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에서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
Personal Accountability of Medical Students in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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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roducing graduates with sufficient practical competency is the main mission of every educational institution. Following the accreditation of the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medical schools have been stepping up efforts to establish curriculum that reflects the practical value of medical education and the importance of adapting to the practice of graduates in order to increase the accountability of medical education in Korea each year. To this end, all medical schools have recently made efforts to develop diverse policies to strengthen the social accountability of medical education along with the transition to a competency-based curriculum. In line with this trend, the institutional accountability of medical education as well as the personal accountability of students, the main subjects of learning, should be highlighted, and educational activities to foster accountability need to be specified. Personal accountability in medical students involves recognizing their social accountability as future doctors and understanding and practicing student accountability. To achieve this, medical schools should provide programs that support and teach practical application of skills, and students need to define and attempt specific activities to strengthen their accountability.
서 론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한 나라의 발전을 선도하는 주요 동력원이 됨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경쟁력 확보는 곧 그 나라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의미한다. 이에 모든 나라는 고등교육의 질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지식의 실질적 가치와 효용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모든 교육기관은 졸업생들로 하여금 충분한 실무역량을 갖추게 하기 위한 과정을 점검하고, 끊임없이 이를 모니터링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마련해 두는 것을 중요한 업무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예외 없이 의과대학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의학교육의 실용적 가치와 실무적용을 중시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일차 진료의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 역량바탕 교육과정으로의 재정비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역량바탕 교육과정은 명제적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자의 체화된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교육의 책무성이 한층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의학교육의 책무성에 관한 인식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과 인증평가와 함께 일반화되었으며, 평가 주기가 더해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의과대학이 역량바탕 교육과정으로 재설계하는 것에 발맞추어 의학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의 책무성에 관한 개념정리나 관련 연구는 아직 많지 않은 실정이며, 그나마도 의학교육기관의 책무성에만 국한되어 강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활동에 있어서 교육기관 이외에도 학생과 교수는 매우 중요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교육의 책무성을 논하는 과정에 있어서 개인의 책무성은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의학교육분야 연구에서 개인 책무성에 관한 것으로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책무성에 관한 Kim 등[1]의 연구가 있고, 병원 경영자들의 책무성 인식에 대한 You 등[2]의 연구가 있으나,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이 연구는 ‘사회적 책무성’으로 대표되는 의학교육의 책무성을 논함에 있어서 책무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정리와 함께 의학교육 관련 이해당사자 중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의과대학 학생 들의 개인적인 책무성의 필요성과 이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책무성의 개념
