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제안

Suggestions for the Improvement of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10;12(1):23-31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0 June 30
doi : https://doi.org/10.17496/KMER.2010.12.1.023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Psychiatry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정신과학교실
교신저자:전우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정신과학교실 (120-752)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250번지 Tel : 02)2228-2510 Fax : 02)364-5450 E-mail : wtjeon@yuhs.ac.kr
Received 2010 May 13; Revised 2010 May 27; Accepted 2010 May 31.

Trans Abstract

Medical humanities has become a third area of medical education following basic and clinical medicine. Also, in the national evaluation of medical schools,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is an important factor. However, there are many difficulties in teaching medical humanities in medical schools. First, it is still an unfamiliar education area to medical schools and professors. Second, still, there is no consensus on the definition and contents of this education. Third, it is usually very difficult to find professors who have interest and the ability to teach medical humanities. Fourth, even medical students do not understand why they should study medical humanities and sometimes do not eagerly participate in class. This paper suggests some solutions for these problems.

First, medical humanities need to be divided into sections according to how easily the contents can be accepted by existing medical education system and apply these sections in the introduction of this education gradually and in stage. One example of the division can be as follows: Group 1) medical ethics and medical law which can be most easily accepted. Group 2) medical communication skills which can be relatively easily accepted. Group 3) medical history and medical professionalism which is relatively difficult to accept, and Group 4) medical philosophy, medicine and music, medicine and literature, medicine and art, medicine and religion, etc. which is the most difficult to accept. In this paper, four things are suggested. Second, divide the contents into mendatory courses and elective courses. Third, allocate the contents throughout the four years from the first year though the fourth year according to the spiral curriculum model.

This paper reports some new ideas and methods for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First, to stimulate students' participation, several methods were applied in a large size lecture and student projects. Second, the emphasis of writing in class and evaluation were discussed. Third, the provision of hands on experience is more emphasized than lectures. Fourth, inviting some doctors who work in non-medical areas such as journalism, pharmaceutical industry, etc is suggested.

Trial and error is inevitable in this education, but it is essential in molding a good doctor, so medical professors who are interested or in charge of this medical humanities education need to share their ideas and experiences.

서 론

최근 세계 의학교육과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 임상 의학과 함께 인문사회의학(혹은 의료인문학, 인문의학)이라는 개념이 의학교육의 한 영역으로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인문사 회의학의 정의에 대해 맹광호(2007)는 인문사회의학이 학문체 계상 별도로 분류되어 있는 분야라고 전제하고, 인문사회의학을 의학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의료 활동에 있어 도움이 되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의 내용을 간학제적(interdisciplinary) 으로 포괄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한다. 한편 한국의과대학장 협의회(2007)에서는 의료인문학은 인간본질에 대한 탐구와 타 인에 대한 이해와 관계에 기초하여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생물 학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학문 분야라고 규 정한 바 있었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에 인문사회의학에 대한 관 심이 높아지고 관련 교과목 개설이 증가하는 등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의학교육계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이다(맹광호, 2007). 1996년 제 4차 의학교육합동학술 대회에서 ‘의과대학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1999년 한국의과대 학장 협의회가 발간한 ‘21세기 한국의학교육계획’ 에서는 의료 윤리를 포함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주관하는 한국의과대학 자체평가연구지침(2007)에는 ‘인문사회의학 교육과 체험활동이 포함 되어야 한다’ 는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의학교육계의 제 도적 노력들은 의식적인 면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이끌어 줌으로써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자리를 잡는데 기여했고, 그 결과, 현재 전국의 41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개설 형태는 다르지만 대부분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안정희 외, 2008).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교과목 개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좋은 의사(good doctor) 만들기’ 를 의학교육의 궁극적 목표로 보는 의학교육계의 노력에 기인하고 있지만,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 및 의료 환경의 변화, 의학 및 의학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의사-환자관계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인문사회의학 교육은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공통된 생각들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장협의회 등에서 좋은 내용을 제시하였으나, 아직 전체 교수들의 이해를 받기에 시간이 필요로 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이러한 교육이 도입되는 것에 소극적인 학교 상황들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주도하고 가르칠 교수들의 집단이 형성되는데 어려워, 한 두 개인의 관심과 활동 정도로 머물면서 교육의 연속성과 발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주체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연결되고, 교육의 행정책임자들의 자의적 의견으로 전체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매 년 바뀌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통합되지 않고 각각 별도로 떨어져서 교육이 이루어져, 설사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일종의 ‘부록 교육’처럼 형식적으로 추가된 교육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진정한 의미의 통합 교육이 아직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넷째, 학생들이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필요성과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이러한 교육에 대하여 소극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쁜 기초의학 및 임상 의학 교육에 쫓기고, 의사국가고시에도 나오지 않는 영역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섯째, 인문사회의학 교육은 타 의학교육과는 달리 지식이 아닌 태도와 정신을 다루게 되는데, 이 것은 타 의학교육에서 사용하는 교육 기법보다 훨씬 더 낯설고, 고차원적이고 세련된 교육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의대 교수들이 이런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하였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에 따라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도 나쁠 수 있으며, 그것은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관심을 가지시는 교수들에 게 좌절감을 주게 하는 원인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점들을 교육 내용의 구성, 도입의 과정, 학생들의 공감을 늘리는 법으로 나누어 정리해보고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보기로 한다. 이 내용들은 주로 필자가 연세의대에서 경험한 내용과 국내 타 대학에서 이루어진 교육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본 론

