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환자 중심 의사 역량 프레임 타당화를 위한 델파이 연구
A Delphi Study to Validate the Patient-Centered Doctor’s Competency Framework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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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efining a competent doctor is important for educating and training doctors. However, competency frameworks have rarely been validated during the process of their development in Korea.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validate the patient-centered doctor’s competency framework, which had been developed by our expert working group (EWG). Two rounds of Delphi questionnaire surveys were conducted among a panel of experts on medicine and medical education. The panel members were provided with six core competencies, 17 sub-competencies, and 53 enabling competencies, and were asked to rate the importance of these competencies on a 5-point Likert scale. Between April and July 2021, a total of 28 experts completed both rounds. The data of the Delphi study were analyzed for the mean, standard deviation, median, inter-rater agreement (IRA), and content validity ratio (CVR). A CVR >0.36 and IRA ≥0.75 were deemed to indicate validity and agreement. This study found that five enabling competencies were not valid, and agreement was not reached for three sub-competencies and two enabling competencies. In consideration of CVR and the individual opinions of panel members at each session, the final competencies were extracted through consensus meetings of the EWG. The competencies were modified into six core competencies, 16 sub-competencies, and 47 enabling competencies. This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proposes patient-centered doctor’s competencies enabling the development of residents’ milestone competencies, an assessment system, and educational programs.
서론
의사의 역량(competency)은 의학교육의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역량을 활용한 교육은 나라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졸업후교육위원회(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에서 6개의 역량을 개발한 후 단계별로 마일스톤(milestone)을 제시하여 전공의 교육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1], 캐나다는 왕립의학회(Royal College)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전문의와 교육자가 참여하여 ‘CanMEDS’라는 의사의 역할을 제시하는 형태로 역량을 개발하였으며, 미국보다 앞선 1990년대 초반부터 전공의 교육에 역량을 적용하고 있다[2]. 영국의 경우에 ‘good medical practice’로 대표되는 역량을 개발한 후, 1990년대 중반부터 성과바탕(outcome-based) 전공의 수련 교육을 시작하였다[3]. 이들 모두 1990년대에 시작한 전공의 교육을 기반으로 학부 교육(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과 평생 교육(지속적 전문성 개발,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으로 연결이 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역량 중심 의학교육(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CBME)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CBME는 학부 교육에 먼저 도입이 되었고, 대표성이 있는 연합기구에서 역량을 개발하기보다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하였다. 전공의 역량과 관련하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2010년도에 ‘RESPECT 100’으로 명명한 한국형 전공의 공통교육과정 개발보고서를 발표하였고, 2013년에 대한의학회는 전공의의 효율적 수련을 위한 전문과목별 수련과정 개편연구에서 바람직한 전공의 공통교육역량을 제시한 바 있다[4,5]. 2019년에 성과바탕 전공의 수련을 고시하였는데[6], 전공의 수련 실태와 역량 규명에 대한 연구가 간헐적으로 있어 왔다[7,8]. 학부나 전공의를 넘어서 한국의 의사 역량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책연구를 통해 ‘한국의 의사상’이 2014년에 개발되었으나[9], 이미 개발된 학부 역량 또는 전공의 역량과 연계하여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CBME는 의사 역량-전공의 역량-학부 역량의 연계가 부족한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CBME의 실천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나, 공통된 특징은 바람직한 의사 역량에 대하여 각국의 고유한 프레임(frame)을 구성하고, 그 출발점에서 전공의 교육과 학부 교육을 연결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의사의 역량 프레임 아래, 학부 단계, 전공의 단계, 전문의 단계에서 가져야 할 역량의 수준을 정하고 있으며, 역량의 단계별 수준을 마일스톤(milesto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10,11]. 