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의학교육자들이 어떻게 하면 교육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 하고 있다. 적어도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새로운 교수방법과 평가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의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육학 전공자들이 생겨났으며, 의사들 중에서도 교육을 전담하는 교수들도 많아졌다. 의학교육 전공자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것은 그동안 밝혀진 많은 교육학이론들이 의학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외국에서 개발된 이론들이 우리나라 교육에 토착화되어 동일한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이론과 실제에 대한 고민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의학교육에 관심 있는 교육자들이 깊이 있게 성찰 해야할 이론과 실제에 대한 문제를 잘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의학교육의 이론적, 사회적 기초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학교육 관련 도서들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 주로 다루었다. 어떻게 교육과정 개발할 것인가, 어떤 교수방법이 효과적인가,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해야하는가 등에 대한 지침들을 제공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의학교육 관련 서적들과는 달리 이 책은 왜 의학교육을 해야 하는가, 왜 학습이론이 요구되는가, 사회적맥락에서 어떤 의학교육이 요구되는가, 다양한 교수방법에 어떤 학습이론들이 내재되어 있는가 등 그동안 다루기 어려웠던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즉 의학교육의 이론이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을 면밀하게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은 의학교육자들이 학습이론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Kurt Lewin은 “좋은 이론만큼 실제적인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론은 선험적인 경험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하는 일반화되어진 이론이다. 저자는 의학교육자들이 알아야 하는 이론으로 행동주의, 인지주의, 사회주의, 인본주의 및 구성주의 학습이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이론이 의학 교육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습에 있어서 구성주의적 관점을 채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이러한 학습관점이 채택되어져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이러한 방법들이 어떤 이론적 토대를 갖고 있는지 자세하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그룹 학습의 이론적 기초, 효과적인 소그룹 학습을 위한 조건들,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한 학습이론들(자아실현 [self-actualization], 학생중심학습[student-centered learning], 성인학습[adult learning]), 소그룹을 형성하는 방법, 소그룹관리 및 평가 등 교수학습방법의 이론부터 실제까지 종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의학교육은 어떻게 학생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수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타당하고 신뢰 있는 평가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체 의학교육과정을 아우르는 질관리(quality assurance)와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경력관리와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룸으로써 의학교육의 핵심이 학습자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의학교육의 질 관리에 대한 이슈는 의과대학 인증평가제도가 도입된 2000년대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아 왔으며, 최근에는 교수개발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학교육현장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학생들의 경력관리 및 개발은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의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구성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 부는 의학교육의 기본적인 원리들을 여섯 개 장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다. 의학과 교육의 도덕성과 철학, 학습의 전망, 사회적 맥락에서의 의학교육, 의학교육에서 환자 참여의 타당성, 교육과정 개발 등에 대해서 다룬다. 제2부는 열세 개장에 걸쳐서 의학교육의 다양한 주제의 맥락(context), 과정(processes) 및 성과(outcomes)들에 대해서 리뷰하고 있다. 학습환경, 학습단위 및 학습장소별 교수학습, 멘토링과 포트폴리오, 학습자 평가, 질 관리, 학습자료 개발, 경력개발 및 교수개발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의학교육 분야의 저명한 교육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풍부한 읽을거리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의학교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필독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