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2016–2018)의 기초의학 역량 평가 현황의 분석
Analysis of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in the Korean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201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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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Basic medical education is important for developing the competencies of medical doctors, and it includes basic biomedical sciences, preventive medicine, medical ethics, and clinical science. This study aimed to reveal the current status of the Korean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KMLE) regarding its evaluation of competencies in basic biomedical sciences. The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were screened and selected from the test forms of the KMLE (2016–2018) by personnel conducting basic biomedical science education, and the selected questions were analyzed by three independent groups of undergraduate students at Chonnam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hool in terms of the learning outcomes of basic medical education. The study scope includes the proportion of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which consist of basic medicine questions and basic medicine-related clinical medicine questions, its annual change, discipline distribution, and associated learning outcomes. The average proportions of basic biomedical sciences, preventive medicine and medical law, and clinical sciences were 2.3%, 5.8%, and 91.9% of all questions, respectively. The proportion of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except those on preventive medicine and medical law, was 22.0% of the total, and questions on pharmacology and microbiology accounted for 83.0% of the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The proportion of sub-enabling learning outcomes linked with basic medicine-related questions comprised 14.0% of the total outcomes for basic biomedical sciences and 30.4% for preventive medicine and medical law. It is concluded that the KMLE questions may not sufficiently cover the essential competencies of basic medical education for medical doctors, and the KMLE may need to be improved with regard to competencies in basic biomedical sciences.
서론
의사는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에 중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첨단의료산업의 발전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선진 국가에서는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하여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의학교육을 인증하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제도[1]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의사면허를 발급하는 제도[2]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1952년에 도입되었으며, 이때부터 의사면허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국가시험을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발급하게 되었다[3].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관리업무를 위탁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1994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시험과목은 보건의약관계법규, 의학총론, 의학각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국시원은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문항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실기시험을 도입하고 최근에는 데스크탑 PC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험(computer-based test)을 도입했다[4,5].
의과대학에서는 기본의학 교육을 통하여 학생에게 의사가 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역량을 교육하고 있으며, 각 의과대학은 기본의학 교육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역량 또는 성과를 미리 기록할 학습성과에 따라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WFME)는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기본의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WFME 세계표준(Basic Medical Education WFME Global Standards for Quality Improvement)을 개발하여 발표하였다[6,7]. 이 세계표준은 학생이 의사가 되기 위하여 의과대학 기본의학 교육을 통하여 습득해야 할 역량으로 임상의학뿐만 아니라 기초생의과학(basic biomedical sciences)과 사회의학 등 다양한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과대학협회)에서도 기본의학 학습성과집을 3종류, 즉 진료역량 중심,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그리고 사람과 사회 중심으로 각각 발간하여 의과대학이 이를 참고하여 교육할 수 있게 하였다[8-10]. 기초의학 역량은 기초의학 교육과정을 통하여 학습하는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역량과 사람과 사회 중심 역량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응시자의 기본의학 역량을 평가하고 의사면허 취득에 필요한 자격을 부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의사 국가시험이 기본의학 역량 중에서 진료역량뿐만 아니라 의사의 과학 역량도 함께 평가할 수 있도록 미국 등의 선진 국가에서 시행하는 기초의학 의사 국가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았다[11,12]. 반면에 일부에서는 기존 의사 국가시험이 의사에게 필요한 기초의학 역량을 충분히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의학 의사 국가시험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의과대학이나 학생이 의사 국가시험을 대비하여 기초의학을 다시 공부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신빙성이 적다고 판단되나,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역량을 얼마나 평가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알려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출제된 문항에서 기초의학과 관련된 문항을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 및 방법
1. 기초의학 관련 문항 추출과 목록 작성
이 연구는 국시원에서 공개한 2016년부터 2018년도까지 3년간 의사 국가시험 문항 자료(2016년도 제80회 의사시험 홀수형, 2017년도 제81회 의사시험 짝수형, 2016년도 제80회 의사시험 짝수형)를 사용하여 출제된 문항을 분석하였다.
기초의학 문항은 기초의학 교육과정에서 교육하는 과학적 원리와 개념 학습성과에 대한 이해를 질문하는 문항으로 정의하였으며,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기초의학 관련 내용을 일부 포함한 임상의학 문항(기초의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과 기초의학 문항을 합친 문항으로 정의하였다. 기초의학 전공 교수들이 의사 국가시험에 3년간 출제된 문항을 모두 읽고 분석하여, 교수의 전공 과목(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병리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 기생충학)에 해당하는 기초의학 문항과 기초의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을 선별하여 연도와 과목으로 1차 분류하였으며, 1차 선별된 문항을 동일한 전공의 다른 교수가 2차 검토, 확인하여 목록을 작성하였다.