따라서 전공의 역량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의사 역량에 대한 기본 프레임을 우선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의사 역량 프레임으로 사용하여 온 ‘한국의 의사상’은 한국의 의사 역량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으나, 전공의 교육이나 학부 교육의 수준에서 마일스톤을 구성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즉 의사의 태도나 자질 등 평가하기 어려운 ‘의사상’에 대하여 기술한 점, 기술의 구체성 수준이 다양하여 역량이 아닌 하위 수준의 마일스톤을 일부 기술하고 있다는 점, 역량의 내용이 중복되어 역량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2개 이상의 역량 기술 또는 부정 표현 등 명확하지 못한 기술 등이 그것이었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ronavirus disease, COVID-19)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의료의 사회적 관점과 환자 중심의 시각이 대두되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발된 의사 역량은 전문가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환자와 의료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환자 중심 성과 향상을 위한 전공의 교육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발주하였고, 본 연구진은 전공의 역량을 정의하기 위해서 상위 개념인 한국의 의사 역량 프레임부터 새롭게 구성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학부교육과 전공의 교육의 출발점이 되는 의사의 역량 프레임을 구축하고자 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다[12-17]. 역량 프레임을 개발하는 과정은 단계별로 진행하였는데, 1단계에서는 전문가 워킹 그룹(expert working group)인 연구진을 구성하고 역량 프레임을 구성하기 위한 연구계획을 수립하였다. 2단계에서 연구진은 국내외 의사 역량을 비교 분석하고 역량에 대한 국내외 문헌과 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신문기사를 분석하였으며 토의와 합의과정을 통해 일차적으로 역량 프레임을 완성하였다. 2단계 연구에서 일차적으로 도출한 의사 역량 프레임은 (1) 전문가로서 질병 및 건강에 대한 역량, (2) 소통가로서 환자에 대한 역량, (3) 협력자로서 동료 의료인에 대한 역량, (4) 건강 수호자로서 사회를 향한 역량, (5) 전문직업인으로 자신에 대한 역량, (6) 학문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학문에 대한 역량으로서 총 6개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으로 구성되었다. 역량 프레임은 핵심 역량을 토대로 핵심 역량 하위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17개의 세부 역량(sub-competency), 실제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기능적 단위에 해당하는 53개의 실행 역량(enabling competency)으로 구성되었다.
3단계가 본 연구로, 연구진이 도출한 역량 프레임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 델파이 연구를 시행하였다. 델파이 방법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의를 통해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의학교육에서는 교육과정 또는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교육자원을 개발하며, 역량을 정의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18,19].
본 연구는 ‘한국의 환자 중심 의사 역량 연구’의 주제하에 연구진이 만든 역량을 전문가 패널의 시각으로 타당화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환자와 의료사회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신문기사와 SNS 빅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델파이조사 이후에 대규모 설문을 시행하였음을 밝혀 둔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한국의 환자 중심 의사 역량을 타당화하기 위하여 관련 경험이 10년 이상인 임상과별 전문의와 의학교육 전문가(전문가 패널)를 대상으로 델파이조사를 시행하였다. 참여한 전문가 패널 수는 28명이며, 연령, 성별, 근무지역, 소속, 현재 근무부서(전공과) 및 근무경력을 고려하여 고르게 안배되도록 선정하였다(Table 1). 남자(60.7%)가 여자(39.3%)보다 많았고, 16년에서 25년 사이의 근무경력이 있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50.0%). 대학병원에 소속된 경우가 85.7%로 가장 많았으며, 1, 2차 의료기관 근무 의사, 정부기관 종사자를 포함하였다. 임상의학 전공자가 71.4%로 많았으며, 기초의학, 교육학, 보건행정 전문가를 포함하였다. 임상의학 전공별로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소아청소년과학, 가정의학, 응급의학, 정신건강의학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전문의를 포함하였다. 일부 지역적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32.1%로 많았으며, 전국에 고르게 근무하였다(Table 1).
2. 분석도구
1차 델파이조사지에는 본 연구진이 도출한 역량 이외에 추가로 기술되어야 할 의사 역량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환자 중심 역량 3가지, 그리고 미래사회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환자 중심 역량 3가지를 묻는 개방식 질문에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전 연구에서 도출한 한국의 환자 중심 의사 역량별 중요도를 1부터 5까지의 점수로 표시하도록 하였다. 추가로 삭제・수정・추가되어야 할 역량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였다. 2차 델파이조사지는 1차 델파이 결과를 반영하여 수정 보완한 문항에 대해 다시 역량별 중요도를 1부터 5까지의 점수로 표시하도록 하고, 추가로 자유의견을 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델파이조사지 양식은 Appendix 1에 첨부하였다.
델파이조사 전문가 대상을 선정하고 델파이조사지를 개발한 후, 2021년 4월과 7월에 2차에 걸친 델파이조사를 실시하였고, 각 차시마다 질문지 모두를 회수하였다. 본 연구는 충남대학교병원 의학연구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를 거쳤으며(CNUH 2021-02-025), 참여자에게 연구 참여 동의를 받은 후 실시되었다.
