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일반적으로 의과대학(의대) 교수의 역할은 교육, 연구, 진료, 봉사로 규정한다. 의대 교수의 책무성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기초의학 교수는 연구를, 임상의학 교수는 진료를 교수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며, 전체적으로는 연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1]. 이처럼 대학에서 교육을 연구활동보다 낮은 비중으로 인식하며, 교수는 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 없이 교수에 채용되는 현실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2]. 교수 역시 교육 준비, 교육 시행과 평가에 대해 중요성은 인정하나 스스로의 수행능력이 부족하며, 꾸준한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3]. 하지만 시간 부족, 과다한 업무량, 교육에 대한 보상 부족이 교수들의 교수개발 참여의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4].
교수개발은 시대의 흐름이나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Sheets와 Schwenk [
5]는 교수개발을 ‘부서나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에서 교수자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영역(교육, 행정, 연구, 임상 등)에서 개인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키는 계획된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교수개발의 범위는 교육(teaching)과 교수법(instruction), 교육계획과 추진 및 관리를 위한 리더십, 조직 변화에 필요한 교육정책 개발, 연구와 학술, 경력 개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6]. 하지만 이 중에서 교육과 교수법 향상이 교수개발의 중요한 공통 주제였고, 행동이론, 인지이론, 사회학습이론과 같은 교육학 이론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교수개발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었다[
7]. 이러한 경향은 교수개발이 교육자(teacher)로서의 교육역량을 개발하는 활동에 주된 비중을 두고 발전해 왔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교수-학습활동의 설계 및 계획, 교육과 학습자 지원, 학습자 평가, 교육연구와 증거 기반 실습, 교육관리와 리더십 등과 같은 교수자의 의학교육 역량의 향상을 목적으로 의대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한정하고자 한다[
8].
국내 의대는 교수개발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왔다. 교수개발이 의학교육학술대회의 주제로 다뤄졌으며[
9], 전국 또는 지역 단위의 의학교육기관도 교수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교수개발이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기본 기준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의대는 평가인증기준에 부합되도록 모든 전임교수에게 교육 관련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기준에 따르면 전임교수의 50% 이상이 연간 3시간 이상 참석해야 하고, 신임교수는 신임교수를 위한 의학교육 연수과정에 임용 후 1년 이내에 15시간을 참여해야 한다. 또한 의대는 교육을 위한 연수와 교수개발에 교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교수 1인당 연평균 2백만 원 이상이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10]. 이에 따라 각 의대는 전임교수의 의학교육 연수나 연간 교육 관련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 교육시간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교수업적 평가제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의대에서 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에 맞추어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국내 의학교육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 의대의 교수별 의학교육을 위한 교육연수와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평균 시간은 5.29±2,84시간(최소 2.5시간, 최대 13시간)이었다[
11].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시간보다는 높다. 하지만 참여한 교수 수는 연평균 234±158명(최소 26명, 최대 865명)이었다. 1회의 프로그램이 1시간이라는 가정하에 1시간당 참여한 교수 수를 추정해보면 시간당 참여한 교수의 숫자가 30명 이하인 의대가 14개으로, 시간당 참여 교수 수는 낮은 편이다. 이러한 자료에 근거해서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평균 시간과 교수 수에 대한 현황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나,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수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을 조사하고, 이에 근거하여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개선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대학의 교수개발에 대한 연구는 다수 발표되었으나[
12-
14], 의대 교수개발과 관련해서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분석과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만족도 평가가 보고되었고[
3,
15], 보고된 모든 연구가 연구자의 소속 대학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체 의대의 교수개발에 관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수개발 프로그램도 교수자들을 위한 교육의 일환이므로, 최신 교육동향에 영향을 받는다. 2016년에 발표된 교수개발에 대한 종설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장기적인 프로그램(longitudinal program)이 10% (5/53)에서 36% (40/111)로 증가하였고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되었다. 장기적인 프로그램에는 펠로우십, 학자 프로그램(scholar program) 등이 있다. 또한 교수개발에 참여한 교수자들이 프로그램 참여 중이나 이후에도 서로 지지하는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협력하며 실행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를 형성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7]. 이에 비해 2020년에 발표된 아시아 국가 간 교수개발 현황 비교연구에서 한국의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주로 워크숍(96.4%)과 세미나(82.1%)였으며,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나 실행공동체 접근방식의 프로그램은 보고되지 않았다[
