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업부적응 학생의 심리사회적 특성과 체계적 지원방안에 대한 탐색
Exploring the Psychosocial Characteristics and Systematic Support of Academically Maladjusted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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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psychosocial characteristics of academically maladjusted students and the College's current status regarding academic maladjustment based on 4-year medical student cohort data collected from 2018 to 2021 and through interviews with 10 medical education experts using the integrated research method. This study included 223 students who consented to inclusion in the student cohort and participated in the emotional behavior test and college adaptability test of whom 65 students experienced academic maladjustment. Academically maladjusted students had significantly higher scores for social stress, anxiety, sense of inadequacy, attention, hyperactivity, and school maladjustment, and significantly lower scores for relationships with parents, interpersonal relationships, self-esteem, self-confidence, and self-strength. Academic and social integrity, emotional stability, university satisfaction, and university service satisfaction were all significantly lower in the academically maladjusted students than in the non-maladjusted group. The expert interviews indicated that academic maladjustment was mainly recognized as a personal problem, with causes such as lack of motivation and learning methods, vulnerability to stress, lack of social relationships and alienation, lack of support from the family, and insufficient resilience. Systematic support other than counseling for academically maladjusted students is required, and an early diagnosis and preventive intervention are important.
서 론
의과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수능성적 상위 1.5% 이내의 성적이 요구된다. 이는 학업적으로 우수한 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의과대학 진학을 하게 되므로 동질적인 고성과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지금껏 실패 경험이 거의 없거나 적은 학생들이 학업적인 실패나 부적응을 경험하거나 높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측은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스트레스, 번아웃, 부적응과 같은 심리사회적 특성과 그 결과에 대한 다수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것들이다[1,2]. 특히 의과대학생은 높은 학업부담을 경험하며, 이러한 학업부담이 학업과 학습에 대한 자율성과 학업적 효능감, 학업에 대한 긍정적 기대 등을 잃게 만들며, 학습을 유급 회피를 위한 동기로 받아들이게 되는 등의 역효과를 만들기도 한다[3]. 또한 학업성취도 평가가 상대 평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학업우수 인재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서열화됨으로써 협업적 학습과 성장 노력보다는 경쟁적 문화와 경직된 교육풍토와 조직문화를 일찍부터 경험하게 된다[3,4]. 그러나 의과대학 입학생의 대부분은 의예과 2년과 의학과 4년을 포함하는 총 6년간의 학업뿐만 아니라 의사국가고시 준비를 통해 향후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적응하게 되며, 의과대학은 이 전 과정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따라서 높은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낮은 삶의 질 경험을 높이면서 행복한 의과대학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의과대학 진학 초기부터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학생 지원의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생의 경우 향후 의사가 되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게 될 만큼 의과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지지할 수 있는 학교 주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유급 및 기타 학업부적응 경험에 의해 휴학 등을 경험한 경우 개인의 적응적 노력뿐만 아니라 대학 차원의 상담과 지도가 요구되며, 따라서 학업부적응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의학교육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진급하지 못한 학생들은 일탈자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고 그 원인을 개인적 문제로 여겨 의과대학이나 교수진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영역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2,5]. 국외의 경우 유급이나 중도 탈락 원인의 많은 부분을 교수법과 지원의 부족 문제 등으로 인식하여 적극적 개선을 탐색하며[2,5], 이러한 접근을 수용한 의과대학 평가인증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학생 개인의 적응적 문제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는 학생 상담 및 지원체계의 구축을 주요 평가기준 중 하나로 정하고 있다[6]. 특히 학업, 생활, 진로 영역별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과 그 실적 등을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각 의과대학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의 학업과 심리․ 사회적 적응을 다룰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수집과정과 지원체계 등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내․ 외 협력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모색하면서 학생 지원의 범위와 내실화를 강화하고 있다. 즉 학습부적응과 관련한 문제 또한 의과대학의 지원대상이며, 이와 관련하여 대학 수준에서 대응해야 할 과제들을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학업부적응 학생들의 심리사회적 특성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요 상담주제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생의 상담과 관련한 주요 호소문제들을 탐색한 Kim [7]의 연구에 따르면, 의과대학생의 주요 호소문제는 학업문제, 진로문제, 심리․ 사회적 문제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되며, 학업문제는 ‘학업동기, 학습방법, 학습전략’의 문제, 진로문제는 ‘진로 및 전공선택, 자기성장동기’의 문제, 심리 ․ 사회적 문제는 ‘정서 및 성격, 가족관계, 동료 이성과의 관계, 건강, 경제, 가치관’의 문제로 구분되었다. 특히 3학년에 비해 1학년 학생들이 학습방법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4학년 학생은 1학년 학생에 비해 경제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평가하였으며,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학습방법과 전략, 진로 및 전공선택, 건강과 가치관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Chung 등[8]의 연구에서도 의과대학 학생의 소진이 학교에서의 사회적 관계망 결여와 정체성 미확립, 취약한 정신건강상태, 진학의 내적 동기 결여 및 적성 문제, 학업 외 개인적 위기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또한 다수 연구에서 의과대학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이며, 대인관계, 진로, 경제적 어려움, 건강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9]. 이러한 연구결과는 학생들이 학년이나 성별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라서도 주요 호소문제나 중요문제 인식 정도가 달랐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보다 다양한 영향요인에 대한 탐색과 심층적 분석이 필요함을 보여준 연구라 할 수 있다.
