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에서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 현황
Current Status of ‘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Education in the Medical Professionalism Curriculum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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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current status of the medical professionalism curriculum in Korea to suggest a plan to move towards the formation of a professional identity. Professionalism education data from 28 Korean medical schools were analyzed, including the number of courses, required or elective status, corresponding credits, major course contents, and teaching and evaluation methods. Considerable variation was found in the number of courses and credits in the professionalism curriculum between medical schools. The course contents were structured to expand learners’ experiences, including the essence and knowledge of professionalism, understanding of oneself, social interaction with others, and the role of doctors in society and the healthcare system. The most common teaching methods were lectures and discussions, while reflective writing, coaching, feedback, and role models were used by fewer than 50% of medical schools. Written tests, assignments and reports, discussions, and presentations were frequently used as evaluation methods, but portfolio and self-evaluation rates were relatively low. White coat ceremonies were conducted in 96.2% of medical schools, and 22.2% had no code of conduct. Based on the above results, the author suggests that 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should be explicitly included in learning outcomes and educational contents, and that 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courses need to be added to each year of the program. The author also proposes the need to expand teaching methods such as reflective writing, feedback, dilemma discussion, and positive role models, to incorporate various evaluation methods such as portfolios, self-assessment, and moral reasoning, and to strengthen faculty development.
서 론
의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좋은 의사는 임상역량과 의사소통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윤리적 및 법적 이해를 기반으로 수월성, 휴머니즘, 이타주의, 사회적 책무성과 같은 핵심 가치를 진료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1]. 최근 의학교육 추세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이 의학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2-4]. 전문직 정체성은 의과대학 또는 전공의 교육의 과정에 있는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로 하여금 사회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일련의 가치와 성향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통합시키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전문가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3,5]. 전문직 정체성 형성은 전문직으로 살아가는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진행되는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능력을 통합하는 평생의 과정이다[6]. 이는 개인적 수준의 발달과 직업적 수준의 발달을 동시에 포함하는 사회적 구성 과정이며[4,7], 직업적 성공, 심리적 건강 및 사회적응과 관련이 있다[8]. 따라서 의과대학에서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핵심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설계와 효과적인 교육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3,9].
역사적으로 보면 개념으로서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은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있어 왔지만[3], 교육실천으로서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은 전문직업성 교육의 범주에서 암묵적으로만 다루어지다가 최근 들어 명시적으로 교육할 것이 강조되고 있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전문직업성 교육은 덕목 기반, 역량 기반, 정체성 형성의 접근방식으로 강조점이 변해왔다[2,5]. 즉 전문직업성에 대한 개념 정의와 인식 틀 또는 가정이 변해감에 따라 교육의 목표와 내용, 교수법, 그리고 평가방법도 수정되거나 새롭게 창조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2,5].
덕목 기반(virtue-based) 또는 윤리적 접근방식은 품성을 갖춘 사람을 좋은 의사로 정의하며, 내적인 마음의 습관, 덕성(moral character), 추론능력, 돌봄과 연민 같은 인간적인 자질을 갖추도록 교육할 것을 강조한다. 행동 기반(behavior-based) 접근방식은 좋은 의사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교육에서는 이러한 역량을 입증하기 위한 마일스톤, 역량, 관찰 가능한 행동의 측정을 강조한다. 정체성 형성(identity formation) 접근방식은 의사가 자신의 다양한 지위와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일관된 자아 이미지로 통합하는 정체성 발달과정과 지역사회에서의 사회화를 강조한다[7]. 즉 좋은 의사는 의사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일련의 가치와 성향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며, 교육은 학생들이 더 높은 수준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 이와 같은 세 가지 인식 틀의 변화는 전문직업성의 개념이 의사 개인의 영역에서 타인과의 관계 및 사회 속에서 의사의 책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위한 교육방법과 평가방법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10-14].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전문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전문직업성에 대한 많은 정의는 ‘전문가에게 기대되는 행동의 입증’을 강조한다[3]. 예컨대, ‘대중의 의사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일련의 가치, 행동 및 관계’라는 Royal College of Physicians of London 정의는 전문가의 행동의 입증을 강조한다[3]. 이러한 정의를 따를 경우, 일련의 특성, 가치 및 신념을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직업성 교육은 개념적 정의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조작적으로 재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된다. ‘전문직 정체성’의 개념은 특정 행동보다는 주체의 자기인식과정이 강조된다. Erickson [15]에 따르면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와 관련된 자기의식’이다. 