16]. 이처럼 국내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국외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최신 동향을 시도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그 현황과 해결과제들도 함께 살펴본다면, 국내 교수개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의대 이외에도 의학교육 관련 단체나 기관(이하 기관)에서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기관은 한국의학교육학회, 서울의대 의학교육연수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의 교육문화원, 한국의학교육학회 산하 부산・경남지회, 대구・경북지회, 대전・충청지회 등이다. 이 기관들은 의학교육의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여 의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관들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현황은 보고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의대의 교수개발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국내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다양한 발전적 관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국내 의대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운영현황과 해결과제를 알아보고, 이에 근거하여 변화하는 의학교육환경과 학생들에게 맞추어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고찰
본 연구는 29개 의대와 3개 기관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운영현황을 설문조사하고, 이에 근거하여 교수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프로그램 주제는 최신 의학교육동향과 교육환경 분석, 의대나 기관의 목적과 특성, 참석자의 요구를 분석하여 선정하고 있다. 의대 교수개발 관련 연구에서 밝힌 것처럼[
3], 의학교육은 타 전공계열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고, 전공마다 요구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교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의 교수학습센터에서 전공계열의 요구를 반영한 계열별 맞춤형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17].
의대와 기관 모두의 주된 교수개발 프로그램 영역은 교수법과 평가였다. 교수법은 교육에서 최신 기법, 소그룹 학습법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연구기간에 해당하는 1년 반 동안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의 영향이 있기도 했지만, 온라인이나 거꾸로 학습과 같은 교육이 강조되면서, 교수자의 테크놀로지 활용을 강화하는 교수개발 프로그램 개최 건수가 가장 많았다. 평가의 경우, 의대는 주로 학생평가와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기관은 프로그램 평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하면, 국내의 교수개발은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대비하는 주제들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교수법과 평가방법은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주된 영역이다[
18,
19]. 한국을 포함한 네 개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연구에서도 교수개발의 주된 초점은 교수법과 평가로 보고되었다[
16]. 하지만 의대 교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주제는 평가와 전문성 개발이며[
20], 교수들이 교육 요구를 많이 한 역량은 진단 및 성찰 역량, 평가 및 피드백, 촉진자 역할인데, 이러한 필요에 비해서 이에 대한 프로그램이 적었다[
21]. 교수개발 프로그램 중 연구, 리더십과 관리, 경력개발 등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16].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교수의 교육, 가치, 전문직 정체성에 무관하게 기술을 가르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 본 연구에서 동일하게 확인된 바와 같이 교육활동에 치중된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진료, 연구, 봉사의 교수활동 영역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22]. 이를 위해 의대 교수의 교수개발 영역과 역량을 규정하고, 역량모델에 기반한 교수개발 틀을 개발하여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임교수 대상의 교수개발은 의학교육 평가인증의 필수 기준 충족을 위해 의대와 기관 모두 시행하고 있었으나, 수준별 또는 직급별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부족하였다. 일반적으로 교수의 교수 역량은 직급이나 경력에 따라 다르다[
11]. 조교수가 정교수보다 촉진자 역할에 대해 더 필요성을 느낀다[
21]. 또한 신임교수들은 교수법과 평가방법에, 중견교수들은 교육과정 개발에, 보직교수들은 리더십의 위치에 필요한 교육적 리더십에 교수개발이 요구된다[
23]. 교수개발 관련 논문에서도 대부분의 연구주제는 수업 향상에 관한 것이고, 조직 발전에서 교수개발의 역할과 관련된 논문은 보고되지 않았다[
18]. 리더십 관련 교수개발 프로그램으로 갈등 관리 및 협상, 리더십 이론과 개념, 인재 관리, 팀 만들기와 멘토링, 조직문화, 변화 관리, 시간 관리, 리더십 스타일, 경력 관리 등의 주제를 고려할 수 있다[
24]. 교수개발은 교수의 경력과정에 따른 계획된 변화이며, 교수는 전체 교수 생활 동안 자신의 계획된 진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수개발 활동에 의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5]. 교수의 경력의 전개과정을 고려할 때, 교수개발 수준의 1단계는 신임교수 워크숍 등의 오리엔테이션, 2단계는 교수학습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식과 기술, 3단계는 특정 교수 그룹에 맞춘 역량, 그리고 4단계는 의학교육전문가를 위한 학문적 내용과 학장 등 지도자를 위한 리더십 등으로 제안할 수 있다[
26].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본 연구에서 파악된 국내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주로 1단계와 2단계의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다 할 수 있으며, 향후 3단계와 4단계의 교수개발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운영형태는 주로 워크숍이나 세미나였다. 워크숍과 세미나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4,
