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회 중심의 기본의학 학습성과
Human and Society-Centered Learning Outcomes in Basic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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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Learning objectives for human and society-centered basic medical education to improve physicians' ability to practice in a Korean context were developed by the 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in 2015-2016. The task-force committee identified eight domains for medical practitioners: human illness, reflection and self-improvement, patient safety, 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medical ethics, legal issues, social accountability, and professionalism. A total of 172 enabling learning outcomes and 42 terminal learning outcomes were identified by the workshop. The workshop members were representatives from 41 medical schools,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and a scientific group (medical ethics, legal issues, and medical communication). The curriculum for “medical humanity and social medicine” was first published in 2007. The human and society-centered learning objectives that were developed will be revised annually.
서 론
의과대학에서의 기본의학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는 과학적 개념과 원리를 활용하여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지식, 술기,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3가지 역량들 중에서 의사로서 진료에서 드러나는 생의학(biomedical)적인 지식과 술기 역량 못지않게 환자와 사회를 이해하는 인문사회 태도 역량은 영향을 미치고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량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의 ‘21세기 의사상’이나 영국의학협의회(General Medial Council)의 ‘미래의사(Tomorrow's Doctors)’ (General Medical Council, 2009), 유럽의학교육의 ‘Tuning Project’에서는 의사가 갖추어야 할 학습성과로 환자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학지식, 기술과 함께 이타심과 사회적 책임성, 전문직업성 역량을 합의(consensus)해서 발표하고 있다(Ross & Cummings, 2009).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에 ‘21세기 의학교육 계획’ 보고서로 의료윤리를 포함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2007년도에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 개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인간과 고통의 이해, 의료윤리, 자기분석과 개발, 의료와 사회의 관계이해, 다른 사람과 관계유지, 직업전문성의 6개 영역에서 학습성과를 설정한 바 있다.
성과 중심 의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교육 기본방향이 될 수 있는 진료역량 중심(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2),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4) 학습성과 개발에 이어 학생들이 졸업 후 법적, 사회적, 환자안전, 윤리적인 측면에서 의료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하기위한 사람과 사회 중심 학습성과를 개발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회 중심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개발의 목적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생의학적(기초+임상) 역량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회와 질병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사회환경에서 사회와 소통하고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기본의학교육에서 최소 필수 성과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영역과 필요성
의과대학・의학대학원장협회 이사회의 인준에 따라 2015년 관련 단체(의사협회, 의료윤리학회, 의료법학회,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의 추천을 받은 대표자들의 1차(5월), 2차(8월) 실무위원회의를 통해 8개 영역(1. 사람과 질병, 2. 자기성찰과 계발, 3. 환자안전, 4. 소통과 협력, 5. 의사와 윤리, 6. 의사와 법, 7. 의료와 사회, 8. 전문직업성)을 결정하였다. 8개 영역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Table 1).
1. 사람과 질병
의사가 자신의 직무를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과 권리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이 필수적이다. 사람의 생명, 발달, 노화, 죽음, 건강, 질병, 고통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2. 자기성찰과 계발
의사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변화하는 사회와 의료환경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계발할 수 있어야 한다.
3. 환자안전
환자안전은 환자진료의 필수조건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안전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안전을 중시하는 태도와 오류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익혀 환자안전을 향상시켜야 한다. 학생의사는 임상실습 중 환자를 대할 때 환자안전에 유의해야한다.
4. 소통과 협력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상호협력은 환자-의사관계에서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팀 의료의 핵심요소이다. 의사는 환자와 사회의 최선의 이익을 위하여 환자, 보호자, 동료의료인 및 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5. 의사와 윤리
의료윤리는 의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다. 의사의 모든 직무는 윤리적 요인(의미/요소)을 담고 있다. 의사는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얻고 전문직(전문가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6. 의사와 법
진료행위에 요구되는 법적 지식을 갖추어 적절한 진료를 수행하고 환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보건의료에 관한 행정적 의무 및 위반에 따른 제제를 인지하여 의료업을 적절히 수행하여야 한다. 환자와의 분쟁, 법적 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을 알고 문제발생 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7. 의료와 사회
의사는 자신을 둘러싼 직접적인 의료환경뿐 아니라 시민사회, 국가, 시장, 자연 및 생태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통시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현상으로서의 의(醫)를 공시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8. 전문 직업성
전문직 구성원이 최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자기통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에만 사회는 전문직의 상대적 자율성을 인정한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하는 의사로서 전문 직업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결과
2015년 11월에 41개 의과대학과 유관단체에서 추천한 개발위원들이 8개 영역별로 ‘사람과 사회’ 영역에서 최종학습성과(terminal learning outcomes, TLO) 42개, 실행학습목표(enabling learning objective, ELO) 172개의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필수역량 항목들을 개발하였다. 실무 위원 회의와 워크숍(2016년 2월)을 통해 개발결과를 점검하여 결정된 개발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1. 개발방향
영역별 ELO의 크기와 수준, 관계를 조정한다. 영역 간에 중복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영역별로 완결성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추후 중복 혹은 누락된 내용을 조정, 보완한다. 8개 영역의 순서를 총론적인 부분은 앞쪽, 각론적인 부분은 뒤쪽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좋겠다. 맥락은 가능하면 TLO 1개당 1개씩 연계되도록 하고 전체 개수는 TLO의 숫자 이하로 한다. 각 대학이 교육과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맥락은 영역 간의 중복을 허용하고, 추후 색인에 모두 포함한다.
