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20(2); 2018 > Article
우리나라 의사양성체제의 관점에서 본 의과대학 교육의 문제점과개선방향

Abstract

Observation of the current Korean medical education and training system shows that certain negative traits of unchangeable solidification engraft themselves so deeply into the overarching system that they are now hampering the state of the national health welfare. Focusing only on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we can point out some glaring side-effects that should be of concern to any stakeholder. For instance, a graduate can legally begin his career as an independent practitioner immediately after passing the licensing exam and return to the old stuck school-year system of 2-year-premedical and 4-year-medical programs where outcome-based and integrated curricula are incomplete and unsatisfactory. In terms of learning opportunities, the balance between patient care and public health, as well as that between in-hospital highly specialized practice and community-based general practice, has worsened. Every stakeholder should be aware of these considerations in order to obtain the insight to forge a new direction. Moreover, our medical schools must prepare our students to take on the global roles of patient care with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health advocacy for the imminent super-aged society, and education and research in the bio-health industry, by building and applying the concept of academic medicine. We will need to invest more resources, including educational specialists, into the current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system in order to produce proper outcomes, smart curriculum, innovative methods of teaching and learning, and valid and reliable monitoring and evaluation. The improved quality of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is the starting point for the success of the national system for public health and medical care as a whole, and therefore its urgency and significance should be emphasized to the public. The medical society should go beyond fixing what is broken and usher in a new era of cooperation and collaboration that invites other health professionals, governmental partners, law-makers, opinion leaders, and the general public in its steps toward the future.

서 론

19세기 말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서양의학 의사양성체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의과대학에서 예과 2년과 본과 4년의 총 6년제 학부교육체제였다가 2004년부터 4년제의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병행되었고 2018년 현재 총 40개의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이 한국의 의학 학부교육을 운영하며 매년 3,300명 전후의 의사면허 시험 응시자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면허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의사국가시험은 1952년에 시작되었다. 학부의학교육과 관련된 주요 기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는 1960년 설립된 의대학장회의에서 기원하였으며 한국의학교육학회(Korean Society for Medical Education)는 1983년에 설립되었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 시험원(Korea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Institute)은 1992년에 설립된 한국의사국가시험원이 모태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은 1998년 설립된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Accreditation Board for Medical Education in Korea)를 모태로 2003년에 재단법인화되었는데 의과대학 인증평가는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1]. 건국 후 7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사회 각 분야의 발전과 변화는 한국의 의료환경 및 의사양성체제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가장 획기적인 계기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으로 시작되어 1989년도에 전 국민으로 확대된 국가의료보험제도이다. 이 제도의 초기 틀은 한국의 각 급 병원, 의과대학, 의사 수의 가파른 증가를 가져왔지만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치료의학과 전문과목 진료에 치중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여 현재에 이르렀는데, 이는 의학의 학부교육체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즉 그간의 교육과정, 교육인프라, 교수개발, 교육방법 등 의학교육의 여러 영역에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보건의료환경의 변화 추세에 능동적인 대처를 못하면서 미래 한국 의학의 발전과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2]. 이 글에서 본 저자는 현재 한국의 의사양성체제의 관점에서 학부 의학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의학교육기관,’ ‘교육목표,’ ‘교육과정과 방법,’ ‘교육환경과 내용,’ ‘모니터링과 평가’ 등의 영역별로 살펴보고 이어서 ‘학생선발과 지도,’ ‘교육연한,’ ‘의사면허시험,’ ‘학생의 진료참여,’ ‘공중보건 전문인력 양성’ 등의 특정 주제별로 논점을 더하였다.

