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9(3); 2017 > Article
의료면담 역할극 사례의 학습자 성찰일지 분석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phenomenon of learner reflection in writing. Sixty-nine reflection logs were submitted by students after medical interview role plays. Using thematic analysis methodology, the following three steps were carried out: (1) the entire contents of the logs were analyzed and coded, (2) the coded contents were reclassified and categorized into higher themes, and (3) all reflection logs were re-analyzed to derive the frequency according to their classifications. The learners’ reflection contents were classified into ‘preparation,’ ‘experience,’ and ‘future plan.’ The levels of reflection were ‘simple information and appreciation,’ ‘acquisition and application of knowledge,’ and ‘analysis and criticism.’ The types of reflection were identified only at the level of ‘analysis and criticism’ and could be classified into ‘relativization,’ ‘objectification,’ and ‘internalization.’ Students’ reflection levels were highest in the levels of ‘acquisition and application of knowledge’ (49.3%), and ‘analysis and criticism’ (37.7%). A total of 14.5% of the students showed ‘internalization.’ In order to enable internalized reflection at a critical level, instructional strategies to induce and promote reflection are needed.

서 론

최근 의학교육에서는 성찰일지 등의 글쓰기가 자기성찰 및 자기주도적 학습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평가[1]와 함께 의과대학 교육 과정 설계에 상호 글쓰기(interactive writing), 웹기반 성찰기록, 포트폴리오, 에세이 작성 등의 방식이 성찰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2-4]. 국내에서도 간호학생이나 의과대학생 대상으로 문제중심학습 등에 성찰일지를 활용함으로써 교육의 효과성을 확인하고자 한 보고가 있다[5,6].
성찰기록을 교육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제기되는 논점 중의 하나는 학습자 성찰의 방법과 성찰내용의 평가에 대한 교수자의 개입이다. 교수자 개입을 제한하는 입장은 학습자에게 성찰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사전에 제공하는 것이 다양하고 폭넓은 성찰을 방해할 수 있고, 교수자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학생들의 성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7]. 교수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학습자의 성찰과정과 내용에 대한 교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학습자의 성찰기록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이며[7], 학습자의 성찰일지는 학습활동의 결과물로써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찰일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도 개인의 감정과 사고를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8]. 교수자는 학습자와의 상호소통의 방식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성찰일지를 교수자의 직관에 의해 점수화하는 것이 공정성과 합리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교육현장에서 성찰일지를 평가할 때는 학생들에게 미리 루브릭(Rubric)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점수화하는데, 이 또한 학습자들에게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성찰을 정형화할 가능성이 있다.
성찰일지를 교수전략으로 활용하는 교수자들은 성찰의 질적 개선과 평가의 합리성 사이에서 대안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본요소는 교수자 개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학습자의 성찰에 대한 사실정보와 분석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의학교육의 맥락에서 문헌을 통해 보고된 국내・외 학습자의 성찰일지를 분석한 선행연구는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기록물을 항목별로 분류하거나[9], 기존에 개발된 여러 체크리스트의 기준(criteria)에 따라 학습자들의 성찰일지를 분석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국내 연구로는 문제중심학습의 각 단계별로 문제중심학습을 경험한 수준에 따라 성찰내용을 분석한 연구[10]가 있는데, 이 또한 기존에 제시된 Mezirow의 3가지 성찰유형을 활용한 것으로 의과대학 학습자의 성찰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본 연구는 교육현장에서 성찰일지를 교수전략으로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교수자 개입과 성찰일지 평가의 대안적 방법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국내 의과대학 학습자의 성찰내용, 유형, 수준에 대한 질적 자료의 분석이 이후 교수자 개입을 통한 성찰의 질적 변화에 대한 비교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대안적 평가방법을 모색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것이 특히나 사례 분석, 역할극, 비디오 촬영 등의 학습자 주도의 학습과정이나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학습방식인 경우에는 기존의 학습이론으로 표준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식의 성찰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 성찰’의 실제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성찰일지의 구체적인 작성지침이나 평가준거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습자의 성찰의 실제적인 내용을 ‘성찰일지’의 내용분석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의료면담과정의 역할극을 통한 학습경험에 대하여 학습자가 성찰한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하여 학습자가 무엇을 어떻게 성찰하는지 내용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성찰내용에 대한 질적 분류를 기반으로 실제 학습자의 성찰내용을 재분석하여 항목에 따른 빈도를 산출함으로써 향후 성찰의 유도, 성찰의 평가, 성찰의 교수학습방법 등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의료인의 소통기술’ 수업에 참여한 의예과 2학년 70명 중 성찰일지를 제출한 69명이다.

