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오류 공개 교육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
Medical Error Disclosure: ‘Sorry’ Works and Education Work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atient safety and medical errors have emerged as global concerns and error disclosure has been established as standards of practice in many countries. Disclosure of medical errors to patients and their families is an important part of patient-centred medical care and is essential to maintaining trust. However, physicians still hesitate to disclose errors to patients despite their belief that errors should be disclosed. Multiple barriers such as fear of medical lawsuits and punishment, fear of damaging their professional reputation, and diminished patient trust inhibit error disclosure. These barriers as well as lack of training or education programs addressing error disclosure contribute to a low estimated disclosure rate in real situations. Nowadays, the importance of patient safety education including error disclosure is emphasized and related research is increasing. In this paper, we will discuss the background of medical error disclosure and studies on education programs related to error disclosure. In this regard, we will examine the content and methods currently being taught, discuss the effects or outcomes of such education programs and obstacles or difficulties in implementing them. Finally, the direction of future error disclosure education, support systems, and education strategies will also be covered.
서 론
1999년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에서 발표한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보고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환자안전(patient safety)과 의료오류(medical error)에 대한 관심을 드높였다[1]. 이러한 관심의 증가와 함께 환자안전과 의료오류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의학교육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진단과 치료와 같은 전통적 교육 외에 환자안전을 위한 팀 작업, 질 향상 및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학생 때부터 의료오류나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을 확립시켜 주기 위한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오류(error)의 사전적 의미는 ‘의도하지 않은, 계획하지 않은 결과’를 뜻하며, 의료오류라 함은 환자에게 미친 영향의 유무와 상관없이 잘못된 또는 부적절한 의료행위의 계획 및 실행 모두를 포괄한다[1]. 의료오류는 단순 착오나 실수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을 야기하는 의료과실(medical negligence)도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2].
의료오류에 대한 초기의 대규모 연구로는 Harvard Medical Practice Study, Quality in Australian Health Care Study, Colorado & Utah Study 등이 있다. 이 연구들에서 입원 환자 중 각각 3.7%, 16.6%, 2.9%에서 위해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 중 각각 13.6%, 4,9%, 6.6%가 사망하였다[3–6]. 다른 나라들에서의 조사결과도 영국 11.7%, 덴마크 9.0%, 캐나다 7.5%, 뉴질랜드 12.9%로 입원 환자 10명 중 1명 내외의 빈도로 위해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국의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의료오류의 문제가 일부 국가에 국한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보건 문제임이 드러났다[7–9].
의료오류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인이 겪는 가장 흔한 딜레마는 이를 환자에게 알릴지 혹은 침묵할지에 관한 것이다. 윤리적으로나 그리고 환자안전에 관한 원칙으로나 유해한 의료오류에 대해 환자에게 밝혀야 하나,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이다.
외국에서는 의료오류 공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래 전부터 있었고,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장려하면서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2010년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한 백혈병 소아 환자가 사망한 사건 이후 같은 종류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의료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오류 보고시스템의 운영 및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10]. 이에 따라 2015년 1월 환자안전법이 제정되어 공포되었으며 2016년 7월 29일 환자안전법과 관련 하위법령이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의 환자안전 사고 발생에 관한 추정연구에 따르면 연간 입원 환자 597만 7,578명 중 평균 9.2%(약 55만 명)가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위해사건을 경험하고, 위해사건 발생 환자의 7.4%인 40,6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11,12]. 그러나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실태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수행된 바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의료오류 공개의 배경과 현재 공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관련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의 의료오류 공개 교육과정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고, 나아가 향후 의료오류 공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문헌고찰
본 연구를 위해 다음과 같은 문헌 수집방법을 이용하여 관련 문헌을 검색하였다.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환자안전 교육 문헌을 포함하기 위하여 검색어는 ‘medical error disclosure,’ ‘education’으로 검색하였다. PubMed에서 과거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출판된 문헌을 해당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431개의 문헌이 수집되었으며, 언어는 영어와 한국어로 국한하였다. 이 중에 의학교육 저널, 간호교육 저널, 의료 질 관련 저널에서 발표논문을 다시 추려 98개의 논문을 수집하였으며, 논문 초록을 리뷰한 후 28개의 논문이 선택되었다[13–40]. 대상이 된 논문 중 가장 오래된 출판연도는 2005년이었다. 선택기준은 본 연구목적에 따라 의료오류 공개 교육프로그램을 다룬 논문들을 선택하였다. 교육과정 설계, 교육방법, 평가방법, 그리고 교육성과 등에 관한 연구이다. 단순히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태도나 설문연구 등은 배제하였다. 한국의 의료오류 공개 교육의 사례 및 논의에 대한 문헌을 얻고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orea Education and Research Information Service)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을 동일한 검색어로 검색하여 5개의 논문을 수집하였으며, 논문 초록을 리뷰한 후 동일한 선택기준에 의하여 1개 논문을 수집하였다[41] (Figure 1).
