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안이 갈 길
의료계가 떠들썩거릴 만한 사건 · 사고가 연이어 터졌던 2012년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의사자격증을 처음 획득하고 나서 의사로서 수련을 밟는 첫 과정인 ‘인턴제도’가 없어지고, 전체 수련과정이 단축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폭풍처럼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수련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간을 아끼면서 1년이라도 더 빨리 전문의를 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생각을 해보니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하였다. 과연 그 1년의 공백을 어떤 방법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인가? 병원에서 인턴이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는 어떤 인력이 대체할 수 있을까? 각 과의 레지던트가 기존의 인턴 업무를 분담할까? 인턴제도가 없어진다면 없어지는 해에 2개년 차의 전공의의 숫자가 겹칠 것인데, 전국 병원에서 2배나 되는 인력 공급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할수록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나갔다.
보건복지부가 인턴제 폐지를 그대로 진행하는가 싶더니, 예정일이 조금씩 미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인턴제 폐지를 진행하기에 앞서, 의과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반발의 골자는 전공의 수련제도가 변화된다면 그 파장은 장본인인 현 의과대학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게 되는데, 제도의 수여자인 의과대학생 본인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제도 변환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인턴제 폐지를 ‘선 시행 후 보완’이라는 피켓을 가지고 제도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인턴제 폐지를 구상하는 동안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연구를 거쳤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러한 입장이 수긍이 간다. 이는 제도를 개편하려는 주체로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뮬레이션과 연구가 제도 개편 후에 발생할 그간 간과했던 변수까지 방지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최소한 제도개편에 앞서서 변화를 뒷받침할 만한 기존의 배경구조를 충분히 변화· 발전시킨 후에 개편을 시행해야 그나마 발생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인턴제 폐지 시행 후 보완’을 한다는 논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도박을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된다. 1차적으로 병원에 혼란이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피해가 퍼져나갈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직업군에서라면 충분한 테스트와 장기간에 걸친 시뮬레이션 후에 제도개편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학생들이 당장 인턴제 폐지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로는 변화될 레지던트 선발기준과, 4년 후에 벌어질 전문의 배출문제, 그리고 세부 전공을 택하기 전에 의사로서 다양한 과를 돌아볼 기회의 부재 등이 있을 것이다. 기존에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선발할 때는 학교성적, 국시성적, 인턴점수, 면접 등을 통해 선발한다. 그리고 물론 병원이나 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턴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클 것이다. 이런 중대한 평가항목이 빠져버리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대체항목 제시가 없는 상태이다. 학교성적이나 국가고시성적의 비중을 크게 늘려버리면 학생들의 찬성여론이 형성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에 ‘봉사활동시간’ 비중을 높여서 레지던트를 선발하게 된다면 그동안 ‘선택적’으로 봉사를 해온 사람들과 하지 않은 사람들 간에 예상치 못한 격차가 순식간에 크게 벌어질 것이다. 또한 학교성적이나 국가고시성적만으로 의사의 업무를 잘 할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에 따른 임상수행능력을 평가해보았는데 학교성적과 임상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가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Kim et al., 2012). 여기서 대학교 입시제도를 비교하자면 입시제도가 한번 바뀔 때에는 교육과정이 우선 바뀐다. 그리고 나서 그 대상을 중학교 3학년 기준으로 시행된다. 때문에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변화된 입시선상에서 같은 출발선에 서게끔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인턴제 폐지 관련안도 현재 본과 진입 전인 예과 2학년이나 고등학교 3학년에게 맞추어서 시행하는 것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학생들이 ‘나는 무슨 과의 전문의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을까?’하고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마 학교를 다니는 내내 혹은 1년간 인턴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끝이 없이 반복될 것이다. 