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에서의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현황과 인식
Perceptions and Attitudes towards Interprofessional Education in Medica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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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Since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identified 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 as an important component in primary health care in the 1980s, medical and health sciences educators have continued to debate factors for implementing effective IPE in the classroom. Although IPE research is widespread internationally, few studies have been done in South Korea. This study explored the current status of IPE and examined factors that influence IPE in South Korea. A total of 30 (70%) out of 41 medical education experts in medical schools participated. Forty-seven percent of the participants reported that they allocated less than 5% of their time implementing IPE in the curriculum of their schools throughout the 4 years of medical school. Although all experts (100%) agreed that IPE is essential for medical students, they expressed practical difficulties in implementing IPE in the current education system. Factors that influence IPE are scheduling and curriculum (e.g., rigid curriculum vs. providing learning environment) and attitudes (e.g., lack of reciprocal respect vs. willingness to change). In addition, participants reported that communication skills and collaborative practice employing clinical practice or role-playing would be appropriate education methods and content for IPE in the future. The findings of this study provide a foundation for the implementation of IPE in South Korea. Future research directions for IPE in medical, nursing, and pharmacy schools are discussed.
서 론
보건의료분야 여러 직종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것은 효과적인 환자진료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의료분야 직종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일차 보건의료의 중요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이 활발하게 논의되어 왔다[1]. 전문직 간 교육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전문가들이 서로 함께 서로에게서 서로에 대해 배워 협력을 증진시키고 진료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된다[2-5].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다전문가교육(multiprofessioanl education)과 전문직 간 교육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면서 다전문가교육을 ‘다른 교육 배경을 가진 보건 관련 직업의 학습자들이 건강증진, 예방, 치료, 재활, 그리고 그 외 기타 보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협력한다는 중요한 목표를 위해 서로 상호작용하며 특정 기간 함께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내린다[1]. 그러나 영국의 ‘전문직 간 교육 발전센터’(Center for the Advancement of Interprofessional Education)는 이 두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다전문가교육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전문직업인이 나란히 앉아 학습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즉 전문직 간 교육보다는 더 넓은 범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학습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2]. 본 연구에서는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며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이란 용어를 다른 용어와는 구분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현재 국외에서는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연구와 시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으로 나가기 전 학생 때부터 교육을 시작하여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보건의료분야 전공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유럽,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의 국가에서 이미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1960년 중반부터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이미 전문 직종전문가 간 교육에 대한 장점을 탐구하면서 캐나다 처음으로 보건훈련 대학(College of Health Discipline at UBC)이 설치되고 보건의료분야 전공 학생들에게 전문직 간 보건교육이 처음으로 시도되었다[6]. 유럽의 경우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들과 여러 기관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효과적인 전문직 간 교육과정, 교육방법, 관련 자료 등을 공유하고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에 핀란드, 그리스, 스웨덴, 영국 등 6개 나라가 유럽지역 전문직 간 교육 네트워크(European Interprofessional Education Network, EIPEN)를 결성하였다[7]. EIPEN은 몇 차례 워크숍을 통해 보건의료 전문직의 성격과 협업에 대하여 이해하고, 몇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하여 전문직 간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구(needs) 등을 분석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전문직종 간의 더 탄탄한 협업과 의료현장에서 더 적합한 업무시행을 목표로 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9년에 치과대학, 의과대학, 간호대학 그리고 약학대학, 4분야의 보건의료 관련 대학들이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ollaborative (IPEC)이란 조직을 창설하였다. 이 단체는 환자의 협력 진료와 효과적인 자원의 활용을 목표로 보건의료 전문 직종이 갖춰야 하는 역량을 정의내리고 그 하부 역량을 명시하여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전문직 간 교육의 움직임이 보인다. 부산대학교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생과 한의학전문대학원생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problem-based learning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 과정에 일부 도입하여 시행하기도 하였다[8]. 