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메디슨: 인공지능, 의료의 인간화를 꿈꾸다
Deep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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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의학지식과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의사들은 진료시간이 짧아지고 있으며, 결국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에릭 토폴(Eric Topol)은 그의 세 번째 책인 딥메디슨(deep medicine)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얕은 의학에서 깊은 의학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대부분의 사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의료산업은 여전히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의료에서의 인공지능은 개인의 의료데이터를 종합해 포괄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의사 결정을 개선하며 오진과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적절한 검사의 처방 및 결과 해석을 도우며 치료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에서의 인공지능의 사용은 다른 분야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기에 변화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의료의 주체이자 객체인 사람이 기계에 의해 완전하게 분석될 수 없는 고유의 복잡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릭 토폴은 이 책을 통해 딥메디슨이란 무엇이며, 인공지능을 통해 의료환경에 어떤 영역에서 적용이 가능하며 어떤 부분에서 주의 깊은 고려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미래의학의 발전을 딥메디슨으로 제시하면서, 그 특징을 다음의 세 가지의 심층요소(deep components)로 정의한다. 첫째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의학적) 요소를 디지털화하는 능력(deep phenotyping)이며, 두 번째는 스스로 배우는 알고리즘인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이는 컴퓨터 신경망의 한 유형으로, 소프트웨어가 데이터의 다층 네트워크를 처리하여 작업을 수행하도록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기계학습을 의미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심층공감(deep empathy)와 심층연결(deep connection)이다.
이 책은 오늘날의 현대의료의 여러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있다. 오진과 의료과실, 저조한 치료성적, 치솟는 의료비와 같은 문제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현대의 의료시장은 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진료에서의 의사와 환자가 소통하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 의사의 절반 이상이 소진(burn-out) 상태이며 놀랄 정도로 많은 비율의 의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의사의 소진은 의료과실을 초래하고 의료과실은 다시 소진을 악화시킨다. 시간은 환자가 경험하는 의료의 질과 치료 성적에 필수적이다. 오늘날의 의료는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고 정황파악이 부족하며 대면접촉이 부족하다.
또 의학교육은 진단역량을 강조하지 않으며 의사로 생활하는 동안 진단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의사들의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 오진의 원인이 되는 인지 편향이나 왜곡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인공지능은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감지하고 인간의 편향을 배제하며 개별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등의 인공지능 특유의 여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딥메디슨을 통해 마주할 부정적인 여러 문제들 또한 존재한다. 알파고가 둔 37번째 수는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조차 어떻게 나온 수인지 설명할 수 없는 불투명성, 신경망이 지니고 있는 학습능력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며, 출력 값이 산출된 방식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현재 신경망의 한계는 기계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료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편견, 오해, 편향이 코드화 되는 경우, 진실의 왜곡되거나 프라이버시와 해킹의 문제, 윤리적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 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딥메디슨은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미지의 정량화와 세분화를 통해 의료영상, 병리 슬라이드, 피부 병변에 관해 진단의 정확도를 개선하고 진단과정의 효율을 높여 영상의학과, 병리과, 피부과 의사들의 작업의 부담을 덜게 도와줄 수 있다. 또 패턴중심의 진료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의사에게 기계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을 보완함으로써 진료실 내의 키보드 사용을 줄이고 전자의무기록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또한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용 음성 플랫폼은 점차 발전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한 가상의료 코치가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인공지능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환자와 의사 간의 유대관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늘날 만연한 의료인들의 환멸감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임무를 인본주의적 방식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바쁜 환경에서 비롯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경청, 소통과 같은 행위는 환자와 의사 간의 소중한 관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이자 편안함을 제공하고 치유를 촉진시킨다. 이는 환자를 향한 진정한 돌봄과 환자의 치유에 이르는 의사의 직업적 성취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인본주의적 상호작용은 계량화하거나 수치화하기 어려우며 의사가 기계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소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은 오늘날 보건의료에 존재하는 인간 사이의 깊은 단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환자와 의사, 그리고 기계의 상호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책이며, 현재의 보건의료의 위기에 대한 중요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의료를 비인간화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두려워하지만 에릭 토폴은 딥메디슨이 존재, 공감, 신뢰, 보살핌, 인간다움으로 표현 가능한 진정한 의료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3분진료의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다른 인간적인 의학의 가능성을 열어준 이 책을 통해 모든 의료인과 의학교육자들이 현재의 의료환경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고민하고 꿈꾸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