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최근 들어 의학교육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 중의 하나가 ‘역량(competency)’ 이다. 의학교육 기관들은 ‘역량 (competencies)’ 을 교육목표로 설정하여 교육경험을 선정하거나, 특정 역량을 선정하여 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Smith & Fuller, 1996; Dannefer &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 역량은 기본의학 교육(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UME) 뿐만 아니라 졸업 후 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GME)과 평생 의학교육(Continuous Medical Education: CME) 전반에 걸쳐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Leung, 2002). 전공의 수련목표로 필수 역량들이 설정되고 있으며, 평생 의학교육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양성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교육은 성공적인 졸업생의 수행요목과 수준을 먼저 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학습의 경험으로 선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계통중심이나 과목중심의 교육적 접근과 차이가 있고, 교육 및 훈련 뿐만 아니라 선발과 평가의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련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다. 계통중심이나 과목중심의 교육과정은 해당 학문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지식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치중해 있다. 반면에 역량기반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자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여 어떤 수행을 할 수 있는 지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역량’ 은 무엇을 학습할 지를 결정 할 수 있는 준거일 뿐 만 아니라 특정한 자격이나 수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교육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교육현장에서 실제적인 적용과 실천은 미비한 형편이다. 역량기반교육에 관한 가능성 못지않게 부정적인 관점도 있으며, 실천상의 어려움도 보고되고 있다 (Albanese et al., 2008; Long, 2000; Quillen, 2001). 국내의 경우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교육목표를 역량으로 설정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으며, 역량을 선발이나 평가의 준거로 사용한 사례도 거의 보고 된 바가 없다. 일부 제한적으로 기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추가적인 형태로 의사소통이나 리더십과 같이 특정 역량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하였으나(이상숙 외, 2007; 이영미 외, 2007), 이들 사례들은 개발과정이 기존의 과목중심의 교육과정과 유사하고, 개발 내용도 주로 학습내용과 교수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역량기반 교육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량기반교육이 의학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역량기반교육의 개념적 의미와 활용 방식에 대한 다층적인 탐색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선행문헌의 탐색적 분석을 통하여 의학교육에서의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의학 및 전문직업인 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행 문헌을 탐색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적 접근 방법을 취하였다. 첫째,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를 통해 역량의 개념적 이해와 활용을 분석한다. 둘째, 전문직업인 교육에서 논의되는 역량개념의 다층적인 관점을 탐색한 후, 의학 교육의 연구 문헌에서 논의되는 ‘역량’ 개념의 이해의 특징을 도출한다. 셋째, 선행문헌을 통해 나타난 역량의 활용을 ‘교육목표로서 역량의 활용’, ‘역량의 요소와 수행수준의 결정’, ‘교육의 평가준거로서의 역량’ 의 측면으로 분석하여 의학교육에서 역량 기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도출한다.
결 과
가.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
의학교육에서 역량 논의는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이념이 확산되고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고양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의료소비자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의사 역량강화 방안을 모색한 것에서 출발한다. 1972년 미국 소아과 학회는 ‘소아과 의사의 역량 평가를 위한 토대(Foundations for Evaluating the Competency of Pediatricians)’ 라는 문서를 발간하면서 의사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당시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의 원인을 부실한 교육에서 찾고, ‘의학교육에서의 역량 기반 교육과정 개발 (Competency-Based Curriculum Development in Medical Education)’ 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건 의료인 교육과정의 변화를 모색하였다.