2. 연구맥락과 자료수집

연구대상자들은 정규수업으로 1학점 총 15시간 동안 일반적인 의사소통과 의료상황에서의 의사소통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는 ‘의료인의 소통기술’ 수업을 받았다. 강의식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조별 활동으로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에 대한 사례연구 및 역할극 활동을 수행하였다. 학생들이 수행해야 할 활동은 조별로 동일한 진료맥락에서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에 시나리오 사례를 각각 개발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연기한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제출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성과 동영상 촬영 등의 학습활동은 정규 수업시간 이외에 시간을 활용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시나리오 작성과 연기 및 동영상 촬영의 학습활동을 마친 후 각자의 학습경험에 대해 A4 1장에서 2장의 분량으로 성찰일지를 작성하도록 안내받았다.
성찰일지 작성과 관련하여 학생들은 정규수업 오리엔테이션과 사례연구 및 역할극 활동 전 총 2차례에 걸쳐 일지작성의 기본사항, 즉 학습성과, 진정성의 중요성, 수행의 윤리적 문제, 글쓰기 기본사항에 대한 5분 정도의 교육을 받았다. 수업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에게 사례개발, 역할극 및 성찰일지 등을 전체 평가의 20% 이내에서 반영한다는 점을 안내하였고, 구체적인 평가준거는 안내하지 않았다.

3. 분석방법

내용분석에 참여한 연구자는 총 3명이다. 3명 모두는 성찰일지를 교수전략으로 활용한 경험이 있는 의과대학 교수로 이 중 2명은 임상 의사로 의료현장에서 의료면담을 교육하였으며, 나머지 1명은 의료면담의 강의실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3명은 질적 연구에 대한 일반교육을 이수하였으며, 2명은 의학교육 맥락에서 질적 연구물을 발표한 바 있다.
성찰일지의 내용분석 방법론에 따라 다음 3단계로 수행되었다. 첫째, 분석단계이다. 분석은 예비분석과 본 분석으로 구성되었다. 예비단계는 무작위 코딩을 통한 사전 코더 간 신뢰도(inter-rater reliability)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단계이다. 연구자 3명은 예비분석을 위해 우선 무작위로 선정한 동일한 5개의 성찰일지를 개별적으로 코드화하여 키워드를 도출하였다. 이후 연구자들은 5개 성찰일지 각각의 코딩내용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도출한 코드와 분석내용을 공유하였다. 예비분석단계에서 처음 5개 성찰일지의 코더 간 신뢰도는 0.5–0.6에 분포하였다. 본 분석에 앞서 3명의 연구자가 동일한 문장이나 문구에서 다른 코드가 도출된 경우나 동일한 내용이 2개 이상의 다른 코드로 도출된 경우 원 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를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2명 이상이 합의하는 경우 해당 코드로 산출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내용을 제외하였다. 5개의 예비분석단계에서 최종 확인된 코더 간 신뢰도는 각각 0.8–1.0에 분포하였다. 이후 연구자 3인은 각각 20여 개의 나머지 성찰일지의 내용을 분석하여 코드를 부여하고 이에 키워드를 산출하였다.
둘째, 범주화 단계이다. 3명이 각각 분석한 코드와 키워드를 취합하여 키워드를 유사한 내용끼리 분류하고 상위범주와 하위요소로 구성하여 명명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은 교육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연구자 2인이 수행하였다. 본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학습경험 과정별 성찰’과 그 구성요소인 ‘학습준비단계,’ ‘학습경험 단계,’ ‘미래계획단계,’ ‘성찰수준’과 그 구성요소인 ‘단순 정보와 감상,’ ‘지식의 습득과 적용,’ ‘분석과 비판,’ 마지막으로 ‘성찰유형’ 및 그 구성요소인 ‘타자화,’ ‘객관화,’ ‘내면화’의 용어는 범주화 단계를 통해 도출되었다.
셋째, 앞서 도출된 상위범주와 하위요소에 따라 69개 성찰일지의 내용을 재분석한 것이다. 이 단계는 연구자 1인이 69개의 성찰일지를 각각 다시 읽어가며 앞서 각각의 성찰일지가 도출된 범주 및 그 구성 요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여 그 산술적 수치를 계산하였다.