즉 ‘자기 내적인 요소들을 종합하여 동일하고 연속적으로 자기를 유지하며, 타인과 사회와의 사이에서 자기인정과 확신을 포함하는 자기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15]. 이러한 정의를 적용하면,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은 의사직의 특성, 가치 및 규범이 내면화되는 과정으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계적으로 달성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이 의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게 되는 자아의 표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3]. ‘전문직 정체성 형성’은 개인적 수준과 집단수준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적응상의 발달과정’으로, 개인수준의 심리발달과 집단수준의 사회화를 포함한다[7]. 이러한 정의를 따르면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은 개인의 속성과 집단에서의 역할, 그리고 사회공동체 속에서 특정 행동의 추구를 통해 도달하려는 가치체계와 그것에 대한 자아인식 개발에 교육목표를 두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세 가지 용어는 개념상 차이가 있지만 상호배타적이라기보다는 수단적이거나 포섭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전문직업성 교육목표에서 강조되는 ‘의사가 입증해야 할 행동’은 의과대학 및 전공의 교육과정에서 전문직 정체성이 발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되며[3], ‘전문적 정체성’ 개념이 담고 있는 ‘행동주체의 자아인식’은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문직업성 교육에서 의사의 전문적 역할을 개별적이고 측정 가능한 역량으로 변환하여 측정하는 역량 기반 접근방식은 ‘의사가 되어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 탐색과 의사의 역할이 미래의 의사의 정체성 발달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간과하였다[7].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 초점을 두는 접근방식은 의학교육과정 중에 개발된 역량과 의사의 정체성 형성 간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하고,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다 광범위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7]. 따라서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은 기존의 역량 기반 접근방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성 교육에 대한 보다 다양한 담론을 확장하는 틀로 살펴보아야 한다[3,7].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에서는 전문직 정체성의 형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7,16-20], 다양한 심리학 및 발달이론이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15,21,22].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직업성 교육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덕목 기반 또는 역량 기반 접근방법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전문직업성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주요 속성이나 자질과 역량 요소라고 간주하고 각 요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자기평가 연구를 수행한 연구들[23,24], 전문직업성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평가도구 개발에 관한 연구들[25,26], 교육과정의 목적을 전문직업성의 기초자질 함양으로 설정하고 교육과정의 평가와 구성을 연구한 것들이 있다[27]. 2017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사람과 사회 중심」에는 ‘의사의 직업 정체성’ 용어가 사용되어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 우리나라 기본의학교육의 주요한 학습성과로 기술되었다[28], 최근 들어 ‘전문직 정체성’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 전문직업성 교육의 중심 목표로 정착되고 있지 않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전문직 전체성 형성은 전문직업성 교육의 범주에서 교육되어왔기 때문에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이 연구는 우리나라 기본의학교육 현장의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을 검토한 후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현황을 파악하고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의 확대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의 개설현황(교과목 수, 학점 및 학년),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의 내용구조, 주요 교육방법 및 평가방법을 파악하고 우수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자료수집 대상 및 방법
이 연구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과대학 또는 대학)에 2020학년도를 기준으로 개설된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을 조사대상으로 하였다. 1차 자료조사와 수집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전문직업성 교과목의 명칭과 개설 학년, 필수선택 여부, 학점을 열람하여 Microsoft Excel (Microsoft Corp., Redmond, WA, USA)에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2차 조사는 각 의과대학의 의학교육 전문가 또는 전문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홈페이지에서 수집한 내용에 대한 검토와 부정확한 정보의 수정 또는 누락 과목의 보완을 요청하였다. 추가로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별로 주요 수업내용 또는 주제(교육내용), 수업방법, 평가방법을 직접 기술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아울러 화이트코트 세리모니(White Coat Ceremony)와 행동 규범(Honor Code)의 운영 여부를 조사하였다.
일부 항목에 대해 개방형 직접기술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의 특수성과 복잡성 때문이었다.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교육과정과 달리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은 대학마다 교과목의 명칭이 너무 다르고 교과목별로 포함하는 교육내용의 범위도 매우 상이하다. 따라서 객관식 설문지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고, 전문직업성의 개념과 정의조차 조사 응답자 간에 인식의 편차가 클 수 있어서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설문조사방식보다는 개방형 자유기술방식이 각 대학의 교육과정 현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응답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자유기술 항목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예시를 제시하여 응답자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자료수집기간은 2020년 1월 28일부터 2월 19일까지였다. 40개 조사대상 대학 중 28개(70%) 대학이 응답하였다. 분석대상 대학의 소재지와 학생 수는 Table 1과 같다.
2. 분석방법
분석대상 자료는 문서형태였다. 자료의 내용은 서술식 내용과 양적 수치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분석방법은 자료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을 병행하였다. 즉 전문직업성 교육과정 개설 교과목 수, 개설 학년, 학점 수, 필수·선택 여부와 같은 양적 자료에 대해서는 빈도분석을 하였고, 교과목별 주요 교육내용은 내용분석의 방법을 활용하였다.
