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ic Medicine은 환자 중심 의료이다
Academic Medicine Is Patient‐ Centered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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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tripartite mission of ‘academic medicine’ is education, research, and patient care. Academic medical centers (AMCs) are carrying out the mission and ultimately aiming to improve the health of people and communities. Globally, AMCs are facing a tremendous financial risk stemming from the changes in health insurance reimbursement plans and a shortage of human resources. Innovative AMCs in the United States are trying to transform their physician-centered, and siloed structure into a patient-centered, and integrated structure. They are also building integrated systems with primary healthcare groups to provide continuous patient care from primary to tertiary levels and making strategic networks based on value-based payment and the patient-centered model. These changes have been proven to improve outcomes of patient care and increase fiscal revenues, which are both crucial in supporting education and research. To address the shortage of human resources, programs are being built to develop newly appointed faculty for the future. AMCs have different approaches to bringing changes into their organizations; however, there is a common emphasis on ‘a patient-centered approach,’ which helps them set more explicit organizational values and make strategic decisions based on their values. Korean AMCs are facing similar challenges to AMCs in the United States in spite of many differences between the countries’ healthcare systems. The innovative efforts of AMCs in the United States to address the challenges will be helpful, well-worked examples for Korean AMCs with similar challenges.
서 론
한국의 의료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발전의 원동력은 ‘academic medicine’ (AM)의 3대 사명(tripartite mission), 즉 교육, 연구, 진료를 수행해 온 한국의 academic medical center (AMC)들이다. 한국의 AMC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의학의 미래를 이어갈 다음 세대를 양성하고, 새로운 의학적 발견과 의료의발전을 위한 연구와 혁신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해왔고 또 해나갈 것이다[1,2]. AM의 사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의료와 의학의 장래는 어둡고,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 AMC가 구현하는 3대 사명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AMC는 국가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공공재로서 본질을 가진다. 더구나 교육과 연구는 재정적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는 AMC를 지원한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Medicare)와 같 은 정부 재원에서 전공의수련을 지원하고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이 의학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공적 지원이 없으면 교육과 연구의 수행이 어렵고, 진료의 책무와 연계하기도 쉽지 않다.
2017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는 ‘AM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KAMC 이사장은 학회에 즈음한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3].
“Academic medicine은 교육․ 연구․ 진료의 축이 함께 서야 의학이 발전하는데 국내 의학은 교육․ 연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 한국 의료계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Academic medicine은 대학병원이 주체가 돼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AM이 임상진료에 치우쳐 있으며, AM 3대 사명인 교육, 연구, 진료가 연계되어 있지 못하다는 현실 인식과 정부와 의료계 사이를 긴장과 갈등으로 읽는 의료계의 위기의식도 반영되어 있다. 그의 언급과 같이 한국의 AMC와 의료계는 위기의식 속에 살아가고 있다. 현 정부는 의료보험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정책방향으로 삼았고, 그 결정에 따라 의료보장의 확대와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의료보험 재원 고갈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동시에 민간의료기관들의 재정적 결손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4,5]. 교육과 연구의 사명과 더불어 큰 규모의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AMC들은 진료를 통한 경영에 대하여 책임이 무겁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교육기능을 가지는 병원 중 81%가 진료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민간의료기관이다. 의료인 양성 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미미한 민간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내야만 한다. 한국의 AMC들이 임상에 치중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것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의료비 지불제도에 관련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볼 때 국내 AMC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 예상되며[6], 이들이 직면해야 하는 수입의 감소는 교육 및 연구기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의 AMC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하고, AMC의 교육-연구-진료의 3대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맥락 속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여러 면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의 의료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AMC들도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고, 또 겪고 있다. AMC의 3대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당위성은 우리와 같고, 3대 사명 간의 연계의 문제들을 경험했고, 또 당면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의료제도와 AMC의 역사적 전통과 구조의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불제도를 포함한 보건의료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그들이 경험했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대응의 결과로 위기의 상황 속에서 교육-연구-진료의 3대 사명을 어떻게 연계하고 수행할 수 있었고, 수행하고자 노력하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 우리의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충분한 시사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 고찰은 미국의 AMC가 겪고 있는 주요 위기상황을 살펴보고, 그 위기가 AMC의 3대 사명을 수행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미국의 AMC들이 어떻게 대응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AMC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혹은 위기상황 가운데 고려해야 하는 점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미국 AMC의 위기