2. 기초의학 관련 문항의 학습성과 분석
기초의학 관련 문항이 의과대학협회가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기본의학 교육을 위하여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집 3가지, 즉 (1)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2) 진료역량 중심, (3) 사람과 사회중심 학습성과에 기술된 어느 학습성과에 각각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였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4학년 재학생 3명으로 이루어진 분석조를 3개 구성하여, 각각 독립적으로 문항을 분석하였다. 이는 3개 분석조가 같은 문항을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출제 문항이 관련된 해당 학습성과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측정자 간 오차를 최소화하고자 함이었다.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집 3가지(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진료역량 중심, 사람과 사회 중심)의 학습성과가 각각 세로로 나열된 Excel 표에서,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되었다고 분석한 학습성과에 연관된 문항번호를 가로로 각각 기입하였다. 학습성과 선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한 개 분석조에서만 문항과 연관되었다고 판단한 학습성과는 제외하고, 두 개 이상의 분석조에서 연관되었다고 판단한 학습성과를 문항과 연관된 학습성과로 판단하고, 이를 분석하였다.
결과
의사 국가시험은 이틀 동안 6개 교시로 나누어 시행하고 있으며, 각 교시의 시험과목은 보건의약관계법규, 의학총론, 의학각론 1, 2, 3, 4로 공지되어 있다. 의사 국가시험 문항에 기초의학이나 임상의학 과목 등이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가 모든 출제 문항을 검토하여 기초의학 문항과 기초의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을 선별하여 분석하였다.
1. 기초의학 문항 비율
의사 국가시험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출제된 문항을 분석한 결과,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등으로 구성된 기초생의과학(basic biomedical sciences) 문항이 전체 문항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3년 평균은 2.3%이고, 예방의학과 의료법규 문항 비율은 5.8%를 차지하여, 이를 합친 기초의학 문항 총수는 전체 문항 수의 8.1%였다(Figure 1).
2. 기초의학 관련 문항
기초의학 문항은 아니더라도 기초의학 관련 내용을 포함한 임상의학 문항을 기초의학 문항과 합쳐서 기초의학 관련 문항으로 정의하고 이를 의사 국가시험(2016–2018년) 문항에서 선별하여 분석하였다(Supplement 1, Table 1). 출제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예방의학 등 보건의약관계법규 문항을 제외하면, 전체 문항에서 평균 22.0%를 차지하였으며, 기초의학 관련 문항 중에서 기초의학 문항은 9.7%이고 나머지 90.3%는 기초의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이었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을 기초의학 학문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 약리학과 미생물학 문항의 합이 3년간 출제된 기초의학 문항의 80.8%, 기초의학 관련 문항의 83.0%를 차지하였다(Figure 2). 기생충학 관련 문항에서 기초의학 문항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은 기초의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은 있었으나 기초의학 문항으로 분류된 문항은 없었다. 병리학은 병리학 문항뿐만 아니라 병리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도 전혀 없었다. 2018년도 의사 국가시험에서 출제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이 전체 문항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기초의학 관련 문항 중에서 기초의학 문항이 차지하는 비율이 모두 2016년과 2017년도 비율보다 감소하였다(Figure 3).
보건의약관계법규를 제외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의학총론 문항에 10.6%, 의학각론 문항에 89.4%가 출제되었으며, 이는 전체 의학총론 문항의 5.3%와 의학각론 문항의 31.3%를 차지하였다. 보건의약관계법규 시험은 모두 보건의약관계법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3.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학습성과
의사 국가시험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출제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이 연관된 학습성과를 의과대학협회에서 발간한 학습성과집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학습목표’와 ‘진료역량 중심 학습목표’에서 선별하여 최종학습성과(terminal learning outcome), 실행학습목표(enabling learning objective), 하위실행학습목표(sub-enabling learning objective) 수준에서 각각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Table 2). 기초의학 관련 문항 중 기초생의과학 문항은 관련 하위실행학습목표 총수의 14.0%, 예방의학 및 의료법 문항은 30.4%, 임상의학 문항은 23.2%와 각각 연관되었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각각의 과학적 개념과 원리 학습목표가 3년간 출제된 빈도를 분석하여 그림으로 제시하였다(Figure 4).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하위실행학습목표 중 70.4%는 3년 동안 1회 출제되었으며, 22.1%와 7.5%는 각각 2회와 3회씩 출제되었으며, 미생물학과 기생충학 학습성과인 “미생물과 기생충감염” 영역에 속한 하위실행학습목표 중 16.9%가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되었다. 연관된 하위실행학습목표 중 73.3%는 3년 동안 1회, 21.7%와 5.0%는 각각 2회와 3회씩 출제되었다.