1970년대의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배경에는 의학의 학문적 발전과 소비자 중심의 사회운동에 있다. 1970년대 의학은 다른 인접분야의 학문적 발달의 영향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양적 질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비 의료인이 의과대학에서 익혀야 할 의학지식과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고, 수련을 받거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연구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 중심의 사회운동이 확산되었고, 의료의 체제는 의료인 중심에서 환자 및 의료사회와의 상호관계로 변화되었다. 의료소비자인 개인과 의료사회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의료 시장의 주체로 부상하였다. 의학교육에서는 의사의 수행에 관한 반성적 논의가 확산되고 교육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의학교육의 초점은 교수자 중심의 ‘무엇을 가르쳤나’ 에서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무엇을 배웠나’ 로 변화하게 되었고, 교육의 방향은 지식정보를 중시하는 ‘아는 것’ 에서 ‘할 줄 아는 것’ 의 수행중심 교육체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역량’ 은 ‘수행’ 의 측면에서 교육을 이해하는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역량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의사의 수행능력’ 에 제한되어 있다. 역량을 통한 의학교육의 개선도 임상실습의 강화나 술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영하는 정도에 머물면서 1980년대 이후 의학교육에서 역량 논의는 침체를 겪게 된다. Carracio et al. (2002)은 이 시기에 역량기반 의학교육이 침체된 원인을 역량과 교육목표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의 부재와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의 부적절함에서 찾았다. 당시 의학교육에서 ‘역량’은 개념적으로 혼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역량을 구성하는 특성에 관한 이해도 부족하여 ‘의사의 역량’ 이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교육목표와 연결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교육경험을 선정하여 조직할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학습된 역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학교육에서 역량논의는 1999년 미국 졸업 후 의학교육 인정평가 위원회(US Accreditation Council on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가 미국 전문의 협의회와 손을 잡고 수련을 마친 후 반드시 획득해야 할 6가지 역량들을 발표하면서 다시 활성화되었다. 미국 졸업 후 의학교육 인정평가 위원회는 의사의 역량을 ‘환자 진료’, ‘의학지식’, ‘대인간 의사소통 기술’, ‘전문 직업성’, ‘진료기반 학습과 향상’, ‘계통기반 진료’ 로 제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수련프로그램은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Albanese et al., 2008). 이후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역량기반 프로그램 개발이 여러 차례 보고되었고(Carraccio et al., 2004; Bhatti & Cummings, 2007),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교육목표 설정에 있어 수행중심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개발 사례들이 보고되었다(Goldstein et al., 2005; Dannefer &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
최근에 이르러 역량은 의학교육의 주요한 테마로 부상하였다. ‘의사의 진료역량 강화’ 라는 사회적 요구가 표출되고, 의학교육 계에서 ‘역량기반교육’ 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역량기반교육의 효과성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논의 범위도 의사의 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교육경험으로 선정하여 제공하며, 역량을 어떠한 준거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역량은 의학교육에서 선발 교육 평가에 있어서 목표, 내용, 준거의 기준을 논의하는데 모두 언급되고 있으며, 접근 방향도 인지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뿐 만 아니라 개인의 내재적 외재적 특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역량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활용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량’ 에 대한 개념적 혼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역량은 사용하는 학자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언급되고 있고, 이를 구성하는 요소나 의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나. 역량의 개념
1) 전문직업교육에서 역량의 의미
역량을 ‘지능’ 이나 ‘적성검사’ 와 비교하여 하나의 학문적 개념으로 논의한 것은 McClelland (1993)이다. McClelland는 전통 적인 학업적성검사나 지능검사가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직무 성과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을 검토하여 성공의 원인이 되는 자발적인 행동을 규명하는 방식의 ‘역량’ 을 제안하였다. McClelland의 역량개념은 특정과제나 직무를 두고 어떤 특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가정하지 않고 업무성과와 관련된 개인적 특성을 규명한다. 때문에 성공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역량이 표출되는 배경상황과 맥락을 중시하여 구체적인 과제상황 및 수행상황에 적합한 역량을 찾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윤정 일 외, 2007).