1. 재정적 위기
전통적으로 AMC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선도적 의료장비를 바탕으로 중증 질환자들에게 최신의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결과를 산출하였으며, 그 연구성과는 연구비와 AMC 발전기금을 유인하며 발전된 치료와 연결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누려왔다. 미국 AMC는 전체 병원의 6%에 불과하지만 미국 전체 장기이식진료의 47%, 외상환자 진료의 60%, 그리고 화상치료의 66%를 담당하고 있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7]. 이처럼 AMC들은 탁월한 임상역량을 기반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왔고, 그 결과 재정적으로도 풍성했던 특권을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진료와 관련한 미국 AMC의 주요 재원은 민간의료보험과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Medicaid)이다.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민간보험제도에 더해서 1965년에 시작된 메디케어는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의료보장을 확대한 것이고,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장 방안이다[8].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의료보장성이 강화되었고, 이는 의료수요의 증대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 방식을 취한 의료비 지불제도 때문에 1990년대 초반까지 AMC들은 이 재원에서 충분한 의료비 보상을 받았고, 이에 근거해 교수인력과 연구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한편, 1970년대 초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예상정액지불방식(prospective payment system)을 취하는 건강유지조직(health management organization, HMO)이 등장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의료비가 미리 정해졌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려면 치료과정에서 지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처럼 ‘적극적인 계약 또는 의료이용의 통제를 통하여 환자 진료를 관리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관리의료(managed care)의 특징이다[9]. 미국의 민간보험(99.1%)과 군보험(100%)이 HMO를 통해 보험을 적용하는 관리의료의 양상이나 메디케어는 HMO가 32.0%로 관리의료모델에 영향을 적게 받아왔다[10]. 1997년 균형예산법안(Balanced Budget Act)이 제정되어 메디케어에 의한 의료비에서 1,190억 불을 2002년까지 감축되게 되었고, 이는 AMC의 재정에 큰 압박이 되었다[11]. 이어 미국 의료계는 ‘오바마 케어’라 불리는 의료보장제도에 따라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바마 케어는 2010년 제정된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에 의거한 것으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을 줄이고, 적절한 의료보장을 확대하여 의료접근성을 증진함이 목적이다[12]. 법안과 관련한 소송에서 2012년 6월 28일 미연방대법원이 이 법안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발효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약 2천 만의 미국 국민이 새로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의료보장 확대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응정책이 필요했고, 메디케어프로그램 내에 책임진료기구(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와 포괄지불(bundled payments)과 같은 새로운 지불제도모델이 도입되었다. ACO에 속한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의료비 보상과정에서 의료의 질 관리를 요구받는다. 예를 들어 입원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재입원하면 처음 입원 시 진료가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재입원율이 높은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성과가 제시된 수준 이상이 되어야 책정된 의료비가 지불되는 방식으로 의료비 지불보상정책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환자들의 질병 중증도가 높으므로 치료과정에서 재입원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AMC의 입장에서 보면 질병 중증도가 고려되지 않은 재입원율 관련 지불정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2019년 1월 1일부터 미국 내 모든 병원의 표준수가를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 공개하도록 하는 수가투명성법안(price-transparency law)이 발효되기에 이르렀다[13]. 이것은 적은 비용으로 같은 성과를 내거나 혹은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진료성과를 내는 것을 인정 혹은 보상해주는 가치기반의 지불방식(value-based payment)으로 보건의료 재정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과 같은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에 따른 AMC의 재정부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클리브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의 원장이었던 Toby Cosgrove는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14].
“국가적으로 보건의료 재정은 향후 4년이 지나면 2조 불에서 3조 불 규모로 증가할 것입니다. 2040년이 되면 9천 만의 미국인이 보건의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65세 이상의 연령이 됩니다. 보건의료는 갈수록 고비용이 되어가는 반면, 관리의료회사, 메디케어 그리고 메디케이드와 같은 주요 보험자들의 지불과 보상은 점차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클리브랜드클리닉과 같은 비영리 AMC들은 그 중간에 놓여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들과 완치를 위한 연구, 새로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수련과 지역사회의 교육을 지원하는 일들은 우리 사명의 핵심적인 측면들이지만 이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의료비 지불제도와 그에 따른 의료계의 변화는 AMC의 교육과 연구 사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9년 미국 의과대학의 전체 재정규모는 1961년의 2,492%로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그 재원의 구성을 보면 공적 기금은 58%에서 30%로 감소한 반면 진료수익에 의한 부분이 6%에서 52%로 증가하였다[15]. 교육재정의 절반 이상을 AMC의 진료수익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AMC의 진료수익의 감소는 의학교육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와 관련한 기금은 정부와 보건의료 관련 기업들, 그리고 기금과 재단에서 출연한 연구비와 다양한 목적의 기부금, 그리고 AMC의 진료수익 등에 의해 조성된다. 미국 보건의료 관련 국가지원 연구비의 핵심은 NIH 연구비이다. 전체 규모로 보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 같으나 물가상승을 반영하여 1998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2003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16]. NIH 기금의 절반 이상을 수혜하는 AMC는 NIH 기금의 감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NIH 연구비가 연구에 필요한 간접비를 충분히 보상해주지 않으므로 AMC는 연구에 필요한 간접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AMC가 연구와 교육사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동원해야 하고 그 상당 부분이 진료를 통해 창출된 재정수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에 따른 AMC의 이익의 감소는 연구와 교육에도 부담을 주게 되었다.