일반 대학생의 경우, 유급과 같은 학업부적응을 경험한 학생들이 학습동기나 자기효능감이 낮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무력감과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10,11], 정서행동적으로 낮은 자기통제력, 충동성 등의 성격 특성과 또는 불안, 우울, 분노,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개인의 학업부적응 행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12]. 특히 성실성과 학습습관이 잘 갖추어지지 않을 경우 학업 저성취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고, 학업적 자기효능감, 학습동기가 높을수록 학업우수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13]. 반면, 학창시절 동안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경험해온 의과대학 학생들은 자신이 부족하거나 타인보다 뒤처지거나 실패할 만한 상황에서 학업지연행동 등의 학업부적응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낮은 자기조절 효능감을 갖게 하고[14], 스트레스, 불안감 등 정서적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15,16]. 또한 대학생들의 생활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당면과제 스트레스 등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는 대학생활 적응, 대학에서의 학업적 적응, 사회적 적응, 대학에 대한 애착 등과 부적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7]. 따라서 학업부적응을 경험한 의과대학생의 정서행동적 특성과 대학 생활 적응 정도를 관찰함으로써 이들 학생들을 위한 적응적 지원방안을 탐색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보고되고 있는 다수의 학술논문에서는 의과대학생의 학업성취나 학습부적응, 또는 학교부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 단일 변수 혹은 소수 변수 내에서 탐색하고 있다[1-5,8,9]. 이는 유급 및 중도탈락 학생 수가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소수이고,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개인적 문제로 간주되어 의학교육의 연구대상으로 다루어지기에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부적응 학생들에 대한 의과대학 수준의 지원이나 관리와 관련한 체계적 접근의 탐색 또한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진은 학업부적응을 그 결과로 나타나는 유급과 휴학, 그리고 중도탈락으로 정의하고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의 2018년에서 2021년의 4년간 학생 코호트 자료와 대학정보공시 자료 등을 활용하여 학업부적응 학생들의 심리 ․ 사회적 특성과 학업성취를 탐색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또한 통합연구방법 접근에 따라 국내 권역별 의학교육 전문가 10인에 대한 인터뷰에 근거하여 학업부적응 학생에 대한 인식 및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목적에 따라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4년간의 학업부적응 현황 및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2) 학업부적응을 경험한 학생들이 무경험 학생들과 비교하여 정서․행동 및 대학적응력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3) 학업부적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대학 수준의 지원체계와 지원방안은 무엇이며, 학생들을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의과대학의 과제는 무엇인가?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Teddlie와 Tashakkori [18]의 통합연구방법론에 기반하여 양적 연구를 선행한 후 질적 연구를 실시하는 순차적 통합설계(sequential mixed designs) 방법을 적용하였다. 즉 연구주제와 연구 문제를 바탕으로 4년간의 의과대학 전체 재학생의 재학 자료와 각 학년도 입학생들의 코호트 자료에서 학업부적응 및 영향요인과 관련한 자료를 추출하여 분석하는 양적 연구를 수행한 후, 그 대응방안의 도출을 위해 의학교육 전문가 10명과의 인터뷰를 이용한 질적 연구를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Merriam [19]이 제안한 동료검토법을 실시하였으며, 이는 연구주제, 연구방법, 관련 분야에 식견이 있고 연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의학교육 경력 8년 이상의 전문가 3명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연구분석 자료와 연구결과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였다. 또한 3명의 참여자 검토를 통하여 내용분석의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절차는 Figure 1과 같다.