가. 인문사회의학 교육 내용의 구성

의학 교육에 있어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이야기 하면 당장 제기되는 질문은 그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생의학적 최신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던지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일반교양 과목과 같은 인상을 주는 교육들은 의대 교수들의 비난 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여기서는 인문사회 의학 교육을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 것인지를 그 도입이 비교적 쉬운 것부터 정리해보도록 한다. 여기서 순서를 정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의 도입이 한 번에 모두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 1군 (가장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교육 내용): 의료법, 의료윤리 교육

의대 교수들이 생각하기에 의료법, 의료윤리는 임상 현장에서 때로 만나는 현실적 문제이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가장 쉽게 받아들여지는 인문사회의학 교육 내용이 된다. 더구나 의료법은 이미 의사국가고시에 출제되는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교육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교수들은 없다. 그러나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인식 방법에 익숙한 의대 교수들에게, 의료윤리 교육은 좀 애매하다는 인상을 준다. 즉 의료윤리 교육이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정답이라 인정되는 것을 요약하여 암기하도록 가르치는 것’ 을 넘어서서 새로운 과학적 상황 속에서 ‘윤리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법’ 에 익숙해져야한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인문사회의학 교육 내용 중 가장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1군의 교육내용 조차 의학교육 현장에서는 갈등을 만들 수 있다.

제 2군 (어느 정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교육):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

2010학년도 의사국가고시부터는 OSCE와 CPX시험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이제 필수적인 교육내용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막연하게 있었어도, 이 것을 정규 교육 시간에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에서는 많은 회의가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환자들에게 더욱 알기 쉽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하지만, 정작 이 의미를 본질적으로 이해시키고 교육 과정에 적용하고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많이 있다.

제 3군 (어느 정도 어렵게 도입되는 교육): 의학사,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 교육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에 대한 교육은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2000년을 전후로 하여 세계 주요 의학교육 관련 학회에서는 어디에서나 이 주제를 자주 다루어 왔고, 이제 이 교육은 일종의 ‘의사 정신교육’ 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의 내용이 일종의 ‘좋은 사람, 좋은 의사가 되어라’ 는 식의 훈화 교육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많이 만들어 냈다. 가령 ‘의학사’ 의 경우 의학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면 학생들도 지루해 하고, 교수들이 볼 때도 과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이것들은 1, 2군에 속한 교육들보다 받아들여지기가 더 어려운 내용들이다.