2. 의료인력의 고령화와 감소
의료계는 급변하고 있다. 의학지식의 양이 배가되는 지식배가시간(knowledge doubling time)이 2020년에는 73일로 예측되고 있다[17].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폭증하는 지식은 대학의 경계를 넘어 공유되고 확산되고 있다. 정보검색과 공유기술의 발전에 따라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의료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제 환자들은 수동적인 의료수혜자가 아니라 자신의 질병의 치료와 그 성과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를 원한다. 의료와 관련된 결정의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는 참여적 의료모델과 환자 중심 진료의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환자 중심 의료모델로의 변환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는 인구의 고령화이다. 2030년이 되면 미국 인구의 50% 이상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당연히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의료비 부담도 증가될 것이다. 점증하는 의료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의료진이 2030년까지 121,300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었다[18]. 절대적인 부족과 더불어 의료진의 고령화도 동반되고 있다. 1967년의 미국 의과대학 교수는 17,584명이었고, 평균 연령이 41.7세였다. 2007년의 교수 수는 119,018명으로 약 7배로 증가하였고, 평균 연령은 48.5세로 증가되었다. 조교수 임용 시의 평균 연령도 33.6세에서 39.3세로 증가하였다[19]. 의료 진의 고령화는 은퇴자 수의 증가와 더불어 진료성과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3년간 미국 18,854개 병원의 736,537 입원사례(전체 입원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20%)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환자를 많이 보지 않는 고령의 의사들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20].
의학 관련 연구자의 고령화 경향도 유사하다. 2012년 생의학분야의 연구인력에 대한 조사에서 NIH 연구기금을 수주한 연구자의 32%가 의사-과학자였는데, 2003년에 비해서 절대적인 수가 감소하였다. 연구책임자의 연령이 60대 이상인 경우가 그 미만보다 더 많았다[21]. NIH의 대표적 연구기금(research grant)인 R01 연구기금 수혜자의 연령이 1980년대에 비해서 2010년에 평균 7.5년이 늦어졌다[22]. 이 변화는 독립적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기간, 곧 박사 후연구원 과정의 연장과 교수 임용시기의 지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교수 임용의 기회가 적고, 또 좋은 조건의 자리로 임용되기 위해 필요한 업적을 준비하는 기간이 연장되는 측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박사후연구원은 교수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점이 연구기금의 위축과 더불어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편, NIH 연구비 선정을 위한 평가과정에서 현직에 있는 연구자가 선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평가자들이 신진연구자보다는 이미 연구네트워크 안에 연계되어 있는 기존 연구자들의 제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연구기반이 약한 신진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연구간접비를 지원해주어야 하는데 대학의 재정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더해서 교육 관련 개인 채무(의과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채무가 2000년 125,372불에서 2018년 196,520불로 증가했다[23]), 임상으로 진로를 선택했을 때의 경제적 혜택, 일과 삶의 균형, 적절한 멘토의 부재 등이 연구자로서의 진로선택에 장애가 되고 있다. NIH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사과학자의 유입이 지난 10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24].
진료의존도가 증가할수록 임상 관련 교수들의 진료비중이 커진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84년과 2001년 사이에 진료는 23%에서 40.7%로 증가한 반면, 연구는 29%에서 14.7%로 감소되었다[25]. 된 인력으로 과중한 진료부담을 지게 된 임상 관련 교수들은 자신을 ‘채용근무자(employee)’나 ‘의료서비스 공급자’로까지 인식하게 되었다[26]. 이들의 93%가 진료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으며 연구를 위한 지원 부족(75%),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의 부재(70%)를 호소했다[27]. 처우 면에서도 AMC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높은 근무강도에 비해 급여는 상대적으로 낮다[28]. 임상을 통한 자신의 활동과 기여 가 연구 중심의 교수보다 저평가된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진료부담 이 가중되면 업무만족도가 저하되고, 이는 업무 관련 소진으로 이어지고, 탈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25].
진료부담이 증가되면 연구와 교육을 위해 시간을 안배하기 어렵다. 이같은 현실은 NIH 연구비 수혜양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NIH 연구비를 많이 수혜하는 미국 50대 대학의 생명과학분야 교수들 가운데 연구비를 받지 않은 교수들은 진료에 주로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29]. 연구비 수혜 교수 중 Doctor of Philosophy (PhD)나 Doctorate of Medicine and of Philosophy (MD-PhD) 학위를 가진 교수가 Doctor of Medicine (MD) 연구자의 3배였으며, 연구비를 수주하지 못한 교수의 69%가 MD였다. 교수들의 진료시간의 증가와 연구시간의 감소는 MD들이 NIH와 다른 연구비 지원기관들에 제출한 연구제안서 수준의 저하로 드러나고 있다[30]. 이런 이유로 NIH 지원연구는 기초 혹은 중개연구에 집중되어 있고, 임상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다[31].
