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교 의과대학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설계 경험: Walker의 자연주의 모형을 중심으로

Redesigning the Integrated 6-Year Medical Curriculum at Eulji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Based on Walker’s Naturalistic Model

Article information

Korean Med Educ Rev. 2025;27(2):144-153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5 June 30
doi : https://doi.org/10.17496/kmer.25.007
1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Eulji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Daejeon, Korea
2Department of Microbiology and Immunology, Eulji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Daejeon, Korea
박혜진1orcid_icon, 유승민,1,2orcid_icon
1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2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면역학교실
Corresponding author: Seung-Min Yoo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Eulji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77 Gyeryong-ro 771beon-gil, Jung-gu, Daejeon 34824, Korea Tel: +82-42-259-1661 Fax: +82-42-259-1539 E-mail: smyoo@eulji.ac.kr
Received 2025 March 31; Revised 2025 May 22; Accepted 2025 June 4.

Trans Abstract

This study systematically examined the theoretical foundations and practical strategies embedded in the process of reconstructing the integrated 6-year curriculum at Eulj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the traditional two-phase structure (pre-medical and medical), and to reflect the philosophies of outcome-based and learner-centered education, Walker’s naturalistic model of curriculum development was applied as the analytical framework. Following the three stages of platform, deliberation, and design, the curriculum was redesigned based on a structured analysis of the institutional mission and graduate outcomes, spiral and integrated curriculum structure, outcome-based assessment systems, adaptive elective tracks, and remediation strategies. Each phase was grounded in the deliberations and agreements of the Eulji Education Plan TFT (Task Force Team). The resulting curriculum includes the institutionalization of elective courses, microdegree pathways based on student research, block-based instructional scheduling, and a cyclical system of assessment, feedback, and self-directed learning. Additionally, a strategy for refining a data-driven quality management system was proposed to support curriculum implementation. The findings provide practical insights for other medical schools considering the adoption of an integrated 6-year model.

서론

한국의 의과대학 교육체제는 오랫동안 의예과 2년과 의학과 4년으로 구성된 6년제 학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5년, 의학교육의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학업 성취도 저하, 당초 목표였던 의사과학자 양성보다는 임상의사 양성의 편중, 지방 의료인력의 공동화 현상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1,2]. 이에 따라 2025년 현재, 차의과학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다시 기존의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 체제로 회귀하였다[3].

2023년 6월 28일, 교육부는 대학 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이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 규정을 삭제하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6년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4]. 이와 같은 변화는 의학교육 체계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대학 차원에서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앞서 의학교육계에서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4,5]. 다수의 연구는 의예과와 의학과로 단절된 현재의 6년제 교육과정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성과기반교육(outcome-based education)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4]. 특히 의예과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에서는 교육목표와 방향의 혼란, 경직된 정책과 제도, 학생의 부적절한 학습태도와 습관, 정체성과 자율성 부족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5].

