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생을 위한 체제적 진로상담 모델과 전략
A Systematic Career Advising Model and Strategies for Medical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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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ne of the important roles of medical schools is to support medical students in deciding upon their future career path or choosing their specialt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suggest a career advising model and strategies for medical students through a systematic approach. This study consists of three parts. The first part introduces some main career theories: super’s career development theory, career decision-making theory, 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 and ecosystem theory. The second part proposes a systematic career advising model using the results acquired from previous studies and theories. This model considers a medical school as a social system that consists of two domains (internal and external). This social system is considered as a complex where various factors interact with each other: students’ individual characteristics, institutional policies and culture, curriculum and learning experience, students’ perceived specialty characteristics, and aspects of the external environment such as healthcare systems. The third part suggests some career advising strategies based on a systematic approach that medical schools can apply. These research results can be used for designing career advising courses for medical students, integrating various career advising programs and resources of medical schools, and evaluating the outcomes of career advising programs at an institutional level.
서 론
진로탐색 및 의학 전공 결정은 의과대학생(의대생)이 재학기간 또는 인턴과정 중에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업의 하나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는 의사의 평생에 걸친 전문직업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며[1], 개인의 욕구 충족과 직업만족도에 중요하다[2,3]. 의사가 특정 의학 전문분야 또는 지역에 편중될 때는 국가 사회적 측면에서 의료 인력의 고용 및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4,5] 의대생의 졸업 후 진로선택은 지역사회 및 국민의 의료 요구 충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2,6].
다수의 의대생은 의학 전공의 특성이나 생활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의과대학에 입학한다[7]. 입학 초기에 특정 진로나 전공에 대한 뚜렷한 선호를 보이는 학생들도 일부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의과대학 및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진로계획과 전공 선호도를 바꾸는 경향이 있다[8-11]. 한 연구에 따르면 의과대학에 다니는 동안 졸업생의 약 26%가 입학 초에 선호했던 의학전공을 바꾸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2].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이 입학 초기에 선호했던 전문분야에 대해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13,14], 의과대학의 다양한 교육과정에 노출되면서 자신의 선호를 바꾸기 때문으로 보인다[10].
진로 및 전공결정은 의대생에게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7,9]. 자신의 진로를 쉽게 결정하는 학생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진로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후자의 경우 진로의사결정 시기를 미루거나, 타인의 결정에 따르거나, 대중이 선호하는 소위 인기과를 선택함으로써 최적의 결정을 못하게 될 수 있다[15]. 그러므로 의과대학은 의대생의 진로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여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적합한 진로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외 의학교육인증기관은 평가인증기준에 진로상담을 포함시켜 의과대학이 학생 진로상담을 체계화하고 공식화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16-18], 대체로 진로상담은 공식 교육과정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부족하다[1,19,20].
의과대학 진로상담 및 교육의 목표는 진로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진로선택과 전공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15], 조기에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전공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이다[21]. 의과대학의 형태, 교육과정 구조와 기간, 전공의 진입시기 등 의사양성체계와 내용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의대생의 진로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진로상담 모델은 나라마다 달라질 수 있다[22].
선행연구를 보면, 과거에는 의대생의 진로 및 전공선택을 돕기 위한 대부분의 접근방식이 상담 또는 워크숍 등 전문 코칭 프로그램이나 단일 교육프로그램의 효과와 같은 개별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23].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진로상담을 혁신적, 공식적 교육과정에 통합하는 접근을 통해 의대생의 진로발달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15]. 진로의사결정이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다인자적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한 가지 요소만을 강조하는 진로상담 모델이나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고, 다양한 교육적 개입요소를 포괄하는 체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4,23].