2. 연구대상자
본 연구는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로 구성되는 통합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양적 연구를 위하여 대학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2018–2021학년도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현황을 살펴보고, 코호트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4년간 학년별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 현황 및 부적응 사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때 학업부적응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 함은 유급, 휴학 및 자퇴 경험이 있는 학생을 의미한다. 4년간의 전체 재학생 수 평균은 353명이며, 재학생 성비 평균은 남학생 59.7% (210명), 여학생 40.4% (143명)이었다. 학업부적응 경험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간 비교를 위하여 2018–2021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 중 코호트에 동의하고 정서행동검사 및 대학생활 적응검사에 참여한 학생자료를 학번별로 분석하였다. 전체 재학생 중 최종 분석대상자는 223명(4년간 전체 입학생 231명의 96.5%)이었으며, 이 중 학업부적응 경험이 없는 학생은 170명(72.2%)이었으며, 학업부적응 경험이 있는 학생은 53명(23.8%)이었다. 분석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양적 연구에서 도출된 연구결과에 따라 의과대학의 학업부적응 대응방안에 대한 질적 연구를 시행하였으며, 주요 대학별 학생 지원과 관리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5개 권역별 의학교육전문가를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서울/경기권 2명, 대전/충청/강원권 2명, 부산/경남권 3명, 대구/경북권 2명, 전라권 1명 등 총 10명이 인터뷰에 참여하였으며, 인터뷰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7.8세였다. 또한 인터뷰 참가자의 의학교육 관련 평균 경력은 13.8년으로, 최소 7년 이상 해당 전문영역에서 활동하였다. 인터뷰 참가자의 특성은 Table 2와 같다.
3. 연구도구
1) 학업성취도
본 연구에서는 학생 코호트 자료 중 2018–2021학년도 의과대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추출하였으며, 학업성취도를 학년별 평균 평점과 각 과목별 원점수로 수집 관찰하였다. 평균 평점은 4.5점 만점이며, 교과목별 성적은 100점으로 구성된다.
2) 한국판 대학생용 정서행동 평가
의과대학생들의 정서행동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Reynolds와 Kamphaus [20]가 개발한 Behavior Assessment System for Children (BASC)를 Ahn [21]이 한국판 대학생용으로 표준화한 Korean version of the BASC-2 점수를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자기보고형 검사로 예/아니오의 이분형 응답과 Likert식 4점 척도로 구성된다. 전체 20개의 소척도 점수 중 본 연구에서는 13개 소척도를 활용하였으며, 각 소척도의 신뢰도는 Table 3과 같다. 13개 소척도는 사회적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부적절감, 주의집중 문제, 과잉행동, 시험불안, 학교부적응, 부모와의 관계, 대인관계, 자긍심, 자아신뢰감, 자아강도였다. 소척도 신뢰도 Cronbach’s α는 0.74–0.89였다.
4. 연구절차 및 자료분석
본 연구의 연구절차는 Figure 1과 같이 양적 자료분석을 위하여 임상시험위원회의 연구심의와 승인을 거쳐 의과대학 코호트 지침에 따라 의과대학장의 자료 활용 승인을 득하였으며 식별 가능한 학생 개인정보가 모두 삭제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자료분석은 IBM SPSS ver. 21.0 (IBM Corp., Armonk, NY, USA)을 이용하였다. 응답자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빈도분석, 교차분석 등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학업부적응 경험 유무에 따른 대학적응과 정서행동 특성 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t-test를 실시하였다.