의학교육기관

현재 의과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는 고등교육법 및 대통령령 등에 기술되어 있는데 이를 보면 다른 학문의 학부체계와 일률적으로 동일한 규정 하에 가둠으로써 의학의 특성이 반영되는 학교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의학교육은 교육학적 관점도 있지만 보건의료 관점에서도 접근하여야 하며 졸업-후-교육 및 의사의 평생교육체계와도 연계된 학부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국가보건의료환경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배출이 가능하게 된다. 한국의 경직된 의학교육체계의 한 예로, 얼마 전에 공론화되어 많은 논의가 있다가 원점으로 돌아간 인턴제도를 들 수 있다. 1950년대에 도입된 인턴제도는 정작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의료현실을 반영한 변화를 거치면서 그 내용과 틀이 학부의 기본의학 교육과정과 졸업-후-교육체계로 다양하게 수렴되었으나 한국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고 60년 이상 지속되다가 인턴의 역할에 대한 논란과 수련기간의 단축 필요성 등의 이유로 인턴제 폐지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인턴제 폐지 때 예상되는 수많은 파생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어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학부교육, 졸업-후-교육과 평생교육 으로 이어지는 의사양성체제의 연속성에 대한 현실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의학교육환경의 변화 중 고무적인 것은 교육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의학교육전문가가 의과대학 교육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인데, 아직은 그 양과 질에서 지속적인 향상이 필요하다. 한편, 계속 지적되고 있는 고착화된 국가보건의료체계 문제뿐 아니라 최근 고령화와 의료비용을 둘러싼 진료환경의 변화와 함께 의생명산업의 급속한 부상 등도 의과대학의 교육환경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의학 및 의료의 가치도출과 함께 의과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의학계와 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교육목표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은 대부분 수련의 과정에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졸업예정자는 의사면허시험을 볼 수 있고 이 시험에 합격하여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현행 법체계에서는 독립진료를 할 수가 있으므로 의과대학 입장에서는 졸업생이 졸업 후 바로 진료가 가능한 ‘일차진료 의사’이어야 한다는 암묵적 인식의, 혹은 명시적인 교육목표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여기서 ‘일차진료 의사’는 그 명칭이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따라 ‘general physician,’ ‘general practitioner,’ ‘primary care physician’ 등으로 불리면서 역할, 수준 및 규정 등이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다양한데, 특정 분야의 진료를 하는 전문의(specialist)와 구별하여 어떤 증상의 환자이건 처음으로 진료하게 되는 의사로 정의하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일차진료 의사’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개념이 정리되고 발전하기도 전에, 현재 한국에서 진료하는 의사의 85% 이상이 전문의가 되어버린 현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에서 ‘일차진료의’와 ‘전문의’ 비율의 의미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동시에 미래 발전과 연결되는 의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협의가 절실하다. 즉 이러한 작업을 공론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분명 난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매년 3,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의과대학의 졸업생이 가져야 하는 의사로서의 역량수준과 명확한 역할을 교육목표 안에 시급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과 방법

선진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성과바탕 교육이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의학교육계에도 ‘성과바탕 교육과정’의 개발과 실행을 하는 것이 교육과정 분야의 주요 인증 평가항목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과거 전통적인 ‘교수자 주도’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교육이론임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온전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부 졸업 시 갖추어야만 하는 성과(outcome) 혹은 역량(competency)의 규정,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단계마다 연계된 복합적이고도 구체적인 교육과정의 개발, 이를 달성할 다양한 교수학습법의 고안과 실행, 측정준거 및 평가도구 개발과 적용 등 많은 인력과 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학교육활동에 대한 투자와 환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의과대학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성과바탕 교육과정을 완성하고 실행하는 것이 난제가 되고 있다. 또한 많은 학교에서 전통적인 과목 중심으로부터 통합과정체계로의 전환을 표방하였고, 교수학습방법에서는 과거의 대규모 강의 위주에서 탈피하여 문제바탕학습(problem-based learning)이나 팀바탕학습(team-based learning) 등 소그룹 학습법을 도입하거나 “flipped class” 등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시도하는 학교도 있으나 아직도 대부분 의과대학의 주된 교수학습법은 강의형태이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진료환경 변화에 따른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임상실습, 타 직종과의 협력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전문직군간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전문직업성과 사회책무성에 연관된 인문사회의학 분야 등, 선진국과 비교하여 아직 우리에게 부족한 분야에 대한 교육과정 개발과 실행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환경과 내용