국내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관련 연구를 보면 직업흥미검사를 활용한 진로지도[24], 의학 전공선택 영향요인 탐색[25], 의학이나 타 분야에 대한 학생인식 조사[26,27], 의대생의 진로코칭 모델 개발[28] 등의 주제로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Hur [28]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는 의대생의 진로 및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적인 요소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총체적 관점에서 진로상담을 안내할 수 있는 모델과 전략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체제적 접근에 입각하여 의대생을 위한 진로상담 모델과 전략을 제안하는 데 있다. 체제(system)란 ‘공통의 목적을 위해 구성된 각 요소들이 기능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집합체’를 말한다[29]. 체제적 접근방식은 하나의 문제를 단순한 시각에서 보지 않고 체제 안․ 밖의 다양한 요소와 관련이 있는 복잡한 현상으로 인식하려는 사고방식으로, 체제의 광범위한 영역과 요소를 검토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총체적 관점에서 모색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30]. 체제적 접근에 기반한 진로상담 모델은 의대생의 진로선택 과정을 의과대학 체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과 그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 관계 속에서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이 이러한 체제요인에 효과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탐색 및 전공결정을 도울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
첫째, 저자는 체제적 접근방식에 입각하여 의대생의 진로선택 및 의사결정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몇 가지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진로발달이론, 진로의사결정이론, 사회인지이론, 생태체계이론은 진로선택이라는 하나의 행동을 그 행위의 주체인 개인의 특성과 그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의 환경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설명하기 때문에 하나의 문제를 체제 안․ 밖의 다양한 요소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된 현상으로 이해하는 체제적 접근과 맥을 같이 한다. 둘째, 저자는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의대생의 진로 의사결정 영향요인들을 의학교육체제 안․ 밖의 영향요인으로 구분하여 체제적 접근방식에 근거한 진로상담 모델을 제시한 후, 셋째, 이 모델에 근거한 의과대학의 진로상담 개입전략을 기술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진로상담(career advising)’이라는 용어는 진로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도움을 강조하는 ‘진로상담(career counseling)’, 진로의사결정을 교육의 과정 중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성과로 보고 교육적 지도와 정보제공에 초점을 두는 ‘진로교육(career education)’, 교수와 학생의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학습자가 스스로 진로를 스스로 찾아 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진로 코칭(career coaching)’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관련 이론
1. 진로발달이론: 삶의 과정으로서의 진로
진로(career)는 개인의 전 생애에 걸친 종합적인 자기계발의 과정이다[31]. 이러한 관점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이론이 Super [31]의 진로발달이론이다. 그에 의하면 진로는 개인이 평생 동안 참여하는 일과 여가의 총체이며, 개인이 일생 동안 만나는 다양한 역할, 상황 및 장소를 모두 포함한다[32]. 개인은 진로발달 단계마다 주어지는 특정한 진로 역할을 수행하고 이러한 역할 기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진로발달을 이루어간다. 즉 진로발달 과정은 직업적 자아개념의 발달과 실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33].
Super [31]는 개인의 진로발달 수준을 진로성숙(career maturity)으로 개념화했는데, 이는 개인이 자신의 연령 수준에서 주어진 진로 과업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도를 의미한다[34]. 진로성숙도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고 본질적으로 다차원적이며 개인마다 다른 속도로 발달하는 특성이며 직업만족도와 직업적 성공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35]. 이와 유사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Ginzberg [36]는 진로결정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삶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달적 관점에서 보면 진로는 각 개인에게 고유한 것이며 개인의 전 생애과정 동안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진로선택은 단일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여정 전반에 걸쳐 역동적으로 전개되면서 수정된다. 또한 진로선택 행동은 개인의 직업적 역할뿐만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 등 삶의 다른 영역에서의 역할과 상호 연관되는 행위이고, 진로선택 전과 후의 다양한 요인들, 즉 흥미, 능력, 가치, 기회 등을 통합하고 타협하는 활동이다[32,36,37].
진로발달이론과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진로성숙의 개념을 중심으로 진로성숙 측정도구를 개발하거나 진로성숙의 구인을 검증하는 연구들, 진로상담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진로성숙을 성과변인으로 삼은 연구들, 진로성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및 환경적 변인을 밝히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33].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진로성숙도와 전공 의사결정 수준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여 의대생의 진로준비도를 분석한 것과[38] 진로성숙 변인을 포함하는 진로상담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있다[39].
2. 진로의사결정이론
진로의사결정(career decision making)은 ‘개인이 정보를 조직하고, 여러 대안들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진로선택을 위한 행동과정에 전념하는 심리적 과정’으로 정의된다[40]. 진로의사결정은 진로상담의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로상담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이다[33]. 진로결정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결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변경 가능하므로 하나의 사건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전공 및 직업의 선택과 관련된 확신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확신의 정도가 높은 상태’를 ‘결정’, ‘확신 정도가 낮은 상태’를 ‘미결정’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으며, 진로결정과 미결정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특성으로 볼 수 있다[33].
의사결정은 합리성을 전제로 하며, 의사결정자는 개인의 자원,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 결과의 획득 가능성에 대한 평가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41]. 모든 의사결정자는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가장 먼저 개인의 현재 자산, 즉 지식, 감정, 관계, 신체적, 심리적 상태 및 능력 등 다양한 자산을 평가해야 한다[23]. 두 번째로 의사결정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41]. 어떤 진로 및 의학 전공분야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전공분야에서 기대하는 역할, 생활방식, 소득 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선택에 따른 결과의 주관적 효용을 결정한다[23]. 합리적 선택을 위한 세 번째 기준은 확률적으로 진입 가능성이 큰 대안의 선택이다. 학생들은 경쟁률이 높거나 낮은 의학 전공분야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합격 가능성이 큰 전공과나 병원을 선택한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의학 전공선택은 전공분야의 특성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개인의 요구와 사회적 기대 간의 일치에서 이루어진다[42].