한 선배의 경우를 보면 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리고 인턴 초창기 때 까지만 해도 A과를 목표로 했다가 여러 과를 돌아본 후 레지던트 지원할 때에 B과를 선택하여 현재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선배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업무를 직접 체험할 본과 3, 4학년 실습시간에 충분히 직업탐색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엄연히 학생이 체험하는 것과 인턴이 체험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 중에는, ‘실습학생의 입장에서 병원업무에 접근하는 것은 제한선이 존재한다.’, ‘병원실습은 케이스 발표, 수술 참관, 간단한 공부 등 교수님이나 의사선생님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과연 인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라는 의견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2013년 한 해 동안 충분한 직업탐색기회를 늘릴 만한 실습강화방안을 모색하고, 2014년에 이를 적용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학생 인턴제의 도입이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졸업 후 수련과정 개선에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연구된 바가 있다(Huh, 2001; Koh, 2004).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인턴 업무를 학생이 분담하는, 일명 ‘학생 인턴제’를 시행해왔고, 2006년에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 및 통계분석을 실시한 바가 있다. 본 연구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술기수행, 환자진찰, 환자교육 등의 전공의 1년차에 해당하는 업무수행능력에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즉, 학생들의 진료능력은 병원에 나가서 펼치기에도 적합하고, 그만큼의 선행교육이 잘 뒷받침되어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상급자 의사들의 지시에 대한 수행능력은 좋았지만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지시하는 능력은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학생 의사’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업무와 책임의 부재가 해결해야 할 점으로 꼽혔고, 신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의료행위의 범위가 법령에 명시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있었다. 학생 인턴의 진료권에 대한 법적인 보장 및 보호가 부재해 있다는 사실이다(Roh et al., 2007). 즉, 제도적 확립과 정착을 위해서는 사전에 뒷받침이 완료되어야 좀 더 안전한 체계가 확립될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2014년은 인턴제가 사라지는 첫 대상인 학년이 본과 4학년으로 올라가는 해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본과 3학년 때는 메이저 과를 실습하고, 본과 4학년 때에는 마이너 과를 실습한다. 그렇다면 2014년에 본과 4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메이저 과는 기존의 실습 프로그램으로, 마이너 과는 인턴제 폐지에 발맞춰 강화된 실습 프로그램으로 실습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본과 3학년 때에는 불충분한 실습 프로그램을 하면서, 또 인턴도 못하게 될 텐데 과연 이러한 방안을 이들은 흔쾌히 수용할 수 있을까? 충분히 추후에 부실교육으로 질타를 받을 수 있을만한 대목이다.
여러 혼란 속에서 지난 5월 4일에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봄총회에서 의대협이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한 설문지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전국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설문조사에서 16개 학교에서 1,026명의 학생들이 응답해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전 항목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었다. 본 설문조사에서는 인턴제 폐지 시행시기, 2012년 당시 본과 3, 4학년의 resident 1 (R1), new resident (NR1) 중복지원에 대한 의견, 레지던트 선발과정에 대한 의견수렴 그리고 전공의제도 개편 후에 삶의 질 등에 대한 기대감 등에 대해 상세한 항목이 포함되었다.
개정안 시행시기를 물었던 ‘나는 2015년 인턴제 폐지에 대해 찬성한다’에 ‘아니오’ 61.6%, ‘예’는 26%, ‘모르겠다’ 12%, ‘무응답’ 0.3%로 대답하였다. 아마도 이는 무작정 제도가 개편된 후에 학생들이 직접 겪을 혼란에 대한 걱정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R1, NR1 중복지원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던 ‘나는 2012년 당시 본과 4학년에게 R1, NR1 동시 지원을 허락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라는 질문에는 찬성이 39.28%, 반대가 39.96%로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본과 4학년과 3학년의 응답이 이렇게 갈린 것이라 생각된다. 한쪽인 본과 4학년들은 인턴을 하는 선택안 1과 인턴을 해야 하는 1년을 쉬고 다음 해에 1년 후배들과 함께 NR1으로 지원을 하는 선택안 2 모두를 고려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한쪽인 본과 3학년들은 1년 쉬는 것 없이 바로 NR1로 지원하는 선택안 1밖에 없다. 한마디로 불공평한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제도 개편 중에 찾아오는 혼란은 두 학년 학생들이 참고 넘어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이것은 다수가 좋기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이러한 공리주의적인 의견은 소수의 불행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합리적이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레지던트 선발과정에 대한 의견수렴을 물어본 설문에서는, ‘학교성적을 주로 반영해야 한다’에 ‘아니오’가 59.06%, ‘예’가 18.23%, ‘모르겠다’ 9.36%, ‘무응답’ 13.95%였다. ‘국가고시성적을 주로 반영해야 한다.’에 ‘예’가 46.88%, ‘아니오’가 15.69%, ‘모르겠다’ 9.36%, ‘무응답’이 29.33%였다. 아직 새로운 레지던트 선발기준에 대한 뚜렷한 대체방안이 나온 것이 없기에 학생들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들어보고, 인턴을 거친 R1 지원자들과 인턴을 하지 않은 NR1 지원자들을 모두 합리적으로 선발할 만한 방안을 만들어야 하겠다.