제 4군 (도입하기가 어려운 교육): 의철학, 의학과 음악, 의학과 문학, 의학과 종교와 같은 인문학과의 연계 교육

4군 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의학 교육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많은 교수들에게 ‘왜 그런 것을 의대에서 가르치냐?’ 는 비난을 받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의 교육들이다. 일부 교수들은 철학, 음악, 문학, 종교 등은 개인적인 교양이나 소양, 취미로 간주 되어야지 그것이 생의학적 수업 시간을 밀어내고 개설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문학적 교육이 단순히 예과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환자의 고통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시점에서 더 깊이 공부하고 생각하여야 할 인문학적 주제가 너무도 많고 이 주제들은 연속적으로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내용을 그저 단순한 소양교육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한 의대에서 이러한 본격적인 인문학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교육은 필수과목으로 도입하는 것 보다는 선택과목으로 도입해 관심 있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나.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의학교육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1) 단계별로 도입한다.

처음 시작하는 학교들은 제일 쉽게 도입할 수 있는 1군과 2군 교육부터 선택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만일 처음부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필수과목으로 만들기 어려우면, 적게 배정된 필수 시간에 간단히 개요를 다루고, 선택과목이나 또는 수업 외 교육프로그램에서 좀 더 많은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때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어 그 결과를 전체 교수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1, 2군의 교육 내용을 점차 교육과정에서 고정된 시간 과목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나서 3군 교육을 도입하고 마지막에 4군 교육을 도입한다. 처음에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이라는 이 름하에 시도되는 한 과목만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인문사회의학 관련 교육과정이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그 교육은 점차 확장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누어 도입한다.

1, 2, 3군의 핵심적인 내용은 필수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풍부하고 깊게 가르치기에 의대 교육과정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이 다 알아야 하는 교육 내용은 필수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치지만, 그 분야에 더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위한 심화 교육은 선택과목을 통하여 교육시키는 것이 좋다. 다만, 개설되는 인문사회의학 교육 선택과목 중 몇 개는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여, 어떤 내용이 되었든, 인문사회의학 교육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전체 학년에 걸쳐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배치한다.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실시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이것이 특정 학년에만 국한된 교육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에 대한 교육이나 진로선택, 가치관, 인성교육이 1학년이나 4학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 학년에 적절히 나누어져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그들의 생각, 가치관이 변화될 수 있도록 학년에 맞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나선형으로 심화, 확대되어야 한다. 연세의대의 경우, 처음에 주로 1, 3학년에만 도입되었던 인문사회의학 교육들을 전 학년에 확대시행하고 있다.

4) 도입되는 단계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한다.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의학 현장에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논란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의학교육 현장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도입되고 정착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1단계:인문사회의학 교육 전(前) 시기

의학교육에 있어 인문사회의학에 대한 개념 이해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이 시기에 의대 교수들은 전체적으로 인문사회의학적 소양은 의사나 의대생 각 개인이 알아서 가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소양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의사로 활동하는데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인문사회의학 교육자들의 역할은 이러한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교수 집단을 구성하고, 학교 내 여러 교수들과 주요 보직자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넓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2단계:기초 인문사회의학 교육 발아기

이 단계는 의료윤리, 의료법, 의료 커뮤니케이션 등 제한된 주제들이 정규 의학교육에 부분적으로 도입되는 시기이다. 아직 인문사회의학의 목표와 정신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제도가 도입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인문사회의학 교육자들의 역할은 교육시간의 양과 질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과 더 높은 인문사회의학 교육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나가는 것이다.

3단계:인문사회의학 교육 발전기

의료윤리, 의료법, 의료 커뮤니케이션 등의 교육을 넘어서 좀 더 궁극적인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시도되는 시기이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 의료경영, 환자교육, 다양한 인문과학과 사회과학과 의료의 연결 등이 시도된다. 하지만 이 단계는 아직 의학의 생의학적 영역의 교육과 통합되지 못하고 별도의 것으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기의 인문 사회의학 교육자들의 역할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의 개발과 질 관리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 즉 생의학 교육 내용과의 실질적 통합을 위한 전체적 교육 프로그램의 재편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4단계:인문사회의학 교육 성숙기

이 단계는 의학의 생의학적 교육 프로그램과 인문사회의학 교육 프로그램이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예를 들어 해부학 시간에 사체 해부를 시작하면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이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 등을 함께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다. 암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이들의 심리, 사회경제적 지원을 공부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 중요한 것은 생 의학적 교육과 인문사회의학적 교육을 동시에 시킬 수 있는 유능한 교수들이 있을 수 있도록 육성 지원하는 것, 또는 그것을 가르칠 수 있도록 각 영역의 교수들이 유능한 팀으로 활동하면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성숙성을 갖는 것이다. 이 시기의 인문사회의학 교육자들의 역할은 이러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좋은 통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과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 개발을 실시하는 것이다.