3. 사회인지진로이론
사회인지진로이론(social cognitive career theory)은 Bandura [43]의 사회학습이론, Hackett와 Betz [44]의 여성진로발달연구, Mitchell 등[45]의 사회학습진로이론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사회인지진로이론은 개인 특성과 환경 변인 등의 다양한 진로 관련 변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으며, 진로 흥미, 선택과 수정 행동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자기효능감, 결과기대 등 개인의 인지적 특성과 환경적 학습경험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한다[43]. Bandura [43]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은 특정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신념이며, 결과기대는 특정 행동이나 선택의 결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Hackett와 Betz [44]는 진로선택이 변인들 간의 단순한 조합의 결과가 아니고 진로와 관련된 자신에 대한 평가와 믿음이라는 인지적 측면의 역할을 강조했다. Mitchell 등[45]은 개인의 진로 관련 흥미와 행동은 환경으로부터 직․ 간접적으로 받은 긍정적 자극과 연합되거나 강화를 받은 학습의 결과라고 보았다. 이와 같이 사회인지진로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진로발달과정에서 개인의 주체성을 강화하거나 제한하는 개인의 환경요인을 강조한다[46].
사회인지진로이론을 의대생의 진로선택 과정에 적용한 연구들은 의대생이 개인적 특성과 일차 진료에 대한 초기 관심을 가지고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의학교육을 받는 전 과정동안 자기효능감과 결과 기대에 대한 인지적 작용의 결과로 의과대학 안팎의 여러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문분야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4]. 또 다른 연구는 사회인지진로이론에 근거해서 의과대학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이 의대생의 학업적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의과학자 같은 학문탐구 분야의 진로에 관심을 높였음을 밝히고 있다[47].
4. 생태체계이론
생태체계이론(ecosystem theory)은 생태학과 체제이론의 주요 개념들을 통합하여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즉 인간의 행동은 그가 속한 사회체계에 대한 설명 없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개인, 환경, 개인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48]. Bronfenbrenner [48]에 의하면, 생태체계는 미시체계(microsystem), 중간체계(mesosystem), 외부체계(exosystem), 거시체계(macrosystem)의 네 가지 체계로 구성된다. 미시체계는 개인이 직접 접촉하는 활동과 관계 맺는 환경이며(예: 부모, 친구, 가족분위기, 부모역할 등), 중간체계는 미시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 환경이고(예: 가정, 학교, 동료집단 사이의 관계 등), 외부체계는 개인이 속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사건이나 환경을(예: 부모의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이는 부모와 아동의 상호작용에 영향), 거시체계는 미시체계나 외부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맥락으로 문화, 가치, 관습 및 정책을 포함한다[48].
인간발달 생태체계이론의 관점에서 의대생의 진로선택 과정을 설명한 연구는 외부체계가 여러 방식으로 미시체계에 영향을 미쳐 학생들의 자기효능감과 결과기대치를 바꾸고 진로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4]. 예컨대, 외부체계의 한 요소인 의과대학 교수가 긍정적인 역할모델이 될 때 학생들은 그 교수의 전공분야에 대한 선호와 자기효능감을 촉진할 수 있다[4]. 자기효능감은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신념을 의미한다[43]. 의학 교육의 과정 중에 학생들은 긍정적인 역할모델이 되는 교수를 자신이 닮고 싶은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고, 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경험을 통해 그 전공분야에서의 직업적 성공 여부에 대한 간접체험을 하게 되고 자신도 그러한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졸업 후 진로 및 의학 전문분야에 대한 풍부한 정보는 학생들이 그 선택을 함으로써 얻게 될 결과에 대한 기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로상담 역시 외부체계의 하나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진로목표 행동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4].
의대생을 위한 진로상담체제 모델
이상에서 살펴본 이론적 배경을 종합하여 이 연구에서 제안하는 진로상담 모델은 Figure 1과 같다. 이 모델은 체제적 관점에서 의과대학을 하나의 사회체제로 간주하여 체제 안의 영역과 체제 밖의 두 영역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1. 체제 안 영역: 의과대학 내부 영향요인 및 상호작용
체제 안 영역은 의학교육이 시작되는 입학 시점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의과대학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진로선택 환경을 나타낸다. 체제 안 영역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영향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학생들의 진로선택과 변경이 일어날 수 있다. 체제적 접근방식에 입각하여 학교조직의 특성과 의대생의 진로선택 과정을 설명한 선행연구를 참조하면, 의과대학 체제 안 요인은 학생 개인 특성, 의과대학 정책과 문화, 교육과정 특성, 졸업 후 진로 및 전공분야에 대한 정보와 기대의 4가지 구성요소로 나눌 수 있다[10,29,30,42].
