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삶과 상처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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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Med Educ Rev. 2010;12(1):47-48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0 June 30

김 성 길 광운대 교수

저 서 - 生의 痂: 배움

저 자 - 한준상(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출판사 - 도서출판 학지사

출판일 - 2009년 4월 10일

쪽 수 - 943쪽

배움은 끝없는 인생의 항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배움의 방향타를 붙잡고 하루하루 도착지를 향해 배워나가는 것이 인간의 삶살이다. 이미 생명의 탄생부터가 배움의 시작이다. 어머니의 모태에서 세상의 빛을 보면서 울기 시작하고,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기어가고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뛰기까지 하는 삶의 연속체가 바로 배움의 과정이다. 어느 누가 이렇게 울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잘 운다. 뒤집고 배밀고 기고 걷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 외부 존재의 가르침은 배제되어 있다. 그저 인간 존재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적합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발달하고 그렇게 성장하도록 태생적으로 배선화(hardwired)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배움의 본능을 타고난 것이다.

인간은 지난한 배움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온전히 걷기 위해서는 최소 2,000번 이상을 넘어져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실패하고 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오은선 대장의 심정처럼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다시금 등산화 끈을 묶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속에서 수 많은 상처들이 생기고, 그 상처가 아물면서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없어지면서 새 살이 돋아나고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배움의 삶이다.

<生의 痂:배움>은 그 두께부터가 심상치 않다. 이 책은 배움 (Erudition)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고와 경험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킨 결정체다. 인간학, 철학, 문학, 역사학, 종교학, 심리학, 사회학, 경영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뇌과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든 통섭과 융합의 표본이다. 단순한 교수방법이나 대증적 처치방법을 제시한 개론서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배움 본성에 관한 관심과 고뇌의 총합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태어남이 하나의 상처’ 라고 이야기한다. 탄생은 하나의 기쁨이며 즐거움임에 틀림없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상처라는 것이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삶도 없었을 텐데, 태어났기에 삶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상처가 남는다. 태어남(生)과 동시에 언젠가 맞이할 죽음(死) 을 준비해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한계가 바로 상처이고, 이런 상처들이 하나둘 아물면서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없어지면서 무엇인가를 깨달아 갈 때 각자(各自)의 배움이 드러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태어남이 하나의 상처’ 라고 이야기한다. 탄생은 하나의 기쁨이며 즐거움임에 틀림없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상처라는 것이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삶도 없었을 텐데, 태어났기에 삶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상처가 남는다. 태어남(生)과 동시에 언젠가 맞이할 죽음(死) 을 준비해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한계가 바로 상처이고, 이런 상처들이 하나둘 아물면서 딱지가 앉고 그 딱지가 없어지면서 무엇인가를 깨달아 갈 때 각자(各自)의 배움이 드러난다. 다해서 앎을 지속하는 개조(reformatting) 과정이다. 채움과 비움, 쉼의 반복 속에서 자신을 반추(reflection)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배움의 삶 살이다. 이런 배움은 경쟁보다는 배려가 앞선다. 경쟁이 있다면 이는 누군가를 앞지르기 하는 강박이 아니라 오직 자신과의 치열한 다그침이 있을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배움(erudition)은 지금의 교육을 포괄한다. 지금껏 교육학은 교수-학습을 중핵으로 여겨왔고, 그 속에서 학습 (learning)은 교수(teaching)의 결과물로 치부되어 ‘가르치면 배운다는 식’ 의 기계적이고 도구적인 인식에 사로잡혀왔다. 그래서 지금의 교육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기존의 교육학 내부에서 찾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명(發明)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잠재해 있던 근본을 발견(發見)하고 발굴(發掘) 해내는 탐사과정인 것이다.

인생은 잔잔한 호수일 때도 있고 거친 망망대해일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탐사과정에서 가야할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오늘 이 책에서 인생과 배움과 상처와 치유를 위한 소중한 나침반을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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