“책임이란 말을 빼버리면 인생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한 Reinhold Niebuhr의 표현은 인간의 사회생활 전반에서 ‘책임’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내용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거나 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용어가 가지는 구체적인 개념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책무성(accountability)’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우선적으로 정리해 본다.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책무성’은 영어로 ‘accountability’에 해당되는 용어이다. 책무성은 단순한 ‘책임’을 의미하는 ‘responsibility’와 ‘의무’를 의미하는 ‘duty’ 혹은 ‘obligation’과는 구분되어야 하는 용어이다. ‘Accountability’는 단순히 어떤 행위의 외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직무와 본분에 따른 내재적 의식에 근거하여 작동되는 보다 근원적 책임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야기한 잘못된 행위의 결과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단순한 ‘책임(responsibility)’이라면, 마치 자식을 보살피고 키우는 것이 부모의 근원적인 본분이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온전한 책임의식이 ‘책무성(accountability)’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accountability’는 단순히 어떠한 행위의 결과에 따르는 책임을 뜻하는 ‘responsibility’와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책무성의 단순한 사전적 의미는 ‘책임과 의무’이다. 그러나 실제 책무성이란 용어는 이처럼 수입된 용어이므로 여전히 그 개념이 우리에게 생소하고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용어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일부 혼선과 모순의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다[3]. 또한 책무성의 개념은 학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4–6], 그 의미를 종합하여 정리해 보면 개인이나 기관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 수행한 구체적인 활동이나 결과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책무성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교육에 대입해 본다면, 교육의 구체적인 활동목표를 정하고,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나 수준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교육의 책무성은 1970년대 초에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된 교육주제 중의 하나였으며, 국내 교육학계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하였다[6]. 책무성 개념이 도입되는 시점에는 설정한 목표에 따른 성취도를 확인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여 해명하고 결국에는 목표한 역량에 도달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육의 책무성은 사회가 학교에 기대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목표한 기준은 어느 정도 성취되었으며, 성취기준에 미달한 학교나 크게 능가한 학교는 각각 그 원인이 무엇이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일련의 과정과 그로 인한 지속적인 개선결과를 정리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책무성의 구성요인 및 유형
책무성의 구성요인은 ‘책무 이행자, 책무 요구자, 책무 대상, 책무 평가방법과 결과’ 등이 총체적으로 구현되는 일종의 사회적 관계성 속에서 명료하게 확인될 필요가 있다[5]. Lee [6]는 책무성의 개념적 구조를 책무 요구자와 책무 이행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성질 혹은 성향으로 파악하여 도식화하였다. 궁극적으로 책무성은 요구자와 이행자 사이에 서로 다른 내용의 책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Figure 1).
또한 Park [5]은 책무성의 유형을 (1) 책무 관련 당사자 사이의 관계, (2) 책무성 확인 주체에 따라, 그리고 (3) 책무의 확인기준 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그는 책무성 관련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른 유형으로 행정적, 법적, 전문적, 도덕적, 정치적, 시장적 책무 등으로 구분되며, 책무성 확인 주체에 따른 유형은 책무의 충실한 이행 여부를 누가 확인할 것인가에 따라 ‘외향적 책무성’과 ‘내향적 책무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책무의 확인기준에 따라서는 ‘내용(결과)적 책무성’과 ‘방법(과정)적 책무성’으로 유형을 나누기도 한다.
나아가 이 글의 목적인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에 관한 논의를 위해서는 책무 이행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기관 책무성’과 ‘개인 책무성’으로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교육의 책무성 연구: 기관 책무성과 개인 책무성 관련 연구
의학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언급은 1995년 Boelen과 Heck [7]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를 통하여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를 정의하고 공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WHO 언급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사회적 책무성을 가진 의과대학은 그들이 봉사할 의무가 있는 공동체들, 지역사회 및/또는 국가의 우선적인 건강 문제를 다루도록 교육, 연구 및 서비스 활동을 지시할 의무가 있다. 그 우선순위는 정부, 보건의료조직, 의료전문직, 지역민이 함께 정해야 한다.”
그 후에도 Boelen 등[8]은 의학교육의 책무성에 관련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다[9,10]. 특히 그는 의학교육의 사회적 의무를 6개 항목에 근거하여 책임성(responsibility), 대응성(responsiveness), 책무성(accountability) 단계로 구분한 바 있다[10]. ‘책임성’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규정한 역량을 갖춘 ‘좋은 의사’를 배출하는 단계이며, ‘대응성’은 국민들의 건강 요구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역량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게 하여 전문직업성의 기준을 충족하는 단계이며, 마지막 ‘책무성’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상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강시스템의 변화 요원’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확장되는 것을 말한다(Table 1).