결 과

1. 학습경험 과정별 성찰

성찰의 내용은 학습경험의 진행과정에 따라 ‘학습준비단계,’ ‘학습경험단계,’ ‘미래계획단계’로 분류되었다.

1) 학습준비단계 내용

학습준비단계는 간접적인 학습경험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의 성찰일지 내용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인지, 자신이 맡은 과제가 무엇이고, 팀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한 사실정보와 준비단계의 감상이 제시되어 있다.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에 관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과제를 받고 조가 정해진 후에 저희 조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조장을 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조는 모든 것을 제비뽑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이 자신 없는 역할을 맡아도 운명이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의예과 학생 H).

2) 학습경험단계의 내용

학습경험단계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를 하면서 촬영 및 편집을 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학습자들의 성찰일지의 주요 내용은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에 대한 사례를 시나리오로 만들고 각자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과정에서의 생각, 사고와 느낌 등이었다.
조원들과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정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한 후 촬영을 하면서 최대한 조원들의 편의를 봐주고 배려하면서 기대에 잘 부응해서 잘 따라준 조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각자가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서 과정들이 간결하고 결과물도 좋게 나온 것 같아서 부담감보다는 즐겁게 조장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의예과 학생 C).

3) 미래계획단계의 내용

미래계획단계는 학습자가 경험한 학습내용과 성찰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다짐이나 계획이 제시되어 있었다. 미래계획단계의 성찰내용은 막연한 다짐(가)과 성찰기반 계획(나)으로 구분되었고, 그 내용에 따라 단순계획(나1), 구체적 계획(나2)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소통을 잘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적절한 소통기술을 활용하고, 무엇보다 말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어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막연한 다짐, 의예과 학생 K).
의사와 환자, 환자보호자와의 관계가 단순히 한 번의 의료면담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치료과정까지 함께 하는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래에 내가 의사가 되어서 어떤 의료면담상황에서든지 환자, 보호자와 나는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다(성찰기반계획-단순계획, 의예과 학생 Y).
진단은 정확하게 내리고 전달하되 환자가 필요 이상으로 하는 걱정을 따뜻한 말 한마디로 덜어주고 싶다. 환자들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지만 그 내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근본적으로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안일하게 병을 진단하고 환자에게 좋은 말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진단을 하더라도 좀 더 진심으로 환자에게 공감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성찰기반계획-구체적 계획, 의예과 학생 M).

2. 성찰수준

학습준비와 학습경험단계에서 성찰수준은 ‘단순 정보와 감상,’ ‘지식의 습득과 적용,’ ‘분석과 비판’으로 분류되었다. 분석과 비판수준은 관점에 따라 다시 ‘제한적 관점’과 ‘확장적 관점’으로 구분하였다.

1) 단순정보와 감상

‘단순정보와 감상’수준은 학습의 준비, 경험, 계획에 대한 사실적 정보와 느낌을 적은 내용이다. 주로 학습준비단계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상황과 그 과정에서의 느낌 및 계획 등이 서술되어 있었다.
의료인의 의사소통기술 시간에 좋은 의료면담의 예와 나쁜 의료면담의 예를 촬영하게 되었다. 나는 좋은 의료면담의 예에서 환자역할을 맡게 되었다. 대본을 외우고 촬영을 시작하니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나의 모습이 되게 어색했고, 연기를 너무 못한다고 느껴져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의예과 학생 L).