1) 학생 개인 특성
학생의 개인적 배경은 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형성되어 입학 초의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며, 입학 후에도 의과대학 체제 안․ 밖의 다양한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진로선택과 변경에 관여한다. 입학 시 학생들은 진로성숙 수준에 따라 진로결정군, 미결정 상태지만 몇 가지 선호분야를 가지는 군, 미결정군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그룹의 학생들은 의과대학 기간 중 여러 단계의 복잡한 탐색과정을 거쳐 진로를 선택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인턴과정에서 전공선택을 완성한다. 의대생의 진로 및 전공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특성에는 학생 고유의 특성으로 성별[49-51], 흥미와 성격[6,23,52], 가치관 및 관심[2,53], 학업 성취도[54,55], 소진 같은 심리적 상태[56] 등이 있다. 환경적인 학생 개인의 특성 요인에는 부모가 의사인 경우 부모의 진료분야[46], 의대생 자신이나 가족 등 주변사람이 심각한 질병을 가졌던 개인적 경험[57], 자신이 존경하거나 원하는 전공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58] 등 다양한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우연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타인의 성공 또는 실패경험을 보는 것은 그러한 사건과 대처기술에 대한 학습을 가능하게 하여 학생들의 자기효능감과 진로결정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59].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 소위 인기과로 불리는 특정과목 편중현상이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개인의 학업성적이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연구는 30년 동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과 졸업 시 하위 10%에 속했던 학생들이 선택한 의학 전공분야를 비교하였는데,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전문분야보다 일차 진료분야를 훨씬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전문분야의 인기가 높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경쟁에 밀려 일차 진료분야로 유입된다고 결론지었다[55]. 국내의 한 연구는 내과 계열이나 외과 계열 전공의에 비해 진료지원 계열에 근무하는 전공의의 대학시절 학업성적(F=4.041, p=0.019)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보고하였다[60]. 이러한 결과들은 학생들이 학업성적을 포함한 자신의 개인적 특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욕구와 본성, 성격, 능력 및 한계에 대한 자기성찰과 평가를 통해 개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진로탐색을 위한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2) 의과대학의 정책과 문화
두 번째 체제 안 요인은 의과대학의 정책과 구조, 조직문화이다. 이러한 의과대학 특성은 학생들의 개인적 가치와 전공 특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쳐 진로선택에 영향을 준다. 의과대학의 사명, 학생 선발정책[10,61], 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교육과정의 구조와 형식[62]은 학생들의 진로 및 전공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과대학별로 의대생의 진로 및 전공선택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의과대학 교육과 문화적 다양성이 학생의 진로의사결정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63,64].
의과대학의 조직문화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특히 잘 드러난다[65,66]. 역할모델로서의 의사는 학생의 전공분야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67]. 교수의 말과 행동이 의과대학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상충하는 경우, 학생들은 역할모델에 맞춰 자신의 신념과 진로계획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68]. 예컨대, 교수가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폄하하는 것[68], 임상실습 중 욕설이나 구타[69], 특정 전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나 피드백[19,67], 여성이 외과의사가 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여성은 직업보다 가족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성 차별적 역할기대 등은 학생들로 하여금 특정 전공에 대한 편향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여 그 전공과를 진로 대안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68]. 반대로 임상실습 중 안전하고 위협이 없는 학습 분위기와 임상 진료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긍정적 경험은 해당 과에 대한 선호를 높일 수 있다[70]. 이와 같이 조직문화를 통해 암묵적으로 전달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메시지는 교수, 전공의, 동료 학생 모두에 의해 전해질 수 있으며[71], 진로탐색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진로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3) 의학 교육과정의 특성
의과대학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은 특히 중요한 체제 내 요인이다.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육경험과 기회는 진로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72]. 의과대학 재학 중 진로선택을 변경했던 학생들은 개인적 또는 사회적 요인보다 의과대학 경험과 관련된 요인이 더 영향력이 컸다[12].