연구에 따르면 총 4시간에 걸쳐 토론형태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프로그램 종료 후 양․ 한방 협진에 대한 인식과 상대 학문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상대 의료에 대한 호감도가 향상되고 양․ 한방 협진에 대해 현실적인 성찰을하게 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구미대학교는 2014년부터 ‘WHO 보건의료 통합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재활 관련 학과(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통합교육으로 팀치료 접근방법을 실시하기 시작하였으며[9], 광주보건대학교 특성화전문대학 육성사업단에서는 비정규교육과정으로 임상병리과, 치위생과, 물리치료과, 방사선과, 간호학과 등 5개 학과 1학년 25명이 5개 팀으로 나누어 학과 전공 간의 연계와 협업이라는 주제로 ‘전문직 간 연계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커뮤니케이션, 타 학과 실험실습실 견학,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의 현장견학 등이 교육과정에 포함된다[10].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건의료분야에서 타 학과 혹은 전공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중요성과 그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일부 인식하기 시작하여 짧은 기간이거나 혹은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시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문직 간 교육은 보건의료직과 사회보건직 간의 근무관계가 항상 원만한 것은 아니며 협력 관계가 깨어질 수 있고 잘못된 의사전달이나 경쟁에 의해 그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2]. 의사와 간호사 혹은 의료기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과 사건들은 일부 직종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서로의 직무에 대한 이해부족 혹은 신뢰부족에서 비롯된 오해에서 생기기도 한다. 연구에 의하면 보건의료분야 전공 학생들이 타 전문직종의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Tunstall-Pedoe 등[11]과 Cooper 등[12]에 따르면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직업적 가치를 내면화하기 시작하면서 이것은 곧바로 전문직 간의 학습이나 실습을 할 때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관련 연구로는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의 경우 학기 초에 간호 대학 학생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하였다[13].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고려할 때 아마도 보건의료분야 전공 학생들의 고정관념은 다른 전공분야 학생들과의 교류 없이 각 전공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쌓게 되면서 다른 직종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심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 문제되었다면 이러한 우려와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 중 하나로 전문직 간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문직 간 교육을 의과대학 교육 초기에 시행할 경우 협력진료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논의하였다[14,15]. 또한 성공적인 협력적 진료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태도를 개별적 접근에서 팀 기반으로의 사고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때 전문직 간 교육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보건의료분야 전문직에 대한 역할과 책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전문직 간 상호 이해를 증강하기 위하여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의사소통기술(communication skills)과 상호 존중을 강조하기도 한다[16].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연구 중 6개의 결과물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중 4개는 응급실 문화와 환자 만족도, 응급실 팀의 협동적 팀 행동과 임상적 오류율(clinical error rates) 감소, 환자 돌봄과 관련된 정신건강 전문가의 역량 등의 부분에서 전문직 간 교육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6개 중 2개의 연구는 전문직 간 교육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중립적인 결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17]. Horsburgh 등[18]의 연구에 의하면 180명의 학생들을(1학년 간호대학생, 의과대학생, 약학대학생)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팀워크 기술이 향후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게 될 때 도움이 될 것이며, 환자 진료 시 유익할 것이며, 직종 간의 인간관계를 더 향상시킬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WHO 보고서는 50여 년의 추적연구조사 끝에 전문직 간 교육이 효과적인 협력진료를 가능하게 하며, 이와 더불어 의료서비스를 최적화, 의료시스템(health system)을 견고하게 하면서 건강성과(health outcomes)를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4]. 협력진료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환자들의 건강성과, 환자진료와 안전 등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입원 기한을 줄이고, 임상적 오류율을 감소시키는 등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고되고 있다[4].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측면에서의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과 이점을 미루어 고려하였을 때 전문직 간 교육은 의료의 질과 환자의 건강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며 그에 따른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은 부산대학교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개발과정이나 교육내용, 시행과정, 그리고 프로그램 시행 후 결과나 효과 등을 현재 시점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 또한 용어사용에 대한 통일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에 대한 고민과 정립도 필요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분야 전문직 간 교육이 현재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만약 시행되고 있다면 어떠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혹은 의학교육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교육에 필요한 요인 등과 관련된 자료 또한 찾아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이나 교육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 교수진들을 대상으로 의과대학의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먼저,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였다. 두 번째로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요소와 활성화 요소를 조사하였다. 이와 더불어 추후에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한다면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인식하는 바람직한 교육시간, 교육내용과 방법, 그 외 의견에 대하여도 조사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연구의 체계적인 기초를 만들고 그에 따른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우리나라 전국 41개의 의과대학의 의학교육 관련 혹은 교육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설문조사는 2016년 12월 24일부터 2017년 1월 20일까지 3주일간 전자메일, 팩스, 우편을 이용하여 시행하였으며, 총 30개 대학(73% 응답률)이 응답하였다.