다. 인문사회의학 교육 방법

사실, 인문사회의학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 와 동시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 그 핵심을 이룬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할지라도 학생들이 그 내용에 대하여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에 따라 교육에 의한 변화가 없다면 그 교육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다. 저자는「의학교육의 미래와 인문사회의학 (2003)」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방법에 대하여 네 가지 제안을 한 바 있다. 첫째, 학생의 직접적인 참여와 활동 강화, 둘째, 작문 교육의 강화, 셋째, 가치관 교육의 강화, 넷째, 의학교육의 범위 확대 및 진로지도였다. 여기서는 그 때 제안된 방법들을 실제로 시행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제안을 몇 가지 하고자 한다.

1) 학생의 직접적인 참여와 활동 강화

연세의대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시행하면서 갖게 된 생각은 학생의 참여가 인문사회의학 교육 효과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교육시간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앉아서 강의를 듣는 식으로만 해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교육 효과는 없게 된다. 따라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 참여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대형 강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이에 필자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도를 시행한 바가 있다.

(사례 1 - 대형강의에서의 학생참여)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한 수업에서 도입한 방식이다. 외부 강사와 사전에 심의해 ‘강의’ 형식이 아니라 과목 책임교수인 필자와 외부 강사의 ‘공개 좌담’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마치 TV에서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듯이, 앞에 낮은 탁자를 두고 꽃병도 올려놓고, 비스듬히 두 개의 의자를 배치 한 후, 먼저 교수가 올라가 이제 단상으로 올라오실 분을 소개하고,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외부 연자가 올라와 교수와 함께 의자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가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따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일반 수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수업의 중간 휴식 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질문을 한 가지씩 적어 제출하도록 한다. 그러면 교수는 그 질문 중 의미 있거나 흥미 있는 질문을 바 로 그 자리에서 선택하여 어느 학생이 던진 질문이라고 소개하면서 초청 연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이 써 낸 질문이 선택되는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어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때 질문한 내용들 중 우수한 질문은 추후 평가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게 하였다.

(사례 2 - 프로젝트를 통한 학생 참여)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부과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과제를 준다. 즉 학생들 4~5명을 한 조로 하고, 각 조마다 전 세계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저개발국가를 하나씩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가상 상황을 준다. 예를 들어 학생 팀은 이제부터 WHO에서 파견되는 저개발국가의 의료지원팀이다. 팀에게는 1년의 시간과 100만불의 예산이 주어진다. 이 조건을 가지고 현재 그 나라에 가장 중요하고 요긴한 보건의료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는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8주 수업 중 첫 주에 각 나라를 조에 배분하여 주고 마지막 7, 8 주 수업 시에 각 조별 발표를 하도록 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했던 이 수업은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만들어내, 교육 효과가 높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 참여 수업은 많은 학습량과 시험 준비에 쫓기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도 있었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통하여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수업 운영은 학생들에게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구성해야한다. 인문사회 의학 과목들의 학점은 작고, 다른 과목들의 학점은 큰데, 무조건 학생 참여를 높인다고 많은 부담을 주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으로 필요한 교육이 있을 때, 학생들에게 흥미 있는 과제를 주고 조별 활동으로 그 과제를 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 참여와 그에 따른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 의미 있는 시도였다.

(사례 3 - 학생질문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업)

학생 참여를 증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수업의 내용을 나열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수업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의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업 시간 내에 학생들의 질문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이에 대하여 필자가 택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 학생들에게 A4 용지 한 장으로 되어 있는 과제를 나누어 준다. 그 종이에는 두 개의 수업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이 질문에 답할 내용을 제시한다. 그것은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오늘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본인이 가진 질문 두 가지를 적어서 제출하도록 한다. 학생들의 질문 수준은 평가의 대상도 되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가진 질문이 무엇인지를 아주 솔직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음 시간에 학생들이 던진 질문 중 의미 있거나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질문한 내용을 소재로 답을 해 나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수업 시 간에 질문을 제기한 학생의 이름을 거명하면 학생들은 훨씬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2) 글쓰기 교육의 강화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중 하나는 글쓰기를 시키는 것이다. 글쓰기 교육은 결국 더 많이 읽고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능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쓰기 교육을 시키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