공식 교육과정으로 제공되는 임상실습 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수업 경험은 학생들에게 기초와 임상 중에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 기초과목 중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 또는 그렇지 못한 주제가 무엇인지, 임상과목 중에서 어느 분야가 더 끌리는지를 탐색할 수 있는 경험세계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특히 흥미를 느끼는 과목 또는 세부주제는 의학 전공에 대한 자신의 흥미와 기술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73]. 특정 주제 또는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진로목표로 이어지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은 해당 교과의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추가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등 진로탐색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임상실습과정도 의대생의 미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능을 한다[72,74,75]. 특히 종단적 임상실습을 포함한 지역사회 기반 교육경험은 의대생의 진로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70,76,77]. 임상실습은 수동 관찰에서 실제 수행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은 넓지만, 진료실, 수술실, 병동 등에서 학생들의 실제 진료참여가 이루어지고, 교수는 자극과 지원을 통해 학생의 진료참여를 돕는다[76].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임상과의 진료활동 특성, 환자 유형, 진료환경, 해당 전공과의 장점과 단점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74]. 또한 교수와 전공의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찰을 통해 전문직 정체성을 형성한다[78]. 학생들은 임상실습에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진로대안으로 선택한 과와 적합성을 탐색할 수 있다[72]. 이와 같이 임상실습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염두에 둔 진로를 변경 또는 강화하는 형태로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친다[74].
멘토링, 코칭 및 상담프로그램 등의 교과 외 프로그램 경험도 의과대학 체제 내에서 학생들의 진로의식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79-81]. 교수와 학생 간의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진로상담 요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며[82,83], 자기이해와 지각, 그리고 조직의 기대 간의 인지부조화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진로탐색을 촉진한다[67]. 그밖에 의과대학 체제 안에서 제공되는 일대일 멘토링보다 더 구조화된 상담프로그램[79,84], 교수 또는 전공의가 패널로 참여하는 토론[75,76], 진로 관련 워크숍[80,85], 학습커뮤니티[86], 의사가 아닌 상담전문가나 어드바이저의 상담[21,87] 등도 진로탐색 및 전공결정을 위한 중요한 경험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기초의학 연구실에서 하는 실험연구, 학교 주관 비교과 연구프로그램이나 선택과정,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진로 및 전공 체험활동이나 자원봉사프로그램 경험, 관심 전공분야의 교수 또는 개원의와의 인터뷰 기회도 학생들의 진로 및 전공탐색에 영향을 미친다.
4) 졸업 후 진로 및 전공분야 특성에 대한 인식과 결과기대
의과대학 교육의 과정 중에 학생들이 획득하는 진로 및 전공분야에 대한 정보와 특정 분야를 선택함으로써 얻게 될 결과와 역할에 대한 기대는 의대생의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4]. 전공분야의 선택에 따르는 소득과 경제적 보상[4], 관심분야(예: 연구 또는 임상), 임상과별 환자 및 진료특성(예: 환자접촉이 많은지, 적은지, 없는지 여부; 수술 중심의 진료를 하는지, 임상추론 중심의 진료과인지; 만성 환자 또는 환자와의 장기간 접촉이 필수적인 과인지, 환자의 죽음을 자주 목격하는 과인지 등)[8,74], 일과 삶의 균형이나 유연성 같은 생활양식(예: 야간진료와 응급진료가 필수적인지 아닌지)[2,51,56,88], 자기만족감[4], 고용기회[2,10] 등 미래에 얻게 될 보상에 대한 학생들의 주관적 인식은 의대생의 진로준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얻게 될 결과에 대한 보상을 미리 인지하고 자신의 개인적 특성과 잘 맞고, 잘 수행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진로 및 전공분야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진로상담에 있어서 졸업 후 진로 및 전공분야 특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접하는 정보에 대한 학생 자신의 인식을 올바로 평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과대학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개인적 맥락과 제도적 맥락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인식을 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67].
