. 개인적 작업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정체성(예: 연구자, 임상의사, 교육자)을 잘 조화시켜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으로 통합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수준에서 정체성 형성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인 협상임을 의미하며, 정체성 형성에는 관계적 측면(예: 나와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과 집단적 측면(예: 내가 현재 소속되어 있거나 미래에 소속되고자 하는 집단의 영향)이 존재한다[25]. 종합하면, 개개인은 경력관리와 개발에 앞서 자신의 정체성(개인적), 주변 사람의 다양한 관점(관계적), 조직의 가치와 문화(집단적)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경력의 의미와 성공의 정의에 대해 성찰해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은 개인이 이러한 성찰을 하도록 유도하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셋째, 조직관리적 측면에서 의과대학은 교수에게 전달되는 암묵적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사명선언문 등을 통하여 이상적으로 표명하는 가치와 정책적 의사결정 및 조직문화에서 현실적으로 중시되는 것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생에게 수업에서 얻은 지식보다 병원에서 얻은 경험(잠재적 교육과정)이 더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처럼, 제도와 문화, 동료의 시선을 통해 의과대학이 표면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교수들도 마찬가지이다[55]. 즉 개인과 조직 간 가치의 정렬은 표면적인 문서 수준이 아니라, 근원적 수준에서 조직의 구조와 정책, 문화, 자원 투입까지를 포괄해야 한다. 한 가지 전략은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정렬될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정교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동일한 목적의 정책이라도 개별 의과대학 교수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해외에서는 연구업적 평가에 비전통적 기준을 새로이 도입하거나 비중을 늘리려는 방향의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56]. 그 이유는 오로지 개인의 성취에 초점을 둔 전통적 기준(논문 편수, IF, 주저자 여부 등)과 달리, 비전통적 기준(예: 연구데이터 공유,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 대안적 연구성과 공유방식[SNS] 활용 등)을 강조함으로써 연구자가 높은 수준의 성과를 추구하는 동시에 학술공동체와 대중에게 더 큰 부가가치를 제공하게끔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57].
마지막으로, 사회변화적 측면에서 의과대학은 의과대학 교수라는 경력에 관심을 가지는 후속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한 차세대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 및 관리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점차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교수라는 직위가 주는 사회적 지위나 명망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으로 일컬어지는 직장의 시간적 유연성, 적당한 업무량, 더 높은 소득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생들도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58].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 의대교수라는 경력에 유입될 사람들이 어떤 계기에 의해서 유입되며, 반대로 어떤 이유로 의과대학 교수직을 기피하거나 포기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력개발을 둘러싼 조직과 구성원 사이의 심리적 계약은 정년보장이라는 고용안정성이 전제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서로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36]. 이러한 맥락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전임교원은 대부분 정년을 보장받았거나 정년트랙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경력개발에 대한 조직의 책임을 높이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정년트랙 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미국의 상황,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작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학령인구의 변화, 의과대학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학생의 인식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변화 등이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에 어떠한 파급효과로 다가올지는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결론

사회와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의과대학 교수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필요한 역량과 수행할 업무의 기준도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서는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으로 인하여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이유 외에도, 의과대학 교수 개인에게도 경력개발은 경력이 객관적 요소와 더불어 주관적 정체성을 포괄한 전인적 성격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개발은 조직관리적 측면에서 의과대학이라는 조직의 사명과 비전, 핵심 가치의 달성을 위한 수단이며, 더 포괄적으로는 고용과 세대적 특성을 포함한 사회변화에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 모두의 역할과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의과대학 교수는 경력개발의 주체로서 정체성과 가치관, 경력상의 우선순위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경력 단계와 요구받는 역할에 따라 필요한 경력개발 활동을 탐색하여 실천해야 한다. 조직의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경력개발에 대한 조직의 책임을 요구할 필요도 있다. 의과대학은 핵심 구성원인 교수의 요구를 파악하고, 각 시기와 역할에 적합한 경력개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때 경력에 관하여 교수에게 전달되는 암묵적 메시지가 표명하는 가치와 불일치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관리하고, 정책을 정교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과대학 교수 경력에 관심이 있는 후속세대가 커리어 선택에서 어떤 가치관과 기대치를 중요시하고, 현재 세대와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해함으로써, 의과대학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위한 경력개발 방안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NOTES

Funding

이 논문은 한양대학교 교내 연구지원사업으로 연구되었다(HY-202200000003453).

Authors’ contribution

김도환: 자료수집, 원고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작성 활동 수행

Figure 1.
Career development stages for medical school faculty: objectives and approaches. SMART,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 equitable, respectful.
kmer-22-024f1.jpg
Table 1.
The importance of career development: four aspects
Category Summary of main importance
Occupational - Diversification of roles for professors in medical schools
- Upward standardization of required competencies for each role
Personal - Holistic nature of a career, including both objective elements and subjective identity
- Disadvantages and discrimination due to specific identities (e.g., gender, minority race)
Organizational management - Achievement of organizational mission and vision, core values
- Reduction of organizational costs due to low job satisfaction and burnout
Social change - Change in the psychological contract between employer and employee
- Response to changing generational characteristics
Table 2.
Strategies for the career development of medical school faculty
Category Strategies for career development
Occupational - Medical school faculty: Identify one’s current career stage and role, explore and engage in relevant career development activities
- Medical school: Provide appropriate career development opportunities for each stage (early, mid, late) (e.g., faculty development programs, mentoring, burnout and resilience management, ongoing needs assessment)
Personal - Medical school faculty: Exercise agency in career development by clarifying your values and identity, and establishing career priorities.
- Medical school: Create opportunities for self-reflection and social interaction that help to shape one’s identity.
Organizational management - Medical school: (1) Manage the implicit messages being communicated to faculty members through policy decisions and organizational culture. (2) Revise policies to align the values and priorities of the organization with those of the individual.
Social change - Medical school faculty: Request that the organization be held accountable for fostering career development of faculty
- Medical school: (1)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next generation interested in faculty careers at the medical school. (2) Proactively introduce career development plans for the next generation of medical school facu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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