2013년도에 총 9,096명의 한국의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학교에서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Dundee Ready Education Environment Measure)는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인도 등의 나라와 비슷한 점수분포를 보이고 있다[3]. 한국의 의학교육체계는 20세기 전반 Flexner 제안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체계의 전범, 즉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양대 구분 및 각 하부구조의 교과목에 따른 교실 전통과 학술 및 의료 관련 과목으로서의 체계가 성립되면서 아직까지 주된 교육 틀로 유지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통합과정, 인문사회학이나 타 학문 분야와의 융합 등이 시도되고 의과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진료의사 양성에서 최근 의생명산업 발전을 주도할 연구와 교육 등으로 의과대학의 정체성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academic medicine’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개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이 국가 보건의료 발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지와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4].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교육내용 중에서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공중보건(public health) 분야가 그동안의 치료 위주 의료환경에 기인하여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공중보건학 내용을 의과교육과정에서 충실히 다룰 때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 재난에 적절히 대처하고 국제 보건안보 분야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또한 머지않아 도래할 한국의 초-고령사회 환경에서 치료 위주의 고비용구조로부터 예방과 건강유지의 구조로 탈바꿈하는데 일조하면서,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최저 수준인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보건의료수준 향상을 위한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니터링과 평가

의과대학 교육에서 성취되는 학생의 지식, 술기 및 태도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것은 학부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성과바탕 교육과정에서의 학생 평가방법은 과거의 일률적인 단순 지필시험의 형태로부터 탈피하여 수행평가 등 보다 다양한 평가방법을 활용하고 상대 평가적 요소뿐 아니라 각 수준별로 절대 평가적 요소를 반영하여 개별적인 진급판정을 지향하고 있다[5]. 하지만 전반적인 한국의 의과대학 형편은 측정평가 전문가 등 인적 투자가 부족하여 학습성취에 대한 심리측정학적 모니터링과 평가체계 수립 및 운영수준이 아직 낮은 편이다. 한편, 한국 의과대학의 교육에 대한 발전과 성취에 대한 의학 및 의료전문직 사회 내부에서의 자율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 노력들은 일찍이 의학교육평가원이나 의사국가시험원 등의 설립과 함께 자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다른 전문 직종에 영향을 주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관주도인 한국사회 풍토에서 전문직업성의 특징인 자율성을 반영하게 된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료평가, 자율규제 등 전문직업성의 주요 요소들이 의학 학부교육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학습된다면 향후 의료 전문직업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되어 궁극적으로 국가 보건의료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주제

1. 학생 선발과 지도

한국사회에서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다른 분야로 진학하는 학생들과 다른 특성이 있다면 이는 의과대학의 학생 선발 목적과 방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과대학 신입생들이 졸업 후 추구하는 직업관은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나 교육과정과 어느 정도로 밀접한 상호 영향을 끼치며 학부교육 중 계발이 가능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의사 및 의과대학의 역할이 확장되고 국가보건의료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가 될수록 중요한 탐구주제가 되어야 한다. 중등교육에서의 성적 우수자가 대거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사회에서 학습능력 이외의 자질도 학생 선발의 주요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는 의사라는 직업의 본래적 특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에 기인하며, 이는 의과대학의 학생 선발에서 단순한 지적 역량의 측정만이 아닌 다양한 선발방법의 적용을 요구한다[6]. 한국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체제가 시작되면서 심층면접, 팀-활동 관찰 등 다양한 학생 선발방법을 통해 응시생의 지적 역량뿐 아니라 인성, 사회성, 가치관 등을 측정한 바 있는데, 이러한 학생 선발의 경험을 일반대학 입시에서의 학생선발제도 변화에 따른 최근의 국가적 경험들과 함께 분석하고 ‘의과대학 지망생-의과대학 교육-현재와 미래의 의사상’의 연계성 속에 다시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실제 학생 선발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의과대학생의 특성에 대한 201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전 세대에 비해 폐쇄성과 배타성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의사-환자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나 도덕 판단력 및 사회추론능력, 전문성 교육의 자기 인식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어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7].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의과대학 입학 대상자들은 소위 ‘Z세대’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1995년부터 2000년대 중반 태어나 그 선배 세대인 1980–1995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Y세대)를 잇는 세대이다. 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와 친한 Z세대는 스크린이나 동영상에 밀착된 세대이며, 소셜미디어 활용, 글로벌 공감,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 실용주의적 사고, 경제적 안정 중시 등의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8]. 이와 같이 시대에 따른 의과대학 지망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여 학생 선발과 지도방법을 개발하고 나아가 학부교육과정에서 교수학습방법 개발과 운영, 교수개발 등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2. 교육연한