2. 설문도구
설문지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현황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현재 응답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의 시행 여부를 조사하고, 시행되고 있다면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두 번째는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 전문직 간 교육의 장애요인과 활성화할 수 있는 요인을 각각 조사하였다. 또한 미래에 교육을 계획할 경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시간과 교육방법에 대하여 기재하도록 하였다. 세 번째는 응답자의 기본 정보에 대하여 수집하였다. 설문지 응답에 걸린 예상 평균 시간은 15분이었다.
결 과
1. 응답자
전체 응답자 30명 중 16명(53.0%)이 교수, 8명(27.0%)은 부교수, 6명(20.0%)은 조교수였다. 현재 재직 중인 직급에 평균 근무연수는 7.3년(표준편차=6.6년)이었고, 근무기간 범위는 1년에서 21년이었다. 경력은 모든 응답자가 보직교수, 교육 관련 위원회, 의학교육 관련, 혹은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 관련 등의 경력이 있었다. 응답한 학교 중 국립대는 7곳(23.0%), 사립대는 23곳(77.0%)이었으며 지역은 서울, 인천/경기,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 등 전국에 다양하게 분포되었다. 자세한 정보는 Table 1에 제시되어 있다.
2.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현황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학교는 16학교(53%)였으며,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곳은 14학교(47%)였다. 전문직 간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학교의 경우에는 의학과 4년을 기준으로 할 때, 12곳은 전체 교육시간의 5% 미만으로 교육이 시행되고 있었으며 2곳은 의학과 4년 전체 교육시간 중 5%–10% 미만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전문직 간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학교만을 대상으로 현재 각 학년 마다 시행되고 있는 교육내용과 방법을 중복응답을 허락하여 표시하도록 하였다. 현재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14학교에 대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은 Table 2와 Table 3에 요약되어 있다.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학년은 본과 3학년이었다. 총 18개의 응답이 기재되었는데, 8학교가 타 전문직종의 업무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본과 3학년에 실시하고 있었고, 7학교가 의사 소통기술이라는 주제로 3학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3학교가 친목도모의 내용으로 교육을 시행한다고 기재하였다. 그 다음은 본과 4학년으로 15개의 응답이 기재되었다. 본과 3학년과 마찬가지로 8학교가 타 전문직종의 업무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본과 4학년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고 5학교가 의사소통기술이라는 주제로, 2학교가 친목도모라는 주제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본과 1학년, 그리고 2학년 순이었다.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교육내용은 ‘타 전문직종의 업무에 대한 이해’로 24개의 응답이 기재되었으며 그 다음은 ‘의사소통기술’(20개 응답)이었다. 친목도 모는 8개 응답이 있었다(Table 2). 그 외에 의예과 1학년과 2학년에서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의과대학도 있었다. 반면 앞서 살핀 교육내용과 관련하여 사용되고 있는 교육방법으로는 ‘강의식 교육’으로 14개의 응답이 기재되었고, 이와 비슷하게 ‘임상실습’은 13개의 응답이 기재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토론식 교육’과 ‘의료봉사’가 각각 11개 응답으로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 외 기타 의견은 개인실습, 동영상 시청 등의 답변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타 전문직 종의 업무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임상실습과 강의식 교육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고, 그 다음은 토론식 교육과 의료봉사로 전문직 간 교육이 시행되고 있었다. 의사소통기술이라는 주제로는 강의식 교육과 토론식 교육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고, 그 다음은 임상실습이 사용되고 있었다(Table 3).
3.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주관식 답변은 두 명의 연구자(1명의 심리학자, 1명의 통계학자)가 각자 독립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주관식 답변을 검토 후 요약하고, 이를 다시 간단한 구(phrase)로 표현한 후 핵심단어를 추출하여 주제를 분류하고 코딩하였다. 각 주제분류에 대한 두 연구자 간 카파 계수(K coefficient)는 0.60이었다.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응답을 여러 번 검토하며 합의를 도출하였다.