책무성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 증가는 개인 대 기관 책임의 상대적 역할, 그리고 외부 당사자(예: 동료, 환자, 의료시스템 또는 규제기관) 대 전문가 자신(전문성)에 의해 개인 책임을 강제해야 하는 정도 등을 포함하여 몇 가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Wachter [11]은 보건의료영역에서 대부분의 책무성이 개인적 책무성보다는 기관(병원) 책무성만 가중되는 불균형을 지적한 바 있다. 반면, Preston 등[12]에 따르면 의학교육에서 사회적 책무성은 보다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는 WHO 정의에 비해 개인적인 책임이나 가치로 간주되며, 학생들에게는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일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 등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사회적 책무성’을 개인적 차원으로만 넘기면 기관적 차원의 노력이 소홀해질 수 있으며, 기관적 차원만을 강조하면 개인적 차원이 소홀히 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책무성은 기관과 개인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균형 있게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의학교육에서 ‘책무성’이라고 하면 기관(institutional 혹은 organ)으로서의 책무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는 그간 의과대학 평가프로그램을 통하여 강조된 탓에 ‘사회적 책무성’은 당연히 의과대학이 이러한 책무성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국한하여 적용되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교육과 연구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은 의학과 평가에서 그 중요성이 충분히 강조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의과대학 교수들의 역할론이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세밀한 기준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기관 책무성과 개인 책무성의 가중 정도는 시대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책무성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학교육의 책무성과 프로페셔널리즘
의료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은 흔히 ‘대중이 의사들에게 가지는 신뢰의 근거가 되는 가치, 행동, 관계의 집합’으로 정의되나, 이는 가치에 기반하는 개념이므로 더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프로페셔널리즘은 의료전문직과 사회와의 ‘암묵적 계약’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회적 책무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13].
Van De Camp 등[14]은 의료 프로페셔널리즘을 주제에 따라 ‘대인관계적 프로페셔널리즘(interpersonal professionalism,’ ‘공적 프로페셔널리즘(public professionalism),’ 그리고 ‘개인적 프로페셔널리즘(intrapersonal professionalism)’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인관계적 프로페셔널리즘은 환자나 다른 의료 전문가들과의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관계를 전제조건으로 하며, 환자-의사 관계나 이타주의 등을 포함하게 된다. 공적 프로페셔널리즘은 사회적 요구들이 의료직 종사에 반영되는 것을 의미하며, 신뢰할만한 표준과 엄격한 윤리 를 준수하며 공익을 우선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과 관련된다. 그리고 개인적 프로페셔널리즘은 의료 전문가 개개인이 효과적이고도 적합한 의료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포함한다. 이처럼 의료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은 내용적으로 의학교육의 책무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의학교육의 책무성은 첫째, 대인관계적, 공적, 개인적 프로페셔널리즘을 교육의 대상으로 삼아 지식과 술기와 더불어 중요한 가치이자 태도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 대학이나 병원에서의 교육과 수련기간 동안 실제로 학습하고 체화하여 내재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셋째, 이를 통해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그리고 의료 종사자 모두에게 어떤 의사로 성장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성찰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과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개인 책무성
지금까지 프로페셔널리즘, 그리고 책무성과 관련하여 의료진과 교육자에 대한 책무성에 대한 강조는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개인 책무성 중 의과대학생들의 책무성은 아직까지 구분되어 강조되지 않는 실정이며, 더군다나 그에 대한 별도의 평가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개인 책무성은 확인절차가 외부적이기보다는 내부적 자체 검증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그동안 많이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의학교육 관련 이해당사자 중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의과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개인 책무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의과대학의 학생들은 미래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를 장차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의사의 역량에 기반하여 설정한 각 의과대학의 졸업역량을 성취해야 하는 것이 의과대학의 학생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개인 책무성이다. 즉 교육기관이 추구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체계적이고 명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교육성과들을 학생 개개인이 달성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적인 교육과정 이수 완료와 자격 획득,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미래의 의사가 될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40개 의과대학은 각 학교의 설립배경과 교육철학에 따라 다양한 졸업역량을 설정하는 등 ‘역량바탕 교육과정’ 운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의학과 의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의학교육의 책무성을 다하기 위함임과 동시에 학생들의 책무성을 정의하고, 그들이 어떤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때로 간과될 수 있는 학생으로서의 책무와 교육과정 중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 내재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적 노력을 다시 학생들이 기억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역량바탕 교육과정은 의과대학이 졸업역량을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그 성과를 창출하는 전체 과정에서 의학교육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과대학생들이 인내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 학문적 엄격함과 교육적 깊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교육내용의 연계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떤 의료인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진로계발과 성찰적 노력을 하게 함으로써 의료직 종사와 전문가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와 만족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의과대학생의 개인 책무성이라 함은 미래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무성을 인식하고, 학생으로서 성실의 책무, 도덕적 가치 추구와 이타적이고 건강한 성장의 책무, 학문적 성숙을 위해 노력할 책무, 그리고 환자와 환자가족을 포함하여 다양한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노력을 다할 책무 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러한 책무성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학생들은 명확한 목표를 추구하고, 자기주도적으로 다양한 교육적 경험들을 감내하고 이겨내면서 의사로서의 인성과 태도를 체화하고 길러나가게 될 것이다. 