한국의 의과대학 역사에서 초기 6년제의 의과대학 학제는 2004년부터 10여 년에 걸친 4년제 전문대학원체제 실험 후 2015년부터 다시 의과대학체제로 대부분 회기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의예과 2년+본과 4년’이라는 과거 50년이 넘게 익숙한 체제로 고착화되어버리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대학원체제로 전환했던 한국의 많은 의과대학들은 당시 일률적인 학부교육 규제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대학원제도를 활용하고 정부 보조까지 받으면서 한결 자유로워진 교육예산 편성하에서 교육연한 4년을 최대한 활용하는 교육과정 개발과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의 도입과 실행 등을 주도한 바 있다. 만일 이러한 경험을 발전시켜 나가지 못한다면, 세계적으로 6년제의 의학 학부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여러 국가에서 ‘통 6년’ 체제를 혁신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것과 대비되어 한국은 오히려 전문대학원 실험기간이 ‘잃어버린 10년’이 되어버릴 수 있다. 학부체제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는 앞으로 수년의 기간은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의과대학, 고등교육 당국, 의료계, 학생 및 사회 등 의과대학 교육에의 이해당사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기간이다. 의학의 학부교육에서의 교육연한과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이슈는 성과바탕교육과정의 특징인 개별성과 유연성이다. 즉 교육시기별로 성과의 내용과 수준을 정하고 이를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어 학생들의 전체 교육연한을 각각의 학생들에게 달리할 수 있다는 개념이며, 이는 학부교육뿐 아니라 졸업-후-교육체계와도 연계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역량의 성취를 유도하는 것이다[9]. 한국의 의학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선진 의학교육체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실행 경험에 대한 조사 및 분석연구와 함께 미래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와 교육환경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개발하기 위한 불굴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의사면허시험

한국에서 독립진료를 허용하는 의사면허 획득을 위한 의사국가시험은 1952년에 필기시험형태로 처음 시작된 이래 1991년 내과, 외과 등 15개의 시험과목을 출제하다가 1994년도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예방의학 및 보건의약관계법규 등 7과목으로 과목 축소를 단행하였고, 다시 2002년에 ‘의학총론,’ ‘의학각론’ 및 ‘보건의약관계법규’의 3과목으로 통합 개정하였으며, 2009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실기면허시험을 시작하는 등의 변화를 거쳐 멀티미디어 문항 출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의사면허시험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정책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졌는데, 앞으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기초의학시험의 도입, 실기시험 상시 체계의 도입, 면허 후 임상연수제도나 독립진료면허 등 의사양성체제 전반의 개선방안과 연계된 단계별 면허시험체계 설계 등이다. 의사면허시험의 질-관리와 개선을 위해 제기되는 현안으로는 ‘60점 합격선’이라는 절대 이념화 되다시피 한 오래 관행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필기시험 합격선 결정방법과 수년 전에 돌발적으로 시작되어 아직 지속되고 있는 필기문항 공개 사안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출제문항의 공개 사안은 수험생 편의를 위한 정보 제공 역할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시험출제 및 난이도 조절 등에 인적 및 비용적 부담을 점점 가중시키게 될 뿐 아니라 문항반응이론 등 측정평가기법을 도입한 문제은행체계의 구축을 통해 고부담 시험의 타탕도와 신뢰도를 유지하고 시험의 질을 향상시키는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의사면허시험제도의 개선은 시험 주관기관이나 시험 해당자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 의사 양성체제와 보건의료 발전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다.