구체적인 내용분석의 과정은 Figure 1과 같다. 저자는 먼저 응답자가 직접 기술한 교과목별 주요 교육내용을 여러 번 읽고 탐색하면서 ‘핵심 단어(key word)’를 추출하였다. 핵심 단어 추출과정의 타당도 확보를 위해 학부 4학년 연구보조원 한 명과 멀티로 작업하였다. 연구자는 먼저 연구보조원에게 핵심 단어 추출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였고, 연구보조원과 연구자가 각각 따로 핵심 단어를 코딩한 후, 둘 사이에 불일치하는 단어는 연구자가 2차로 검토하면서 최종 포함하거나 수정 또는 배제하였다. 한 교과목에서 동일한 단어가 반복되는 경우 배제하였고, 어디에도 잘 들어맞지 않는 핵심 단어(예: 그리스도, 대중문화 콘텐츠 등)는 따로 메모하면서 비슷한 테마에 포함하거나 배제하였다.
핵심 단어 추출과정에서 저자는 교과목 명칭과 개설 학년, 필수·선택 여부 등과 교육내용의 관련성을 탐색하면서 가능한 기술된 맥락을 반영하고자 하였고 중요한 단어의 누락이 없도록 고려하였다. 한 교과목에 기술된 내용에서 여러 개의 핵심 단어를 추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중복코딩을 하였다. 예컨대 주요 교육내용이 “의학에 대한 이해와 주요 의학자 중 역할모델 찾기, 의료정책 및 의사 관련 책을 읽고 토론 및 글쓰기, 생명윤리, 의사와 사회, 바람직한 의사상”이라고 기술된 경우, ‘의사 역할 탐구,’ ‘의료정책,’ ‘의학과 독서,’ ‘생명윤리,’ ‘의사와 사회,’ ‘바람직한 의사상’의 6개 핵심 단어를 추출하였다.
다음은 추출된 핵심 단어를 토대로 ‘전문직 정체성’의 관점에서 자료의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 범주화하였고, 중요한 범주에 대한 테마(theme) 정하기의 과정을 통해 핵심 단어와 범주, 테마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의 내용구조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핵심 단어는 유사성에 따른 범주화(categorizing)와 인접성에 따른 연결(connecting)전략을 사용하면서 분류, 감소, 배열하였다. 범주화 전략은 다양한 교육내용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내 분류하는 방법이고, 인접성 전략은 자료와 맥락 간의 관계를 연결하여 각 내용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29]. 패턴 찾기와 범주화, 테마 정하기와 같은 일련의 자료분석과정은 연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의 통찰력을 확장하기 위해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에 관한 선행연구를 중간중간에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선행연구자들은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내용의 범위를 어떻게 포함 또는 배제하였는지 지속적인 검토를 하였다.
결 과
1.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교과목 개설현황
28개 의과대학에 개설된 전문직업성 관련 총 교과목 수는 최대 37개에서 최소 5개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개(57.1%) 대학은 모든 개설과목을 필수로 정하고 있었고, 12개(42.9%) 대학은 선택과목을 최소 1개에서 최대 18개까지 두었다. 필수과목 수도 최대 33개에서 최소 5개로 대학별 편차가 컸다. 전체 학년에 개설된 필수과목 수가 20개 이상인 대학은 2개였고, 20개 미만에서 10개 이상인 대학이 18개, 10개 미만인 대학이 8개였다. 대부분 대학은 선택과목보다 필수과목의 비중이 컸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필수과목보다 선택과목 수가 더 많거나(ID12, ID25) 선택과목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ID8, ID13)도 있어서 총 교과목 수가 많다고 해도 학생들이 이수하는 전문직업성 과목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4개(50%) 대학은 의예과 1학년부터 의학과 4학년까지 전 학년에 걸쳐 전문직업성 교과목이 연속적으로 개설되었던 반면 나머지 절반의 대학은 1개에서 3개 학년까지 전문직업성 교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Table 2).
2.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에 나타난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의 내용구조
교과목별 주요 교육내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의 내용구조는 15개의 범주와 4개의 테마로 축소되었다. 즉 교육내용은 전문직업성에 대한 인지 기반이 되는 지식과 이론을 포함하여 자신에 대한 이해,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전체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 속에서 의사의 역할을 탐색하면서 학습자의 경험을 확장해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4개 테마의 명칭은 범주의 내용 특성을 반영하여 (1)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 (2) 자기이해와 발달, (3) 타자와의 상호작용, (4)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 속의 의사로 명명하였다(Figure 2).