2. 체제 밖 영역: 의과대학을 둘러싼 외적 환경
체제 바깥 부분은 의과대학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환경을 의미한다. 환경은 체제와 일정한 접촉을 유지하면서 그것에 영향을 주는 체제 밖의 조건이나 상태이다[4,89]. 여기에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의료정책, 병원시스템, 의료 및 의학 관련 단체, 의사 전문직에 대한 대중의 인식, 직업적 및 사회적 가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보건의료 정책의 변화는 의료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의료진의 행동과 학생들의 진로의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료환경에 의료 인공지능의 도입과 같은 기술의 변화 역시 의료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의사에게 새로운 역할과 기대를 형성하며, 간접적으로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성공적인 인생 또는 좋은 직장에 대한 세대별 직업가치관의 변화는 의대생의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과대학은 인접 환경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개방체제이며, 체제 밖 요인은 체제 내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생들의 진로의사결정 및 선택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체제 모델 기반 진로지원 전략
체제적 접근에 근거한 진로상담 모델은 학생들의 진로설계와 경험이 교육과정 체제 안에서 실행되도록 함으로써[58,86,87], 학생들의 진로상담 요구에 더 적절하게 부응하고, 의과대학과 교수, 상담자, 학생 담당 직원의 노력을 통합하여 의과대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는 개별적 효과를 통합하는 장점이 있다[7]. 앞에서 제안한 체제적 접근에 입각한 진로상담 모델을 토대로 의대생을 위한 진로상담 전략의 개요를 Figure 2에 요약하였고, 상세내용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진로상담의 시스템화와 가이드
진로상담의 시스템화(systematization)는 졸업 시 의대생이 갖추어야 할 진로역량을 의과대학의 졸업성과로 명확히 정하고,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의과대학이 제공하는 진로 관련 다양한 개별 프로그램들이 각각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체제 내 다른 프로그램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공선택을 포함한 진로계획의 수립 주체는 의대생이며 진로선택의 책임도 의대생에게 있다. 이를 돕기 위해 의과대학은 학생 진로상담을 위한 체계와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진로상담을 시스템화하여 학생들이 의과대학 재학 중에 자신의 관심과 목표,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의미 있는 경험과 관련 정보를 찾고 해석하고, 진로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자기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7].
의과대학은 또한 학생들에게 입학 초부터 자신의 진로를 설계, 탐색, 의사결정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 인적․ 물적 자원 등 이용 가능한 지원체계를 안내해야 한다[1]. 입학 시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자신의 직업적 삶에 대한 로드맵을 설계하는 방법, 자신의 진로 로드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과목 선택을 지도․ 자문해 줄 멘토나 지도교수, 상담전문가, 그들과의 접촉방법, 상담기관이나 센터, 졸업 후 진로 및 전공분야 정보 사이트, 교과 또는 비교과과정을 진로탐색에 활용하는 방법, 재학 중 경험할 수 있는 학교 안팎의 진로 및 전공탐색 관련된 행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이 원하는 상황과 시기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
2. 교육과정 통합 진로경험 설계
공식 또는 비공식 교육과정에 진로상담을 통합하여 학생의 진로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진로지원 전략이다[7]. 교육과 정 통합 진로상담이 구조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이 의대생의 진로발달 원리와 원칙을 수립하고 진로의식을 발달시키는 교육과정을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설계한다.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방법은 비교적 쉽고, 자원 집약적이며, 지속이 가능한 교육과정 통합 진로지원 전략이다[1].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의료인문학 과정 내에 통합하여 진로탐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방법은 중간 정도의 자원 집약적인 교육과정 통합 진로개발 과정이다[1].
의예과시기에 임상조기노출과정이나 진로 관련 과목을 필수 또는 선택과정으로 개설하고, 학생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임상분야에 노출시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진로탐색을 시작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탐색을 통해 자기 자신과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힌다는 것을 의미한다[58]. 적극적인 진로탐색은 정보에 대한 느낌 같은 정서적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과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인지적 정보도 제공하는 것이다[89]. 의과대학에 입학한 동기와 목적, 의학을 공부하는 의미 등을 생각해 보고, 자신의 미래, 특히 졸업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로 호기심을 갖도록 학습경험 설계를 한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기를 선호하는지, 의학 공부를 통해서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평가 기회를 마련한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의학과 1, 2학년 시기에는 기초와 임상 중에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 어떤 과목이나 주제가 재미있고 흥미를 유발하는지, 반대로 어떤 과목이나 주제는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지를 탐색할 수 있도록 교육주제와 내용, 수업방법을 설계할 수 있다.
임상 실습과정은 교수와 전공의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찰을 통해 다양한 임상과의 직업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학습환경이다. 학생들은 선배 의사들의 전공선택 이유, 각 임상과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과 보람, 어려운 점 등을 파악하고, 그 전공에서 어떤 능력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지 등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습득한다. 자신이 경험한 여러 임상과에 대한 정보와 자기가 선호하는 환자 유형,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특정 전공과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를 비교하면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74]. 의사결정이론에 따르면 합리적 선택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다[23]. 공식적 또는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 및 추가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촉진하는 동기부여 환경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전문직 정체성 형성을 도울 수 있도록 학습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공식 교과과정 외에도 다양한 비교과프로그램을 통해 임상분야와 다른 직업분야에 대한 경험과 탐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한 기초의학 실험실에서의 연구 기회, 단기 또는 중 ․ 장기 학생연구프로그램 개설, 국제교류 및 국내․외 봉사활동, 학교 안․ 밖에서 이루어지는 진로 및 전공 체험활동, 관심 전공분야의 교수 또는 개원의와 인터뷰 기회도 학생들의 진로 및 전공탐색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험들이 진로선택을 위한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전체 교육의 과정을 설계한다.