질적 자료분석을 위하여 학회위원 3명이 추천한 10명의 의학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인터뷰에서 주로 수집된 자료는 유급과 휴학 원인 및 주요 영향요인, 학업부적응 학생의 심리․ 사회적 특성과 대학생활 적응, 소속 대학의 학생 지원체계와 전문가 활용, 학업부적응 대응을 위한 요구 및 방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었다. 먼저 인터뷰 참여 동의 여부를 e-mail로 타진한 후, 참여 동의 회신한 전문가에 한하여 연구참여 동의서를 득하였다. 인터뷰 참여자는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라, 대전/충청/강원, 서울/경기의 5개 권역별로 1인 이상 배치되도록 하였다.1) 사전 동의한 참여자는 반구조화된 인터뷰 예상 질문지를 받게 되며, 일정에 따라 Zoom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비대면 원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2022년 8월에 실시하였으며, 평균 인터뷰 소요시간은 62.3분이었고 필요시 1회의 추가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인터뷰 전 과정은 녹화되고 전사되었으며, 전사된 자료는 내용분석(contents analysis)을 통해 주제별 약호화와 규명작업을 거쳤다. 내용분석을 위해 전사 자료에 대하여 3명의 연구자가 합의 워크숍 형태(consensus workshop method)로 분석과 해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주제코드에 대해서는 3명의 참여자 검토(member check)와 3명의 동료 검토(peer review) 작업이 이루어졌다.
5. 연구윤리
이 연구는 건양대학교병원 임상시험위원회의 연구심의와 승인을 거쳐 수행되었다(IRB File No. KYUH 2022-07-006-001).
결 과
1. 2018–2021학년도 학업부적응 현황
2018–2021학년도 대학알리미(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이트에 제시된 정보공시에 따른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유급 학생 현황은 Table 5와 같다. 4년간의 전체 재학생 수 대비 유급 학생 수는 65명(2.33%)이었으며, 연도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15명이 유급을 경험하였다. 전체 유급 학생의 32.31%인 21명이 의예과 1학년에서, 50.77%인 33명이 의예과 2학년에서 유급을 경험하였으며, 본과 진학 후 유급한 학생은 총 11명으로 9.23%인 6명이 의학과 1학년에서, 7.69%인 5명의 학생이 의학과 2학년에서 유급하였다. 4년간 성적과 관련하여 65명의 학생이 유급한 것 외에도 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는 타 대학 진학 준비 11명, 군복무 10명, 건강상의 문제 6명, 부적응 4명 등이 있었으며, 타 대학 진학 사유로 자퇴한 학생은 12명이었다.
2018–2021학년도 입학생 중 유급을 경험한 65명의 학생이 어려움을 겪은 주요 교육과정은 Table 6과 같다. 4년간 학생들의 유급이 가장 많이 관찰된 교육과정은 의예과 2학년에 진행되는 기초의학 통합교육과정(56명)이었으며, 의예과 1학년 기초과학 교육과정(34명),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20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칙에 따라 평점 2.0 미만일 경우에도 유급이 발생하였으며, 총 21명의 학생이 해당 사유로 진급을 할 수 없었다.
2. 학업부적응 경험/무경험 학생의 정서행동과 대학 적응 정도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과 무경험 학생 간 정서행동 특성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t-test를 실시한 결과는 Table 7과 같다. 학업부적응을 경험한 학생들은 무경험 학생들에 비하여 사회적 스트레스(t=3.136, p<0.01), 불안(t=3.332, p<0.001), 우울(t=2.086, p<0.05), 부적절감(t=3.705, p<0.01), 주의집중문제(t=3.786, p<0.001), 과잉행동(t=2.802, p<0.01), 시험불안(t=3.612, p<0.001), 학교부적응(t=2.504, p<0.05)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부모와의 관계(t=-2.261, p<0.05), 대인관계(t=-2.417, p<0.05), 자긍심(t=-3.933, p<0.001), 자아신뢰감(t=-2.672, p<0.01), 자아강도(t=-3.578, p<0.01)에 있어서도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들이 무경험 학생들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과 무경험 학생 간 대학 적응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t-test를 실시한 결과는 Table 8과 같다. 종합 척도인 학생 특성(t=-6.728, p<0.001)과 대학 특성(t=-2.069, p<0.05), 학업여건 안정성(t=-2.343, p<0.05)의 경우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낮은 점수를 보였다. 종합척도별 하위요인들 중 학생 특성의 경우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들이 학문적 통합성(t=-3.823, p<0.001), 사회적 통합성(t=-2.691, p<0.01), 정서적 안정성(t=-3.517, p<0.01), 진로정체성(t=-3.325, p<0.01)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대학 특성의 경우도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들의 대학교육 만족도(t=-2.464, p<0.05), 교육서비스 만족도(t=-2.176, p<0.05)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으며, 교수와의 관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학업여건 안정성의 하위 요인인 경제적 안정성, 가족의 정서적 지지, 학업지속 안정성은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3. 학업부적응 현황 및 대응방안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 결과
1) 관리하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유급생
인터뷰 대상자들이 소속한 대학의 최근 학업부적응 학생 현황에 대해 알아본 결과는 부록 1과 같으며, 추출된 주제는 ‘관리하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유급생’이다. 대체로 각 대학은 학생들에 대해 입학했으면 졸업시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으나, 조기 학업 중단과 진로 재설정이 학생들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교수진도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학업부적응을 주로 유급으로 인식하였으며, 각 대학에서 주로 학업 사유로 발생한 유급은 적게는 3년 내 1명, 많게는 한 해 11명이고, 타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한 유급이 30명 정도 발생한 대학도 있었다.