의료오류 공개의 배경
의료오류 공개란 환자에게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 및 보호자에게 자발적으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 및 유감을 전달하며, 필요한 경우 사과를 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1,42–44]. 이는 단순한 유감이나 사과의 표현 그 이상의 활동으로 단일한 시점에서 한 번의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비슷한 의미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disclosure of patient safety incident), 진실 말하기(open disclosure), 오류 공개하기(error disclosure)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본문에서는 의료오류 공개로 지칭하기로 한다.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미국은 의료소송의 위기라고 비유될 만큼 의료소송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45]. 1980년대 초에 켄터키주의 렉싱턴 재향군인병원은 두 개의 소송에서 크게 패소하면서 경제적인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지역 환자들의 신뢰마저 잃게 되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46]. 렉싱턴 재향군인병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솔직하게 다가가는 접근법을 의료분쟁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하고, 1987년 이를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의료오류 공개(open disclosure)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 운영 19년 후 타 병원들의 건당 조정비용 98.000달러의 1/6 정도의 금액인 평균 15.000달러에 대부분의 분쟁이 해결되었고, 과거에는 분쟁 완결까지 2–4년 걸렸던 것이 2–4개월로 감소하였다. 그 이후 미국 보훈처는 2005년부터 산하의 모든 재향군인병원에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47].
미시건대학병원도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의료오류에 대해 조사하고 공개를 함으로써 환자들의 신뢰도를 얻을 수 있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는 판단에서 2001년 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care Organizations에서 제시한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었다[47]. 미시건대학병원은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의료오류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와 의사에게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과정으로 인식하였다[48].
미시건대학병원이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인 2001년과 2005년을 비교했을 때 연간 소송비용은 3백만 달러에서 1백만 달러로 감소하였고 소송을 처리하는데 걸린 평균 소요시간은 20.7개월에서 9.5개월, 연간 보상금 청구와 소송 건수는 262건에서 111건으로 감소하였다. 건당 처리비용은 48,000달러에서 21,000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은 환자들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가능성을 줄여주고, 의료오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소송의 건수를 줄여주며[49], 분쟁 관련 해결기간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50]. 이렇게 의료기관의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은 의료사고 처리시스템의 개선효과와 환자안전 증진[51],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 강화 등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어[52], 의료기관 측면에서도 비용 절감, 환자만족도 향상 등 경영성과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미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Sorry Works’ 운동 이후이다. 의료소송 관련 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Doug Wojcieszak은 형이 의료과오로 사망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사실을 감추며 책임을 회피하고 말을 바꾸는 등 신뢰를 무너뜨리는 병원의 태도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되면서 환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진실된 사과와 사건에 대한 해명, 재발 방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2005년 Sorry Works Coalition을 설립하여 의사, 변호사, 보험사, 환자 대변 조직들과 함께 의료오류에 대한 공개와 사과를 장려하는 Sorry Works 운동을 통해 의료분쟁 접근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게 되었다[53].