현재 한국 의과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성과기반교육은 교육내용의 선정과 순서뿐 아니라, 교육기관의 사명과 비전, 교수학습방법, 평가, 학습환경 등 교육의 전반적 구조가 졸업성과 달성에 맞춰 설계되어야 함을 요구한다[6]. 특히 성과기반교육은 학습자의 성취수준에 따라 학습시간과 과정의 유동적 조절을 필요로 하며,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는 규준지향적 수업과 평가를 강조한다[6,7]. 그러나 현재 교육과정은 의학과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유연한 설계가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최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경직된 구조를 완화하고, 교육과정을 보다 유연하게 재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최근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의학교육의 유연성, 역량기반교육, 학제 통합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재설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Dalhousie University는 기존의 교육과정의 단절성과 비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통합형 MD (Doctor of Medicine) 교육과정을 도입하였으며, 이를 위해 Deliberative Curriculum Inquiry라는 접근을 통해 교육과정 통합의 원칙과 실행전략을 개발하였다[8]. 또한 2022년 미국 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는 학제, 과정, 평가, 교수역량 등의 변화를 반영하여 향후 의학교육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였으며[9], 이러한 국제적 동향은 국내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전환이 갖는 시의성과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도입은 나선형 교육과정 설계, 학생 학습동기 향상, 선택 교육과정 확대 등 다양한 기대와 함께, 기존 의예과 영역에서 다루어졌던 교양·기초소양·의료인문학 교육시간의 확보, 편입생의 교육 문제, 제도 적용범위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4,5,10].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최근 보건의료환경의 급변과 더불어 의료전문직에 요구되는 역량이 다변화됨에 따라, 기존 교육과정 구조로는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이에 미래지향적 의료환경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인공지능 기반 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환자 중심 의료, 정밀의학 등 복합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분적 조정이 아닌 전면적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핵심 배경이 되었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개교 이래 일관되게 의과대학 체제를 유지하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전부터도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의 학제 아래 실질적으로는 M1부터 M6까지 연속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행정적 이원화에 따른 수료 및 졸업요건, 성적관리, 학습관리시스템 간의 비효율성은 개선이 필요하였고,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MZ세대로 대표되는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교육과정 체계로의 이행이 요구됨에 합의하였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교육과정의 체계적 개선을 위하여 2017년부터 ‘을지교육계획’을 2–3년 주기로 발표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2024년 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을지교육계획 2025 Task Force Team (TFT)’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교육과정 재설계에 착수하였다. 본 연구는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의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구성과 관련된 제반 쟁점, 교육과정 설계의 원리와 원칙, 의사결정과정 등을 Walker [11]의 ‘자연주의 교육과정 개발모형’에 근거하여 플랫폼(platform), 숙의(deliberation), 설계(design) 단계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설계 및 운영에 있어,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을 넘어서 대학 고유의 철학과 맥락에 기반한 실천적 설계과정을 구조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Walker [11]의 ‘자연주의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분석 틀로 삼아, 교육과정 개발의 각 단계를 상황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실행전략과 연결함으로써, 교육과정 재구성의 실제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Tyler와 Hlebowitsh [12]가 제시한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은 오랫동안 교육과정 이론의 주류적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실제 교육과정 개발이 Tyler와 Hlebowitsh [12]가 제시한 절차―목표 설정(Defining the purpose of the school: what educational purposes should the school seek to attain?), 학습경험 선정(Selecting related educational experience: what educational experiences can be provided that are likely to attain these purposes?), 조직(Organizing related educational experience: how can these educational experiences be effectively organized?), 평가(Evaluating of the purpose: how can we determine whether these purpose are being attained?)―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Walker [11]의 연구는 3개의 전국 수준 교육과정 프로젝트의 자료를 분석하여 자연주의적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도출하였다. 이 모형은 실제 교육과정 개발과정을 기반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교육현장의 맥락과 절차를 설명하는 데 현실적이고 적용 가능성이 높은 장점을 지닌다. Walker [11]는 교육과정 개발이 선형적이고 고정된 절차가 아니라, 목적, 내용, 방법, 평가에 대한 다수의 의사결정을 수반하는 상황적이며 순환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교육과정 개발의 주요 구성요소로 ‘플랫폼–숙의–설계’의 세 단계를 제시하였다[13] (Figure 1). 본 연구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을 설명하고 실제 실행과정을 분석하는 데 있어, 개발자의 사고와 협의과정이 중시되는 Walker [11]의 모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이론적 틀로 채택하였다.

Figure 1.

A schematic diagram of the main components of the naturalistic model.

이 중 플랫폼(platform) 단계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사람이 지닌 신념과 가치체계(개념, 이론, 목적, 이미지, 절차 등)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과정으로, 이후 숙의과정을 이끌어내는 출발점의 역할을 한다[14,15], 숙의(deliberation) 단계는 사회 및 학생의 요구, 교수의 수업방식과 평가, 학습환경 등 관련 쟁점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며, 가능한 대안들과 그 결과를 예측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설계(design) 단계는 숙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교육프로그램의 구조와 운영방안을 구체화하는 절차를 포함한다[13].