의예과에서는 주로 기초의학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유급 학생이 늘었으며, 의학과의 경우에는 교과성적 외에도 기초종합 평가, 임상종합평가,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와 같은 시기성과 평가나 공동 시험성적에 근거하여 유급을 결정하였다. 대체로 학업부적응 학생을 줄이기 위하여 재평가 및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한 대학에서는 5회에 걸친 재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최종 평가 시에는 1:1 구두시험을 녹화하면서 실시하였고, 학생들의 성취도와 발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등 체계적이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번거로울 수 있는 재평가 및 재교육 과정에 대한 교수진의 이해와 참여를 이끄는 데에는 약 2년이 소요되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2)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는 학업부적응
인터뷰 대상자들이 주로 경험한 유급 및 학업부적응 원인에 대해 알아본 결과는 부록 2와 같으며, 추출된 주제는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는 학업부적응’이다. 의과대학에서의 생존은 주로 개인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1) 적절하지 못한 진로선택이나 동기부족, (2) 학습방법을 잘 모르거나 의학 공부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 (3) 스트레스에 취약한 학생, (4) 사회적 관계가 어렵거나 소외되는 학생, (5) 가정의 지지와 회복 탄력성이 부족한 학생으로 요약 가능하다. 특히 의예과 학생의 경우에는 의과대학 진학 동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특히 부모의 강요 등으로 진학한 경우에는 무동기에 가까운 상태를 보고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는 곧 게임에 빠지거나 성실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기초의학이 시작되는 의예과 2학년에서 주로 관찰되는 학업부적응은 학습방법 및 메타인지 문제들이었으며, 저학년에서 시작되는 학업부적응 특성이 지속적으로 이후 학습에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모든 인터뷰 참여자들이 최근 학생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느슨해진 점과 함께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정보 획득이 어렵고 적극적인 정보수집 노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관계적 소외 또는 정보에서의 소외현상은 본인이 자초하거나 동료들에 의해 발생하였고, 학업부적응을 더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유급 학생 관리 중 부모와의 인터뷰를 실시 한 참여자들은 비록 부모가 지지적으로 보일지라도 학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상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학업부적응 학생의 다수가 회복탄력성과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유급을 경험한 학생은 교수진에 대한 분노나 불신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며, 자기 스스로 혹은 동료들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고 이에 따라 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3)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의과대학과 헌신하는 교수진
인터뷰 참여자 소속 대학의 학생 지원체계와 학업부적응 관련 요구와 현실에 대해 알아본 결과는 부록 3과 같으며, 추출된 주제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의과대학과 헌신하는 교수진’이었다. 학업부적응과 관련하여 각 대학은 의과대학 평가인증 대비를 위해서라도 학생 지원체계를 구축하였으며, 규정이나 지침, 지원인력이나 프로세스 등을 완비하고 이에 따라 학생을 상담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대체적으로 다단계의 학생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담당할 교원 및 부서나 위원회 등을 정의하며, 학생들의 변화와 발맞추어 학생들에 대한 정보전달방식을 개선한 대학도 있었다. 본부 혹은 의과대학 소속으로 전문상담사 혹은 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고 있었으나, 특히 전문 상담인력의 활용과 관련하여 의과대학 및 의학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경우, 그 활용성이나 효과성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 중 7명은 대학 내 학생 관련 보직이나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10명 모두 학생 상담이나 부적응 학생 관리 등의 활동에 적극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헌신하는 교수진의 노력으로 대학의 학습부적응 학생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 헌신의 정도는 전체 학생 상담 시행이나 부적응 학생에 대한 장기 상담, 튜터링이나 멘토링 프로그램 기획 혹은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학생 관리 및 지원과 관련하여 담당 교수진이나 전문가 집단을 양성할 필요성도 제시되었으며, 교수개발을 통한 상담 및 지원인력 풀 개발 및 전반적인 면담역량 강화가 요구되었다.
