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개발과 활용
Specification and Application of Learning Outcomes in Basic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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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 has been developing learning outcomes for basic medical education (BME) since 2012. This initiative is designed to help medical schools implement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KAMC divided the BME competencies into three domains (clinical practice, scientific concepts and principles, and human beings and society) with learning outcomes for each domain. KAMC plans to revise the learning outcomes to reflect feedback from medical schools, changes in social health needs, and changes in the healthcare environment and healthcare system in the near future. KAMC also plans to specify learning outcomes that integrate the three domains.
서 론
사단법인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는 협회의 전신인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가 그동안 발간해오던 구체적 학습목표(specific behavioral objectives) 형태의 학습목표집을 2012년부터는 각 대학이 역량바탕 의학교육(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학습성과(learning outcomes)의 형태로 바꾸어 발간해오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기본의학교육의 역량 체계를 3개의 영역(domain), 진료, 과학적 개념과 원리, 사람과 사회 영역으로 나누어 2012년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진료역량 중심,’ 2014년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과학적 개념과 원리 중심,’ 2016년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진료역량 중심’ 제2판을 각각 발간하였고,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사람과 사회 중심’을 2016년 12월에 발간할 예정이다(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2, 2014, 2016). 한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012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발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진료역량 중심’을 바탕으로 2014년 ‘의사 국가시험[필기] 평가목표집을 발간하였고, 2018년 제82회 의사국가시험부터는 이 평가목표집을 이용하여 출제를 할 계획임을 이미 공지하였다(Korea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Institute, 2014).
본 논문에서는 역량바탕 의학교육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기술하고, 각 대학이 역량바탕 의학교육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그동안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를 개발한 의미와 활용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역량바탕 의학교육이란?
1973년 의학 분야에서 역량바탕교육에 대한 첫 보고가 있는 후 1978년 세계보건기구는 의학교육에서 역량바탕 교육과정 개발(curriculum development)에 대한 책자를 발간하였다(Brown et al., 1973; McGaghie et al., 1978). 그 후 21세기에 들어 역량바탕 의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를 실행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Carraccio et al., 2002; Frank et al., 2010a).
역량바탕 의학교육은 사회와 환자의 건강 요구사정을 통해 도출한 졸업역량(graduate competencies)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접근방법으로, 교육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면서 학습자 중심 의학교육을 실행하는 방법이다(Frank et al., 2010a). 이러한 역량바탕 의학교육은 조직화된 역량 체계(organizing framework of competencies)를 바탕으로 의학교육 프로그램의 설계, 실행, 학습평가 및 프로그램 평가에 성과바탕 접근법(outcome-based approach)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Frank et al., 2010b).
역량바탕 의학교육의 주요 원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Frank et al., 2010b). 점점 더 많은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하는 현 시점에서 의학 교육과정(medical curriculum)은 모든 졸업생이 모든 필수적인 영역에서 필요한 역량을 반드시 갖출 수 있도록 학습성과와 표준(준거)에 초점을 맞추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하게 제시하고, 실제로 모든 졸업생이 사회적 건강 요구에 부합하는 능력과 바람직한 태도를 성취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의학교육은 학생이 하나의 교육단위에서 학습을 위해 보내는 시간보다는 제시한 학습성과와 준거에 실제로 도달하였는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 다음 교육단위를 이수하게 하고, 이전의 교육단위에서 학습성과를 성취하지 못한 경우 재교육(remediation)을 통해 학습성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학생이 학습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engagement)할 수 있도록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Frank et al., 2010b; Rhee, 2016).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역량, 즉 의사의 직업전문성 역량이란 의료를 제공받는 개인 또는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매일의 직무현장에서 의사소통, 관련 지식, 기술적 술기, 임상추론, 감정, 가치, 성찰 등을 습관적으로 현명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다(Epstein & Hundert, 2002). 이러한 역량은 지식, 술기, 가치, 태도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통합한 능력으로 관찰이 가능하고, 습득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Englander et al., 2013; Frank et al., 2010b). 역량바탕 의학교육의 개요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Figure 1과 같다(Rhee, 2016).
기본의학교육의 사명은 현재와 미래의 사회적 건강 요구(social health needs)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좋은 의사(good doctor)’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재와 미래 30년의 사회적 건강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의 전문직업적 역량을 도출하여야 한다. 그 후 의과대학생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생이 학습을 마친 후 이러한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학습성과를 표준(standard) 또는 준거(criterion)와 함께 개발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학생이 학습을 마친 후 각각의 학습성과를 성취하였는지를 가능한 현실세계의 직무현장(real-life setting)에서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드백, 교정학습(remediation) 또는 재교육을 실시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향상(progress)을 도와주어야 한다.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중심 교육(student-centered teaching)과 함께, 직무/업무바탕 학습(task/work-based learning), 경험 학습(ex-periential learning), 완전 학습(mastery learning),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 등의 교육전략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는 역량바탕 교육과정 개발과 함께 바람직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교육의 효과성(effectiveness)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실행과 관리를 하면서 지속적인 교육과정 평가를 통해 의학교육의 질 향상 노력(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을 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는 입학전형과정에서 미래의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적합한 학생(우수한 학생이 아닌)을 선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학습성과 개발과 활용
역량바탕 의학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평가할 때 Table 1에 제시한 바와 같은 10단계를 고려하면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Harden, 2013).
가장 먼저 사회적 건강요구를 포함한 교육 요구를 먼저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역량을 도출한 다음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습이 끝난 후 보여주어야 할 교육의 산출물(product), 즉 학습성과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각 학교는 고유의 교육이념과 교육목표와 함께 사회적 건강요구를 고려하여 졸업역량을 설정하고, 학생들이 이러한 졸업역량을 제대로 성취하였는지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학습성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여야 한다(Figure 2).