2) 지식의 습득과 적용

‘지식의 습득과 적용’수준은 학습경험을 준비하고 경험하면서 습득한 지식들과 이를 적용하여 학습경험을 조직한 내용들이었다. 본 사례에서는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의 사례를 극화하면서 새로이 습득하거나 기존에 학습한 의료면담에 관한 지식과 기술들을 적용한 내용들이었다.
의료인의 소통기술 수업시간에 배웠던 ‘질문은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해서 폐쇄형 질문으로 옮겨가기’ 등의 사항을 고려하여 대본을 작성하였다. … 처음 만나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시키고, 공감하고, 좋지 않은 소식이라도 전하는 의사의 역할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실감되었습니다(의예과 학생 M).

3) 분석과 비판

‘분석과 비판’수준은 학생들이 극화한 면담사례의 의미와 배경 등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며 제언한 내용이다. 분석과 비판의 수준은 의사 혹은 환자나 보호자, 보건의료체계 등 하나의 시각에 국한되어 작성한 경우는 ‘제한적 관점’으로, 다양한 관점이나 시각을 통해 보다 깊은 이해를 시도한 경우는 ‘확장된 관점’으로 구분하였다.
내 기억 속의 병원진료는 꽤 긴 시간을 기다리고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사는 모니터만 들여다보면서 기계적인 질문과 반응만 반복하다가 처방전을 내주고 나는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것이었다. 우리 조의 동영상의 부적절한 예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요즘 의사의 사회적인 지위와 인식이 날이면 날마다 나빠지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이와 같이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진료 때문에 대중들의 믿음을 잃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제한적 관점, 의예과 학생 L).
의사가 가지는 위치를 확인하고, 그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권위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 건강의 개선은 의사의 행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자, 환자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권위적인 자세로 가르치려 한다면 설득의 효과는 줄어들 것이다. 환자가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활용하여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확장된 관점, 의예과 학생 L).

3. 성찰유형

성찰유형은 사례를 극화하는 과정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경험한 ‘의료면담의 주체’에 대한 성찰자의 입장유형을 말한다. 사례 속에 등장하는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타자화,’ ‘객관화,’ ‘내면화’ 유형으로 범주화할 수 있었다.
‘타자화’는 ‘좋은 면담’과 ‘나쁜 면담’의 사례 속에 등장하는 의사를 타인화하여 분석하고 비판하는 유형이다. 타자화 유형의 성찰자는 대부분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의 사례 속의 의사의 면담내용이나 기술의 잘잘못을 분석하고 의료계의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객관화’는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의 사례 속에 등장하는 의사가 동료 학생이나 자신이 미래에 경험할 내용이라는 것을 전제로 사례 속의 의사의 면담내용이나 기술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성찰자는 의료소비자 입장이나 의료인 입장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례를 분석하여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내면화’는 성찰자가 경험하여 학습한 내용을 자신에게 대입하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도출하는 유형이다. 평소 의사소통기술을 성찰하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때 내가 추후에 좋은 의료면담을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의료면담상황에서 의사는 환자의 충격이나 상실감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단순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냉철하고도 차가운 행동을 보였다. 물론 의사가 사실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매우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옳지 않다. 왜냐하면 의사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면 환자의 마음 상태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라면 단지 사실만을 전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식의 태도 또는 감정적으로 환자보다 더욱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태도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타자화, 의예과 학생 O).
과연 내가 나중에 동영상 속의 좋은 예처럼 진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몸 상태와 기분에 따른 기복이 크다.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과 감정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도 평균 이상의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올바른 진료방법을 습관화한다면 된다는 답을 얻었다. 의사가 되기 전까지 이번 강의를 비롯해 여러 강의에서 올바른 환자 응대와 진료방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몸에 익힌다면 내가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에도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내면화 유형, 의예과 K).
의사소통방식의 핵심요소들을 떠올리며 좋은 의사의 자세와 질문내용을 통의하다 보니 전에 병원에 갔다가 만족하고 나왔을 때의 의사들이 이 방식을 지켰던 것 같아서 다시금 새로웠다. 그분들이 그런 것을 사소하지만 하나하나 지키려고 의도하고 실천했다기보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다 보면 그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 그분들도 처음에 이런 요소들을 배우고 처음엔 다소 어색하지만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이다(객관화 유형, 의예과 학생 M).