1)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
테마 1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에는 4개 범주가 포함되었다. 범주 1은 ‘전문직업성의 개념과 의미 탐색’으로, 전문직업성의 의미와 핵심 가치, 의사의 가치관, 의사의 정체성 같은 내용을 포함하였다. 범주 2는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 또는 역량’으로, 의사에게 기대되는 인성, 자질, 가치관, 소양이나 소통, 협력, 리더십 같은 역량을 기술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3 ‘의사 및 전문직 발달의 역사’에는 의료전문직의 형성과 변화과정, 의학의 역사와 중요한 의학적 사건들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4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위한 인문사회학’에는 의학과 철학, 문화, 음악, 심리학 등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범주별 핵심 단어 예시는 부록 1 참조). 교과목별 주요 교육내용에서 테마 1의 핵심 단어를 추출한 방법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사회는 (중략) 전문성 본래의 의미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이 가져야 할 윤리성, 책무성, 소통능력과 관계성 등을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동시에 실천적 행동을 할 수 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중략) 가장 기초적인 전문성의 개념과 의미뿐만 아니라 ‘윤리,’ ‘책무,’ ‘소통,’ ‘관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역량에 대해서 이론적 강의와 함께 사례분석과 학생들과의 토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테마 1: 범주 1, 범주 2; 대학 ID=01, “의료전문성과 진로설계 1”, 의학과 1학년, 필수, 1학점)
2) 자기이해와 발달
인간은 누구나 독특한 개체이다. 테마 2 ‘자기이해와 발달’은 개인적 발달과 관련된 3가지 범주를 포함하였다. 범주 1은 ‘자기성찰 및 이해’로, 비전과 사명, 삶의 의미, 자기이해(성격, 가치관, 생각, 감정 등)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였다. 범주 2 ‘자기계발과 자기관리’에는 자기관리, 자기 돌봄, 자기계발, 자아형성, 자기표현 등의 내용을 포함하였다. 범주 3 ‘진로설계와 탐색’에는 진로설계, 진로탐색, 진로개발, 전공탐색, 다양한 직업군 이해를 다루는 내용을 포함하였다(부록 1). 한 교과목에서 다양한 핵심 단어가 추출되는 경우, 한 교과목의 내용이 여러 개의 범주로 중복 처리되었다(아래 인용문 참조).
현대 의료환경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로 의사 직종의 다양화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관 능력을 키워 진로선택에 활용할 수 있다. (테마 2: 범주 1, 범주 2, 범주 3, 대학 ID=08, “의료입문(1): 의학입문 및 체험실습” 예1, 필수, 2학점)
3) 타자와의 상호작용
테마 3 ‘타자와의 상호작용’에는 세 가지 범주를 포함하였다. 범주 1은 ‘일반적 의사소통’으로, 의사소통에 관한 이론과 지식, 일반인과의 의사소통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2 ‘의료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은 의학 면담의 기초이론, 환자 및 보호자와의 의사소통,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소통, 동료 또는 타 직종 의료인과의 의사소통 같은 내용을 포함하였다. 범주 3 ‘생명·의료·연구윤리’에는 의료윤리의 원칙, 임상상황에서의 윤리, 연구윤리 관련 내용을 포함하였다. 생명윤리와 연구윤리는 의료윤리와 함께 묶어서 가르치는 대학이 많아서 세 가지를 같이 한 범주로 포함하였다.
오늘날 의사들은 의료행위에 대한 여러 가지 법적, 사회적,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본 강좌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의 내용과 그에 합당한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대응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테마 3: 범주 3, 대학 ID=05, “의료윤리학”, 의학과 1학년, 필수, 1학점)
4)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 속의 의사
테마 4 ‘사회의 보건의료시스템 속의 의사’에는 5개 범주가 포함되었다. 범주 1은 ‘의료와 사회의 관계’로, 의사와 사회, 의료와 사회,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2 ‘지역사회 이해’에는 일차진료, 지역사회에서 의사의 역할, 지역사회 의료기관 이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3 ‘보건의료시스템’에는 의료제도, 정책 및 관리체계 등 보건의료 제반 현상에 사회 시스템적 접근 관련 지식이 포함되었다. 범주 4 ‘보건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이해’에는 의료 관련법과 의료행위의 법적인 측면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범주 5 ‘환자안전’에는 의료팀 구성원으로서의 리더십과 전문직종 간 의사소통, 위기관리 등 시스템적 관점에서 환자안전과 의료 질을 다루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이해하고, 의사가 갖추어야 할 사회적 역량의 함양을 목표로 한다. 의학의 발전과 다양성을 고려한 건강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고, 지역사회의 보건자원 관련 지식과 의료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습득한다. 의료제도와 의료윤리 관련 사회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테마 4: 범주 1, 범주 2, 범주 3, 대학 ID=09, “환자·의사·사회 2”, 의학과 2학년, 필수, 1학점)