3. 분석방법
1, 2차 델파이 자료들을 평균, 표준편차, 중위수, 합의도, content validity ratio (CVR)를 사용하여 분석하였고, 역량의 삭제・수정・추가에 대한 자유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하였다. 내용타당도를 나타내는 CVR은 전문가 패널집단이 분석대상에 대해 합의한 정도를 양적 비율로 환산한 것으로 각 문항 내용에 대해 타당하다라고 응답한 빈도(5점 척도에서 4나 5로 응답한 빈도)를 양적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내용타당도는 델파이조사 참여자가 28명인 경우 CVR이 0.36 초과하면 만족한 것으로 하였다[20]. CVR의 점수가 0.36 이하이거나 자유 의견에서 2인 이상에서 공통으로 나타나 타당하다고 인정된 내용의 경우는 최종 삭제하거나 역량을 통합하거나 내용을 수정하여 반영하였다. 전문가 패널들의 의견 합의도는 패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합의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마다 다양하여 51%–80%에 이르며, 이 연구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0.75 이상일 때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였다[18,19]. 본 연구에서는 타당도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고, 합의도를 참고로 사용하여 수정하였다.
결과
1. 1차 델파이조사 결과
1차 델파이조사 분석결과,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환자 중심 역량 3가지와 미래사회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환자 중심 역량 3가지를 묻는 개방식 질문에 대한 응답은, 본 연구진이 도출한 역량에 모두 포함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당도 분석결과, 핵심 역량과 세부 역량에서는 모두 CVR이 0.36을 초과하였으나, 실행 역량 52개 중 CVR이 0.36 이하로 나타나 내용타당도가 낮다고 판단되는 항목은 핵심 역량 ‘협력자’ 중 ‘환자 진료에 필요한 다양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24번 실행 역량)’, 핵심 역량 ‘건강 수호자’ 역량 중 ‘지역사회의 공중보건활동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수호한다(32번 실행 역량)’, ‘보건의료조직의 비용-효과적 관리체계를 통해 효율성을 높힌다(33번 실행 역량)’,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공평한 활용을 통해 의료불균형 해소에 기여한다(35번 실행 역량)’, 핵심 역량 ‘학문을 다루는 사람’ 중 ‘지식 창출을 위한 연구 수행 및 그 결과의 보급에 기여한다(52번 실행 역량)’의 5항목이 있었다(Tables 2–4). 2인 이상의 전문가 패널이 제시한 자유 의견은 Appendix 2에 제시하였으며, 주요 의견으로는 (1) ‘건강 수호자’의 의사의 사회 참여는 의사 역량이라기보다 사회의 역할이라는 의견, (2) ‘학문을 다루는 사람’의 연구 역량과 교육 역량이 모든 의사가 도달해야 하는 역량인지에 대한 의문, (3) 모호한 표현 삭제와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의 수정이 있었다.
타당도가 낮게 나온 역량과 전문가 패널의 자유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진이 협의를 통해 역량을 검토하였다. 핵심 역량 ‘건강 수호자’는 ‘보건의료 리더’로, ‘학문을 다루는 사람’은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수정하였다. CVR 0.36 이하인 ‘협력자’의 24번 실행 역량을 29번 실행 역량과 결합하여 삭제하였으며, ‘건강 수호자’의 32번 실행 역량을 30번 실행 역량인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법, 제도, 정책 수립에 참여한다’와 통합하여 ‘사회가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법, 제도 수립에 의료의 전문성을 발휘한다’로 수정하였다. 33번 실행 역량에 대해 ‘지역사회 보건의료조직이 효과적・효율적으로 관리・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로 표현을 수정하였으며, 35번 실행 역량은 ‘의료자원의 공정한 활용을 통해 불균형 해소에 기여한다’로 수정하였다. ‘학문을 다루는 사람’의 47번과 48번 실행 역량, 49번과 50번 실행 역량을 합하고, 52번 실행 역량을 삭제함으로써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1차, 2차 기관에 종사하는 의사에게도 해당하는 수준으로 기술하였다. 1차 델파이 후 5개의 항목은 통합 또는 삭제하여, 결과적으로 6개의 핵심 역량, 17개의 세부 역량, 48개의 실행 역량으로 구성하였다(Tables 2–4, Appendix 3).
