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방식의 의예과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

OEM Pre-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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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Med Educ Rev. 2010;12(2):3-4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0 December 31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0.12.2.003
Gachon University of Medicine and Science
이성낙,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
• 교신저자:이성낙, 인천광역시 연수구 연수동 534-2 가천의과학대학교 • Tel : 032-820-4025 • Fax : 032-820-4029 • E-mail : sungnack@gachon.ac.kr
Received 2010 October 12; Revised 2010 December 06; Accepted 2010 December 09.

Trans Abstract

Purpose

Education provided in many Korean medical colleges still isn't free from the contents of the “2+4 year program.” Korean medical colleges especially holds onto the belief that humanities must be taught to the lower grades.

Methods

I introduced the six-year integrated program and reversed the order of the existing education program. The new program assigned anatomy, physiology, and biochemistry to the 1st years, and humanities subjects such as forensic medicine and medical ethics to the 4th, 5th, and 6th years.

Results

Increased participation and interests among students.

Conclusion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OEM) at the level of pre-medicine brings harm rather than good.

서양 의학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일찍이 의학 교육도 들어와 역사의 맥을 같이해온지 이미 한 세기가 넘었다. 이는 의학 교육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의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병원 중심 임상 진료의 질은 제반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보면 더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의과대학 제도를 돌이켜보면 일제 강점기 때의 ‘예과-본과 개념’ 틀이 오늘날까지 많은 대학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물론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고 알려진 유럽의 각 의학 교육 제도는 의외로 큰 변화가 있었다. 한 예로 서브인턴(Sub-Intern) 제도를 살펴보자. 필자가 1960년대 독일 의과대학에서 교육받을 때에는 의사국가시험 후 인턴 과정으로 임상 수련을 2년간 받았는데, 1970년대 들어 새로운 교육 제도가 도입됨과 동시에 인턴 제도가 의대 의학 교육 과정에 이른바 서브인턴 제도로 흡입되었다.

그런데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서브인턴 제도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의과대학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꾸준히 거론되어왔다. 하지만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다른 분야, 특히 산업 분야에서 흔히 언급되는 ‘발상의 전환’ 이라는 용어는 적어도 우리 의학 교육 제도에서는 한낱 수식어에 불과한 듯싶다. 특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는 의과대학에서 그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몇몇 의과대학에서는 ‘예과- 본과’ 개념을 탈피해 ‘2+4년제’ 에서 통합 6년제 개념을 가지고 학생 교육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6년제 의과대학 교육 제도를 들여다보면 행정상의 통합이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즉 실질적으로 자연과학대학에서 진행해오던 의예과 교육을 의과대학이 주관하는 행정 관리로 통합한 수준이다. 일테면 교육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한 교육 관련 모임에서 어느 의대의 동료 교수가 의대 저학년 (예과) 학생들의 윤리를 비롯한 인문학 교육에 대한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바로 그분이 속한 대학이 6년제 통합 의과대학을 운영하면서 교육 내용은 ‘2+4년제’ 교육 제도의 틀에서 못 벗어난 경우에 속한다고 털어놓았다. 핵심적 문제는 인문학을 굳이 의대 저학년인 신입생이나 2학년 학생에게 교육시켜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아주 오래전부터’ 저학년 때 ‘소화’ 시켜야 한다는 공식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바로 부끄러운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기도 하다.

필자는 의학윤리나 법의학과 같은 인문학 교육을 의과대학 고학년 때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는 1990년 신생 아주의과대학 초대학장으로 취임하면서 6년제 통합 교육 제도의 도입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의 탈서열화를 시도했다. 즉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을 의대 신입생에게 하향 접근시키고 법의학, 의료윤리 등의 인문 과목을 상향 조정해 의대 4, 5, 6학년에 배정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도와 관심도가 높아졌다. 더욱이 이러한 결과에 대해 피교육자는 물론 해당 과목 담당 교수진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점은 사뭇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필자는 이를 낮은 수준에서의 발상 전환의 결과라고 본다.

2+4년제 의과대학, 특히 의예과 교육이 자연과학대학에서 ‘OEM’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공급자 위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해악(害惡)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오래전 필자가 만난 어느 교육학 원로 교수가 토로한 걱정 섞인 말씀이 떠오른다. “국내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 4년간 교육시켜서는 결국 부실한 졸업생을 사회에 배출하는 셈이다. 이는 ‘죄악’ 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수한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졸업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수하지 못한 학생을 뽑아 아주 우수한 졸업생으로 사회에 배출하는 것은 예술이다.” 필자는 바로 이 말씀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의예과 교육 제도를 발전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성의 질문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원고는 현재 한국 의학교육이 가지고 있는 핵심 사항 중 하나인 의예과 교육 및 예과-본과 교육 커리큘럼의 경직성을 지적한 시의적절한 원고입니다. 소위 ‘OEM’ 교육으로는 의학교육 참여자들이 의료현장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오늘날 융합학문의 시대에서 인문사회과목을 의대 고학년에서 주요 의학과목과 접목하는 식견을 같도록 교육시키는 사례로 제시하신 것은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존경 받는 의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한국 의학교육계가 깊이 읽고 행동의 변화를 보이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리: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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