3. AMC 구조개편 필요성에 저항하는 조직문화
PricewaterhouseCoopers 자문그룹 산하의 보건연구원(Health Research Institute) [32]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병원 평가인증기구인 The Joint Commission이 임상에 관련한 주요 질적 수행지표들을 제시하고 그에 근거해 수행평가를 진행했을 때 우수수행기관으로 선정된 405개의 병원 중에 AMC에 속한 병원들은 5%에 지나지 않았다. 진료성과에 근거한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대두되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AMC의 조직개편과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AMC 리더의 85%가 3대 사명의 수행과 관련한 AMC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실제로 조직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자율성이 중시되는 학문기관의 문화 속에서 성장해 영향력을 가진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실, 자신의 연구와 연구진, 혹은 클리닉’이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고, 조직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좀처럼 위임하려 하지 않는다. 전체 기관보다는 자신의 것을 우선하는 ‘사일로 의식(silo mentality)’과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는 비용과 질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와 진료는 많은 점에서 서로 다르다. 연구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진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연구는 연구비 수주와 논문 출간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계획이 장기적이지만 임상의 책무는 재정적 성과에 따라 즉각적으로 조율되는 특징이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비에 근거해 과업을 수행하고, 임상가들은 임상활동을 통해서 재원을 창출하고 재정을 운용한다. 연구자들은 임상에 적용되는 필요들보다 연구비를 출연하는 기관에 우선순위를 두어 결정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에 비해서 임상가들은 임상과 관련된 재정원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한다[15]. 진료와 연구를 연계하려면 이런 차이점을 극복해야 하는데, 임상가와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하려는 의도와 기관 차원의 구조적 결정과 전략적인 실천이 있어야 가능하다[33].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AMC의 리더들에게 의료계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물었을 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변화에 대해서 저항을 보이는 AMC의 문화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Figure 1) [32]. 그러나 AMC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력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1. 재정 위기에 관련한 대안
의료비 지불제도가 변화된 상황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는가? 가치기반 지불제도에서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진료성과이다. 혁신적 변화와 성장을 이룬 AMC들은 진료실적과 환자의 임상성적을 공개하고 있다. 클리브랜드클리닉은 1979년 심장환자들의 임상경과를 추적하는 것으로 진료성과를 내부적으로 주시하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의뢰의들에게 공유했으며, 2004년부터 “Cleveland Clinic outcome books”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공개하였다[34]. 생존율 및 합병증 발생률 외에도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조절률,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율과 같은 지표들이 제시되어 진료의 질 향상을 점검하고 제시하는 증거들로 사용되고 있다. 가이싱어헬스케어그룹(Geisinger Healthcare Group)은 진료성과와 진료방침을 실제적으로 연계하고 있는데, 관상동맥우회로조성술을 받은 환자가 90일 이내 재입원하면 병원이 의료비를 추가로 청구하지 않고 치료해주는 ‘ProvenCare’라는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2014년부터는 고관절치환수술로 확대되었다. 이 방침을 적용한 이후 진료비 절감, 입원기간 및 재입원율이 감축되었다[35]. 2015년부터는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가 자신의 진료와 진료비내역에 불만이 있을 때 그 이유를 적어 2,000불까지 환불을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환불해주는 ‘Proven-Experience’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36]. 환자가 경험한 성과(experienced outcome)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헌신이 없으면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자료에 근거해서 결정되었고, 정책시행 결과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진료비용은 낮추며, 경영개선을 이루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비용구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행위별 수가제도에 의한 의료비 지불제도에서는 검사와 처치를 많이 하면 병원의 수익이 증가될 수 있지만 가치기반의 지불제도에서는 수익을 잠식하는 원인이 된다.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줄이는 것은 경영의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중요하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메사츄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은 고위험군 관리를 위해 숙련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37]. 이와 유사하게 만성질환자들을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구별해 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해 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감소시킴으로 의료비를 절감한 사례들은 다른 AMC들을 통해서 보고되고 있다[38,39].
좀 더 큰 차원에서 AMC들은 지역사회의 의료네트워크와 전략적 합병 또는 제휴를 통해 임상의 확대와 연속적인 환자진료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는 진료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클리브랜드클리닉이나 제퍼슨헬스(Jefferson Health)는 적극적인 합병과정들을 통해서 1차진료부터 3차병원들에 이르기까지 수직통합체제를 이루었다. 이는 AMC들이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규모의 확장을 통한 재정의 증대와 환자돌봄의 연속성(care continuum)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40]. 이와 달리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베스이스라엘디아코니스병원(Beth Israel Deaconess Hospital)은 1차기관이자 ACO인 파트너즈헬스케어(Partners HealthCare)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간호사-매니저(nurse case manager)를 채용하여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간호하고, 가용 가능한 사회적 자원의 확보를 도모했으며 건강상담을 통해 증상 초기에 환자가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5%–20%의 입원을 예방할 수 있었고, 진료의 질은 상승하였다[7]. 이러한 체제 개편 노력과 그 성과는 3차진료기관인 AMC가 1차의료기관들과 전략적으로 연계하여 변화된 의료비 지불제도에 대해 비용과 성과 면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인다. 나아가 분절화되고 비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용의 측면에서도 물류, 정보, 교육 등에 대한 투자부담을 나누어 가질 수 있고, 한정된 의료재원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실천적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AMC가 이런 구조개편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단위기관의 구조를 가치기반 의료를 지향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Porter [41]가 제안한 가치기반 의료모델은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와 혁신 그리고 포괄지불체계에 부합한다. 개선을 위해서 조직을 환자 중심의 팀바탕조직으로 재편하고[42,43], 비용과 성과를 상세하게 측정하고 평가한다. 이때 성과의 지표는 과정의 효율성보다는 환자에 관련한 지표들, 즉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 회복까지의 시간, 그리고 회복된 상태의 지속성과 같은 것들로 택한다. 이러한 정보들이 측정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가치기반의 의료모델이 가능하다. 캘리포니아대학-로스엔젤리스 헬스(UCLA Health)가 이 모델에 따라 신장이식과 관련한 환자 중심의 통합진료단위(integrated practice unit)를 구성하는 체제 개편을 이룬 결과 이식 후 1년, 3년 생존율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44]. 2007년 클리브랜드클리닉이 병원 전체를 환자를 중심으로 한 인스티튜트(institute) 체계로 전환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140개의 세부전문분야의 의료진이 27개 인스티튜트(institutes)를 구성하여 진료하고 있다[45]. 예를 들어 신경계인스티튜트(neurological institute)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 심리학과가 연계되어 있고, 교육, 연구 및 지원기능이 통합되어 있다. 질병과 치료의 현실에서 모든 노력의 최종적 융합이 일어나는 곳은 결국 환자이다. 전통적인 의사(전문가) 중심의 진료제도는 고통받는 환자가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어렵게 연계해야 했지만, 환자 중심의 가치기반 진료제도는 환자를 중심에 놓고 가능한 통합과 연계를 이루어낸다.
