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수법

The Best Teaching Method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8;20(3):173-174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8 October 31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8.20.3.173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Wonju College of Medicine, Wonju, Korea
일예병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저서: 최고의 교수법

저자: 박남기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출판연도: 2017년 2월 28일

쪽수: 363쪽

╔ 최고의 교수법 ╝ 은 우리나라 최연소 국립대학교 총장을 지낸 바 있는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가 2010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책(생각의 나무 발행)의 개정증보판으로 2017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대학교수법 및 학습프로그램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책이다. 이 공모전은 한 해만 실시하고 말았으므로 지금까지 유일한 대상작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학생들이 변하므로 교수가 변해야 한다.”

필자가 교수개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흔히 하는 말이다.

“교수님들의 수업방법에 반드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피교육대상인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가 변하고 있으므로 교육자인 우리들이 변해야 합니다. 요즈음 학생들 중에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오로지 일대일 과외와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서 수업을 한 학생들이 있으므로 교실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되는 것이 그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세대가 다른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의 눈에는 ‘왜 과거와 다르게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이 모양일까? ’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학교육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팀바탕학습(team-based learning) 등 새로운 교육법이 많이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거꾸로학습(flipped learning) 등이 유행 처럼 번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 최고의 교수법 ╝ 에서 저자는 어떤 교수법이 유행을 타게 되면 기존에 해 오던 교수법, 예를 들면 교사 중심의 설명식 강의법이 주입식으로 매도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최고의 교수법이란 어떤 특정 기법이 아니라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자신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 쉼 없이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열정 그 자체”라 정의한다. “가르침은 만남이고 나눔”이며, “만남이란 서로의 세계가 이어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만남이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각자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만남”이라 정의하면서 이를 위해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고민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으로 책에 담아내고 있다.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가르치는 사람에게 열정이 필요하고, 배우는 사람에게도 열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의 의과대학 입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의예과 입학생 중 자신이 원해서 의과대학으로 진학했다는 학생이 3년 전부터 50% 이하로 떨어져 있다. 반 이상의 학생들은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의과대학에 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다 보니 주변의 권유에 의해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동기부여가 안 된 상태로 의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떨어져 있는 피교육생을 대상으로 조금이라도 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저자는 당장 수업시간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예시를 소개함으로써 읽는 이의 생각을 쏙쏙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책은 ‘말이 목마르게 하라,’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법,’ ‘성공적인 수업 첫걸음,’ ‘가르침의 기술을 향하여’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마른 말은 굳이 물가로 끌고 가지 말고 냇가로 가는 길만 가르쳐주어도 즐거워하며 달려가 물을 마신다. 수업을 할 때는 내용을 제공하기 전에 먼저 배울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지적 갈증이나 호기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입학식 때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을 앞에 두고 롤모델이 될 만한 선배 학생에게 학교소개를 맡기곤 한다. 교수가 하는 것보다 훨씬 가슴에 와 닿는 소개가 이루어짐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도 장차 저 선배처럼 대학생활을 통해 훌륭하게 성장해 나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정작 신입생들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선배님, 나는 저렇게 못해’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렇게 입학과 동시에 가을하늘에 풍선 날려 보내듯이 열정을 날려 보내는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 최고의 교수법 ╝ 을 읽다 보면 가슴에 새겨 두었다가 수업시간에 꼭 써먹고 싶은 내용이 많이 보여서 수시로 웃음을 지어 보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이 교재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이른바 설명이라는 교수행위를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진도 나가기 식의 수업활동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쪽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이 배우는 수업이 되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학생들이 예습을 통해 배울 내용 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 추가로 더 궁금한 것처럼 교수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미리 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어야 배울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습을 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이다.”(41쪽)

“가르침에 대한 열정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려면 ‘가르침을 통해 내가 학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의 가르침을 내 스스로 즐기고 만족하는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 스스로가 강의를 즐기고 만족할 수 있으려면 매 학기 강의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도록 예화와 질문, 그리고 주제를 갱신해가야 한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교수법을 공부해 반영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79쪽)

“인간 교사와 달리 인강 같은 기계 교사가 아직 하기 어려운 역할이 하나 있다. 바로 학습동기를 북돋우는 것이다. 현실의 많은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활용해 학습을 도우며, 학습습관을 길러주는 등의 역할은 아직은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다.”(98쪽)

“전문가들은 ‘학생의 뇌는 채워져야 할 그릇이 아니라 강한 훈련을 받아야 할 근육이다’라고 이해한다. 뇌가 그릇이라면 가르치는 일은 학생들의 뇌에 많은 지식을 넣어주는 활동이 된다. 그러나 뇌를 발달시켜야 할 근육이라고 본다면 강의는 그 근육을 훈련시키는 활동이 된다. 가르침이 그릇 혹은 저장고에 지식을 넣어주는 활동이라면 교수는 학생들이 담아야 할 것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 주고 가능하다면 저장이 용이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한편 가르침이 학생들의 뇌라는 근육을 개발시키는 활동이라면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해당 활동을 직접 해 보도록, 즉 스스로 사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126쪽)

“공연장은 앞자리부터 채워지고 강연장은 뒷자리부터 채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한 학기가 다 끝날 때까지도 뒷자리부터 채워진다면 자신의 강의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160쪽)

“스토리텔링으로서의 강의란 어떤 주제를 설명하거나 학생들과 함께 그 주제를 여행하고자 할 때 학생들이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푹 빠지게 하는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자기 이야기를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은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여행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191-3쪽)

“법전원 강의 중 기억에 남는 강의와 그 이유를 적으라고 했더니 이름을 기억하며 불러주는 교수의 강의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것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224쪽)

“강의는 어떤 기술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어느 학기에는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아 아주 흡족한 강의가 되었다가도 다른 학기에는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불만족스러운 강의가 되기도 한다. 이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고,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날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만남 및 소통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러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학기의 제자를 위해 어제처럼 다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자.”(292쪽)

╔ 최고의 교수법 ╝ 은 교육자로서의 교수가 어떻게 수업에 임하는 것이 바람지한지에 대하여 자신의 행적을 성찰하게 하는 내용이 가득 쌓여 있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 가며 한 줄씩 읽다 보면 수업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과거에는 나의 수업이 어떠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강의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이 책은 다음 수업을 위해 교수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교수법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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