의료오류 공개는 윤리적으로나 의료의 질 측면에서 이론적인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인 근거로는 자율성(autonomy), 투명성(transparency), 신뢰(trust), 전문가정신(professionalism)을 먼저 꼽을 수 있겠다[54–57]. 의료오류 공개는 환자의 알 권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환자에게 일어난 상황을 명확하게 알려 줌으로써 이후 의료제공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의료오류 공개는 투명성 있는 행동이며, 신뢰에 기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투명성은 보건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드러내는 행동은 개인의 책임을 높임과 동시에 의사-환자 관계를 증진시켜 의료소송을 완충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 윤리적 근거가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아가 의료전달과정에서 환자에게 발생한 위해를 환자에게 알려주는 행동은 환자와 보건의료 종사자들 간 신뢰를 유지시켜 주고, 전문가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이기도 하다[57].
의료의 질 측면에서도 의료오류 공개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료의 질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그 중에서 미국의학원에서 제시한 안전성(safety), 효과성(effectiveness), 환자 중심성(patient-centeredness), 적시성(timeliness), 효율성(efficiency), 형평성(equity), 이렇게 여섯 가지를 양질의 의료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꼽는다[58]. 의료오류 공개는 이 중 안전성과 환자 중심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데, 그 이유는 의료오류 공개가 높은 의료의 질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활동이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의사소통은 환자 중심적 의료의 기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증적,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여러 국가 및 기관들에서는 의료오류 공개를 장려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의료오류 공개를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의료오류 공개 가이드라인
이러한 의료오류 공개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의료오류 공개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들에서는 의료오류 공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료진과 환자와의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의료오류 공개는 단순히 유감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료오류 공개는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환자 및 보호자에게 진실하게 알리면서 공감 혹은 유감을 표하고, 사건의 조사를 진행하여 그 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함과 동시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캐나다의 환자안전기구(Canadian Patient Safety Institute)의 의료오류 공개 가이드라인을 보더라도 의료오류 공개를 크게 ‘초기 의료오류 공개를 위한 준비,’ ‘초기 의료오류 공개,’ ‘분석 후 의료오류 공개’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어떠한 내용의 의료오류 공개가 필요한지 제시하고 있다[59,60] (부록 1).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되어 있는 의료오류 공개과정상 필요한 행위에는 환자와의 만남, 필요한 치료의 지속, 사건의 보고 및 분석, 환자 및 의료진에 대한 감정적, 실질적 지원 제공, 의료오류 공개의 계획 수립, 의료오류 공개 내 역할 분담, 사건에 대한 설명, 치료계획에 대한 설명, 유감의 표현, 만남의 약속, 연락처 제공, 논의한 사항의 기록, 질문 수용, 조사 및 분석 실시, 조사 후 필요한 조치 제공, 사과의 표현 등이 있다. 의료오류 공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의료오류 공개의 각 구성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캐나다의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올바르게 수행한 의료오류 공개야말로 환자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61].
미국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한 윤리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으며[62–64],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된 비처벌적 보고체계가 확립되어 있다[65].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의 의료윤리지침(AMA Code of Medical Ethics)에서는 ‘실수와 피해를 연구하고 방지할 윤리적 책무’의 쟁점에서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즉 ‘의료과실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해를 입은 환자에게 전문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진료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환자에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66]. 그리고 환자안전 보고시스템에 보고된 의료과오에 대해서 연방법에서는 환자안전법에 의해 보고된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보호함으로써 비처벌적인 보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호주 등에서도 이미 의료오류의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제도로 확립하여 의료오류 공개를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44,67]. 또한 의료오류 공개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적 보호장치로 사과법(apology law)을 두기도 한다. 사과법의 주 내용은 의료진들의 의료오류 공개를 하는 과정상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민사적, 법적 책임(civil liability)에 대한 시인(admission)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환자들이 의료진의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과실의 인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인 보호장치를 두는 것이다. 1986년 미국의 메사추세츠(Massachusetts)주 에서 사과법을 처음으로 채택한 후, 2009년 1월 기준 미국의 36개 주에서 사과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는 의료오류 공개를 보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에게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오류 공개법을 제정하기도 했다[61].