한편, 합의도가 0.75 미만인 항목은 ‘건강 수호자’ 역량의 세부 역량인 ‘지역사회 보건 개선’과 ‘사회적 책무 이행’이 있었으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주민의 건강결정요인과 요구를 파악하여 대응한다(31번 실행 역량)’와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공평한 활용을 통해 의료불균형 해소에 기여한다(35번 실행 역량)’에서도 합의도가 기준 이하였다(Tables 2–4). 전문가 패널의 자유 의견을 참고하여 역량을 검토한 결과 ‘지역사회 보건 개선’은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참여’와 합하여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 수정하였고, 31번 실행 역량은 ‘주민의 건강 및 의료 관련 필요에 대응하여 지역사회에 적절한 공중보건 의료활동에 참여한다’로 수정하였다. 타당도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했던 35번 실행 역량은 수정되었다. 다만, ‘사회적 책무 이행’은 합의도는 기준 이하였으나 타당도가 기준 이상이어서 연구진의 논의에 따라 범주를 유지하였다.
2. 2차 델파이조사 결과
2차 델파이조사 결과, 33번 실행 역량 ‘지역사회 보건의료조직이 효과적・효율적으로 관리・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CVR 0.29였으나, 다른 역량은 모두 내용타당도를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 의견으로 1차 조사에서와 같이 ‘보건의료 리더’로서 의사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있었고, 명확한 표현에 대한 의견 제시가 많았다(Tables 2–4, Appendix 2).
연구진 협의를 통해 타당도가 확보되지 않았던 33번 실행 역량을 삭제하였고, ‘보건의료 리더’의 세부 역량은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참여’와 ‘지역사회를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합하여 ‘건강증진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 수정하였으며, 역량의 표현을 명확하게 수정하였다. 2차 델파이 후, 6개의 핵심 역량, 16개의 세부 역량, 47개의 실행 역량으로 구성하였다(Appendix 3).
고찰
본 연구의 목적은 연구진이 도출한 환자 중심 의사 역량에 대하여 델파이기법으로 타당도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역량은 전반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으나, 사회를 향한 역량과 학문에 대한 역량은 타당도와 합의도에서 기준 이하 항목이 있었고, 전문가 패널의 의견 제시가 많았다.
첫째, ‘건강 수호자’ 또는 ‘보건의료 리더’로서 사회에 대하여 가지는 의사 역량에서 타당도가 낮고 의견 개진이 많았다. 타당도가 낮게 나온 역량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역사회의 공중보건활동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수호한다(32번 실행 역량)’, ‘보건의료조직의 비용-효과적 관리체계를 통해 효율성을 높힌다(33번 실행 역량)’,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공평한 활용을 통해 의료불균형 해소에 기여한다(35번 실행 역량)’가 해당 항목이었다. 또한 타당도가 낮게 나온 ‘환자 진료에 필요한 다양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24번 실행 역량)’ 역량은 초기에 ‘협력자’로서 동료 의료인에 대하여 가지는 역량으로 분류되었으나 사회에 대한 역량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사회에 대한 역량에서 전반적으로 타당도가 낮게 나온 항목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역량 내용은 공무원, 사회사업 담당자 등의 다른 직종과 함께 해야 하는 것으로서 의사 개인의 역량은 아니며, 모든 의사가 이러한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주된 이유였다.
사회에 대한 역량은 공공의료체제인 영국의 역량(General Medical Council)에는 별도로 기술하고 있지는 않으나[3], 미국의 역량(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에는 ‘시스템 기반 진료(system-based practice)’로서 보건의료시스템 내에서의 의료전달체계와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강조하고 있다[1]. 캐나다 역량에는 ‘건강 수호자(health advocate)’와 ‘리더(leader)’로서 의사가 환자 또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의료자원 관리업무에 참여하며, 의료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역량으로 명시하고 있다[2].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게 의사들은 ACGME의 시스템 기반 진료와 CanMEDS 건강 수호자와 같은 사회적 역량은 다른 역량에 비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21-23]. 그 이유는, 의과대학에 진학한 의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경우가 많으며, 사회취약계층을 경험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24]. 그래서 의료불균형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임상의학과 사회적 결정요인 간의 차이를 연결하는 목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사회적 역량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24].
한편, COVID-19을 겪으면서, 의사의 사회적 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보건의료 리더’ 역량의 타당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25-27].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의사와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질병을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의료시스템 내에서 보는 시각을 깨닫게 되었으며, 치료와 예방접종과정에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의 중요성을 실감하였다[28,29].