4. 학생의 진료 참여

현재의 법체계상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독립진료를 할 수 있고, 의사면허는 의과대학 졸업과 더불어 대부분 취득을 하는 현실에서 ‘의과대학은 졸업생들의 실제 진료역량을 어디까지 교육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벅찬 이유는 의사사회에서 자율규제 등 전문직업성을 계발하는 노력이 늦어지는 가운데 의료상업주의와 법에 의한 규제만능주의의 팽배,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 혹은 비전문가적 행태를 일반화하는 부정적인 여론 확산 등 의료인과 의료에 대한 불신 풍조가 만연한 요즈음의 한국 의료환경에서 흡사 훈련이 충분히 안된 학도병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진료역량의 ‘최소한’과 ‘충분한’의 논란을 차지하고서라도 실제 환자의 진료에 참여하는 경험이 진료역량에 필수조건임은 의학의 역사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당연한 명제가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모순은 교육병원들에 가해지는 저수가-고비용 진료구조에 따른 경영 압박, 환자소비자주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초래된 학부생의 임상실습환경의 악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임상실습은 교수 중심, 일방향성, 기회의존의 도제식 교육방법 위주였으나 이제는 소정의 실습기간들과 연계된 필수적인 임상역량의 기준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성과바탕의 구조화하고 표준화된 실습체계를 구현해야 한다. 또한 입원환자 위주의 병원실습과 지역 혹은 외래실습에서의 일차진료 실습이 균형을 맞추도록 하며 강의, 소그룹 실습, 일대일 지도, 실습노트나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자기평가와 성찰, 객관화한 임상수행평가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mini-clinical evaluation exercise 등), 진료현장에서의 다면평가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을 적용하되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자친화적인 실습이 되어야 하며 실습 지도의사들은 전문직업성의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 특히 현대 의료의 많은 부분이 팀-진료에 의해서 행해지므로 의사소통과 협력, 리더십, 관리능력 등도 실습과정 중에 교육 및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10]. 이러한 임상실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실습환경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및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여 학생의 임상실습이 보장되는 문화를 확산하고, 학생의 진료 참여 시 밀착하여 긴밀히 지도할 임상실습 지도인력에 대한 교수개발 및 적절한 보상 등이 필수적이다[11]. 더불어 전자의무기록이나 인터넷을 통한 환자정보공유체계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의료환경에서 임상실습교육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들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데, 스크린 문서화된 환자 정보에만 의지하여 신체진찰 등을 소홀히 할 때 오히려 진료의 질 저하와 의료과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 등은 기본적인 임상술기 역량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12].