5) 우리나라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내용의 범주별 현황
위에서 기술한 4개 테마와 15개의 범주별 교육내용을 최소 한 과목 이상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의 현황은 Table 3과 같다. 결과를 보면 ‘의료윤리’는 분석대상이 된 28개 모든 대학이 다루고 있었고, ‘의료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은 26개(92.9%) 대학이 다루었다. ‘보건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이해’를 다루는 대학은 24개(85.7%)였고, ‘의료와 사회의 관계’ 22개(78.6%),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위한 인문사회학적 기초’ 21개(75.0%), ‘전문직업성의 개념과 의미 탐색’과 ‘전문가로서의 덕목, 역량’은 각각 20개(71.4%) 대학이 다루고 있었다. 교육내용에 가장 적게 포함된 범주는 ‘자기계발 및 자기관리’가 9개(32.1%), 일반적 의사소통 11개(39.3%), ‘진로탐색 및 설계’ 16개(57.1%)였다. 테마별로 보면, 약 25%–32%의 대학이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을 다루지 않았고, ‘자기이해와 발달’에서는 범주별로 39.3%–67.9%의 대학이 가르치지 않았으며, ‘타자와의 상호작용’에서는 ‘일반적 의사소통’과 ‘의료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을 각각 60.7%와 7.1%의 대학이 다루지 않았다.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 속의 의사’에서는 ‘환자안전’ 42.9%, ‘의료와 사회의 관계’ 21.4%의 대학이 교육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
3.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방법 및 평가방법
1) 교육방법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을 위한 수업방법은 응답자가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별로 직접 기술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자료수집 시에 연구자가 예시로 강의, 팀바탕학습, 문제바탕학습, 사례연구, 소그룹토론, 프로젝트학습, 현장체험, 성찰적 글쓰기, 역할모델, 표준화환자 면담, 강점탐구 등의 수업방법을 안내하였고, 응답자들은 예시를 포함한 다양한 수업방법을 기술하였다.
결과를 보면 26개 대학에서 총 11개 유형의 수업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4). 모든 대학이 최소 한 과목 이상에서 ‘강의’를 사용하고 있었고, ‘토의·토론’이 22개(84.6%), ‘실습(시뮬레이션)’ 21개(80.8%), ‘협력학습’ 20개(76.9%) 대학 순으로 많았다. ‘성찰적 글쓰기와 보고서’를 한 과목 이상에서 사용하는 대학은 14개(53.8%)였다. ‘현장체험’은 12개(46.2%) 대학에서, ‘코칭과 피드백,’ ‘역할모델이나 역할극’은 각각 11개(42.3%) 대학이 활용하고 있었다. 그 밖에 플립러닝, 명상훈련, 인터뷰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 평가방법
교과목별로 26개 대학의 응답자가 직접 기술한 평가방법 내용을 분석하였다. 자료수집 시에 연구자는 예시로 지필시험, 자기평가, 성찰적 글쓰기, 관찰평가, 동료평가, 중요사건 보고서 등의 평가방법을 예시하였다.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10가지의 평가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5). 25개 대학이 최소 한 과목 이상에서 ‘지필고사’를 사용하고 있었고, ‘과제 및 보고서,’ ‘토론발표’는 22개 대학에서 활용하고 있었다. 면담, 수행평가, 역할극을 포함한 ‘관찰평가’와 ‘에세이’를 사용하는 대학이 18개였다. ‘동료평가’와 ‘출석’은 각각 15개 대학에서 평가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밖에 포트폴리오 평가, 프로젝트 평가, 자기평가 방법이 조사되었다.
4. 상징과 의식: 화이트코트 세리모니와 행동 규범
화이트코트 세리모니는 의과대학에서 임상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처음으로 흰 가운을 입는 착복식 행사이다. 이 의식은 학생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만나기 전에 의사의 소명과 ‘의사됨’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휴머니즘을 겸비한 의사의 자질과 능력을 다시 한번 성찰하는 기회가 된다. 행동 규범(Honor Code)은 과정 이수 중 또는 임상실습과정 중에 의과대학생들이 적절한 전문적 및 개인적 자질을 갖추었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행동들이다. 이러한 의식과 규범은 전문직 정체성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30]. 우리나라에서 화이트코트 세리모니 행사를 개최하는 대학은 응답한 대학 중 25개(96.2%)였고, 한 곳(3.8%)만이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생 행동 규범을 가지고 있거나 제작 중인 대학은 21개(77.8%), 없는 대학은 6개(22.2%)였다.