3. 멘토 또는 지도교수 시스템과 상담기구
의과대학의 진로지원시스템 안에는 상담을 제공할 멘토 교수와 전문상담가, 상담기구, 그리고 학생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7]. 학생들이 진로목표를 설정하거나, 적절한 선택과목을 택하거나, 임상분야 외의 다른 진로를 선택하거나, 진로계획을 변경할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에 따라 멘토 또는 지도교수, 학생상담센터 등 원하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자신의 진로계획에 대해 비밀이 보장되고 개별화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7].
멘토와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진로 및 전공분야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올바른 진로선택을 지도할 수 있다. 또한 학습자의 개인 특성, 가치, 흥미, 기술, 강점 및 한계에 대한 자기 평가와 성찰을 촉진하고, 자기 이해와 지각, 특정 전공과나 의료기관의 기대 간의 인지 부조화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진로선택을 돕는다[23,67]. 의학 전공 교수가 아닌 상담전문가는 일반적인 진로상담이나 성격, 직업 흥미 등 표준화된 심리측정 검사를 활용할 수 있다[21,23,87]. 인적, 물적 자원은 진로상담체제가 유지되고 기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4. 진로 관련 정보자원 제공 및 관리
체제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유기체와 같이 생성, 변화, 발전한다. 진로상담 시스템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체제 내부의 요인과 외부 요인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의과대학은 학생의 진로발달과 적응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요구 평가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진로정보시스템(예: 졸업생 설문지, 졸업 후 진출분야에 대한 종단적 자료 등)의 효율성을 평가해야 한다[7]. 여기에는 학생 설문조사와 제공되는 서비스의 효과성 분석,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포함한다. 졸업생 설문지는 진로상담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위한 유용한 자료이다. 모니터링 결과는 교육과정 재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1].
결 론
의과대학 교육의 과정은 의사라는 직업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로탐색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학생들은 졸업 시점에 의사로서의 생애 진로(life-career)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개인적 및 직업적 삶의 영역에서 기대되는 다양한 역할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나는 누구이며 의사로서의 삶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진로선택 및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자신의 관심, 목표, 재능에 대한 구도를 잡고 전문직정체성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의 진로상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전문분야를 선택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1]. 이 연구는 진로선택 및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주요 이론을 소개하였고, 체제적 관점에서 의대생을 지원할 수 있는 진로상담 모델과 전략을 제시하였다.
진로발달은 개인의 삶의 여정 전반에 걸쳐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발달과정이다. 진로의사결정은 자신에게 열려 있는 여러 가지 진로 대안에 대한 선호, 전공 특성 사이에서 최적의 일치를 찾아가는 합리적 행위과정이며, 진로의사결정에 있어서 자기효능감, 결과기대 등 개인의 인지적 특성과 환경적 학습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연구에서 제안한 체제적 진로상담 모델은 의과대학을 하나의 사회체제로 간주하였다. 의대생의 진로선택 과정이 체제 안의 구성 요소인 학생 개인 특성, 의과대학 정책과 문화, 교육과정 특성, 졸업 후 진로 및 전공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인지와 기대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설명하였다. 의과대학은 체제 밖 요소인 의료 정책, 병원시스템, 의료시장, 의료 및 의학 관련 단체, 대중의 의사에 대한 인식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복합체이며, 외적 환경의 변화는 의대생의 진로의사결정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체제적 접근방법에 입각한 진로상담 모델을 토대로 이 연구는 의과대학이 의대생의 진로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으로, 진로 상담을 시스템화하고 입학 초부터 진로 관련 오리엔테이션을 강화할 것, 진로상담을 교육과정에 통합하여 학습경험을 설계할 것, 멘토 또는 지도교수와 상담전문가 같은 인적 자원과 상담기구를 갖출 것, 진로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자원을 제공하고 관리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사점을 제공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식 교육과정에 진로상담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수가 진로지도 역량을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선행연구들은 의대생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목표로 삼기보다 진로상담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교수개발 교육을 강조한다[1,7,80]. 진로상담 참여교수는 의대생의 진로욕구와 진로의사결정과 관련하여 겪는 어려움의 유형과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교육하고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90]. 교수는 진로탐색 동기를 유발하고 탐색과정을 촉진하고 학생들의 자신성찰과 전공에 대한 인지적 및 정서적 평가에 대한 피드백과 지침을 제공한다[91]. 일반적인 진로상담이나 의사결정의 과정과 방법에 대한 교육은 상담센터에 맡길 수 있지만[1],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진로 및 전공탐색의 기회는 의과대학 교수가 주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상실습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관심을 다양한 의학 전문분야와 연관시켜 보고 선호하는 대안 중에서 비슷한 우선순위를 가진 전공에 대해 탐색할 수 있도록 임상실습 환경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는 학년별 또는 교과별로 자신의 전공 및 수업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진로 관련 이슈를 선별하여 학습성과에 반영하고, 적절한 수업방법을 선택해서 수업설계 시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교수 자신이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전공에 대한 정보나 상담을 학생이 요청할 경우, 그 학생에게 최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타 전공과 교수에게 연계하거나 온․ 오프라인 정보처를 안내할 수도 있다. 진로상담은 그 활동 특성상 비용보다는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과 시간 투자가 크게 요구되며[1],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의과대학은 교수 개인의 열정이나 관심에만 의존하기보다 구조화된 지원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23].