4) 관리보다 모니터링과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터뷰 참여자들이 제안한 학업부적응 대응 방안은 부록 4와 같으며, 추출된 주제는 ‘관리보다 모니터링과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였다. 인터뷰 참여자 전원이 사후 조치보다는 사전 모니터링이나 예방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였으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진단절차와 진단도구, 분석 및 보고 등의 활동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즉 중재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법을 논의하기 전 학생들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진단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나 규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체제가 마련되어 있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인력이 적고 소요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어 실질적인 운영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수의 교수진이 학업부적응 학생들을 줄이거나 돕기 위해 노력하나, 이 또한 체계적인 지원과 역량개발이 요구되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학생 간 상호 협력하거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튜터링이나 멘토링, 그 외 학습지원 프로그램들을 의과대학 수준에서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으며, 상담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유급 후 복학 시 적응과 관련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고 찰
본 연구는 순차적 통합설계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의과대학생의 학업부적응과 그 대응방안에 대하여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이에 코호트 자료에서 학업부적응 현황 및 부적응 경험 학생의 심리․사회적 특성에 대한 양적 자료분석을 실시하였으며, 10명의 의학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한 질적 자료분석을 실시하여 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먼저 최근 4년간 총 65명의 학생이 학업부적응 사유로 유급하였으며, 이는 4년간 재적생의 2.33%에 해당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 소속 대학 중 7곳이 최근 1년 혹은 3년 내에 2%–3% 유급률을 보였으며, 성적 관련 유급의 대부분은 의예과나 의학과에서 기초의학 비중이 증가하게 되는 시점에서 발생하였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의 경우, 의예과 1학년에 배치되어 있는 교양교과인 기초과학 교육과정과 의예과 2학년에 배치되어 있는 기초의학 통합교육과정에서 교과성적 미달빈도의 81% 이상이 일어났으며, 전체 평점 2.0 미달의 부적응은 전체 21건 중 의예과 2학년과 의학과 1학년에서 총 16건이 발생하였다. 또한 학생들의 학업부적응에 대한 다수 연구들에서도 입학 후 1–2년을 학업부적응 관리의 결정적 시기로 보고하고 있다[23,24]. 특히 유럽 학생들에 대한 학업부적응 연구에서 지원 요청 학생들에 대한 4년간의 추적결과에 따르면,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부분 입학 후 2년 내에 학업을 중단하게 되며, 이는 주로 첫 해 학업 관련 어려움을 겪거나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생을 위한 집중적인 학업관리 및 지원 노력은 의예과 1학년부터 의학과 1학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학업부적응을 경험한 학생과 무경험 학생 집단 간 비교에 따르면 학업부적응 학생들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부적절감 등을 더 많이 경험하며,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주의집중이나 과잉행동, 시험 불안 등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의 심리․ 사회적 어려움의 정도가 학년이 증가함에 따라 다르게 관찰되어 왔다. 주로 대학생활 초기의 적응적 어려움과 관련하여서는 열등감[25], 불안과 우울[26], 고립감[27], 무기력과 두려움[28] 등이 있으며, 학생들은 기대와 다른 대학생활에 대한 실망감과 현실적 어려움[29]을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초기 1년간 다수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실패 경험을 하게 되며[30], 의학과 관련하여 엄청난 정보량과 학업요구 과잉에 따라 완벽한 통달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되고, 성공적이고 유능한 자아상에 대한 도전을 경험한다[1]. 이후 의학과 진학 이후에는 주로 학업문제와 함께 임상 장면에 노출됨에 따른 자기 부족감과 진로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다[1,31]. 따라서 횡단적인 전반적인 학업부적응 학생 특성 관찰 외에도 종단적 부적응 및 심리․ 사회적 특성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학업여건 안정성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안정성이나 가족의 정서적 지지, 학업지속 안정성 등은 학업부적응 경험집단과 무경험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지속적 지원은 장학금제도 등의 확대로 해결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수가 적다는 점이 보고되었다.