(사례 1 - 독후감을 통한 글쓰기)

글쓰기는 학생들에게 읽을 자료를 제공한 후 독후감을 쓰게 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읽을 자료를 선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선정하는 것은 사전에 확정된 책이나 논문으로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주어진 자료 3~4개 중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읽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독후감을 받아 점수만 매긴다면 학생들은 수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못한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수업 방식을 지도한 적이 있다. 책을 4~5권 지정하고, 그 중 하나의 책을 선택해 읽고 그에 대한 독후감을 쓰도록 한다. 그리고 제출한 독후감을 미리 평가하여 그 중 잘된 것, 논쟁 요소가 있는 것을 추린다. 그리고는 수업을 시작하면, 선택된 학생 독후감의 관심 있는 부분들을 읽어 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교수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독후감을 쓴 학생도 그에 대한 발언을 하도록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듣는다. 이것은 글쓰기 교육의 효과도 가질 수 있고, 동시에 대형강의에서의 학생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 학생들이 너무 많은 양의 글들을 쓰게 되면 그 평가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적절한 분량의 글쓰기를 하는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어, 필자의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써서 인쇄하여 제출하되, 맨 마지막에는 이 자료를 읽고 본인이 가지게 된 질문 두 가지를 써 내도록 하였다. 이 질문은 학생들의 글쓰기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자료 중 하나가 된다.

(사례 2 - 시험을 통한 글쓰기)

학생들에게 미리 읽을거리를 제공하거나 수업에서 다룬 내용 등을 토대로 간단한 글쓰기 시험을 칠 수 있다. 과목이 모두 끝날 때 그 과목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내용들을 가지고 문제를 내어 그에 대한 간단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험 형식으로 글을 쓸 때는 손으로 써야 하므로 그 분량은 길어질 수 없다. 그러나 짧은 문장을 얼마나 정확하고 잘 쓸 수 있는가를 평 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3) 가치관 교육의 강화

가치관 교육 또는 인성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은 결국 ‘체험’ 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의만을 통하여 가치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사례 1 - 방문을 통한 교육)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는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대학이다. 이에 교육 프로그램 중 한국 기독교 선교와 선교사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양화진 외국인 묘지’ 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한 바 있다. 학생들은 자유로이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그 곳을 방문하고, 많은 묘지들 중 가장 인상적인 묘지 앞에서 사진을 찍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사진과 함께 자신이 이 묘지를 택한 이유와 소감을 간단히 써서 제출하도록 하는 교육을 시행한 바 있었다. 이러한 체험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사례 2 - 본 1 회진 따라 돌기)

본과 1학년 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의 교수들의 아침 회진을 따라 도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본 적이 있었다. 모든 학생들을 2명씩 조를 짜서 각 교수들께 배 정하고 그 교수들의 아침 회진을 따라 돌게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회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써서 제출하고 그 다음 시간에 그 내용을 갖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이라 회진을 따라 돌 때 입을 가운이 없는 것부터 시작하여, 회진을 시작하는 정확한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하여 문제가 된 학생들이 있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으나, 이러한 ‘병원에 대한 체험, 의사들에 대한 체험’ 은 이제 의학 공부를 막 시작하는 본과 1학년 학생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충격을 주는 교육으로서 의미를 가졌었다.

(사례 3 - 봉사 체험)

이것은 현재 준비 중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과 학생들이 예과 2년 기간 동안 꾸준히 봉사 활동 체험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예과 1학년 때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은 봉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여 준다. 물론 꼭 그 기관에만 가야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과 개인적 연고가 있는 곳이든, 또는 새롭게 탐색해 알아본 곳이든 상관없다. 단 1학년 1학기 말까지 알아보고 탐색한 곳을 보고하고, 과목 책임교수로부터 허락을 받도록 한다. 그리고 2학년 1학기까지 1년 동안 봉사 하도록 한다. 봉사시간은 학생 수준에 맞추어 많이 정하지 않는다. 매 학기 봉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2학년 2학기 때에는 학생 자신의 봉사경험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다른 학생들과 경험을 나누도록 한다.