McClelland의 역량개념은 이후 Spencer와 Spencer (1993)에 의해 보다 정교화 되었다. Spencer & Spencer (1993)는 역량을 ‘특정 상황이나 직무에서 준거에 따른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성’ 으로 정의하였다. 그들이 제시한 역량의 유형은 동기 특질 자아개념 지식 기술의 5가지이다. 동기(motives)는 특정한 행위나 목표를 향해 행동을 촉발시키고 방향을 지시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특질(personal characteristics) 은 신체적인 특성, 상황 또는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성, 자아개념(self-concept)은 태도, 가치관, 자기상을 뜻한다. 지식 (knowledge)은 특정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이고, 기술 (skills)은 특정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과 기술은 비교적 가시적이고 표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훈련의 요소로 많이 활용 될 수 있는 반면에 개인의 내재적인 요소인 자아개념, 동기와 특질은 평가하거나 개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Fig. 1.]. Spencer & Spencer 의 역량 정의는 역량을 인지적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에서 벗어나 정의적 측면까지 포괄하여 이를 심층부분에 둠으로써 그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McClelland와 Spencer & Spencer의 역량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나 직장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McClelland 와 Spencer & Spencer의 역량개념은 Boyatzis (1982)가 정의한 역량, 즉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행동특성(behavioral characteristic)의 개념과 더불어 대표적인 ‘행동역량모형’ 의 범주로 분류된다.
‘행동역량모형’ 은 사람을 중심으로 역량이 정의된 것인 반면에, ‘직무성과모형’ 은 특정 직무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직무성과모형에서 역량은 직무에서 요구하는 표준이며 성과와 동일시된다(오헌석, 2007). 의학에서 의사의 역량을 ‘일상적인 진료에서의 의사소통, 지식, 기술, 임상적 추론, 감정, 가치, 성찰을 생활화하여 판단력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 이라 정의한 것이나(Epstein & Hundert, 2002), WHO에서 역량을 유능한 의료진료(competent medical practice)의 관 점에서 ‘특정한 전문 의료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넒은 범위의 지식과 태도 및 관찰 가능한 행동’ 으로 설명한 것이 여기에 속한다.
오헌석(2007)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능력, 행동의 결과로서의 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람중심의 관점과 직무중심의 관점의 차이가 생긴다고 지적하였다. 사람중심의 관점에서는 역량은 직무를 효과적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지식 기술 능력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직무를 수행하는 최상위 수행자를 중심으로 도출되는 이러한 속성은 직무와 속성간의 관계를 통해 검증되며 보편적인 성격을 지녀 다양한 직무 상황의 맥락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반능력이다. 직무중심의 관점에서는 직무에서 출발하여 이러한 활동을 개인의 속성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엇이 역량을 구성하는 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역량 리스트를 도출함으로써 지나치게 일반적인 개인 속성의 역량정의문제를 직무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역량은 서로 다른 학자들에 의해 다르게 정의되어 왔다. Van der Klintk & Boom (2007)은 이러한 다양한 역량 개념을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하였는데, 첫 번째는 지역에 따라 개념적 차이를 갖는 미국의 행동역량 모형과 영국의 직무성과 모형이다. 두 번째는 훈련과 교육, 선발, 수행평가 등의 적용분야에 따른 정의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는 학습에 관한 이론적 관점에 따라 인지주의와 구성주의를 구분하여 이에 따른 정의의 차이를 설명한다[Table I].
Table I.