각 국가나 연구기관마다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명칭은 달랐지만, 환자, 보호자, 의료종사자에게도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며 환자와의 열린 대화와 사건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환자안전의 증진과 환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 그리고 사건에 대한 유감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의료오류 공개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요약하면, 의료오류 공개계획 수립단계에서는 의료오류 공개 팀을 구성하고, 공개할 내용 및 대화의 방법에 대해 미리 계획을 짜고 환자와의 만남을 계획해야 할 것 이다. 다음으로 초기 의료오류 공개의 단계에서는 환자들에게 회의에 참석하는 참가자에 대해 소개하고, 그 역할 및 미팅의 이유를 알려준다. 사고 관련 정보에 대해 확실한 사실과 결과에 대해 알려야 하며, 병원의 대처에 대해 현재까지와 앞으로의 진행단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건분석의 진행과 이로부터 환자가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환자 측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고, 연락처와 함께 다음 미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상담 및 사회사업을 포함한 감성적 및 실질적인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과실의 인정이 아닌 사건 발생에 대한 유감의사를 표현한다. 조사결과 공개 후의 대처단계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추가 혹은 수정된 정보에 대해서도 제공하여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분석의 결과로 취해진 조치에 대해 알려주고, 과오가 밝혀진 경우에는 과오와 법적 책임의 인정과 함께 사과한다. 그리고 법적 기준이나 병원의 정책에 맞게 문서로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문서화 할 내용들은 공개의 시간, 장소, 참가자, 사건과 관련해 확인된 사실과 합의내용, 의료기관에서 제공한 도움에 대한 정보 및 제기된 질문과 응답에 대해 기록하여야 한다[68].
한편, 의료오류 공개를 도입하여 활용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의료오류 공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인식조사 및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오류 공개가 외국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한 정책이나 교육프로그램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겠다[68].
의료오류 공개 교육프로그램
이렇게 의료오류 공개가 윤리적으로나 의료의 질 측면에서 그 당위성이 인정되고, 실증적으로 그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논의한 내용과 같이 이를 실행하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오류 공개의 다양한 효과, 즉 의료소송 건수와 관련 비용 감소, 의료진 처벌에 대한 의향 감소, 의사와 환자 관계 강화 및 윤리적, 환자 중심적 의료의 이론근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오류를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 보고한 바에 의하면 의료오류 공개비율은 약 30%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69,70]. 오류 공개의 장애요인으로는 환자들이 화를 낼 것에 대한 두려움, 의료소송에 대한 불안감 외에도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소통에 서투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71–73]. 이를 위해서는 의료오류 공개를 촉진하는 문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오류 공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의료오류 공개만 다루는 교육과정이 있는가 하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중 일부로 다루어지기도 하였으며, 환자안전 교육과정의 하나로 의료오류 공개를 교육하기도 하고, 의사소통프로그램의 하나로 다루어지기도 하였다[13–34]. 교육은 일회성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약 한 달간의 간격을 두고 두 번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경우, 혹은 환자안전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매주 2시간씩 5주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시간은 1시간에서 4시간 사이가 대부분이었고, 교육방법은 강의, 역할극(role play),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시뮬레이션(simulation)과 디브리핑(debriefing)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외에 이러닝 프로그램도 제시되었는데,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내용을 전달하고, 비디오클립을 통해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효과적인 소통의 예와 덜 효과적인 소통의 예를 보여주었다.
환자와 보호자가 선생님 혹은 동료 학습자로서 참여하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시도해 본 연구도 있었다[37]. 환자와 보호자가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환자와 보호자를 처음부터 교육프로그램의 디자인, 운영 그리고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 동안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참여시켰다. 2년 동안 세 번의 워크숍을 진행하였는데, 각 워크숍의 참여인원은 20–25명 사이였으며, 전체 참여인원의 20%–25%를 환자 및 보호자로 구성하였다. 4시간의 워크숍은 강의와 시뮬레이션, 토론으로 이루어졌는데, 의료오류 공개사례에 대해 전문연기자의 시뮬레이션이 있었고, 그 후에 연기자, 환자, 보호자, 임상의사들의 디브리핑이 이어졌다. 워크숍 전반에 걸쳐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그들의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였다. 교육 전에 임상의사는 환자 및 보호자들이 의료인들이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 반면, 환자 및 보호자들은 의사들이 어려운 용어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까 봐 걱정하였다. 워크숍이 끝난 후 의사들은 환자들이 실제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피드백과 소통방법 으로 제시한 의견들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으며,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사들의 책임감, 그리고 의사들이 의료오류가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다.