둘째, 체제적 진로상담 모델은 의과대학 조직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1]. 조직문화는 의과대학의 수업이나 임상실습 현장의 사회적 맥락에서 학생들의 진로탐색 활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수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의 신념과 의견은 학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부정적인 태도와 잘못 전달된 정보는 학생들에게 쉽게 흡수된다[92]. 잠재적 교육과정은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전문직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93], 역할 모델로서의 의사는 추구할 전문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67]. 교수는 또한 전공분야에 대한 현실적이고 정확한 정보원이 되어야 한다. 진로교육 및 상담환경에서 학교조직 문화에 대해 학생 개인의 관점이나 하위그룹의 관점에서 토론해보고, 그 조직문화가 구성원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구성원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러한 문화를 존속․유지시키는 기제는 무엇인지 질문과 토론을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67]. 진로상담 시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특정 전공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미리 인식하게 하고 이러한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보게 준비시키는 예기상담을 활용해 볼 수도 있다[67].
셋째, 우리나라 의과대학 특성을 고려한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진로상담지침 또는 권장사항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단위의 진로상담지침은 의과대학이 지속적으로 의대생들에게 양질의 진로교육 및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7]. 캐나다의 경우 몇 년 전 전국 의과대학에 활용할 수 있는 진로상담지침 및 권장사항을 제정하여 각 의과대학에 안내한 바 있다[7].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전국 단위의 진로상담지침이 없고, 의과대학의 진로상담 목표 또는 졸업성과가 명시적이지 않으며, 구체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에 대한 지침이 미비하다. 그러므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산하에 하위그룹을 구성하여 우리나라 의과대학 실정에 맞는 국가 차원의 표준 진로상담지침과 권장사항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 표준에 따라 진로상담이 의학교육 과정의 일부가 되도록 하되, 세부지침과 권장사항을 각 대학에 적용할 때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은 각 대학의 현실에 맞게 운용되도록 할 수 있다. 즉 국가 차원의 진로교육 표준은 의과대학이 일관되고 조직적인 진로상담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한 참조로 활용될 수 있으며, 진로교육 내용과 방법은 의과대학별로 학생 및 교수의 요구에 적합한 방식으로 유연하게 제공하는 것이다[7]. 또한 미국과 캐나다에서 Careers in Medicine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의학 전문분야별 환자 특성, 급여, 생활양식, 전제조건, 이력서, 성격 및 퀴즈 등에 대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진로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 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94].
넷째, 최신 진로이론과 심리학 및 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의대생 대상 진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의사결정론, 사회인지이론, 균형이론, 혼동이론, 생태체계이론 등 진로 관련 이론에 근거한 실증적 연구들과 의대생의 진로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심층적 해석을 위한 질적 연구들이 다양하게 수행되었다. 체제적 접근에 입각한 진로상담 모델의 효과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더 많은 경험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와 의과대학 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질적 연구방법을 적용한 연구가 확대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진로상담 프로그램의 도입과 개선에 대한 철저한 요구 평가와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성과분석, 해결과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졸업생 설문지는 진로상담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체제적 진로상담 모델은 선행연구 및 이론에 근거한 문헌고찰에 근거하여 도출한 것이므로 실제 국내 의과대학 진로상담 및 교육 사례분석을 통해 모델의 현실적 타당성이 검증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서 제안한 체제적 진로상담 모델과 전략은 의과대학이 교육과정 기반 진로발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대학이 갖추고 있는 자원을 탐색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의대생을 위한 통합적 진로상담체계를 구축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Notes
저자 기여 이영희: 자료수집, 원고작성, 참고문헌 작성, 전반적인 논문작성 활동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