5. 의과대학의 공중보건 전문인력 양성 책무성

‘보건’과 ‘의료’의 차이는 그 대상이 ‘집단’ 대 ‘개인,’ 그 역할이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대 ‘치료 중심’으로 구분하고 정의하는데,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처음부터 공중보건과의 균형 발전보다는 개인의 질병 치료 중심의 민간의료체계로 치중되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의료’수준이 우수하다고 인정을 받는 반면, 공중보건 전문인력의 부족과 국제보건안보 분야에서 뒤처지게 되면서 재정을 포함한 국가의 보건의료자원도 상대적으로 ‘보건’보다는 ‘의료’에 쏠리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결국 한국의 민간의료가 국가 전체 의료시스템의 90%를 점하게 된 것도 일견 당연한 결과이다. 보건활동의 주체가 반드시 의사일 필요는 없으나 2014년 현재 한국의 공중보건 대표기관인 전국 보건소장의 39.8%만이 의사이며 의과 대학 졸업생 중에서 공중보건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면서 보건소장 등 공중보건이나 공공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인력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문제이다[13]. 200년 이상 공중보건학 역사를 가진 선진국에서는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공중보건 전문인력이 양성되어 왔으며 사회의료체계가 아닌 민간의료체계 주도의 미국에서도 유수한 의과대학이나 교육병원에서 공중보건 분야가 진료의학 분야와 동등하거나 더 큰 규모인 점을 돌아볼 때, 한국의 의과대학 학부교육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의 발전을 소홀이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의과대학의 예방의학교실에서 다루고 있는 전통적인 예방의학 분야는 공중보건의 핵심 역량규정과 역할이 점점 확대되는 국제 추세에 따라 하나의 교과목이나 교실단위보다 더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하여 공중보건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정부 당국도 ‘(가칭)공중보건전문의’제도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의사 사회도 개별 환자 진료 중심의 의료체계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 보건체계의 선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국가의 보건의료복지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며, 또한 의사가 공중보건 전문인력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필요한 교육이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개발과 실행방안을 도출하고 협력해야 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는 보건과 연관된 사회 및 환경요소를 이해하고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과 과학자들이 공중보건 관련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한 예비의과대학생, 의과대학생, 레지던트 및 전문의 등이 국내・외 의과대학, 의료기관 및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각 수준별로 공중보건 분야 활동이나 학위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진로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델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도 기존의 예방의학 교육내용과 실습체계에 더하여, 보다 다양하고 심화된 공중보건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는 개선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14].

결 론

한국의 의사양성체제의 특징은 의사양성제도 수립 역사 초기부터 시작된 ‘의과대학 졸업-의사면허시험 합격-민간진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하에서 독립진료 가능’이라는 고착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착화된 체계가 국내・외 보건의료환경의 변화와 미래의 도전에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국의 의사양성체제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은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인데, 미래의료는 의료현장의 다양화, 새로운 개념의 팀-진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계 활용 등의 특성으로 다가오므로 이에 대비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인지역량, 기계와 인공지능 운용 술기, 시뮬레이션 교육, 타 직종 간의 협업 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15]. 한국의 의사양성체제와 학부의 의학교육에서의 문제점 제기와 개선에 대한 제안을 보다 큰 틀로부터 작은 사안 쪽으로 접근해 본다면, 국가적으로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린 인구 피라미드의 변화에 대비한 민간의료와 공공의료의 조정과 적절한 투자 배분, 의료와 보건의 균형 발전, 4차 산업과 연계한 의료 및 의학교육환경 조성, 선진국 수준에 맞는 자율규제를 포함하여 전문직업성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 등의 큰 틀에서부터 우선적으로 미래 한국의 보건의료 발전 로드맵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국가보건의료체계의 발전 로드맵에 따라 일차진료 의사와 전문분야 진료의사의 역할과 책무범위가 점차로 가시화되도록 진료의사-수련 전공의-의과대학생의 교육과정의 목표들이 연계되어 정해지고, 각 교육목표에 맞는 교육과정, 교육훈련방법, 그리고 모니터링과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의사양성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에는 전문인력, 재원 및 전문직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설립 등 자원과 많은 노력이 들어가므로 보건의료 관련 민간 및 정부기관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보건의료의 발전이 국가 복지의 핵심사안이라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선방향이 세워지면 의과대학은 한국의 바람직한 의사상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바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기초연구의학, 임상진료의학, 공중보건학뿐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보건의료모델과 관련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융합 역량증진을 위한 ‘academic medicine’의 개념을 실현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한국의 의과대학은 그동안 환자 진료에만 머무르는 교육에 치중하고 의사가 되어서도 그 역할에만 과도하게 얽매이기 쉬운 사회구조와 환경에서 분투하여 왔으나, 이제는 적어도 미래는 의사에게 전체 국민건강의 증진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16]. 의과대학은 이러한 시대정신에 맞추어 미래의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역할들을 감당할 인재를 양성하는데 방향을 맞추고 학생 선발부터 교육목표 설정과 교육내용, 교육과정 개발과 교수학습방법, 모니터링과 평가의 모든 의학교육 분야에서 실제적인 개선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17].

저자 기여

한재진: 자료수집, 원고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작성 활동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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