따라서 연구진은 의사는 환자와 지역사회의 건강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보건의료조직에서 중심적인 기능을 하는 ‘리더’로서, 사회에 대하여 가져야 할 공통적인 역량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한국의 의사상(2014)에는 ‘사회적 책무성’으로 의사의 사회 참여를 ‘책무’로 기술하고 있으나[9], 기존의 ‘사회적 책무(social accountability)’는 취약계층에 한정한 지원을 의미하며, 환자 또는 지역사회의 건강증진과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미를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본 연구에서는 ‘보건의료 리더’라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였다. 또한 전문가 패널의 낮은 타당도지수와 합의도지수를 반영하여, 그 역량을 ‘전문성을 발휘한다’, ‘기여한다’ 정도의 표현으로 개인인 의사가 사회에 대하여 할 수 있으며 관심을 갖고 해야 하는 수준으로 기술하였다.
둘째, ‘학문을 다루는 사람’ 또는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으로서 학문에 대한 의사의 역량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다. ‘지속적 전문성 개발’에는 대부분 동의하였으나, ‘교육’ 촉진과 ‘연구’에 기여하는 것은 3차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에게는 필요하나, 모든 의사가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것은 CanMEDS 역량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7개의 의사의 역량 중 연구와 관련된 학자적 역량은 중요성에 대해 5위로 낮게 판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일반의사와 전문의 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역량이었다[22]. 본 연구진은 1차 또는 2차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동료 의료인의 학습을 촉진할 필요가 있고, 의료현장 속에서 학문적 질문을 제기하고 과학적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고, 설문결과를 반영하여 보다 보편적인 수준에서 기술하였다. 다만 ‘학문’, ‘학자’ 또는 ‘연구’라는 표현이 일반 의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하에 ‘학문을 다루는 사람’은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수정하였고,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것을 의미했던 ‘지식 창출을 위한 연구 수행 및 그 결과의 보급에 기여한다(52번 실행 역량)’는 삭제하였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지닌다. 본 연구진은 델파이 방법을 사용하여 의사 역량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점, 델파이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 패널은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1차 또는 2차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참여한 점, 임상의사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교육학, 행정 전문가를 포함한 점, 근무병원을 지역적으로 고르게 안배한 점에서 타당도를 검증하는 패널로서 합당하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번 델파이 연구를 보완하는 절차로 역량에 대한 국내외 논문 분석, SNS 및 신문기사 분석, 시민, 간호사, 의과대학생(의대생), 전공의 및 전문의 대상의 대규모 설문조사, 공청회 등의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타당도가 확보된 역량을 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건의료 리더’ 역량과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으로서의 역량은 통계적으로 타당도와 합의도가 만족할 수준으로 나타났더라도 이견이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모호한 표현을 삭제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학생 또는 전공의 교육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교육에 적용되는 동안 의미가 변경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환자 중심 의사 역량’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첫째, 역량은 최종 단계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의대생과 전공의 수련목표를 나타내는 단계별 역량인 마일스톤이 개발되어 교육의 기준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의대생과 전공의의 역량을 개별적으로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다. 셋째, 역량 평가시스템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후속연구로 내용타당도 검증과정인 델파이 연구뿐만 아니라 향후 구성타당도나 준거타당도의 통계적 검증을 통해 타당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사 역량에 대한 전문가의 시선과 환자・사회의 시각의 비교 연구를 통해 ‘환자 중심’의 역량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역량의 구체성, 명확성, 투명성, 적용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개발하며, 학생과 전공의 교육에 적용하면서 타당도를 재측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본 연구는 환자 중심 의사 역량을 개발하여 타당화 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향후 이 역량이 단계별 역량 개발, 역량 평가시스템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델파이 연구에 참여하셨던 전문가 패널과 ‘환자 중심 성과 향상을 위한 전공의 교육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하셨던 70여 분의 공동 연구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Notes
Funding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patient-centered clinical research coordinating center)”의 지원을 받았다(과제고유번호: HC20C0138).
Authors’ contribution
연구설계: 임선주, 윤소정, 김영전, 김찬웅, 이건호, 이선우, 전우택, 정한나; 자료분석: 임선주, 윤소정, 김영전, 김찬웅, 이건호, 이선우, 전우택, 정한나; 원고 작성: 임선주, 윤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