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 Educ Rev > Volume 18(3); 2016 > Article
질병보다 삶의 이야기로 환자와 공감하기
[교육자료: 온라인 영상] ‘엄마의 약속’
만든 곳: MBC
방송날짜: MBC 휴먼다큐, 사랑 11회 (2008년 5월 17일)
온라인 영상시간: 56분

영상 주요 내용

딸을 낳은 33세 어느 여자의 이야기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누렸던 기쁨도 잠시, 어여쁜 딸을 얻은 바로 다음 날, 위암 말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엄마의 이야기다. 위에서 간까지 전이된 암세포 때문에 제대로 먹을 수도 누울 수도 없지만, 온전히 축복받지 못한 딸에게 돌잔치만큼은 근사하게 열어주겠노라고,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고 약속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다. 마침내 약속을 지켜 딸의 첫 생일까지 기적같이 살았지만, 복수가 차기 시작하고 급성 위출혈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지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그토록 기다리던 딸 소윤이의 돌잔치를 불과 며칠 앞두고 차마 눈도 못 감은 채 생을 마감한 안소봉 씨의 이야기다.
영상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고 안소봉 씨와 그녀의 주변을 담아낸다.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울부짖는 안소봉 씨의 마지막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안소봉 씨와 그녀의 남편과 어머니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감정과 속내를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배우 채시라 씨의 차분한 내레이션 때문인지, 그 담담한 관조자의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고 때로는 죄책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 엄마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고 엄마와 이별하게 된 소윤이의 눈물을 보노라면, 그저 딸과의 평범한 일상을 염원했던 소봉 씨의 바람이 그렇게 큰 것이었나, 하늘도 참 무심하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교육적 함의

다큐 제작진은 ‘위대한 모성’에 주목하여 영상을 기록하였다. 임신한 열 달 동안 그저 입덧인 줄만 알았던 것이 사실은 암 덩어리였다는 것을 출산 다음 날에서야 알게 된 엄마. 출산의 기쁨이 죽음의 공포와 오열로 바뀌어 버린 순간에서도 축복받아야 할 딸을 위해 시한부 3개월을 훌쩍 넘겨 일 년을 버틴 모성. 딸의 돌잔치를 손수 준비하기 위해 그렇게 기적같이 생을 이어가게 했던 가늠하기 어려운 엄마의 사랑. 비록 엄마의 그 염원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지만, 의학적 판단에서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생존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 모성의 힘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제작진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위대한 모성이 갖는 의학적 효과를 아는 것이 이 영상이 주는 교훈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의학적 효과’와 관련된 그 어떠한 설명이나 언급조차 없다. 게다가 의료진 자체가 영상 전반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진통제를 놓는 장면, 초음파검사 장면, 복수를 빼는 장면, 그리고 안소봉 씨의 사망선고 장면 정도에서 잠시 스치듯 등장할 뿐이다. 영상의 무대는 병원이지만 주인공은 고 안소봉 씨와 그녀의 가족들이고 의료진은 그저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임상 ‘술기’ 교육의 차원에서도 이 영상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물론 의료진이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또한 영상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교육도구라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영상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실 이 영상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보다는 고 안소봉 씨의 삶의 이야기를 묵묵히 바라보면서 가슴 한편에서 울려오는 그 무엇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사소통은 ‘기술’이기 전에 ‘공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에서는 이것을 흔히 ‘라포형성’이라 칭하며 환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삼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환자의 말에 경청하기’를 강조한다. 그런데 이때 경청해야 할 것은 단지 환자의 질병력만이 아니다.
질병의 관점에서는 환자이지만, 그 이전에 그(녀)는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며, 친척이고 친구인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질병을 가진 환자가 되기 전부터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살아왔고, 그 이야기에 이제 질병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못한다면 원활한 라포형성은 근본적으로 힘들다. 이 영상 한 편으로 이러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번의 기회가 이후 의사소통기술 교육을 위한 탄탄한 마음의 밑거름이 될 수는 있다. 따라서 영상을 본 후 구구절절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그저 느껴지는 것을 잘 간직하고, 그것을 짤막하게나마 몇 자 적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면 환자와의 의사소통 교육을 위한 출발점으로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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