4) 의학교육의 범위 확대 및 진로지도

의학의 개념과 지평이 더 넓어지는 것을 의과대학 교육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학과 의료는 단지 환자를 진찰하고 투약 하고 수술하고, 기초의학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학의 정보와 내용들을 일반 대중들과 연결시 켜주는 언론사들의 전문 의학기자들의 활동도 분명히 핵심적인 의사 활동에 속한다.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의학교육과 접목시켜 의학교육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해 내는 것도 의사 활동에 속한다. 의료 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기준을 만들고 그에 대한 재판에서 변호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것도 의과대학 출신의 법조인들이 하는 중요한 의사 행위이다. 의료인들이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좋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일반 대중들이 의사에 대하여 가지는 인상과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의사 행위이다. 한국 의료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류학적 분석을 하고 논문을 써서 의료계의 내부 문제를 더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의사 활동이다. 문제는 미래에 이러한 활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의학교육 제도 안에서 자신들의 미래 활동에 대한 전문적 훈련이 가능하도록 의학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졸업생 전원을 임상 의사나 기초의학자로만 키워 낸다는 고정 관념에서 의학교육 스스로 벗어 날 수 있을 때만 21세기 보건의료 분야의 지도자들을 배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넣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교과 외 프로그램으로 다루도록 하여야 할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규 과목이라도 필수 과목으로 할지, 아니면 선택 과목으로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정규 과목은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 되지만, 선택과목은 관심 있는 학생들만 들을 수 있는 더 다양한 과목 편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교육의 내용과 목적상, 반드시 정규 시간만을 이용하는 교육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수업 시간 이외에 학생 대상 특강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도 있고, 방학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례 1 - 선배와의 만남 시간)

학생들에게 의사로서 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한 교육 방법은 그 길을 걷고 있는 선배들과 직접 만나게 해 주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선배와의 만남’ 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선배들을 초청하여 그 분들과 개인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정규 교육 과정 외의 프로그램이어서 사전에 학생들 신청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참석 신청을 받는 이유는 학생들로 하여금 더 적극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다과 준비, 사용할 장소의 크기 등을 신청자 숫자에 맞추어 할 수 있기 때문 이다. 주제에 따라 15~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왔다. 이 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도 개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강사와 학생 모두를 격려하는 것이다.

(사례 2 - 다양한 선택과목의 개설)

어떤 주제는 아예 독립된 교과목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의료전문기자의 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기 좋은 의료전문기자가 운영하는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다. 의료선교사로 나갈 계획이 있는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의료선교학 교과목도 선택과목으로 개설한다. 이와 같이 진로 선택과 연관되는 다양한 선택과목들이 개설되면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과목을 담당하시는 교수 (내부 또는 외부) 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례 3 - 외부 프로그램과의 연결)

한 학생은 의대에 들어와서 법학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보였다. 그에 따라 의대 내의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를 연결하여 주고, 방학 때마다 로펌의 인턴으로 가서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였다. 의과대학과 로펌에서의 인턴 경험이 앞으로 의료전문 법조인으로서 활동하는데 기반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학생 한명은 의대에 들어와 경제학에 관심을 보였다. 이 학생은 그에 대한 정보와 학습을 지속하였고, 의대 졸업과 동사에 경제학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공부를 하였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미국의 유명 대학의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 공부 중에 있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의학을 공부하고 의학 이외의 다양한 전문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의과대학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결 론

많은 의대 및 의전원에서 많은 교수들은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실제로 좋은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그동안 필자가 연세의대에서 시행한 인문사회의학 교육도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이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은 제대로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의학 및 의료 영역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생각을 할 줄 알고, 시대 속에서 환자들에 대한 올바른 책임감을 가지며, 더 발전할 수 있는 의학적 상상력을 가지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의학 교육의 요소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기에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문사회의학 교육을 위한 경험과 생각 들이 더욱 축적되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더욱 큰 힘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기 위하여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각 대학의 교수들이 함께 경험을 묶는 것이 필요할 것 이다. 그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의미 있는 새로운 과제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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