역량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학자나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떠한 관점을 취하든 교육환경에서 역량은 학습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추출하고, 추출한 능력을 양성 하기 위한 교수학습의 설계의 주요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교육의 시작을 ‘우수한 수행’ 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의 접근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2) 의학에서의 역량의 이해
의학에서는 ‘역량’ 자체를 정의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다. 역량 기반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문헌들은 역량을 ‘지식 기술 태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수행의 복합체’ 라로 미리 가정하고 있다. 의학교육에서 ‘역량’ 의 개념적 특성과 관련하여 Albanese et al.(2008)은 교육상황에서 역량을 정의하는 5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째, 역량은 교수학습에서 최종산물의 수행에 초점을 둔 다. 둘째, 교육프로그램에는 외부 환경의 요구가 반영된다. 셋째 는 측정할 수 있는 행동용어로 표현된다. 넷째, 다른 학습자의 수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역량측정의 기준을 활용한다. 다섯째, 이해관계자 뿐 만 아니라 학습자에게 무엇을 성취해야하는지 충분히 고지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역량은 기본의학 교육 및 졸업 후 교육의 프로그램 개발을 개발할 때 교육의 내용을 확인하거 나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역량은 그 문맥의 쓰임에 따라 특정분야에서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의 자질이나, 구체적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이나 수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록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자들은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의 자질을 역량으로 볼 때 competence를 사용하는 반면에, 그러한 자질을 드러내는 구체 적인 행동 특성을 언급할 때는 competency를 사용한다 (Caraccio et al., 2004). 특정한 사람을 가리켜 ‘의사로서 역량이 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전자의 역량(competence)을 의미한다. 후자는 ‘그 의사는 이러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고 표현하는 경우로, 여기서 역량(competencies)들은 적절한 진단 기술, 환자와의 의사소통 기술, 치료에 필요한 기술의 수행 능력 등 보다 구체적인 능력요소를 가리킨다. 논문에 따라서는 competencies라는 단어를 competency와 구별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competencies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공의 교육이나 의과대학 교육과정(Smith & Fuller, 1996; Dannefer &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에서 의사의 직무 과제와 업무를 분석하여 구체적인 행동이나 특성 모음을 몇 가지 역량(competencies)으로 설정하여 제시할 때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의미와 관련하여 한 가지 눈여겨 봐야할 점은 역량이라는 단어가 교육목적과 목표(Goals and Objectives) 나 교육의 결과(Outcomes)라는 단어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Albanese et al. (2008)은 교육목적과 목표(Goals and Objectives)는 교수과정이나 교육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고, 역량은 ‘교육의 결과’ 에 초점을 두는 교육의 산출물(endproduct) 혹은 목적의 정점상태(goal-state)를 의미한다고 주장 하였다. 여기서 교육목표나 목적은 진료의사에게 요구되는 요소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이 반영된 의미인 반면에 ‘역량’ 은 행동주의 이론이 반영되어 보다 특정한 행동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만약 교육프로그램이 교육의 산출물과 결과물(end-product outcomes)을 생산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된다면 교육목적이나 목표(Goals and Objectives) 또한 역량에 해당하는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사용하는 용어는 다를 수 있으나 ‘교육의 목적이나 목표’ 혹은 ‘교육결과’ 등이 역량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인 ‘관찰 가능한 요소로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교육의 산출물’ 이라는 요건을 갖춘다면 ‘역량기반교육’ 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학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량은 ‘의사의 진료’ 라는 맥락 의존적인 성격이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에서 논의되는 ‘역량’ 의 의미는 직무상황을 통해 도출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역량 리스트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계의 역량 논의는 의사의 직무에서 출발하여 필요한 활동을 확인하고 이를 개인의 속성으로 전환하는 직무중심모형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접근이 교육으로 환원되면서 역량의 속성 중 가시적인 행동요소로 표현되는 ‘교육의 결과’ 에만 집중되어 역량개념의 본래적 특성인 개인의 내재적인 속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활용과 가능성
의학교육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은 과목이나 계통의 학습과제를 도출하는 상향식 분석 기법을 통해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방식은 교육기관이 가지고 있는 최종의 교육목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의학교육에서 활용되는 역량 기반 교육과정은 상위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을 도출하고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파악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교육에서의 기대되는 성과를 교육의 목적 및 목표로 보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추출한 후에 각각의 역량을 구성하는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를 확인하여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교육방법 및 교수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육과정개발 단계에서 활용되는 역량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 접근방식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통합적 접근(Integrated Approach)으로 역량을 의료의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복합적인 개인속성의 조합으로 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에는 직무로서의 의료에 대한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와 일상의 진료라는 상황적 특성이 고려된 접근으로, 역량을 교육의 목표로 활용할 때 주로 사용된다. 두 번째는 역량을 세밀하게 정의하고 평가하여 수행의 정확한 측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행동주의적 방식 (Behaviorist Approach)이다. 이러한 접근은 핵심역량을 통해 도출된 세부역량을 기술할 때 접근하는 방식으로 주로 학습목표로 표현되며 수행의 준거로서 측정가능한 행동요소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다(Bhatti & Cummings, 2007). 의학교육에서 이러한 접근방식들을 이용하여 ‘역량’ 을 크게 교육목표 설정,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역량요소와 수행수준의 제시, 교육의 평가의 준거 등으로 활용한다.