즉 의사로서의 정체성과 발전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나 어려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되고, 좋은 의사로의 성장과 성공한 개인이자 공동체 시민으로 자신을 성장시켜나갈 내적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의과대학생의 개인 책무성은 단순한 선언적 선포의 의미가 아니라 각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정의하고 이끄는 하나의 추력체이자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책무성에는 반드시 권리도 내재된다. 의과대학생으로서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학생으로서의 인권과 존중을 받을 권리 등은 그들이 책무성을 다하는 동안 당연히 지켜지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 강화 방안
이러한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가능하다.
우선 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에 관한 주요 요소와 속성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개별 대학의 설립목적과 사명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므로, 각 학교의 미션이나 졸업역량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나 비교과과정을 통하여 의과대학 생활 내내 꾸준히 내면화시켜서 문화로 익숙해지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수동적일 수 있으며, 심지어 또 다른 강제 규범이 주어진다는 인상을 주어 더욱 수동적이게 될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
또 다른 접근방법으로는 학교의 사명과 졸업역량과는 별개로 학 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책무성을 정의하고 이를 스스로 선포하게 하는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학생들 스스로 개인 책무성의 중요성을 의식하게 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하게 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 책무성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 명예코드’ 혹은 ‘학업 및 학교 생활강령’ 등을 학생들 스스로 제정하고 선언하는 것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며, 대학에서의 생활과 학업에서의 태도를 스스로 정의하고 실천하게 하여 자기주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 노력은 학생들이 책무성을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거시적 관점에서 의학과 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책무성의 실천에 대한 정의와 속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공유하는 의학교육 기관과 대학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공식적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 모두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에서의 교육적 설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천적 방법과 노력은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재 우리 의과대학들이 해야 할 기본적 노력이라고 본다.
이러한 경험에는 교수들이 프로페셔널리즘과 책무성에 대한 교육을 설계하는 것 또한 포함되며, 학생들이 학습한 프로페셔널리즘과 책무성을 실행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허용하는 것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즉 대학과 교수진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책무성이 높아져야 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않는다는 오랜 교훈이 책무성의 강화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의 평가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의사들의 다양한 실무역량을 기반으로 대부분 역량기반 교육으로 전환한 이후 의과대학생들의 졸업역량 달성 정도를 확인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또한 졸업 시 갖추어야 하는 기준 역량의 성취 이전에 의과대학 생활 전반에서 점검되고 강조되어야 하는 자기 비전 설정, 성취동기, 학업에 정진하는 자세, 자기주도적인 노력, 미래의 의사로서의 역량 강화, 그리고 프로페셔널리즘을 갖추는 것 등은 교육적 성과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육 책무성의 달성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는 학생들의 성취도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인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의 책무성 평가에서도 의과대학생들이 졸업 시에 갖추어야 하는 성취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다만 의과대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단순히 의사국가시험의 합격률 정도에 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개인 책무성이 대학의 미션이나 사명, 혹은 졸업역량에 포함되어 있다면 단순히 학생들이 졸업역량의 성취도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졸업역량 이전의 학습자의 태도나 속성 등은 평가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건전문직교육에서 사회적 책무성 측정연구로는 Larkins 등[15]의 연구가 있다. 하지만 개인 책무성의 평가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어떠한 접근법을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개인 책무성에 대한 평가는 외부적인 확인보다는 내부적인 성찰에 의존해야 할 경우가 많으므로 평가에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평가지표를 제안해야 한다면 오히려 그 책무성의 정의와 평가를 역발상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대학이 정하고 있는 미션과 비전이 책무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와 이를 교육과정이나 교육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는지를 평가인증을 통해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이다. 그 객관성과 합리성에 기반하여 학생들의 책무성이 길러지도록 대학에서 책임지고 교육적 노력을 하였음을 인증함으로써 적합한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무성이 갖추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증명하도록 합의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의 의학교육에 대한 책무성 평가지표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이 그 좋은 하나의 예이다.