고찰
이 연구는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이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의사 국가시험에 출제된 문항에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기술하였다. 연구결과, 현 의사 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는 문항이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전체 문항의 2.3%에 불과하고, 기초의학 관련 문항 대부분이 약리학과 미생물학에 관련된 문항이며, 기초의학 학습성과 중 일부 소수의 성과만이 연관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은 기초의학 역량을 사실상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를 통하여 도출한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이 기초의학 역량을 사실상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은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출제된 기초의학 문항이 전체 문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하였다. 즉 2016년부터 3년간 의사 국가시험에 출제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등으로 구성된 기초생의과학 문항이 전체 출제 문항의 2.3%이고,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과목으로 지정된 보건의약관계법규에 포함된 예방의학과 법의학 문항의 비율이 5.8%이라는 연구결과에 근거하였다. 이 결과는 기초생의과학 문항의 총합이 예방의학과 법의학 문항으로 구성된 보건의약관계법규 문항 수의 절반도 되지 않았으며, 이는 보건의약관계법규를 제외한 기초의학 문항이 의사 국가시험 360문항 전체에서 10문항도 출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의사면허시험(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USMLE)이 기초의학 역량을 별도로 평가하는 step 1에서 280문항, 임상의학 역량을 평가하는 필기시험인 step 2 clinical knowledge (CK)에서 315문항으로 평가한다. 시험이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오차 없이’ 측정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시험의 신뢰도는 시험 문항 수에 비례하며, 현 의사 국가시험은 320문항을 출제하여 신뢰도가 0.94라는 사실을 감안하면[13], 기초의학 역량을 30문항 정도로 평가하는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이 사실상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 문항을 분석한 이 연구결과가 없어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이나 의과대학 학생이나 의사나 모두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이 기초의학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 연구는 의사 국가시험 문항을 분석하여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였다.
의사 국가시험에 출제된 기초의학 문항의 수가 매우 적어서 이 연구에서는 기초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라도 포함되어 있는 임상의학 문항을 선별해 내어, 이를 기초의학 문항과 합쳐서 기초의학 관련 문항으로 정의하고 이를 분석하였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3년간 의사 국가시험 전체 문항의 22.0%에 해당하였으며, 기초의학 문항 수와 기초의학 관련 문항 수 모두 분석한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이는 추후에 이들 문항이 더욱 감소할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기초의학 문항은 모두 약리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 그리고 기생충학과 관련된 문항이었고, 기초의학 관련 문항도 이 3과목 문항이 대부분이어서 의사 국가시험의 기초의학 관련 문항이 이 3과목에 치우쳐서 출제되었음을 나타냈다.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등에 관련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이 소수 있었으나 기초의학 문항은 없었다. 특이하게도 병리학은 병리학 문항뿐만 아니라 병리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도 전혀 없었다. 이는 병리학 문항이 전체 문항의 44%–52%를 차지하는 USMLE step 1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결과이다[14]. 병리학은 병의 원인과 병태생리를 다루는 학문으로, 병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치료나 예방법을 개발하는 데에 필수 학문으로서 의료의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15].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서 병리학 관련 문항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병리학 교육이 질병의 진단에 치우쳐서, 질병의 병태생리를 소홀히 교육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학습성과를 분석한 결과, 학습성과 역시 일부에 치우쳐 출제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즉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하위실행학습목표는 기초생의과학 학습목표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기초의학 학습성과 19개 영역 중에서 “인체발생” 영역과 “과학적 연구기법” 영역에 연관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전혀 없었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예방의학과 의료법의 하위실행학습목표 비율은 30.4%였으며, 임상의학은 23%이나 기초의학과 관련되지 않은 임상의학 문항이 78%나 되기 때문에 출제된 전체 문항과 연관된 임상의학 하위실행학습목표의 비율은 기초의학 학습성과 비율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기초생의과학 학습목표의 출제 비율이 가장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기초생의과학 하위실행학습목표 중 27%는 3년간 2회 이상 출제되었으며, 미생물학과 기생충학 학습성과인 “미생물과 기생충감염” 영역에 속한 하위실행학습목표도 비슷한 출제빈도를 나타내어 기초의학 관련 문항과 연관된 하위실행학습목표 중에서도 일부 학습목표가 반복되어 출제되는 것을 보여 주었다.