1) 교육의 목표로서의 ‘역량’ 의 확인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징적인 내용은 교육의 결과로 얻고자 하는 역량을 확인하여 이를 교육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발에서 성공적인 졸업생의 구체적인 요소를 설정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교육목표에 제시될 역량은 지식과 기술 및 태도를 통합한 총체적인 것으로, 의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특성들로 기술 된다. 여기서 역량은 의학적 지식과 술기 능력이외에도 졸업 후의 의사로서의 역할을 고려한 다른 역량들이 교육과정으로 편입 되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 뿐 아니라 환자와의 의사소통 능력 및 문제해결력, 정보처리능력 등 기존의 교과목 혹은 통합과정의 형태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의과대학에서 교육의 목표로 졸업생의 ‘역량’ 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 Brown 의과대학은 졸업생이 성취해야 할 요소로 ① 효과적인 의사소통, ② 기본 임상술기, ③ 임상에서의 기초과학의 활용, ④ 진단, 관리, 예방, ⑤ 평생학습 ⑥ 전문직업성과 자아성장, ⑦ 지역사회의 보건관리, ⑧ 윤리적 추론과 임상윤리, ⑨ 문제해결 등 9가지를 역량으로 제시하였다(Smith et al., 1999). 인디아나 의과대학(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USM, 2007)은 ① 효과적인 의사소통, ② 기본 임상술기, ③ 진단과 관리, 치료, 예방에 과학의 활용, ④ 평생학습, ⑤ 자의식, 자아치유, 자아성장, ⑥ 지역사회 에서의 보건관리, ⑦ 윤리적 추론과 윤리적 판단, ⑧ 문제해결, ⑨ 전문직업성과 역할인식 등 9가지를 학생들이 졸업시 성취해 야할 역량으로 제시하였다. Cleveland 의과대학(Cleveland Clinic Lerner College of Medicine) 제시한 9가지의 역량은 ① 연구, ② 의학지식의 기초, 임상과학, ③ 의사소통, ④ 임상기술, ⑤ 임상추론, ⑥ 직업전문성, ⑦ 자기개발, ⑧ 의료 관리제도, ⑨ 반성적 진료이다(Litzelman et al., 2007). Minnesota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ACGME가 제시한 핵심 역량을 참고하여 ① 의학지식, ② 임상술기와 환자진료, ③ 과학적 임상적 연구 ④ 전문직업성 ⑤ 대인 및 의사소통술, ⑥ 건강관리체계, ⑦ 성찰을 통한 계속적인 계발 등 7가지 역량을 제시하였다.
기본의학교육에서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들을 보면 이들 은 개인의 특성요소 즉, 지식, 기술, 태도 및 특질들의 복합체로서 통합적이고, 총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역량은 어떤 일정한 체계 속에서 서로 융합되어 의사 혹은 의학자 등의 교육의 최종 목표에서 제시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가 뿐 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핵심가치와 교육적 지향방향이 통합적으로 제시 된다.