둘째, 학생들의 책무성이 잘 교육되고 달성되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자칫 이를 다시 성취되어야 할 지식이나 쉽게 평가되는 어떤 속성으로 환원하여 지필평가나 인터뷰 등 일련의 단편적 평가를 통해 확인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생들의 책무성 실행을 증명할 수 있는 장기간의 노력을 성적과 함께 이력으로 축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포트폴리오 방식이 요구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적합성과 가치는 대학이 정의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적합성과 가치는 다시 공적 인증, 즉 대학평가나 의과대학인증 등을 통해 확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각 대학별 정의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일련의 노력이 가시화될 때 측정 가능해진다. 이력에 해당되는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축적되어 있고, 실제 의미 있는 학생들의 활동과 성과들이 책무성의 실천과 학생성공을 반영하여 나타나도록 구조화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안이 가능한 이유는 책무 이행 정도를 점검하는 책무성의 평가가 대상에 따라 이미 나누어져 있으며, 현재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학교 평가와 교원 평가, 그보다 더 상위기관의 교육행정기관 평가, 그리고 교육의 결과를 의미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혹은 역량평가 등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5]. 따라서 학생들의 개인 책무성을 평가하는 것은 먼저 그 대학이 갖고 있는 교육철학과 이를 반영한 교육활동, 그리고 의과대학 교육의 전반적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교육시스템의 통합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얼마나 학생 개개인의 역량증진과 학생성공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 증명방법이 수치화된 자료에 국한되지 않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성과들을 사회적으 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타당하고도 합리적인 방식과 기준으로 인증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만들어 가는 의학교육 전체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 론
의학교육의 책무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 개념의 중요성과 함께 이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의과대학의 주요 과제이다. 특별히 기관의 책무성이나 집단 책무성 이전에 의학교육의 모든 구성원 스스로가 높은 책무성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인 책무성은 결과로 드러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재된 책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중요하며, 기관의 정책적 유도가 개인 책무성의 내재적 요인을 촉발하고 자극할 수 있도록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의학교육 책무성이 인증평가 등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전통적으로 외부적 혹은 사후적 책무성 확립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본분에 대한 깊은 인식과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여 이를 대비하는 사전적 책무성의 모색이 필요하다.
특별히 기관이나 조직수준에서 이미 제정 공표된 ‘윤리지침,’ ‘권리장전’ 등이 의과대학 학생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선언활동 등으로 활성화되었으며 한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이 가시화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의과대학이 다시 학생들을 지원하고 교육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순환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책무성과 개별성과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결국 거대한 의학교육시스템의 건강한 구축과 운영으로 종결지어지며, 이를 위해서는 의학교육을 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함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책무성이 개인으로서의 상호관계적 측면과 공적인 측면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완성되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의과대학생의 개인 책무성과 권리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것은 이를 실천하려는 개인, 조직, 그리고 사회의 공동의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해준다. 결국 사회가 인정하는 신뢰받는 의사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을 하는 이로서 스스로 책무성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 그것이 우리의 책무성임을 강조하고 싶다.
저자 기여
이영환: 자료수집, 원고 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 작성 활동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