1)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하는 항목에서 30학교 모두 그렇다고(100%) 응답하였다. 응답에 대한 이유를 자유롭게 기재하도록 하였다. 기재된 전체 응답 수(36건) 중 15건(42%)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협업’(collaborative teamwork)이라고 응답하였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여러 직종이 팀을 이루어 환자를 치료하므로 협업이 필수적이므로 전문직 간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11건(31%)은 ‘타 직종에 대한 이해’라고 답변하였다. 타 직종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타 직종의 직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전문직 간 교육을 하면서 타 직종 간 이해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3건(8%)은 ‘의사소통기술’이라고 답하였다. 실제 임상에서는 의사와 다른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전문직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답변이었다. 기타(7건, 19%)로는 ‘의료의 질 향상,’ ‘의사역할의 필수적 요소,’ ‘현 의학 교육의 추세이므로’ 등으로 응답하였다.
2) 전문직 간 교육을 받아본 경험
과거 연구대상자들이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있었다면 어떤 방법과 내용인지를 중복응답을 허락하여 기재하도록 하였다.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연구대상자는 10명이 었으며, 기재된 전체 응답 수(14건) 중 5건(36%)이 의료봉사 및 동아리의 형태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였고, 4건(29%)은 강의 혹은 임상실습 시 교육형태로 타 직종 간 교육 경험이 있었으며, 3건(21%)이 워크숍, 그리고 2건(14%)이 심포지엄으로 전문직 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3)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의 장애요소
전체 응답 수(47건) 중 가장 많이 제시된 응답은 11건(23%)으로 ‘교육과정도입과 개발’과 관련된 요인이었다. 현 교육과정이 이미 과도한 교육과정을 담고 있으며, 전문직종의 분야 간에 서로 다른 학제로 인한 공동수업 편성의 어려움, 다른 분야의 교육내용 적용의 어려움, 운영의 어려움 등을 응답하였다. 다음은 각각 10건(21%)으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태도와 인식의 문제’와 관련된 응답이었다.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전문직 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였고, 보건의료 분야 전문직종 간의 배타적 태도, 의료진들의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인식 혹은 전권의식, 서로 간의 인식 부족 등을 응답하였다. 다음으로는 ‘타 직종에 대한 이해나 지식의 부족(5건, 17%)’이었다. 그 외에 기재된 응답으로 ‘인적 문제’와 ‘사회적 혹은 문화적 문제(각 4건, 9%)’가 논의되었다. 인적 문제는 교수인적자원 부족, 협업 전문가 부족, 인력 훈련의 어려움 등이 기재되었으며, 사회적/문화적 문제로는 위계적 의사소통방식, 서열식 문화, 직업성에 대한 전통적 편견 등이 언급되었다. 다른 소수의견으로는 현실과 교육현장의 괴리, 행정지원 부족 등이 언급되었다.
4) 보건의료 전문직 간 교육의 활성화 요소
전체 응답 수(35건) 중 11건(31%)은 ‘인식적 측면’으로 전문직 간 교육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9건(26%)은 ‘직종 간 관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상호이해, 상호관계, 의사소통, 전문직종 간 협업 등이 기재되었다. 6건(17%) 은 교육과정, 현장실습이나 임상실습, 체험 등이 전문직 간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언급되었으며, 5건(14%)은 조직적 차원의 내용들과 관련이 있었다. 즉 직종 간 교육을 위한 학내 관련 기구 구성, 공동 의사결정, 재정적 혹은 행정적 지원, 인센티브 등이 전문직 간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외 4건(11%)은 전문성 획득, 세계적 추세, 제도적 장치, 인적 자원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5) 바람직한 전문직 간 교육시간
14곳(47%)은 의학과 4년을 기준으로 전체 교육시간의 5%–10% 미만으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하였으며, 12곳(40%)은 의학과 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교육시간의 5% 미만이라고 응답하였다. 1곳(3%)은 전체 교육시간의 10%–20% 미만으로 응답하였고, 기타 답변(10%)으로는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시간배정이 어려움, 1% 미만으로 시행, 의사소통교육이나 실습교육으로 시행 등의 의견이 있었다.