2) 역량의 요소와 수행수준의 결정
역량은 상위수준의 역량을 구체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수준으로 다시 정의된다. 하위 세부적인 역량은 보다 더 세분화된 하위의 역량요소로 정의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의사소통능력’ 을 구체화할 때는 의사소통의 범주에 따라 ‘언어적 의사소통’ 과 ‘비 언어적 의사소통’ 으로 나눌 수 있고, 언어적 의사소통은 다시 ‘음성언어’ 혹은 ‘문자 언어’ 등으로 나뉘거나 의사소통의 환경 등을 기준으로 ‘진료실 의사소통’ 이나 ‘실험실 의사소통’ 과 같은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하위의 세부적인 역량은 더 세분화 된 하위의 역량요소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요소는 각각 지식, 기술,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수행요건들이 제시되어 있다. 요건들은 성취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부 역량의 행동모음들은 더 상위의 개념인 역량을 습득하기 위한 학습경험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학생들이 역량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으로 이용된다. 학생들은 어떠한 과업이 주어질 때, 그 과업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 로 활용하여 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과목이나 과정에서의 학습 평가는 그 과목 혹은 과정을 마친 후에 이루어지지만 역량은 그 성취 수준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졸업 시점이 완전한 습득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Brown의과대학의 사례를 보면 역량은 역량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Smith et al., 1999). ‘효과적인 의사소통’ 이란 무엇인지 정의가 제시되어 있고 이 역량을 획득하기 위한 세부 역량의 하나로 ‘문자언어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가 제시되어 있다. 이 세부역량은 다시 역량 획득여부의 판별기준이 되는 행동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다. ‘기록된 병력과 신체 진찰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 과 ‘퇴원요약’, ‘퇴원시 유의점’, ‘처방’, ‘병원의 원칙’, ‘타기관 의뢰 및 협력계획’ 과 ‘증례보고/포스터/과학적 연구 서술’, ‘환자 또는 환자가족에게 편지쓰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부역량은 그 성취수준에 따라 초보, 중간, 상급 단계로 나누어져 있어 세 성취수준에는 어떤 술기를 어떤 수준으로 능숙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Fig. 2].
역량은 보다 총체적인 의미에서 교육의 목표로 활용되지만, 이를 교육과정으로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수행의 요소들로 분석된다. 이 구체적인 수행요소가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교수학습의 내용과 평가의 준거로 활용되는 것 이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직면하는 어려움 은 설정된 핵심역량으로부터 실제 수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 내용으로서의 지식과 기술 및 태도 등의 요소 등을 도출하고 이 를 학습의 수준에 맞게 적절하게 조직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교육의 평가준거로서의 역량
역량은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경험을 선정하는 기반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준거이기도 하다. Bhatti & Cummings (2007)은 역량평가의 접근방식을 두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는 객관성과 재현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과학적인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에서 역량의 평가는 지식 중심이고,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표준화된 문제가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과정에서 역량은 행동주의적 요소와 결합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관찰가능한 지식이나 기술을 평가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의학적 지식정보를 지필형태의 시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나, 특정 술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방법, 객관화구조임상시험(OSCEs) 등이 있다. 역량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지필고사를 통한 정보습득 의 확인과 표준화된 술기교육의 평가는 기본적인 요소로 여전히 강조되어 활용된다.
두 번째는 학습자의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방법이다. 평가는 답이 없는 열린 문항으로 제시되거나, 수행 상에 이론과 실제가 통합된 학습자의 판단을 요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습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한 문제해결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과정이 평가의 중요한 요소이다. 의학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특정 역량 즉, 전문직업성이나 자기주도학습 등의 요소를 평가할 때 이러한 접근방식이 자주 이용된다. 구체적인 평가 방법으로는 자기보고식 자료나 역량의 수행에 관한 포트폴리오 (portfolio), 혹은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임상시험 등에서 교수자나 동료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질적, 양적 평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접근방법들은 각각 특정 역량의 역량요소를 평가하는 것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나, 교육의 최종 목표로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특성을 가진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역량을 평가의 준거로 재기술하여 사용하면서 역량 본래의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의미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Dannefer & Henson (2007)은 역량 평가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현재 역량평가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4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여러 역량들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행을 전범위의 역량에 걸쳐 평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역량평가의 방법은 특정 역량이나 그 역량의 부분요소를 평가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역량이 발현되는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역량기반 교육에서 수행의 준거가 교육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학습자들이 그들의 수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질적인 접근과 중간 평가의 필요가 강조된다. 평가는 교육의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머물지 않고, 교육의 과정으로 이해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평가과정에서 교수자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셋째, 수행이 특정한 맥락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측정의 문제는 여러 상황적 맥락과 환경 중의 샘플링 문제가 부각된다. 채점자 나 평가상황에 따라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는 문제는 신뢰도와 타당도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넷째, 수행의 평가에 있어서 심리측정방식(psychometric approach)의 접근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성취했다는 다양한 종류와 자원을 가진 증거들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고찰: 역량기반 교육의 몇 가지 한계