7,
8]. 교수들은 학문적인 수련과정을 마쳤고, 임상의사인 경우 전문의 경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성인학습이론을 적용해야 한다. 성인은 ‘행함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즉 경험학습을 선호하고, 피드백이나 성찰을 통해 발전한다[
27]. 토론과 피드백이 중심이 되는 워크숍은 교수들의 성찰과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며, 동료교수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한편, 향후에는 COVID-19로 인해 비대면 교육의 방식이 가져온 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COVID-19 동안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 프로그램 운영방식이 비디오, 온라인 웨비나, 온라인 워크숍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28]. 국내 의학교육에서 대면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비대면 교수개발 프로그램에서 교수들의 참여비율이 더 높았으며, 프로그램 만족도는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29]. 따라서 비대면 방식의 프로그램에서 참여자의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한다면 실천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대와 기관 모두 교수개발을 위해 대내・외 의학교육학 교수와 주제별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대학의 교수개발 전문가들이 대학 간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소통과 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으나[
30], 교수개발 전문가들 중에 의학교육적 관점에서 교수개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제한적이며, 전문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 의학교육연수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 산하 의학교육지원단에서 의대가 필요로 하는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각 의대의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관들은 의학교육 전문가 간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이들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프로그램 운영을 보다 활성화하여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질 관리와 개선은 의대와 기관 모두 주로 참석자 의견을 조사하며, 별도의 부서나 위원회가 있거나 개선회의를 개최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는 의대는 절반 정도였다(15/29, 50.0%).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운영 효과성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나 아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석자 만족도 위주의 프로그램 평가는 전반적인 반응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나, 교수의 지식 향상과 교수개발의 변화 등을 종합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성과와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평가지표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로 프로그램 평가모델인 CIPP (Context, Input, Process, Product) 모형과 커크패트릭(Kirkpatrick) 모형이 평가지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31,
32]. 국외 연구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운 커크패트릭 모형의 4단계에 해당하는 의대의 실무와 학습자의 변화 등을 평가하여 보고한 바 있다[
7,
24]. 아울러 이러한 평가지표는 각 의대와 기관별로 개발하기보다 공동연구를 통해 표준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수개발 성과로 교수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향상되었으나, 운영의 어려운 점은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와 프로그램 홍보였고, 이는 다른 선행연구와도 일치되는 부분이다[
3,
15]. 많은 대학들이 승진 규정에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교수의 참여를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지만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 참여가 의무가 되면 교수들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수 있는데, 이는 프로그램의 성과에도 직결된다. 교수들이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루어지는 내용이 흥미롭다’와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와 같은 내재적 동기가 ‘교수업적 점수’라는 외재적 동기보다 우선한다[
15]. 교수개발 참여를 통해 내재적 동기가 충족되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의 교수개발 참여에 장애요인은 시간과 자원의 부족이며,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33]. 리더십, 적절한 보상 등의 의대 문화 형성이 교수개발에 영향을 주며, 이는 교수들이 교수개발을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26].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학생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교수를 평가하고 재원을 마련하여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활용한다면,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를 높이고[
34],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진료 분량을 조정하여 교수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하여 배정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34]. 또한 교수자의 요구에 근거하고, 즉각적으로 활용 가능한 주제를 선택하고, 다방면의 채널을 활용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의 홍보전략들을 시도하는 것도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될 수 있다.