5.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 우수사례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 우수사례는 대학별로 응답자가 대표 과목으로 선정해준 것과 교과목 내용에 대한 설명을 근거로 연구자가 판단한 12개 교과목(과정) 사례를 선정하였다(부록 2). 이 과목들을 우수사례로 선정한 근거는 첫째, 전문직 정체성과 관련된 의사의 자질이나 덕목, 역량을 분절된 지식 위주로 가르치지 않고 통합과정 내에서 다루거나 임상상황이나 주제와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다룬다는 것이었다(ID 05, ID 09, ID 16, ID 17). 둘째, 진료현장 또는 환자체험 기회를 제공하거나(ID 08, ID 22),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전공의 또는 외부 연자를 교육에 참여시키는 점이었다(ID 10, ID 17, ID 21). 셋째, 우수 교과목 사례의 교육방법은 대부분 강의 외에도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방법으로 효과적인 에세이 쓰기, 딜레마 이슈 또는 증례에 대한 소그룹토론, 실제 환자 또는 표준화환자 면담, 문제바탕학습 또는 프로젝트 학습형태의 협력학습 방법을 포함하고 있었다. 넷째, 평가방법은 자기평가, 에세이 평가, 자기성찰 보고서, 조별활동 보고서, 토론 및 발표평가 등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평가방법은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위한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상세한 내용은 부록 2 참조).
고 찰
이 연구는 우리나라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전문직업성 교과목 개설현황, 주요 교육내용, 교육방법 및 평가방법을 조사하였다. 결과를 보면 대학별로 개설된 전문직업성 관련 총 교과목 수와 학점은 학교마다 편차가 컸다. 총 개설 교과목을 필수로 정하고 있는 대학도 있었지만, 선택 비중이 큰 대학도 있어서 총 교과목 수가 많다고 해서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 수가 반드시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었다. 분석대상 대학 중 절반은 전 학년에 걸쳐 매 학년에 연속적으로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1–3개 학년에 공백이 있었다. 교육내용은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 자기이해와 발달, 타자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 속의 의사 역할 탐색으로 이해의 지평을 확대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교육방법은 강의, 토의·토론, 실습, 협력학습, 성찰적 글쓰기, 현장체험, 코칭과 피드백, 역할모델 등을 사용하고 있었고, 평가방법은 지필고사, 과제 및 보고서, 관찰평가, 에세이 평가와 동료평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평가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의 확대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에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명시적인 학습성과나 교육내용으로 표현해야 한다. 내용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에 ‘전문직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의료 전문가로서의 생각이나 행동은 명확한 목표 없이 성공적으로 가르치거나 배우기 어렵다[31]. 과거에는 교육목표가 주로 전문직업성에 대한 지식 기반의 이해에 있었고, 전문직 정체성 형성은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에 명시된 목표가 아니었다[3]. 이제는 강조점이 전문직 정체성 형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고, 관련 연구와 의학교육자의 이해도 향상되었기 때문에 교과목의 학습성과와 교육내용에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명시하고 ‘의사가 되어감’에 대한 교육내용을 확장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매 학년에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과목이 연속적, 반복적으로 배치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조직할 필요가 있다. 기본의학교육 기간은 전문직으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이다[32]. 의학 전(pre-medical), 임상실습 전(pre-clinical), 임상실습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질적으로 각기 다른 실세계이며, 학생 개개인의 성숙도와 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경험도 다르다. 의과대학 입학 시 학생들은 초기 적응 스트레스, 자신의 의학 적성에 대한 확신 부족, 우수한 동료와의 비교에 의한 자존감 하락 등으로 인하여 의사로서 긍정적인 자기정체성을 개념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부량이 집중되는 의학과 1, 2학년 시기에는 시험성적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의학 지식과 기술의 불충분, 실제 환자와의 접촉 경험 부족 때문에 의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31,33-35]. 그러나 임상실습과정 중의 학생은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래 의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빠르게 개념화할 수 있고[36], 실습현장에서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사회적 측면을 경험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의사의 역할 가치와 병원 위계구조에 대처하는 의료의 엄중함 같은 다양한 전문직 가치를 통합해 가면서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을 수정하고 발달시켜간다[34]. 학생들은 의사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의사는 아니고 ‘의사가 된다는 것’에 대한 내면화도 부족하다[5]. 따라서 학생들이 학년마다 학생수준에서 고유하게 경험하는 갈등과 위기를 성찰과 자기관리를 통해 주체적 경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매 학년에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이 연구결과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의과대학들은 전문직업성에 관한 지식 기반, 학생들이 자기와 자신의 미래, 인간과 삶의 의미를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 특히 타인과의 관계, 전체 사회 속에서 의사의 역할에 대한 성찰 기회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일부 대학은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 관한 교육내용 중 일부가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 관한 다양한 영역의 교육내용이 누락이 없도록 가능한 모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앞서 기술하였듯이 전문직 정체성은 인간이 삶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개인적 또는 직업적 자아로 통합해 가면서 형성된다[10,37]. 이러한 정체성은 개인 정체성, 관계 정체성, 집단 정체성의 세 영역에서 발달하는데, 개인 영역은 개인의 특성, 자신의 신념, 다양한 삶의 경험에 영향을 받고, 관계 영역은 가족, 친구, 멘토와 같은 중요한 타자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집단 영역은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집단의 영향을 받는다[37]. 