이러한 노력은 다학제 진료프로그램 개선노력을 통해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4년부터 암환자들의 진단부터 치료개시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개선작업을 진행한 결과 외부의뢰 환자는 41일에서 31일로, 내부의뢰의 경우는 25일에서 21일로 소요시간의 중앙값이 단축되었다. 특히 45일 이상이 소요되었던 환자들을 30%에서 14%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신규인력의 투입 없이 기존의 자원들을 활용하여 환자들의 진료과정을 연속적인 흐름의 모델로 보고 지연을 일으키는 단계와 이유들을 찾아내어 그 과정을 개선하였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이를 위해 각 팀의 성과를 보고하고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환자를 위한 팀들의 팀(team of teams)을 구축함으로써 환자들에게는 다학제의 치료가 빠르게 적용될 수 있었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어 수익도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46].
2. 전략적이고 투명한 재정운영
어려워진 재정환경일수록 기관의 원칙에 따른 재정운영이 필요하다. 비용을 부과하고 수입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는 기관의 본질과 내재된 가치가 무엇인가를 실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15]. 재정운영모델은 성과에 따라서 수입을 배분하는 자본주의적인 모델과 필요에 따라 재원을 배분해주는 사회주의적인 모델이 가능하며 상황과 필요에 따라 적용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AMC는 분과별로 독립 적인 운영을 해오는 일종의 연방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재정적으로 척박해지는 상황에서는 전략적인 결정에 따라 교육, 연구와 진료에 있어서 최적 규모와 분야들을 결정해야 한다. 재정운영과 관련해서 재원과 용처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될수록 재정운영의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다. 협업의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필요하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배분에 대한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밴더빌트대학메디컬센터(Vanderbilit University Medical Center)는 1990년대 말부터 ‘Numbers Day’를 운영해서 기관의 책임자들이 기관의 재정상황과 그 운영이 사명과 전략에 따르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공유하고 있다[44]. 죤스홉킨스의료원(Johns Hopkins Medicine)의 재정보고서를 보면 재정규모, 산하기관의 운영성과, 수입과 지출내역에 더하여 해결이 필요한 과제들과 전략적 결정에 따른 투자내용 등이 보고되어 있다[47]. 이처럼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어떤 전략적 결정들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재정이 결정된 전략에 따라 운용되었음을 보이는 것은 중요한 의사소통의 과정이다.
3. 인적 자원의 개발
교수들이 교육, 연구 및 진료의 사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들이 필요하고, 이에 더하여 AMC 에 종사할 신진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MC에 신규임용된 교수들이 탈락되지 않고 지속적인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주립대학-샌디에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의과대학은 신진교수들을 위한 교수개발프로그램을 1997년부터 도입하였다. 프로그램 성과에 대해서 교수 탈락률과 학문적인 성과(리더십과 전문활동, 수상, 연구기금 수주, 교육활동, 논문 및 출간)를 통해 평가하였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 신규 임용된 839명의 교수 중에 120명이 교수개발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이들의 탈락률이 유의하게 낮았다[48]. 1996년부터 2003년 사이에 교수개발프로그램에 참여한 군과 참여하지 않은 군을 매칭하여 학문적 성과를 비교하였을 때 프로그램 참여군의 학문적 성취가 우수하고, 탈락률이 낮았다[49]. UCSD 교수개발프로그램의 핵심은 신진교수들에 대한 멘토링이었는데, 와일코넬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 WCM)도 차세대 교수리더들을 개발하고, 조직 내의 지속 가능성을 함양할 수 있는 전략으로 멘토링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50].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신진연구자들에게 초기기금을 지급하고, 연례 연구수양회, 월례 신진교수멘토링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를 위해서 160만 불이 투자되었고 420만 불의 외부 연구비 수혜로 이어졌다. WCM 학장인 Augustine Choi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적인 의료환경에서 AMC가 그들의 사명을 확장하고, 선배교수들의 경험을 전수하며, 차세대의 임상가, 과학자, 보건의료계 리더들의 전문성을 육성하는데 멘토링이 효과적이며, 멘토링이 활성화되고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 리더의 확실한 지원, 멘토 혹은 멘티가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장려함, 멘토링프로젝트의 비용과 성과, 그리고 성공요인들을 공식적으로 평가하여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50].