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부모의 지지와 관련하여 부모의 지지가 부족한 학생들은 적으나 부모의 자녀 상태 인식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있었다. 즉 경제적 혹은 정서적 지지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할지라도 학생의 학업부진 관련 정보나 심리 ․ 정서적 상태 등을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부모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적응 학생 지원을 위하여 전방위적 도움이 요구될 때 이러한 부모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과 관련하여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 사회적 근면성이나 정서적 안정성은 학습성취와 의미있게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2-34]. 본 연구에서도 학업부적응 경험 학생의 근면성과 정서적 안정성이 무경험 학생들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정서와 동기를 관리대상으로 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Han 등[32]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특히 학업에 취약점을 보인 학생들이 적절한 지도와 교육 없이는 학업실패를 반복하며, 학업적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함으로써 도움을 적절하게 요청하지 못하거나 평판 등을 고려하여 교수를 찾는 경우가 많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35,36].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학생들의 초기 유급 원인으로 입학동기 부족이나 무동기를 들었으며, 게임중독 등의 직접적인 학업 방해행동 원인 또한 학습동기에서의 문제나 학습에 대한 무기력과 스트레스 회피행동으로 인한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의과대학으로의 진학 결정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경우와 내적 동기 하락[2], 이에 따른 인내심 부족 등이 학업성취도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37]는 점에서 동기를 만들어 주거나 높여주고, 의과대학 생활과 의과대학에서의 학업과 관련한 흥미를 높여줄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문가 인터뷰에서 학업부적응 학생의 소외나 대인관계 어려움이 다수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부적응 학생의 심리 ․ 사회적 특성들과 학업성취도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거나 매개해 줄 것으로 예측되는 부모와의 관계나 대인관계도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인터뷰에서 주로 보고되었던 학생들의 상호작용 부족이나 소외가 양적 질적 자료 모두에서 확인되었다. 대학 생활의 즐거움이나 만족, 학업지속에 대한 동료들의 지지와 지원은 학업동기 혹은 의과대학 지속동기를 높여줄 수 있는 좋은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료들로부터의 소외감이나 스스로 자처하는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팀 활동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주로 멘토링과 튜터링의 활용, 동아리 활동 참여 등을 권장하였다. 학생과 교수의 정기적인 만남만으로도 학생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나 캠퍼스 내 기숙사 생활 등을 통해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학생들의 유급률이 낮다는 보고에 따라 정기적인 상담이나 학생 면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 자치활동이나 단체활동 등도 권장할 필요가 있다[34,38,39].
학업부적응에 대한 전문가 의견 중 가장 높은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모니터링과 사전진단의 필요성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의과대학 생활과 의학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의과대학생의 생활과 학습과 관련한 컨설팅이 가능한 전문 교수진이 필요하며,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적합한 진단 및 분석이 요구되었다. 즉 실질적인 개입이나 프로그램 노력 이전에 학생 개개인의 문제나 학업부적응 상태 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정보 축적과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지금까지의 전문 교수진의 헌신에서 확인된 것처럼 상당시간의 면담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기반한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대학 내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성이 있으며, 교수진의 전문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보상체계 또한 갖출 필요가 있다.