이런 관점에서 개인 영역에서 자기이해와 발달을 위한 자기성찰, 자기계발과 자기관리, 진로탐색 및 설계를 교육내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간은 가족, 친구, 동아리, 학교, 직장 등 특정 사회집단과 그 집단에서의 역할과 관련해서만 자신의 자아를 알 수 있다[5,38]. 그러므로 타자와 의사소통 역량을 증진시키는 과정은 전문직 정체성 형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다[39]. 일반인, 환자와 보호자, 동료와의 관계에서 의사소통과 윤리에 대한 주제가 정체성 형성 교육과정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38,40]. 전체 사회와 보건의료시스템과의 관계에서 보면 의료와 정보기술의 발전, 의료에 대한 대중매체의 관심 증가, 환자 돌봄에 대한 철학과 관리방식의 변화도 의사 전문직 정체성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41]. 의과대학에서 환자안전과 의료직종 간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하다. 타 직종 의료인과의 상호작용은 기존에 의사의 역할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과 타 의료직종 전문가의 역할을 비교하고 대조해 봄으로써 의사의 역할과 전문직 정체성에 이해를 밝혀줄 수 있다[42]. 최근 연구들은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에 대한 기술적 변화의 영향에 대해 개인수준의 전문직 정체성이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한다[43,44]. 그러므로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과정에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한편, 전문직업성 과정을 개별 교과목으로 개설하지 않고, 기초·임상의학 과정과 견고하게 통합되도록 구성하고, 문제바탕학습, 소그룹활동 등 다양한 학습환경에서 자기성찰을 촉진함으로써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 잘 통합되도록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31,45-47]. 예컨대, 의사소통 교육에서 환자의 증상이나 질병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전인적 관점에서 환자와 공감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가르칠 수 있다. 의사소통 교육은 단순히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을 통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치매 환자의 경우, ‘손상된 뇌’에만 집중하기보다 치료계획 수립 시 환자의 심리상태와 가족관계 같은 심리 사회적인 요인을 고려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의료복지제도를 생각해 보고, 치료계획 수립과정에서 동료와 상담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미래 신경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구성함으로써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도울 수 있다[42]. 이 연구결과에서 도출한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의 내용구조는 각 대학에서 개설한 교과목 중 부족한 부분과 보충해야 할 범주가 무엇인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넷째,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위하여 학생들의 자기성찰을 돕는 교육방법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 연구결과, 우리나라 의과대학 중에는 성찰적 글쓰기, 역할모델링, 코칭과 피드백 같은 수업방법을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에서 사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다수 있었다. 강의보다는 성찰적 글쓰기, 딜레마 토론, 역할모델, 코칭과 피드백, 강점탐구, 가이드가 있는 토론, 현장학습 등이 성찰학습에 유용하다. 성찰적 글쓰기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자각을 돕고 자신의 경험이 갖는 의미를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42]. 개인의 생각, 행동, 경험에 관한 토론 역시 학생들이 자기성찰을 통해 의사로서 자신의 삶을 구성해볼 수 있게 한다[31]. 성찰과 토론은 전문직 정체성을 개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수법임이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었다[45,48-50]. 현장학습 또는 실세계와 유사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상황학습 또는 경험을 통한 성찰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51,52]. 피드백은 대화에 참여하는 학습문화를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게 하여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16,53].
딜레마 토론 또한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위한 유용한 학습방법이다. 수업토론 자료로 제공되는 딜레마 상황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가치와 관점을 재검토할 기회를 제공한다[5,15]. 도전적인 딜레마 상황은 질문하게 하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핵심 가치와 비판적 행동을 강화함으로써 전문직 정체성의 개발을 조정하고 촉진할 수 있다[42]. 학생들이 의과대학 교육과정 중에 경험하는 중요한 사건도 전문직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회이다. 의과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사체를 접하거나, 병원현장에서 의사의 생활을 실제로 보는 것, 임상실습과정에서 환자의 죽음을 보는 것, 코로나 감염에 대처하는 의료팀을 목격하는 상황에서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의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의미를 유도하고 전문직으로서의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안내함으로써 학생들의 전문직 정체성 발달을 촉진해야 한다.
정체성 형성과정은 개인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발달인 동시에 공동체 내에서 개인의 역할과 활동 참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이기도 하다[7]. 학생들은 사회적 상호작용과정에서 교수의 역할모델을 통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17,18], 학생들은 교수의 행동을 관찰하고, 신념과 철학을 경청하고, 능력 또는 무능력에 주목하기 때문에 교수는 매우 중요한 사회화 대행자이다[54]. 환자, 보호자, 동료, 타 직종 의료인, 일반 대중, 가족 또는 친구가 어떻게 대우받는가 하는 것은 학생들의 의식과 무의식 수준 모두에 반응하게 하며 이러한 학습은 대부분 암묵적으로 이루어진다[17,18]. 동료 학생 그룹도 공유된 관심사와 가치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39,55,56]. 또 의사와 간호사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보면서 학생들은 진료팀 내에서 팀원으로서 의사의 능력과 역할에 대해 그 가치를 내면화하는 데 영향을 받는다[5].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의사의 역할을 배우고, 의학의 언어를 습득하고, 직업구조의 위계와 권력구조를 학습하기 때문에 역할모델이 중요한 학습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18].