학습성과 설정은 먼저 교육과정 실행의 최종 산출물인 프로그램 성과(program outcomes)를 개발하고, 이를 교육과정의 시기(phase)에 따라 각각의 시기성과(phase outcomes)를 구체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프로그램 성과와 시기성과를 바탕으로 각 과정의 과정성과(course outcomes)를 설정하고, 다시 과정성과를 바탕으로 각 학습단위의 단원 학습성과(lesson outcomes)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여야 한다(Harden et al., 1999). 학습성과를 개발할 때에는 학생이 학습이 끝난 후 보여 주여야 할 수행(performance), 그러한 수행을 보여주어야 할 맥락(context) 또는 상황(condition), 수행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준거(criterion) 등의 요소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여야 한다(Gronlund & Brookhart, 2009; Kennedy et al., 2006; Pasquale & Krane, 2014; Posner & Rudnitsky, 2006). 또한 학습성과는 학교의 교육이념과 목표, 사회적 건강요구를 반영하면서 각각의 학습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교수・학습전략과 가장 적합한 평가방법을 교수자는 물론 학습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야 한다(Ferguson, 2014; Gronlund & Brookhart, 2009).
학습성과는 교육과정 설계는 물론 모든 과정 설계(course design) 시 시발점이자 교육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학습자가 성취하여야 할 학습성과를 기준으로 가장 적절한 학습경험(교수・학습전략과 핵심 학습내용 선택)을 설계하고, 학습성과에 도달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학습평가를 선택하여야 한다. 즉 학습성과, 학습전략, 학습평가 등의 속성이 서로 일치(alignment)하도록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여야 한다(Frank et al., 2010b; Gronlund & Brookhart, 2009; Kennedy et al., 2006) (Figure 3).
Figure 4는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의 통합교육과정 설계의 기본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과정에서 학습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교수・학습방법과 학습평가방법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해오고 있다. 학생들이 성취하여야 할 학습성과에 대해 교수는 학생과 원활한 소통을 하고, 학생이 학습성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학습경험을 상호작용에 의해 촉진하고, 학습이 끝난 후 학생이 학습성과를 성취하였는지를 평가하여 그 결과를 이용하여 피드백 또는 교정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의 학습성과 성취 여부는 교육과정을 실행하면서 교육의 효과성 증진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의 평가(형성 및 총합)에도 역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한편 역량바탕 의학교육에서는 학생에게서 입학 후 졸업을 할 때까지 졸업역량에 제시한 각 역량이 교육과정의 시기를 거치면서 개발되고 있는 지를 향상도 평가(progress test) 등을 통해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학생이 이미 제시한 준거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Frank et al., 2010b). 이를 위해서는 각 졸업역량의 수행수준에 따라 학생이 보여주어야 할 행동(관찰 가능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이정표(milestones)가 필요하다(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2016;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2014). 이러한 이정표 설정에 학습성과, 특히 프로그램 성과별 시기성과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결론적으로 학습성과는 교육과정의 설계, 실행 및 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특히 실행과정에서는 학습자 및 교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Harden, 2002) (Table 2). 또한 학습성과는 각 대학의 구성원이 아닌 외부 이해관계자(미래의 학생, 의학교육 평가인증기관, 고용기관의 고용주 및 인사담당자, 교육 관련 행정기관, 면허 및 자격관리기관, 의료소비자와 대중 등)가 해당 학교의 의학교육과 졸업생을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Iwasiw & Goldenberg, 2015).
결 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주도하에 각 대학의 많은 교수가 참여하여 합의(consensus)를 바탕으로 역량바탕 기본의학교육을 위한 학습성과를 개발해온 것은 그 자체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아직은 여러 측면에서 수정・보완해야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재 개발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가 미흡한 점이 많더라도 각 대학에서 실제로 이를 의학교육에 활용하면서 많은 개선 의견을 제시해주면 앞으로 더 나은 학습성과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학습성과의 지속적인 개정 작업을 위해서 몇 가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각 대학에서는 역량바탕 의학교육에 대한 인식전환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개정작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역량바탕 의학교육의 교육철학과 교육원리에 충실한 학습성과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학교육의 모든 이해 관계자가 각 학습성과에서 의사 직무 관련성(relevance)을 파악하고, 학생의 학습성과 달성을 위해서 어떤 학습경험, 교수・학습방법, 학습평가방법 및 준거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도록 수행, 맥락, 준거 등을 반드시 포함하여 충실하게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의 사회적 건강요구에 대한 요구사정과 미래의 의료체계 및 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결과를 바탕으로 학습성과 개정작업이 이루어져서 미래지향적인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셋째, 앞으로의 개정작업에서는 의학교육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졸업 후 의학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과 연계한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를 개발하는 노력이 역시 필요하다.
넷째, 지금까지는 기본의학교육 역량체계를 3개의 영역(진료, 과학적 개념과 원리, 사람과 사회)으로 나누어 학습성과를 개발해왔으나, 앞으로는 의사로서 실제로 직무를 수행하는 맥락을 기준으로 3개의 영역을 통합한 학습성과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실제로 학습성과를 개발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본의학교육의 핵심 내용 또는 필수 내용을 선정하는데 선행연구나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없어서 참여 교수 간에 합의를 도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Burgi et al., 2008; Newble et al., 2005) (Table 3).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기본의학교육에서 다룰 핵심 내용과 수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을 졸업역량과 각 교육과정 시기별 이정표 설정작업과 연계한다면, 앞으로의 개정작업에서 더 충실한 학습성과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