지금까지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와 역량의 개념적 특성을 살펴보면서,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을 ‘교육 목표의 설정’, ‘수행 수준의 설정’, ‘평가의 준거’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 교육은 기존의 지식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 용어 또한 교육결과(outcome), 교육목표(object)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의학교육에서 역량 (competency)은 의료라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수행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특정한 조합 또는 복합체로 정의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학교육에서 도출된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교육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역량’ 들은 직무 중심의 관점에서는 의료라는 맥락에 기반을 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추출한 것으로, ‘훌륭한 의사의 수행’ 이라는 관점에서 의료의 이해당사자인 사회와 개인, 의사집단,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의사 자신의 요구와 책임에 대한 분석결과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은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세부수준으로 다시 정의되어 학습경험을 선정하는 준거로 활용되며, 하위 세부 역량은 그 성취수준과 평가준거가 측정가능한 행동요소로 표현되어 평가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들은 의료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훌륭한 의사의 지식 기술 태도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전문성 계발 요소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의료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세부수준으로 정의된 역량과 수행준거는 보다 개별화되고 유연한 학습과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투명한 수행준거를 제시함으로써 특정 직무의 인력 선발과 교육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 그 활용의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하여 논의된 역량기반 의학교육은 네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 실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현재 의학교육의 역량은 직무중심의 접근으로 본래의 역량이 가지고 있는 사람중심의 내재적 특징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역량교육은 역량이 가진 내재적 외재적 요소와 개인과 맥락의 통합적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측정 가능한 행동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에서 설정된 역량은 이를 구성하는 행동요소들로 분절화 되어 특정 지식이나 기술의 수행에만 집중되면서 본래의 역량이 가지는 인간의 수행이라는 통합적인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둘째, 역량기반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방법과 교수 전략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역량기반교육은 기존의 지식중심의 전달교육이나 제도적 기술 습득과는 전혀 다른 교육적 처치 를 필요로 한다. 설정된 역량에 따라 이를 훈련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고, 교수자의 교수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성취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의학교육에서는 특정 역량을 계발 하기 위한 교수학습 모형에 관한 연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역량에 따른 교육적 방법이나 교수전략에 대한 교수자의 이해도 부족한 편이다. 셋째, 학습자 역량에 관한 교육 평가의 정확성과 객관성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역량기반 교육에서 역량의 성취여부는 세분화된 수행요소의 습득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평가의 대상이 ‘역량’ 이 아니라 준거로 제시된 수행요소를 측정하는 데 머물면서 역량이 발현되는 본래의 맥락에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위험이 있다. 평가자나 채점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넷째, 역량기반 교육의 실행에 필요한 교원 및 교육기관의 변화의지이다. 역량기반 교육은 역량의 설정과 분석 및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학과중심의 학사운영과 강의중심의 교수에 익숙해져 있는 교원들의 혼란과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역량기반 교육은 현재의 의과대학 교원들에게 내용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1인 교수체제나 전공별 교육이 아닌 역량별 팀별 접근을 필요로 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교수학습 체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생소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과 새로운 교육방식의 적응과정은 많은 시간의 노력과 열정을 필요로 하며, 교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변화의지 없이는 역량기반 교육은 불가능하다.
역량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든 그렇지 않든, 의학교육에서 ‘수행’ 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역량기반 교육은 역량의 설정과 분석 및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역량교육으로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더딘 이유는 앞서 제시한 역량교육의 운영상의 제한점 뿐만 아니라 교육의 목표로서의 역량과 이를 교육의 내용과 평가의 준거로 도출해 내는 과정의 실제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역량기반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량에 관한 개념적 이해와 더불어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실천적 연구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