표준화 환자 대신 실제 의료오류를 경험한 환자의 실제사례를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영상을 제공하고, 의료오류 공개의 각 단계에 따르는 소통방법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하고, 포스터를 제작하여 부착하고 의사들에게 배포함과 동시에, 실제 환자 및 가족과 의료오류 공개를 하는 과정에도 개입하여 도움을 준 프로그램도 있었다.
국내의 경우는 의과대학 4학년 학생 및 인턴을 대상으로 강의 및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교육을 시행하고, 이후 의료오류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관련 의견을 교환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었다[15]. 표준화 환자와 학생 혹은 표준화 환자와 인턴과의 1:1 시뮬레이션 후에 의료오류 공개 수행능력에 대해 평가하고, 디브리핑을 통해 잘된 점은 무엇이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의견을 나누었다. 이후 간단한 강의를 통해 의료오류 공개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근접오류, 위해사건, 적신호 사건 각각의 사례를 제시하고 어떻게 환자에게 이야기할 것인지 이야기하도록 하였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예비연구에서는 약 2시간 동안 강의 및 토론식 교육을 진행하였는데, 간호사들이 실제 경험한 사례를 나누도록 하였고, 그때 환자 및 보호자의 반응, 동료들의 반등 등을 서로 공유하였다[41]. 교육 진행 전후에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는데, 가상의 사례를 주고 해당 사례 내 의료오류 유무와 의료오류 공개 주체에 대한 의견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의료오류 공개 촉진을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도록 하였다.
국내・외의 여러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교육과정 후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의료오류 공개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증가하였다고 하였으며, 교육 전후로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평가를 시행하였을 때 자가평가와 수행능력평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오류 공개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
현실적으로 의료오류 공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료인 개개인에게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첫째, 의료오류 공개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의료제공자가 표명하는 유감의 표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오류 사건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환자 또는 보호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유감, 공감, 위로 또는 사과의 표시가 의료분쟁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해 직접적인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한 불충분한 의사소통은 의료진에 대한 배신감, 분노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과법의 제정을 통해 의료진의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둠으로써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개별 의료진의 심적인 부담을 다소 줄여줄 수 있다.
둘째, 실효성 있는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의료오류 발생에 따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현재 의사공제회는 가입조건 제한이 있고, 보상금액이 현실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실효성 있는 배상책임보험의 부재는 법적 책임에 대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이는 의료오류에 대해 공개하고 사과하기보다는 방어하고 회피하는 문화를 양산할 수 있다.
셋째,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교육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여러 의료오류 공개를 위한 교육과정을 참고하여 의료오류상황에서의 환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의료오류 공개의 전체 과정에 대한이해가 선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학생,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이 의료오류 공개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회 또는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사건에 대한 의사소통지침 제정, 의료기관 내부 규정화, 소통방법에 대한 교육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의료오류는 의료의 어느 과정에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종이 함께 팀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의료오류와 관련한 사건해결을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의료오류 공개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의료진들에게 의료오류 공개의 교육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오류 공개와 관련한 소통 시에 이를 지지해주고 도와주었다. 이러한 전담부서 운영을 통해 상시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의료오류 소통과 관련한 전문가를 기르고, 다양한 의료오류와 관련한 소통을 도와줌으로써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신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의료오류를 공개하고 환자안전 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회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결 론
의료오류를 감소시키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문화의 개선과 의료오류 공개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 마련 및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오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발생한 의료오류에 대해 어떻게 보고하고 소통하며 공유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오류에 대한 비처벌적인 보고체계를 확립하고, 의료오류 공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기존 의료인들과 예비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의료인들이 의료오류 공개의 당위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해당 과정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의료인들의 자발적 보고를 높이고 환자안전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S
저자 기여
명선정: 연구설계, 자료분석, 기본 개념설정 및 논문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