교육과 관련해서 교수들이 교육자로서 자기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은 이를 위해 교수의 교육 관련 책무를 임용과 승진의 주요 평가기준으로 명시한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은 모든 교수에게 일정 시간 이상을 교육에 할애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51], 죤스홉킨스의과대학은 교수들이 주임교수와 논의하여 결정한 자신의 전문분야(area of excellence)에 따라 임용과 승진을 평가받지만 교육적 책무는 모든 교수들에게 수행성과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52]. 이와 더불어 교육영역의 학술성과를 평가할 때 연구와 논문, 교과서의 출간만이 아니라 혁신적인 교육과정의 설계와 적용, 관련 교재의 작성, 그리고 확산 등도 포함함으로써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의 기여를 포괄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기초적인 투자로서 학생들이 AM에 입문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학 시의 연구경험과 그와 연관된 논문 출간경험, MD-PhD와 같은 학위과정 혹은 fellowship 과정과 더불어 마치는 경우, 학교에서 발견되는 지적인 자극과 도전, 그리고 역할모델로서 멘토의 영향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53]. 연구역량의 양성은 강의와 더불어 학생들이 실제로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경험이 필요하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은 기존의 학제 간 MD-PhD 프로그램 외에 MIT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과 공동으로 ‘보건과학과 기술 과정(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course)’을 별도로 운영하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은 ‘M.D. thesis’ 과정을 통해서 MD-PhD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연구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54].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자 개교한 클리브랜드클리닉 러너의과대학(Cleveland Clinic Lerner College of Medicine, CCLCM)은 1년의 학생 연구기간을 운영한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선택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멘토링이 필요하다. CCLCM은 학생들에게 교육 관련 재정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개교 당시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적용했고, 2018년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의과대학도 2018년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해주는 장학정책을 발표했다. NIH는 특정 영역들과 관련된 연구에 종사하는 경우, 학생들의 채무를 변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발생한 채무가 연구에 참여하는 것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4. 혁신의 원동력으로서 환자 중심의 의료기관 문화와 리더의 역할
탁월한 환자 진료가 기초 및 중개임상연구, 의료의 공공성 그리고 환자의 이익으로 연계됨에는 기관의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관의 문화가 가치를 결정하고, 그 가치에 근거해서 전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이루어오고 있는 클리브랜드클리닉이나 메이요클리닉, 그리고 UCLA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환자 중심 혹은 환자 우선의 문화이다.
클리브랜드클리닉의 구조에 대해서 “왜 변하면 안 되는지, why not?”이라는 질문들로 대대적인 전환을 이끌었던 Toby Cosgrove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모색할 때 환자의 필요들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권을 가진다는 가치에서 출발하였다[14]. 의사가 판단하는 성과와 환자가 경험하는 성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환자가 경험한 성과에 있어 환자들에 대한 의료진의 공감과 전인적 돌봄이 기술적인 탁월성과 더불어 필수적이다. 이에 클리브랜드클리닉은 2011년 당시 43,000명에 달하는 직원들 전부를 순차적으로 “communicate with H.E.A.R.T (hear, empathize, apolo-gize, respond, thank)”라는 ‘클리브랜드클리닉경험(Cleveland Clinic Experience)’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프로그램 과정에서 직종에 상관없이 함께 팀을 이루도록 했으며 이 과정을 마친 이들에게 ‘돌봄제공자(caregiver)’라는 배지를 부여했다[55]. 메이요클리닉은 의료진 선발과정에서 후보자들의 능력과 더불어 그들이 메이요클리닉의 가치, 즉 환자의 필요가 모든 것보다 우선한다는 정신에 동의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56]. 양 기관에서 환자 중심의 가치를 구현하는 제도 중 하나가 의사들의 급여체계이다. 이 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정해진 급여 외에 환자 진료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받지 않는다. 의사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자들을 자신의 환자로 묶어 둘 이유가 없다. 그들은 환자들에 적절한 의료진을 가능한 빨리 찾아 환자를 의뢰하고, 또 그렇게 자신에게 의뢰된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57].
메이요클리닉은 임상과 연구, 교육을 서로 연계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가치선언을 분명히 한다.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임상진료가 연구와 교육을 주도한다. 연구는 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의해서 정의되며, 교육적인 필요는 기관의 인적 자원의 필요에 따라서 결정된다[58].” 의료기관의 존재이유, 그 사명을 분명히 하는 선언이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탁월하고 인간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가치는 변할 수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과 체계는 달라질 수 있다. 가치에 대한 확고한 헌신이 있어야 분명한 기준이 생긴다. 혹여 혁신적인 시도가 처음의 예상과 의도와는 다른 결과에 이르렀어도 가치에 준거해 의미 있는 실패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함이 확보될 수 있다. 의미 있는 실패가 가능한 문화가 있을 때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 기관의 문화는 그 기관이 공유하는 신념, 감정, 가치들이며 그와 연관된 상징들과 행동의 양상과 그 산물이 통합된 체계이다[59]. 이 문화는 우리 자신의 삶과 경험을 해석하고 설명해주며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결정해준다[60]. 그 가치가 결정의 준거를 이루고, 그 결정에 따르는 실천들이 반복될 때 그 집단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관행들이 구성된다. 새로 유입된 구성원들은 이 관행들이 적절하고 타당한 것이라고 수용하고 생각하며 느끼게 된다[61].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 기본적인 전제들로서 이 문화적 구성은 행정적 결정과 정책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그러므로 문화적 구성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정책적 변화는 지속되지 않는다[62]. 권력구조가 바뀌면 문화적 구성과 충돌하는 정책들은 중단되고 만다. 그러나 문화와 그 가치에 의해 생성된 ‘이야기’들은 기관과 그 기관에 속한 직원들을 오래 이끌어가며 지속된다.