6) 바람직한 전문직 간 교육내용과 방법
연구대상자들이 추후에 전문직 간 교육을 계획할 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교육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교육내용으로는 총 응답 수(19건) 중 7건(37%)이 의사소통기술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다음으로 6건(32%)이 상호이해와 직종 간 협업(팀워크) 등이 논의되었고, 응급대처에 관한 내용이나 중환자 관리(3건, 16%), 기타로는 직종의 역할 및 행정체계, 윤리, 리더쉽(3건, 16%) 등이 응답으로 논의되었다.
교육방법으로는 총 33건의 의견 중에서 13건(39%)은 실습, 경험, 모의환경교육, 혹은 의료현장을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거나 역할극과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하였다. 8건(24%)은 토론식 수업이나 패널토의를 통해 전문직 간 교육을 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6건(18%)은 강의를 사용할 것이며, 나머지는 워크숍이나 세미나(3건, 9%) 혹은 동아리, 의료봉사, 친목교류활동(3건, 9%) 등이 논의되었다.
고 찰
본 연구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전문직 간의 교육에 대하여 의학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본 연구가 국내 의과대학 의학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하여 조사한 첫 번째 연구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분야 전문직 간 교육은 예상보다 많은 곳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국내 41개 의과대학 중 회신을 받은 30학교 중에서 47%가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다. 전문직 간 교육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예, 본과 3, 4학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었으며, 타 직종의 업무에 대한 이해와 의사소통기술에 대하여 대부분의 학교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강의식 교육을 가장 빈번히 사용하고 있었고, 임상실습과 토론식 교육 등도 교육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국내 의과대학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필요성에 대한 이유로는 협업, 타 직종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의사소통을 꼽았다. 특히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사, 간호사,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기사 등과 협업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혼자서는 질 높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타 직종 간에 서로에 대한 역할이나 직무에 대해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현재와 미래에 의료분야 전문가들이 갖춰야 할 필수역량이 될 것이라고 논의하였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국제적으로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으며, 캐나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이러한 부분이 의료분야 전문가들에게 핵심역량으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에서 설립된 기구 IPEC는 전문직 간 진료를 위한 가치와 윤리, 역할과 책임, 전문직 간 의사소통, 그리고 팀과 팀워크를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다[19].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장애요소로 가장 많이 언급된 의견은 교육과정의 도입과 개발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미 과도하게 많은 교과목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변화가 힘든 상태이며, 보건의료 관련 전공분야의 학제가 서로 달라 공동 수업을 편성하기에 어렵다고 호소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인식․ 태도와 관련된 측면으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함께 보건의료분야 직종전문가들의 우월의식이나 배타적 태도 등도 언급되었다. 본 연구의 답변에서 언급된 태도나 인식 그리고 교육과정과 관련된 요소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항상 논의되고 있는 요소들이다. Parsell과 Bligh [20]는 전문직 간 교육의 장애요인을 4가지로 범주화하여 구조적 요인(예, 학사일정의 어려움), 태도 문제(예, 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 교육과정/교수법(예,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하는 교수훈련, 새로운 형태의 교수와 학습의 요구), 전문직업성/학제(예, 타 전문직종에 대한 지식과 이해 부족, 전문직 간 다른 언어와 개념)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으며, Curran 등[21]은 학사일정과 관련된 문제, 엄격한 교육과정, 재정적 지원의 부족, 가치 인식의 부족 등을 장애요인으로 나열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요소들이 전문직 간 교육의 장애요인으로 여러 번 언급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활성화 요소로는 교과과정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개선, 임상실습 등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전문직 간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전문직 간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문 직종전문가들의 의식 변화, 즉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의식 등이 전문직 간 교육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외에도 전문직 간의 수평적 관계 형성의 중요성과 학교 내 협의기구 설립 등도 언급되었다. 캐나다의 메모리얼 대학교에서 발행한 보고서에서는 환자 중심의 협력 진료를 위한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크게 미시적 수준, 중간 수준, 그리고 거시적 수준의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22,23]. 