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의학교육, 쉽게 가르치기 (Teaching Made Easy: A Manual for Health Professionals, 2nd Edition)
저자: Kay Mohanna, David Wall, Ruth Chambers 지음, 김선, 허예라 옮김
출판사: 시그마프레스
출판연도: 2004년
쪽수: 303쪽
의학 교육자는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쉽다고 느낄 뿐이다. 그러므로 쉽다고 느끼더라도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의학 또는 간호학, 치과학 등 다양한 보건의료 분야 교육자는 어디서부터 교육을 위한 훈련과정을 받아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보건의료 분야 교원이 되면 대학이나 외부기관에서 교원 훈련과정을 밟아서 교육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익힌다. 이런 훈련과정이 처음부터 완벽하기 어렵고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기 더욱 어렵다. 우리 교원 가운데 수련의 훈련과정에서 교육학을 이수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소개하는 단행본은 처음 교육을 맡는 교원부터 전공의, 지역사회 개원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은 의료인이 교육을 쉽게 또한 자신 있게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잘 정리된 내용이다. 저자 중 Kay Mohanna는 개원의 훈련을 오랜 기간 맡아 왔고, David Wall도 학교에서 교육경험이 풍부하고 개원경험도 오래되었고, Ruth Chamblers 역시 의과대학에서 일차의료 개발을 맡아서 풍부한 경험이 있다. 이 단행본은 영국의 실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주로 성인교육, 즉 전공의, 개원의 교육에 대한 내용이 풍부하다. 학부교육에서 교원의 역할도 있으나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 (NHS) 체계 내에서 보건의료인 훈련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NHS는 1948 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 보험공단과 같은 개념으로 영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런 서비스의 성패는 결국 의료공급자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국은 전체 의사의 1/3 이상이 외국대학에서 공부한 의사로서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으므로 의료인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므로 학부과정뿐 아니라 개원의나 전공의 대상 교육과 훈련과정에 투자를 많이 하고 전문가도 많다. 덕분에 국제적인 의학과 보건의료 교육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다른 나라도 많이 따라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국에서 도입한 개념을 국내 의과대학에서 많이 적용하고 있다. 이 단행본 번역을 의학교육 전문가가 수행하여 읽는 데 어려움은 없고, 처음에 clinical governance, co-mentoring, peer appraisal 등 몇 가지 중요한 용어개념을 설명하여 우리에게 낯선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용 가운데 영국 실정을 바탕으로 한 내용은 낯설지만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수긍할 수 있다.
이 단행본은 교육이 의사의 의무라는 데서 출발한다. 즉 제1장 교수로서의 의료전문직 종사자, 정리 1.2에 보면 ‘모든 의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무가 있다’고 하며 네 가지 의무를 기술하였다.
1) 교육에 참여하여야 하고 다른 의사와 학생,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2) 경험이 부족한 동료의 일을 돌봐 주고, 학생과 젊은 의사가 충분히 지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좋은 강의를 위하여 강의기술을 개발하여야 한다.
4) 수련의 평가는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함으로써 환자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대학교원이나 수련병원의 지도 전문의가 있는 대형병원에서만 의사가 교육에 참여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으킨다. 개원의도 서로 교육에 참여하고 동료평가(peer appraisal)도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동료평가는 면허관리제도와 맞물려 매우 중요한 개원의의 업무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면허관리제도가 아직 정착되었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이렇게 기술한 단행본 내용은 낯설다. 그러나 우리도 스스로 이런 동료평가를 수행하여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족한 역량을 보인다면 재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자기개발에 나서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사집단이 또래집단에서 최고의 학습능력과 자기개발 역량을 갖추어서 영국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어느 집단이던지 역량은 정규분포하기 마련이므로 전체집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런 동료평가과정을 도입하여야 한다.
제2장 역시 기본적인 개념을 제공한다. ‘보건의료환경에서의 의학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국가보건의료제도에서 인력자원 개발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개발하여야 하는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다룬다. 교육이 일개 기관에서 환자 개인을 진료하는 데서 국가 차원의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를 강조한 것이다. 정부 주도 공급을 통제하는 의료사회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가 전체 의료서비스 공급시장에서 85% 이상 차지하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진료수준 통제하에 있으므로 우리도 이런 전체시스템에서 교육과 훈련을 조금 더 강조하여 다양한 직종 의료서비스 종사자와 rapport 형성이나 지역사회 주민과 협력 등을 강화하는 훈련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영국에서 경험이나 훈련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제3장에서는 ‘성인학습과 자기주도 학습자’를 다루는데, 모든 의료인은 ‘성인학습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학부를 졸업하면 모두 보건의료인으로, 비록 수련과정에 있다 하더라도 성인 학습자이면 자기주도 학습자라 할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자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의존적, 흥미 보이는, 참여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자이다. 교수자 유형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권위자, 동기부여자, 촉진자, 상담가이다. 자기주도학습자와 교수자 유형에서 잘못된 만남이 있으면 양쪽 모두 고생한다. 예로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권위자 교수를 만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서로 자신의 학습자로 또는 교수자로서 방법이나 역할이 어떤지 성찰하여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제3장은 학습자와 교수자로서 참여원리를 잘 정리하였다.
제4장은 학습이론을 설명하여 행동주의, 인지주의, 동기유발을 설명하고 신인지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구성주의를 설명한다. 구성주의에서는 학습자는 선수지식에 기초하며 교수자는 단순히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자 지식통합에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학습모형을 소개하고 또한 학습순환과정을 도표로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 제5장에서 교육과정 개발에서 잘 알려진 SPICES (student-centered, problem-based, integrated, community-based, electives, systematic)모형을 소개한다. 또한 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할 때 점검할 양식을 제공하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제6장 교육내용과 교수학습방법의 연계, 제7장 교육활동의 조직, 제8장 효과적인 피드백 제공하기, 제9장 사정, 제10장 비평, 제11장 평가, 제12장 다루기 어려운 학습자, 제13장 장학(governance)과 지원, 제14장 국가보건의료기구의 요구에 맞는 교육과 훈련 제공하기, 제15장 근거중심 의학교육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제6장부터 제13장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내용을 다룬 것이므로 이런 내용을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내용이다. 제14장 임상장학(clinical governance)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나 NHS 사업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내용이고 이런 사업이 영국이 자랑하는 전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수준이므로 의료 제공과 서비스 제공 계획과정에 국민과 환자를 참여시킬 때의 지침을 잘 정리하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내용을 어디서 다루는지 알 수 없다. 마지막에 기술한 근거중심 의학교육은 근거바탕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교육에 도입하여야 한다는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내용 이다. 이 단행본이 쓰인 2003년도 영국에서는 활발히 도입하기 시작한 내용으로 Cochrane database 내용을 예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에 참여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선 교수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허예라 교수는 교육학 전공자로서 의과대학에서 많은 교육과 훈련과정에 참여하고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학교육학자이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 번역이 매끄러워 읽는 데 막힘이 없다. 출간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내용은 우리 현장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분야 모든 교원이 참고하여도 좋은 내용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내용이 들어있어 교육자로서 지식과 수기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