4. 내용분석 요소별 성찰일지 분포

앞서 제시된 도출된 주제분석에 의해 도출된 학습경험과정 단계에 따른 성찰내용(Table 1)과 성찰수준, 성찰유형에 따라 내용분석(Table 2)을 했던 학습자의 성찰일지 69부를 다시 분류한 결과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의 성찰내용을 학습경험의 진행과정에 따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15개 기록(21.7%)에서 학습준비단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54개(78.3%)에는 학습경험이 기술되어 있다. 모든 학생들은 미래계획을 언급하였는데, 28명(40.6%)은 막연한 다짐수준이었다. 성찰에 기반하여 계획을 제시한 경우 단순계획이 언급된 경우는 28명(40.6%),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이 서술된 경우는 13명(18.8%)이다.
성찰일지에서 성찰수준은 단순정보와 감상수준 9명(13.0%), 지식의 습득과 적용 34명(49.3%), 분석과 비판 26명(37.7%)으로 나타났다. 분석과 비판수준을 분류하면 제한적 관점인 경우 16명(23.2%), 확장적 관점이 확인된 경우 10명(14.5%)이다. 분석과 비판 수준의 성찰을 시행한 학생들의 성찰유형을 분류한 결과, 제한적 관점의 경우에서 확인된 성찰유형은 타자화 9명(13%), 객관화 1명(1.4%), 내재화 6명(8.6%)이다. 확장적 관점의 경우 성찰유형은 각각 타자화 2명(2.8%), 객관화 4명(5.7%), 내재화 4명(5,7%)이다.