미시적 수준으로는 교수적 요인/상호작용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교수적 요인은 교수법, 이론, 학습환경 등을 포함하며, 상호작용요인은 신뢰하는 인간관계, 상호존중 등이다. 중간 수준은 조직이나 기관과 관련된 요인으로 리더쉽, 인센티브, 재정적 지원 등을 말한다. 거시적 수준은 시스템요인으로 교육 체계, 전문가 체계, 정부정책, 사회나 문화적 가치 등이다[20]. 특히 전문가 체계에서 ‘전문직(professions)’은 자율성, 위계와 통제를 바탕으로 한다고 논의하면서 각 전문직종의 전공분야 학생들은 학습의 사회화 단계에서 각 전문직종에 내재된 철학, 가치와 기본적인 이론적 전망을 갖게 된다고 한다. 본 조사연구에서도 전문직종의 이러한 의식과 관련된 요인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예를 들면 의사들의 우월의식이나 전권 의식 혹은 타 전문직종 종사자들의 배타적인 사고방식이나 태도 등이 전문직 간 교육의 장애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의식을 빠른 시일 내에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해결방법 중 하나는 보건의료 전문직종 분야 학생들의 학습 초기 단계에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타 직종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나 고정관념 등을 줄이거나, 협력적 진료에 대한 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15,24].
그렇다면 전문직 간 교육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과 더불어 전문직 간 교육을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전문직 간 교육의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자들 간의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전문직종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형성되기 전에 대학교육 초기에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 학생들이 자신의 전문직종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이 생긴 이후 전문직 간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있다[25,26]. 그러나 교육을 시행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접근방법을 학생들의 교육시기에 맞게 변화시켜 적용하는 것이다[27]. 예를 들어 기초의학을 마치고 나서 임상실습을 하는 학생이라면 교수자를 중심으로 하는 강의식 교육보다는 실제로 학생들로 하여금 타 직종과의 의료 현장을 함께 체험하게 하는 시뮬레이션 교육이나 role playing 등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며, 반면에 아직 자신의 전공분야 학문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의과대학교육 초기 학생들의 경우라면 강의식 교육을 통해 타 직종의 직무나 역할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을 알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국내 의과대학의 의학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전문직 간 교육의 현황과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바람직한 교육시간과 내용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는 국내 의과대학의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반면,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한 후 그 효과나 결과에 대해서 접근할 수 없었다는 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전문직 간 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예, 미시적, 중간적, 거시적) 그리고 그 영역에 해당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함께 요구된다. 본 조사결과에 따르면 몇 가지 현실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 번째, 전문직 간 교육의 활성화를 위하여 전문직 간 교육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응답을 보면 응답자들 중에 이미 전문직 간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연구대상자들이 있었으며, 의료봉사나 강의 혹은 임상실습, 워크숍 등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되살려 전문직 간 교육의 효과를 되짚어보면 그것이 연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교육과정 도입과 개발에 대한 높은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의과대학이나 보건의료 관련 학과 혹은 병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에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본 연구에 따르면 이미 12학교에서 의학과 4년 전체 교육시간의 5% 미만으로 전문직 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또 다른 항목에서 바람직한 교육시간을 조사하였을 때 전체 응답자 중 40%의 학교는 전체 교육시간의 5% 미만, 그리고 47%의 학교는 전체 교육시간의 5%–10% 미만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를 기준으로 학내 교육전문가들과 이미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타 학교의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심포지엄, 워크숍 혹은 패널토의와 같은 기회를 통해 전문직 간 교육과정 도입의 장애물을 낮추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본 연구결과는 실제 의료현장을 경험해보지 않은 보건의료 전공분야의 학생들의 인식과는 다른 방향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료분야 전문직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후 조사연구를 진행하여 여러 집단 간의 인식과 의견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간호대학, 약학대학 등의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계조사연구를 진행하여 집단 간 결과를 비교하여 전문직 간 교육에 대한 인식과 의견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계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전문가와 학생과 정책수립자 간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전문직 간 교육프로그램을 더욱 체계적이고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