유급과 같은 결과론적 해결책이 아닌 유급 전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은 다른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재시험과 재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실상 더 많은 성공 기회나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대학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의 소속 대학은 5회의 재평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지필평가 이후 녹화 상태에서 구두평가 등을 실시하여 학생들을 보다 전인적 관점에서 평가하면서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또 다른 대학은 학업성취도와 관련하여 유급 등의 결정에 있어서 교수진 간 합의 등을 거치는 보다 신중한 절차를 도입하였고, 학업 관련 경고를 사전에 주거나 학생 스스로가 학습 관련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덴마크의 Aarhus 대학의 경우, 학업부적응을 위한 대응방안으로 시험에서 3회 이상 실패 후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첫 학년도 시험은 2년 이내에 합격하도록 허용하는 기간 연장을 실시하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1년 이내에 첫 해 시험에 참여해야 하며, 다섯 번째 학기에 생화학, 생리학 시험을 동시에 참여해야 하는 평가 참가요건을 면제하는 등 학업부적응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특별 면제신청을 하는 경우, 교육부장, 연구위원회 간사 및 학생 상담사와의 인터뷰에 참여하여 지원서에 제공된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면제를 득하게 된다[24]. 따라서 어떠한 제도와 지원방법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학업부적응을 예방하거나 적극적으로 극복할 동기를 제공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선제적인 지원 필요성은 국내 여러 연구에서도 관찰된다. Lee 등[40]은 학업성취도 우수학습전략의 이행에 관한 추적연구에서 유급 등의 학습부진이 나타나기 전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방법 또는 학습태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부진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며, 이는 의학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에게는 더욱 요구되는 사항임을 제안한 바 있다. Jeon [41] 또한 학사경고는 단회적이고 일시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입학 직후부터 지속된 대학 적응 실패, 학습부적응이 심화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선제적 지원책을 제공함으로써 학사경고 반복이라는 개인적 고통 및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 바 있다. 또한 Kim 등[42]은 의과대학 유급생 집단상담 프로그램 시행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유급되기 전, 학기 중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 때 도움을 받고 싶어 하였으며 학기 중에 상시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 시행되길 희망함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학습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학의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인 노력은 학생 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자 학생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 수준의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학습부적응 학생 지원절차와 기준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인적․ 물적 자원의 배치와 헌신하는 교수진에 대한 적극적 지원, 그리고 의학교육에 적합한 학습부적응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문인력의 자체 양성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가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동료지원 시스템과 동기 고양을 위한 다양한 교류와 적응을 돕기 위한 대학 수준의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의과대학이 학습부적응을 학생 개인의 문제나 책임을 넘어 의과대학이 함께 해결하고 도와야 하는 교육의 과제임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
본 연구는 1개 의과대학의 코호트 자료를 활용한 양적 연구와 이를 뒷받침하고 대응방안 등을 숙고할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포함하는 질적 연구를 함께 시행했다는 점에서 통합연구방법의 장점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코호트 자료의 한계로 학생 개개인의 심리․ 사회적 변화를 종단적으로 살펴보기에는 다소 제한이 있었으며, 각 대학별 상황과 대응 및 교육문화 등의 차이 등이 존재하였고, 인터뷰 참여자의 개인적 의견과 교육철학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화에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또한 본 연구뿐만 아니라 다수 연구에서 의과대학생의 심리․ 사회적 특성들이 예측되고 이러한 특성들이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거나 혹은 영향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들 요인들의 영향으로 유급이나 중도탈락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그 변인 간 관계를 나타내는 포괄적인 구조나 경로 및 예측모델 등이 탐색되지 않아 왔다. 따라서 이후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의 학업부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다수 변인들 간 관계나 지원모델 등의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본 연구는 연구목적에 근거하여 대응방안에 대한 전반적인 탐색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이후에 보다 구체적인 모니터링과 사전 대응방안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요구되며, 이를 바탕으로 실천적인 학생 지원방법과 노하우가 공유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업부적응이 단순히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무성과 교육적 책임을 다하는 의과대학의 실천적 노력이 요구되는 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의학교육적 숙고와 정보가 함께 공유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민감 자료가 포함될 수 있어 구체적인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으나 본 연구를 위해 인터뷰에 응해 주신 10명의 의학교육 전문가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Notes
저자 기여 박영순: 연구설계 및 자료수집과 분석; 천경희: 연구의 기본 개념 설정 및 연구설계와 집필; 이태희: 자료 수집 및 검토에 참여함.
교육여건 및 학생 관리와 관련하여 의과대학 정책에 대한 연구 참여자의 사적 의견 및 민감 정도를 다룰 가능성을 고려하여 대학명 및 대학 소재 지역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