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To Know as We Are Known: Education as a Spiritual Journey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7;19(3):175-176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7 October 31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7.19.3.175
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Yeungna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Daegu, Korea
이영환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저서: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저자: 파커 팔머 지음, 이종태 옮김

출판사: IVP

출판연도: 2006년

쪽수: 261쪽

“앎과 가르침과 배움은 단순한 학문활동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앎과 가르침과 배움은 깊은 인간적 의미를 지닌 활동, 위대한 인간적 목적을 가진 활동, 우리 자신과 이 세계의 변화에 기여하는 활동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인 파커 팔머(Parker J. Palmer, 1939-)는 미국고등교육학회의 임원, 페처연구소의 수석 고문, 그리고 자신이 설립한 ‘용기와 쇄신을 위한 센터’ 대표로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하여 ‘미국 고등교육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교사의 교사’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1978년부터 시작한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존 모가브가브(John Mogabgab)와 함께 영성, 공동체, 교육에 대한 대화 내용을 정리하여 1983년에 초판된 책이다. 비록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진리의 탐구를 망각하고 지식의 축적에만 혼을 빼앗긴 현재의 교육현장에 교육의 근원적 영성, 인격적 관계, 그리고 공동체적 특성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이 책은 지식의 기원, 가르침과 배움에 관한 현대 교육의 접근법, 그리고 관습적 교수법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지배욕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지식관에서 초래된 현대 교육의 위기를 그동안 가르침과 배움의 영역에서 소외되어 왔던 교육의 영성을 회복하여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주관적 편견이 두려워 강조되어 온 객관화 혹은 객관주의를 왜곡의 원천으로 지목하고 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 수단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를 맺는 영성의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참된 교육이란 ‘저쪽 바깥’ 외부 세계의 탐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기 안쪽’에 대한 자아성찰과정을 끊임없이 오가며 서로 살아 있는 관계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특별히 교육의 ‘목표’가 아닌 교육의 ‘원천’으로서의 영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목표를 강조하는 것은 교육을 통하여 억지로 학생들을 정형화된 하나의 틀로 몰아가게 되며, 마침내 그것이 학생들의 사상과 믿음과 행동을 평가하는 주형틀로 사용될 것임을 우려한다. 그것은 비록 목표가 바람직하다고 할지라도 결코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교육은 그 출발에서부터 열려 있어야 하는데, 가야 할 곳을 명령하지 않고, 어떤 길이든 정직하게 걷는 길이라면 우리를 진리에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강제로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과 배움의 내적 원천을 검토하고 정화시키는 것이며, 우리의 마음과 지성에서 해로운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영성이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사-환자 관계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치유능력을 무시하는 의학 훈련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의학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처럼 의료인들의 책무성에 기초하여 성과바탕교육으로 개편되고 있는 우리의 의학교육현장이 자칫 교육의 근원적 영성을 간과하여 그 의미와 과정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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