2. 기술방법
학습성과는 학생들이 졸업 시점에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한다. ‘필요성’ 항목의 내용은 3-4 문장 이내로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나의 학습성과에는 가급적 하나의 동사만 사용하여 하나의 개념만 포함하도록 한다. TLO는 지식, 술기, 태도를 통합하여 개발한다. ELO는 지식, 술기, 태도를 분리할 수 있으나, 반드시 관찰(측정) 가능한 구체적 행동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인문사회’라는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표준화 환자’는 ‘환자’로 수정하고, 가족, 보호자, 대리인은 ‘가족’으로 통일하고, 법적인 상황에서만 ‘대리인’으로 표기하고, 비의사 의료인, 타직종 의료인은 ‘동료 의사’ 또는 ‘동료 의료인’으로 통일한다. 가급적 수동형보다는 능동형 표현을 사용한다.
3. 영역별
1) 사람과 질병
크게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 질병에 대한 이해로 TLO를 구성한다. 환자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인문학적 내용을 강조하기보다는 환자를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한다. TLO는 반드시 진료 수행수준으로 기술하지 않아도 된다.
2) 자기성찰과 계발
자기성찰, 자기계발(경력개발 포함)과 자기관리(시간, 스트레스 포함)로 구성된다. 자기성찰 부분에는 사회가 원하는 의사상과 자신의 차이(강점과 약점)를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미국 General Medical Council의 ‘Fitness to Practice’ 내용을 참조한다. ELO는 의과대학 학생이 프로페셔널로 성장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개발한다(예: reflective 저널, 포트폴리오, 미션/비전 선언문 작성 등). 각 대학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한다. 맥락은 한국의 의사상, 국제 감염병 등 사회적 건강요구(social health need)와 관련된 내용을 제시한다.
3) 환자안전
서로 관련이 있는 TLO를 통합하여 전체적인 개수를 조정한다. 임상실습을 경험하는 학생과 졸업생 수준에 맞게 내용을 조정한다. 학생수준에서 환자안전에 대한 태도(인지, 보고)를 포함한다. 맥락은 수혈 등 환자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한다.
4) 소통과 협력
의료커뮤니케이션의 대상 중심이 아니라 내용 중심으로 개편한다. 어려운 환자와의 면담은 괄호 안에 대표적인 예를 명기한다. 의무기록 등 문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포함한다. 환자교육과 공감에 관한 내용을 강조한다.
5) 의사와 윤리
의사의 특수한 직무와 관련한 내용을 별도의 TLO로 할 것인지 검토한다. 출판 표절,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6) 의사와 법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의과대학 학생수준에 맞게 개발한다. 특정 ELO와 관련된 법률이 있을 경우 괄호 안에 해당 법률명을 모두 기재한다(감염병 예방법, 의료법, 검역법 등). 개인정보보호, 진단서 작성, 법령정보 검색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맥락에서는 학습성과와 관련한 전형적인 판례를 소개한다(예: 존엄사, 의사면허취소 사례).
7) 의사와 사회
보건의료체계의 이해, 의료의 공공성, 건강의 사회경제적 요인, 국제보건, global citizenship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맥락을 구체적으로 제시(예: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의료접근성, 건강불평등)한다.
8) 전문직업성
필요성을 사회적 맥락도 포함하여 기술한다. 이타성, 직무습관, 에티켓, 직무경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성찰과 자기관리에 대한 내용은 타 영역과 중복되므로 비중을 축소한다.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율성, 사회적 책임, 정직성에 대한 내용을 강조한다.
영역별로 교정한 후 실무위원 워크숍(2016년 4월)을 통해 결정된 학습성과 목표를 종합 교정한 1차 내용, 즉 8개 영역과 39개 TLO가 구성되었다(Appendices 1, 2).
결 론
사람과 사회 중심 학습성과는 ‘진료역량’ 중심 학습성과와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학습성과와 연계성을 고려하였으며 관련 단체와 41개 의과대학이 함께 참여하여 개발한 의미가 있다. 사람과 사회 중심 학습성과가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대학 내에서 ‘사람과 사회’ 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다.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개발과 교수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개별 임상과목 내에서 ‘사람과 사회’ 과목들이 모듈형식으로 적용되고 봉사활동 같은 사회활동을 과목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 공감대(consensus, 합의) 형성
의학교육이 단순히 학생을 의사로 만드는 생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인문지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의가 개별 의과대학 내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며,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이 소속된 대학교 내에서도 공유되어야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2. ‘사람과 사회’ 과목 교육과정 개편
윤리, 의사소통, 문학, 역사학, 철학과 같은 사람과 사회 관련 과목들을 학교 형편에 맞게 의학교육과정에 단계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의예과 교육을 본과과목의 선행학습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과목 교육의 기초를 교육하여 균형 잡힌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 사고를 키우고 임상과목 교육에서 인문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
3. 교수개발
사람과 사회 과목의 전문가를 찾아 발굴하고, 임상과목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수개발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의과대학 이외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4.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활용
봉사활동 같은 의과대학생의 사회활동을 사회를 이해하고 구조를 분석하고 복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의료봉사나 해외의료봉사 활동을 통하여 의료, 보건, 국제보건, 빈곤 등의 다양한 주제를 접해보고 사회경제적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 교육위원회의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개발결과를 정리하였다.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사람과 사회 중심‘ 개발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계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