현재 나온 방안들을 기반으로 인턴제 폐지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고찰을 물어본 질문들도 있었다. ‘인턴제 폐지 이후에 수련환경의 질이 이전보다 향상되리라 생각한다.’에 대해 ‘아니오’가 56.53%, ‘예’가 30.4%, ‘모르겠다’ 12.86%, ‘무응답’ 0.2%로 응답하였다. 그리고 ‘인턴제 폐지 이후에 전체 수련기간의 단축으로 향후 의사로서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아니오’가 47.98%, ‘예’가 34.6%, ‘모르겠다’가 15.98%, ‘무응답’ 0.31%로 응답하였다.
이에 대한 해석을 하자면 전공의 수련제도가 개편이 되고 난 후에도 수련환경이나 삶의 질 향상에 대하여 기대하는 의견보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근소하게 많다는 의미인 것 같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인턴제 폐지와 더불어 고안해낸 방안들로는 전체적인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편의성’을 향상시키기보다 ‘혼란’을 더 향상시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좀 더 우세하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상당수의 학생이 인턴제 폐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확실한 대응책을 확정 짓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2015년부터 폐지한다는 시행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대부분인 듯하다. 인턴이 맡게 되는 불필요한 몇몇 병원업무, 1-2개월이면 끝날 병원 전반 업무 수련과정을 1년 동안 수련해야 하는 비효율성, 인턴이 맡게 되는 비상식적인 과다업무 등,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할 해결책으로 수련과정 전면 개편을 내세운 것은 분명 획기적인 발상이다. 실제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상급 의료인들조차도 수련제도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Wang, 2011). 하지만 현재 이렇다 할 기존 제도의 실제적인 변화 없이 2015년 시행을 확정한 후에 그에 따른 보완책을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의료계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보건복지부가 현재 인턴제 폐지 입법 예고 후에 단계별로 배경이 되는 제도들을 하나둘씩 개편해 나갈 계획을 다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예정대로 흘러가리라는 법은 없다. 막상 폐지 예고를 법제화시켰는데, 다른 제도들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모든 피해가 사람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인턴제 폐지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는 교수님과 졸업생들이 많다. 그 중에는 당장 인턴제도를 수료하지 않고 바로 국방의 의무를 시행하러 간 사람들도 종종 있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선 시행 후 보완’이 아닌, 사전에 충분히 준비된 보완책을 원하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당장에라도 기존의 비효율적인 인턴제도가 바뀌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충분히 제도적인 받침이 모두 준비 ·선행된 후에 공표 및 차후를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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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 Y. W. (2004). A study on development of compulsory clinical training pro-gram for quality improvement of medical physicians Seoul: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Roh, H. R., Chae, K. B., & Yang, J. H. (2007);Implementation of student in- ternship with intern-level responsibility. Korean J Med Educ, 19(1),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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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 K. C. (2011);Reformation of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system in Korea. J Korean Med Assoc, 54(4), 35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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