다섯째,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에 있어서 평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전문직 정체성 평가는 자신이 누구인지,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전문가로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과정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평가방법은 자기평가, 도덕적 추론평가, 기대되는 전문직업적 정체성의 틀을 기준으로 한 다자간 피드백 평가 등이 활용될 수 있다[5,57]. 이 연구결과, 우리나라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의 평가는 지필고사, 과제와 보고서, 토론발표가 가장 많았고, 약 80% 이상의 대학은 자기평가나 포트폴리오 평가를, 30% 이상의 대학은 글쓰기 평가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는 글쓰기 평가가 학생들의 자기평가, 성찰 및 목표설정을 수행하도록 하여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에 유용함을 보고하고 있다[2,3,5,10,53]. 예컨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학생들의 도덕적 추론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이슈 정하기 테스트(the defining issues test)나 피드백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53]. 포트폴리오 평가를 활용하여 전문직 정체성 학습계획과 성찰, 평가에 학생들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즉 포트폴리오 기록 중 입학 시의 에세이, 과정 중 자기평가, 교수 피드백 등의 내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성찰하는 자기평가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57].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전문직 정체성 형성 평가를 위해서 지필고사 이외의 다원적이고 다차원적인 평가 및 평가도구를 개발, 적용 및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의과대학 행동 규범이 모든 대학에 확대되어야 한다. 화이트코트 세리모니와 행동 규범에 대한 서약은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의사의 공유된 전문직업적 가치를 지키고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탐구하겠다고 약속하는 전문직 정체성 개발과정의 일부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대부분 대학이 화이트코트 세리모니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행동 규범은 약 22%의 대학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학생 행동 규범은 의료를 경험하기 전에 학습자 및 예비 의사로서 학습행위 또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학생들에게 생각하게 한다[30]. 화이트코트 세리모니는 흰색 가운에 의미를 부여하고 학생들이 이전까지 머물렀던 강의실에서 벗어나 의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는 의료현장으로 나아가는 시간적, 물리적 경계를 넘나들도록 돕는 의식이다[30]. 의과대학은 이러한 의식을 통해 인본주의적, 윤리적 실천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시연하는 것이 중요함을 상기시켜야 한다.
일곱째,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과정을 설계·실행·평가할 의학교육자를 대상으로 교수개발 교육이 필요하다. 이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과정에서 연구자가 느낀 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자들에게 ‘전문직 정체성 형성’ 또는 ‘전문직업성’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혼동이 있고, 그 결과 각 대학의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에 포함 또는 배제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협의로 해석하는 경우, 전문직업성, 의료윤리와 법규, 성찰과 자기계발, 환자 중심 의사소통 등의 내용만을 전문직업성 관련 과목으로 인식하였고, 광의로 해석한 경우에는 행동과학, 지역사회의학, 직업환경의학, 역학 등 의료인문학 교육과정 전반을 포함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은 해당 지식을 특정 교과에서 직접적인 교육내용으로 다룰 수도 있고, 기초·임상·의료인문학 교육과정과 견고하게 통합적으로 설계하여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라는 학습성과에 도달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협의와 광의의 해석 모두 타당할 수 있다. 선행연구들은 ‘전문직업성,’ ‘전문직 정체성,’ ‘전문직 정체성 형성’ 개념 구분을 명확히 하고[3],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 강조점을 두게 되면 교육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2,7]. 따라서 교육자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의 본질에 대한 내용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가장 적절한 교육방법과 평가방법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교수개발은 학생들의 사회화 과정과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확대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 된다[3,58].
이 연구가 갖는 제한점은 첫째, 자료분석이 대학별로 응답자가 보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교과목 또는 교과목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었거나 실제 수업과 다르게 기술된 경우 연구결과와 실제 교육현실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질적 분석방법을 사용한 교육내용의 범주화는 연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분류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우리나라 기본의학교육의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직 정체성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덕목과 역량 중심의 접근방법을 포함해서 이제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의사가 되는 것’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접근을 시도할 때이다. 향후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직 정체성 형성 교육에 적합한 교수법과 평가방법을 도입하고, 전 생애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의과대학생, 전공의, 그리고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 발달과정을 종단적으로 추적하는 연구와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개인적 요소와 조직문화적 요소 등에 대한 다양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Appendices
Notes
저자 기여 이영희: 자료수집, 원고 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 작성 활동 수행
Acknowledgements
연구자료 수집에 협조해 주신 28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