기초의학 문항으로 선별된 문항과 연관된 하위실행학습목표를 분석해 보면 기초의학 학습성과와 임상의학 학습성과가 모두 연관되어 있는 문항이 많았다. 예를 들어, 출산 후 질 출혈이 지속되는 산모의 처치에 사용할 약물을 묻는 문항의 정답은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어서, 이 문항은 약리학 학습성과 “분만촉진제와 분만억제제의 작용기전과 유해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와 임상의학 학습성과 “질 출혈이 있는 여자에게서 원인에 따른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와 모두 연관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 수술 후 발열이 지속된 환자의 혈액배양 결과로 균종, 감수성, 내성을 제시하고 적합한 항생제를 묻는 문항은 미생물학 학습성과 “항균제 감수성 검사법을 설명하고,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와 임상의학 학습성과 “열이 나는 사람에게서 원인에 따른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와 모두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의사 국가시험의 기초의학 문항이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출제되었다기보다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학습성과가 모두 연관된 내용이 출제되었기 때문에 기초의학 문항으로 선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이는 기초의학 문항이 임상과 상대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에 국한되어 있다는 결과와 국시원에서 진료역량 중심을 바탕으로 개발한 의사 국가시험(필기) 평가목표집의 기준에 따라서 출제하면 기초의학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을 출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16]. 기초의학 관련 문항에 약리학 문항의 출제빈도가 높은 것은 약리학이 학문의 특성상 치료약제를 직접 다루는 학문이고, 질환에 대한 치료약제가 문항줄기나 답가지로 제시되는 임상의학 문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생물학은 감염병 질환의 원인균과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약리학과 마찬가지로 “치료”와 관련된 임상의학 문항에 미생물학 관련 문항줄기나 답가지로 제시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기초의학 관련 문항은 “치료제”라는 기초의학분야가 관련되었을 뿐이지 의학의 원리와 생명현상의 기전을 묻는 것과는 매우 큰 괴리가 있다. 일부에서 이러한 약리학 및 미생물학 관련 임상의학 문항이 있음을 근거로 하여 의사 국가시험에 기초의학 문제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가 1952년에 도입한 의사 국가시험의 평가과목은 내과학, 정신과학, 소아과학, 외과학, 피부비뇨과학, 산부인과학, 안과학, 이비인후과학, 의사법규 중 5과목이었으며, 이후 평가과목은 일부 임상의학 과목이 추가되거나 제외되는 변경이 이루어졌다[3]. 2000년에는 평가과목을 의학총론, 의학각론 및 보건의약관계법규로 변경하여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17]. 따라서 2000년 이전에는 의사 국가시험에서 의사법규를 제외한 기초의학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2000년에 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시험과목인 의학총론을 “몸의 정상구조와 기능, 정상발생 성장 및 노화, 질병의 발생과 죽음, 주요 증상과 병태생리, 진찰 및 진단, 검사, 치료와 합병증, 건강증진, 질병예방 및 보건의료관리를 말한다”라고 정의하였고, 이는 기초의학 역량을 대부분 포함하는 정의이다. 따라서 2000년에 평가과목을 개정한 시행규칙은 의사 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역량을 의학총론으로 평가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여 의사 국가시험을 크게 발전시킨 규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규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의사 국가시험은 그 후 20년이 넘도록 기초의학 역량을 실질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국시원은 의사 국가시험 평가의 질 제고를 위하여, 환자가 의사를 찾는 직무상황을 중심으로 의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역량을 기술한 의사 국가시험(필기) 평가목표집을 2014년에 발표하였으며, 이 평가목표집은 의과대학협회가 2012년에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진료역량 중심)’을 바탕으로 개발하였다고 기술하였다[9,16]. 이는 의사 국가시험의 평가목표가 진료역량 중심 역량임을 공식화한 것이며, 의사 국가시험에서 보건의약관계법규를 제외한 기초의학 역량의 평가를 공식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목표는 USMLE step 2 CK와 같은 임상의학 지식평가시험의 평가목표로 적절한 것이지 의사 국가시험 전체의 평가목표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국시원의 의사 국가시험(필기) 평가목표집은 의사 국가시험 시험과목으로 의학총론, 의학각론, 그리고 보건의약관계법규로 정한 상위 법규인 의료법 시행규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18].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하여 국가마다 고유한 의사면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정한 훈련을 받으면 의사면허를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독일 등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의과대학 졸업생에 한하여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19]. 각국의 의사면허제도는 모두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환경을 반영하여 그 나라에 필요한 우수한 의사를 적절하게 배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과거제를 비롯한 여러 시험제도를 운영해 온 긴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자격이나 면허를 국가시험을 통하여 부여하고 있다. 