고 찰

학습성찰은 학습자가 경험한 것을 해석하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한 후 내용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11]. 학습자가 학습을 통해 경험한 것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의 사고와 감정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으며 전문가적 성장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인지, 정서, 행동 측면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 교육에서 성찰을 이끌어내는 교육전략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은 성찰의 내용을 글로 작성하는 성찰일지이다[12]. 성찰일지는 학습자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학습과정에서의 경험에 대해 반성해 보며, 그러한 반성과정에서 느낌이나 의견을 진솔하게 글로 표현하는 학습 양식이다[13].
본 연구는 의료면담 역할극 경험에 대한 성찰기록을 분석한 것으로, 성찰일지 작성의 구체적인 지침이나 평가준거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과대학 의예과 학습자의 성찰내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의료면담의 역할극에 대한 성찰일지 분석결과, 학습자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학습준비,’ ‘학습경험’ 및 ‘미래계획’ 단계로 학습성찰을 하며, ‘단순정보와 감상,’ ‘지식의 습득과 적용,’ ‘비판적 성찰’의 수준으로 성찰하고 있다. 본 연구결과에서 도출된 성찰의 내용과 수준은 비록 사용하는 어휘가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나 학습자가 학습의 과정과 경험을 성찰하며, 그 내용을 인지적 작용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단계나 수준으로 구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 결과와 큰 차이는 없었다[8-10].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성찰수준에 따라 연구대상자 69명의 성찰기록을 재분석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성찰기록은 ‘단순사실과 감상’ 9명(13.0%)이나 ‘지식의 습득과 적용’ 34명(49.3%)에 머물러 있다. ‘분석과 비판’수준의 성찰은 총 26명(37.7%)으로 전체 학습자의 1/3 수준이며, 이마저도 다양한 시각이나 관점이 반영된 ‘확장된 관점의 분석과 비판’수준은 10명(14.3%)에 지나지 않았다. 기존에 국내․ 외 의과대학 학습자의 성찰수준을 산술적으로 발표한 연구가 많지 않아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비판적 성찰과 비교하여 내용성찰이 우세한 상황은 기존의 연구결과와 유사하다[10]. 이러한 결과는 교수자의 개입 없는 성찰의 한계이며, 보다 적극적인 분석과 비판적 성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교수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특이사항 중 하나는 역할극의 비판적 성찰을 시행한 학습자들의 성찰유형이다. 유사한 상황을 극화하여 체험한 성찰기록에서 학습자들의 성찰유형은 ‘타자화,’ ‘객관화,’ ‘내면화’로 구분된다. 본 연구에서는 성찰일지의 내용분석을 통해 학습자들의 성찰유형이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의사의 행위를 비판, 분석하는 경우(타자화),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경우(객관화), 해당 사례 속에 자신을 대입하여 상황을 분석하거나 성찰하는 경우(내면화)로 구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좋은 의료면담’과 ‘나쁜 의료면담’의 사례 역할극에서 의과대학 학습자들이 성찰을 하는 최종의 목적은 추후 미래에 의사가 되었을 때 보다 바람직한 면담을 시행하는 것이다. 학습자들은 자신의 학습경험으로부터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변화된 관점에서 스스로 결론을 내고 내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10]. 실제 역할극을 구성하고 이를 성찰하는 교육과정의 설계에서는 학습자들이 자신을 미래 의사로 상정하고 학습의 내용을 내면화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분석결과 내면화된 성찰을 시행한 학습자는 10명(14.3%) 정도이다. 이러한 결과는 아마도 연구대상이 자신을 미래 의사로 자각하기보다 환자나 보호자 경험에 비추어 의료문제를 비판하는 데 익숙한 의예과 학습자들인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면담 역할극의 성찰기록들의 내용, 수준, 유형을 분석하고 그 틀에 따라 실제 학습자들의 기록을 재산출한 연구결과가 주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수(instruction)개입이다. 현재 의학교육의 교육과정은 대부분 성과기반 교육과정으로 그 과정을 통해 성취해야 할 목표가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결국 교육과정에서 활용하는 성취해야 할 지향점이 제시된 상황이다. 구체적인 성찰의 내용과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비구조화된 성찰기록은 단순정보나 감상 등의 글쓰기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학습성찰이 본래 지향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방법으로 성찰의 방법 및 방향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둘째, 사례분석이나 역할극과 같은 스토리 중심의 학습경험을 구성할 때 학습자의 성찰유형이 보다 내면화되도록 수준에 맞는 접근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의학에 대한 노출 수준에 따라 ‘의사’로서의 자기정체성 형성의 수준이 다를 수 있으며, 성찰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사례나 역할극과 같이 비판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내면적 학습이 필요한 학습상황에서는 의사로서의 정체성 형성단계를 고려한 성찰 촉진 및 유도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성찰일지의 평가방법의 대안이다. 본 연구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평가지침이 제공되지 않은 교육과정 맥락에서 학습자가 제출한 성찰일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수행되었다. 일단 본 연구에서는 제시된 질적인 내용분석의 틀은 맥락이 유사한 교육상황, 즉 의료사례의 역할극에서 평가준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본 연구의 맥락과 같이 일반적인 평가준거를 사용할 수 없는 특정한 교육과정이거나 성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어서 준거가 미래에 제공될 수 없는 경우 본 연구에서 수행된 연구단계를 통해 성찰일지내용 분석결과를 사후에 준거로 만들어 평가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7학년도 원광대학교의 교비지원에 의해 수행되었다.

Table 1.
Contents of the learners’ reflections (N=69)
Variable Frequency (%)
Preparation 15 (21.7)
Experience 54 (78.3)
Future plan
 Vague commitment 28 (40.6)
 Reflection-based planning
  Simple plan 28 (40.6)
  Specific plan 13 (18.8)
Table 2.
The levels of reflection and types of reflection (N=69)
Levels of reflection Frequency (%) Types of reflection Frequency (%)
Simple information and appreciation 9 (13.0)
Acquisition and application of knowledge 34 (49.3)
Analysis and criticism 26 (37.7)
 Limited perspective 16 (23.2) Relativization 9 (13.0)
Objectification 1 (1.4)
Internalization 6 (8.6)
 Expanding perspective 10 (14.5) Relativization 2 (2.8)
Objectification 4 (5.7)
Internalization 4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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