장기 프로그램, 동료 코칭, 현장학습, 실행공동체 모델의 적용은 연구와 진료가 우선시되는 국내 의대 현실에서 활성화되기 어렵고, 시기상조라는 회의적 의견이 있었다. 실제로 3개 의대와 1개 기관에서 장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교수개발에서 그룹 단위의 공식적, 구조적 활동이 포함된 장기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와는 상반된다[
7]. 역량 바탕 의학교육에 대한 교수개발 프로그램만 리뷰한 연구에서도 한 번의 교수개발 프로그램으로는 효과를 얻을 수 없으므로, 장기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33]. 구체적으로 호주의 한 의대가 신임 임상교수와 기초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팀바탕학습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임상교육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장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한 사례를 볼 수 있다[
35]. 미국의 경우 집중 교수개발 프로그램으로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내용은 주로 성인학습이론, 교수법, 연구방법, 리더십 등을 다루고 있다[
36]. 본 연구를 통해 국내 일부 의대에서 티칭 프로그램이나 교수개발 펠로우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의학교육학회가 Academy of Medical Educators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장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자원과 재정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나 기관이 필요로 하는 영역을 잘 선택하여야 하며, 프로그램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고, 기관 리더의 적극적 지지와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36].
향후 동료 코칭, 현장학습, 실행공동체와 같은 교수개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실행공동체는 공통의 실무에 초점을 두고 서로 겹치는 지식, 가치, 경험 등을 공유하고 개발하는 개인들의 지속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라고 정의한다[
37]. 교수개발 상황에서 교수가 학습자이다. 교수는 한 명의 학습자로서 공식적인 교수개발 과정에서 학습을 하고, 그 곳에서 비슷한 고민과 목적을 가진 다른 학습자를 만나서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38]. 그런 다음 학생이나 전공의 교육현장으로 돌아가서 실행을 하면서 현장 바탕 학습을 하고, 다시 공식적인 과정에서 만난 학습자와 경험을 공유하는 비공식 과정을 겪게 된다. 여기서 실행공동체는 비공식적으로 유지되고 그 안에서 소통하게 된다[
4]. 이처럼 실제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인 학습도 공식적인 프로그램만큼 중요하다[
39]. 한 예로 싱가포르 의대 교수들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석 후의 행동 변화에 대한 연구에서 의대 교수들은 워크숍에 참석하여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수들을 만나서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면서 비공식적인 실행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동료들끼리 비공식적으로 교수법을 연구하는 실행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교수들 간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에 교수개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41].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서 점진적 도입과 제도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진다. 이 설문에 응답한 각 의대와 기관의 의학교육 전문가들의 지위나 구체적인 경험은 조사하지 않았고, 해당 의대와 기관에 소속된 다른 교수들의 의견을 수집하지 않았다. 수집한 서술형 자료가 전문가의 의견이긴 하지만 교수개발의 피교육자인 교수들의 의견은 조사하지 않았다. 각 의대와 기관의 상황은 다양하므로, 교수개발 프로그램 운영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원인과 대안은 각 의대와 기관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최근 1년 반 동안 진행된 국내 의대와 기관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현황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향후 국내 교수개발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본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향후 국내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틀과 질 개선지표를 개발하여,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질 개선과 효과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교수개발의 효과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교수들의 교수개발 참여를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으며, 교수개발에 관한 연구를 활성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교수개발 프로그램과 동료 코칭, 현장학습, 실행공동체와 같은 교수개발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국내 교수개발을 위한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