이 점에서 이 기관들을 이끄는 리더와 그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는 협력과 통합으로부터 창조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전략을 통해서 교육, 연구, 진료의 세 가지 요소가 각각 기능했을 때와는 다른 통합된 가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례들을 통해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합과 협력의 개념이 발전적인 AMC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문화적 요소이다. 이러한 기관들은 통합적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서 통합적 활동을 인정, 보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서 기관 내의 부서와 기능들의 통합을 촉진한다. 통합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재정적 투자와 협력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기관 차원의 체계적 배려가 있을 때 가능하다. 협력적인 팀의 구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진료, 연구, 교육의 융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위기능들을 넘어서는 활동이 필요하고, 이런 활동이 학습지향적인 근무문화에 의해서 지지되어야 한다[63,64]. AMC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는 기관이 추구해야 하는 사명을 반복해서 분명히 환기하고 드러내야 한다. 수사적 언급이나 선언 차원의 천명이 아니라 사명과 가치에 근거한 전략적 결정을 통해 기관의 활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듀크대학의 의무부총장 Victor Dzau는 서로 다른 전문영역이 함께 만나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설립되어야 하며 리더는 혁신적인 생각들을 추구할 수 있는 기금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65]. 그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과 장래성에 기반을 둔 연구를 지원하고,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반구조를 확보해주며, 나아가 충분히 실패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AMC의 위기: 다른 배경 그러나 공통된 문제
미국을 중심으로 사례들을 검토한 바 NIH 연구비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의 의과학 분야의 연구비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규모만이 아니다. NIH는 그 연원이 1887년에 이르고 1930년부터 NIH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하여 1946년부터 의과학 연구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66]. 이러한 역사와 체계적 시스템이 의과학 연구와 관련한 장기 전망과 지속적인 전략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의과학 연구에 관련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기구가 없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의과학 연구의 핵심 정부부처가 변화되는 것도 결정적 장애라 하겠다. ‘요원해 보여도’ NIH와 같은 의과학 연구에 관련한 국가연구비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국가 차원의 의과학 연구플랫폼이 정리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 더해서 우리나라 의료계의 재정이 의과학 연구를 위해 투자하기 어려운 현황에 대해서 Chung 등[67]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의과학의 목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환자의 질병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의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병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 (5개 대형) 병원의 의료수익이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병원규모는 대형화되고 있지만 경영수지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의과학에 필요한 의학계 내부의 투자자금 조달은 쉽지 않다. 등록금과 대학 소속병원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과대학이 임상치료와 달리 결과를 내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데다 불확실성이 높은 기초의과학 연구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의료전달체계와 의료비 지불보상체계가 상이해도 AMC가 재정적인 위기 앞에 있음은 동일하다. 정부의 의료보장확대에 따라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경에 AMC들이 대응하여 체제의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이 가운데서 교육, 연구, 진료의 3대 사명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비 지불제도가 의료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포괄적 의료보장제도이고 AMC로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자유롭다. 환자들은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과 장비, 그리고 명성과 신뢰 때문에 AMC를 선호하고, 의료보장이 확대될 때마다 상급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그에 따르는 우려가 점증되어 왔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및 개인의원이 협력의 관계라기보다는 경쟁적 관계에 있는 것이 우리 의료계가 경험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분절화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이 원격의료와 관련한 의료계의 반대이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기초할 때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1차의료 대신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를 선택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68]. 의료전달체계가 환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기초의학 관련 인적 자원의 부족은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의학에 종사하는 인력은 졸업자의 1% 미만이고, 기초의학자들의 기본급여가 낮고, 경력단절의 위험성과 진로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67]. 의과대학 교수진의 고령화는 4년제 대학 전임교원의 추세를 볼 때 그 경향을 추정할 수 있다[69]. 2016년 60대 이상의 전임교원의 수가 13,803명으로 2012년에 비해 1.6배로 증가했고, 신진연구자인 30대 이하의 교수는 8,614명에서 6,940명으로 감소하였다. 교육은 어떠한가? 의사 양성 및 전문가 양성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수련과 관련한 책무와 재정부담의 대부분이 민간에게 위탁되어 있다. 전공의수련이 가능한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318개 중 국공립 병원이 60개로 19%에 불과하다. 전공의 수련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민간수련병원은 전공의교육에 필요한 재정을 병원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대신 병원은 전공의가 ‘시간 외 근무를 통해 수련병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70]’ 수련에 관련한 재정적 부담을 해결해왔다. 전공의 양성을 위한 재정을 정부가 지원하는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전공의특별법의 시행에 따라 그간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진료에 공백이 생겼고,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를 대처할 신규인력을 채용함에 따른 재정부담을 새롭게 지게 되었다. 정부가 전공의교육을 위한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향후 전문의 양성체계에 올 어려움은 분명하다. 전공의교육을 위한 소요예산은 연 6,410억 원으로 추계된 바가 있으나[71], 이와 관련해 의료계의 합의된 의견이 아직 제시되지 못한 상태이다.