의사 국가시험은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의사를 적절하게 배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응시자가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을 적절하게 갖추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새내기 의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기본의학 교육을 통하여 획득하고 있으며, 기본의학 교육에서 획득해야 할 역량 또는 성과는 진료역량을 비롯하여 기초생의과학, 사회의학 둥 다양한 역량을 포함하는 것이 세계표준이다[6,7]. 따라서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도 우수한 의사를 사회에 배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되기 위하여 기본의학과정에서 획득해야 할 세계표준에 맞는 역량을 충실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의학의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는 기초생의과학 역량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 WFME 세계표준에서 기초생의과학은 임상의학을 습득하거나 적용하는 데에 기반이 되는 과학적 지식, 개념, 방법을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의학 연구와 개발 연구, 그리고 현재와 미래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기술하고 있으며[7], 또한 기초생의과학은 학술의학이나 첨단의료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20,21]. 국가단위에서 의사면허시험을 치르는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의사면허시험에서 기초의학 평가시험을 임상의학 평가시험과 분리하여 시행하고 있다[19].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은 기초생의과학 역량을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의사에게 필요한 기초생의과학 역량을 충실하게 갖추지 못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 우수한 의사를 사회에 배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의사 국가시험에서 평가하지 않는 기초생의과학 등은 의과대학에서 소홀하게 교육하게 되며, 이는 다시 기초생의과학 역량이 부실한 의사를 사회에 배출하는 악순환을 하게 된다. 기초생의과학 역량이 부실한 의사는 결국 우리나라 의사와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게 되며,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12].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 미국의 USMLE step 1과 같이 추가로 기초의학 교육영역의 시험을 도입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찬성한 경우는 교수 58.3%, 학생 30.2%, 전공의 35.3%였다는 연구보고가 있다[2].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 기초의학 역량 평가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타당성이 큰 이유는 시험에 대한 부담 증가, 즉 학생의 시험준비에 대한 부담, 교수의 학생 교육과 시험결과에 대한 부담, 그리고 대학의 기초의학 교육지원과 시험결과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2,22]. 그러나 학생은 진료를 독점하는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하여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의과대학은 학생을 교육하여 사회에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는 사명을 가진 기관이며, 국가가 신규 의과대학의 설립을 엄격하게 규제하여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므로 학생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과대학이 학생 교육은 소홀히 하고 대학병원이나 협력병원 운영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 기초의학 역량 평가 도입을 반대하는 또 다른 주요 이유가 “기초의학은 의사가 되는 데에 필요 없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 대부분이 의학이나 기초의학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기초의학에 대한 이해가 이러한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의사 국가시험은 의과대학이나 학생이 희망하는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수한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의과대학 등 의학교육에 관련된 단체와 교육자, 그리고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Acknowledgements
의사 국가시험 문항을 분석하여 기초의학관련 문항을 선별해 주신 강경훈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성준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재우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서보 교수(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이경화 교수(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이민구 교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조은경 교수(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최용준 교수(한림대학교 의과대학)께 감사를 드린다. 기초의학 관련 문항에 연관된 학습성과를 분석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생 이수민, 최수은, 김지윤, 백규선, 김신아, 박태호, 소일영, 안예은, 장예원께도 감사를 드리고, 연구결과 분석을 도와주신 김은미, 신세라 연구원(전남대학교 의과대학)께 감사를 드린다.
Notes
Authors’ contribution
제1저자, 교신저자, 공저자 모두 (1) 연구의 기본 개념 설정과 연구의 설계, 자료의 분석과 해석에 공헌, (2) 원고를 작성하거나 내용의 중요 부분을 변경 또는 개선하는 데 상당한 공헌, (3) 최종 원고의 내용에 동의의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였다.
Supplementary materials
Supplementary files are available from https://doi.org/10.17496/kmer.2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