결 론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AMC가 직면한 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의료보장의 확대와 그에 따른 의료비 지불제도의 변화가 가져온 AMC의 재정적 부담이다. 국가연구비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AMC의 연구와 교육의 사명이 진료수익에 의지하는 부분이 상대 적으로 큰데, AMC의 가중되는 재정적 압박은 AMC의 3대 사명의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가의 보건의료에 필요한 의료인력의 양성과 AMC에 필요한 신진교수요원의 양성과 개발의 필요가 크고, 의료전달체계의 분절화의 문제도 상세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대안을 검토할 때 우리와 체계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혁신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AMC의 사례 검토에 우리와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고려해야 할 점을 발견한다. 첫째는 AMC들이 보여준 체제 개편의 노력이다. 환자 중심, 가치기반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 단위기관들의 구조와 진료프로그램들을 개편한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의료진, 특히 의사 중심의 센터에서 환자 중심의 센터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보다 평등한 입장에서 환자의 문제해결에 참여함으로써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좋은 진료성과를 내고 있다면 우리에게도 이러한 환자 중심의 팀바탕진료의 확산이 필요하다. 전문직 간 협력(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을 위해서는 학생 때부터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이 필요하며, 이의 적극적인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는 3, 4차 의료기관인 AMC가 1차진료그룹이나 지역병원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환자의 필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의료생태계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자와 보호자의 시각에서 보면 더욱 절실하다. AMC가 1차, 2차의료기관들과 같은 내용으로 진료하면서 경쟁하는 것은 의료계 전체와 환자를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다. 발전한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1차의료기관들과 AMC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적 동맹 혹은 돌봄네트워크(care network)를 구축할 수는 없겠는가? 예를 들어 뇌졸중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환자는 급성기에 AMC에서 최신의 치료를 신속하게 받고, 그후 이루어지는 재활과 장기적인 치료는 네트워크 내에 있는 1, 2차 의료기관들에서 AMC와 함께 개발하여 공유된 치료지침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환자 중심으로 구축된 의료데이터를 네트워크 내에 있는 의료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다면 의료의 효율성과 진료의 성과는 증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노령화에 따른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 이런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 의료의 모습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환자의 진료는 특정의 AMC 안에서 완결될 수 없다. 환자의 가정에서 시작해서 1차진료기관 그리고 AMC에 이르고, 다시 환자의 가정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위한 돌봄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AMC가 1차의료기관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돌봄의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체계가 구축될 때 진료의 성과는 향상되고, 그 비용은 절감되어 환자의 경험은 만족스럽고 의료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AMC는 의료시스템의 분절화를 극복할 수 있는, 데이터 및 가치에 기반한 보건의료모델을 제시하는 의료시스템연구(health system research)를 수행하는 핵심기관이 되어야 하며 이는 AMC가 의료와 관련해 보다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Figure 2).
셋째는 의료와 AM의 미래를 위한 인적 자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분명히 증가될 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진을 양성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의료계, 특히 AMC에 위임한 공적 책무이다.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를 분명히 할 때 우리나라 AMC 대부분이 민간기관이더라도 공공재로서의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전공의 양성에 필요한 재정에 대해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진 양성에 대한 합의된 의견을 효과적으로 사회와 국가에 소통해야 한다. AMC는 신진연구자들과 신진교수요원들을 양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원을 개발하고, 이들이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미래 의료계의 리더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수개발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교수 평가제도도 교수들의 자기개발 틀로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며 자기 분야의 리더로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혁신적 변화 사례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환자의 필요가 다른 모든 것보다 앞선다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환자 중심의 문화적 구성(cultural construct)이다. 환자 중심의 문화와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임상의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고 팀바탕 접근이 가능하도록 체제에 대한 파괴적 혁신도 이룰 수 있었다. AMC의 리더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그 자원을 배분하고 투여할 때 리더는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가치에 의해 결정을 내릴 책무가 있다. 유전자와 분자수준의 연구와 같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일들을 결정할 때도, 진료와 관련해 갈등이 노정될 수 있는 체제개편을 논의할 때도 그 모든 과정이 환자를 치유하기 위함이라는 가치에 기반할 때(기관의 리더가 결정으로 지지하고 이끌어갈 때) 연구하는 과학자나 진료하는 의사를 중심으로 한 구조에서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과 자원들이 연계하고 결합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와 의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간에게 치유를 가져오는 행위와 과학이며,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안녕한 삶을 이루는 데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AM의 모든 통합의 최종적인 장은 환자이다. 그래서 AMC는 환자 중심적이어야 한다. 환자 중심의 문화는 AMC의 영혼과 같다. 이 영혼이 살아 숨 쉴 때 AMC는 그 존재 이유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고,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그 사명을 통합적으로 구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기여
안신기: 자료수집 및 분석, 기본 개념설정 및 논문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