본 연구는 Walker [11]의 자연주의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분석 틀로 적용하여,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재구성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Figure 2). 플랫폼 단계에서는 대학이 추구하는 사명과 비전, 졸업성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향성을 설정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최근의 의학교육 동향을 반영한 관련 논문 및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고, 통합 6년제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구조화하였다.

Figure 2.

Research process based on Walker’s naturalistic curriculum mode.

숙의 단계에서는 플랫폼 단계에서 도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의 원리와 원칙, 교육과정(안)을 마련하고,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철학과 현실적 여건에 부합하는 실행 가능한 방안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개발의 실질적 추진 주체로서 을지교육계획 TFT를 구성하였다. TFT는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에서 이론적 논의와 교육현장의 실제 적용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고, 실행 가능성과 교육적 타당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직으로 기능하였다. TFT 구성원은 의과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을 고려하여, 학장, 교육부학장, 학생부학장, 의예과장, 의학과장, 기초의과학교육위원회·임상교육위원회·의료인문교육위원회 위원장, 의학교육실장, 교학처 실무자 등 총 10인 내외로 구성되었다. 구성원은 대학 내 주요 교육 관련 보직자를 중심으로 위촉되었으며, 의과대학장은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성과 철학을 공유하고, 의학교육실장은 의학교육학의 이론을 제공하였고, 각 위원장 및 과장들은 교육현장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 실행방안에 대한 숙의와 조정을 담당하였다. TFT는 2주에 1회 주기적인 공식 회의 및 소그룹 논의를 통해 교육과정 재구성안을 정교화하였으며, 이 과정은 단순한 검토를 넘어서 교육과정의 실질적 설계, 평가체계, 운영조건 등을 함께 논의하는 심층적 의사결정의 장으로 기능하였다.

설계 단계에서는 숙의를 통해 도출된 교육과정 재구성의 원리와 방향에 따라, 교양 및 의료인문학, 기초과학과 기초의학 교육내용의 재구성과 더불어,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안, 표준시간표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이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숙의

1. 플랫폼: 교육과정 철학 및 구조 설정의 기초 분석

1) 의과대학 사명과 졸업성과 분석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을지대학교의 ‘인간사랑·생명존중’의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래의사상을 참조하여[16,17], 사명을 “미래형 Human 인재 양성”으로 설정하고 점검하고 있다(Figure 3).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이러한 사명에 맞추어 5개의 졸업역량과 12개의 졸업성과를 개발하고 교육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Figure 3.

Mission framework of the Eulj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2) 통합 6년제 학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통합 6년제 의과대학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기대 중 하나는 교육과정의 일체화이다[18,19]. 기존의 의예과와 의학과로 이원화된 구조에서 벗어나, 입학 시점부터 졸업까지 연속적인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과정의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및 교양, 의료인문학 영역이 나선형 구조로 재구성되며, 각 학년을 관통하는 종적 통합이 가능해진다. 특히 의료윤리, 법, 전문직업성 등과 같은 교육내용은 종단적으로 반복·심화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받게 된다. 학생 중심의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도 중요한 기대 요인이다. 트랙 기반의 선택과목 체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 이중전공 또는 연계전공, 조기 임상실습 기회 등은 학생 개별의 진로와 역량에 맞춘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Enrichment Year’나 ‘Gap Year’ 제도 등 학사운영의 탄력성이 더해지면, 장기적 진로탐색과 자기주도학습 기회가 강화될 수 있다[10,18]. 이러한 구조는 학생의 동기 유발과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의예과 시기부터 전공과 연계된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소속감 및 직업정체성이 조기에 형성되고, 학년별 학습부담을 분산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10].

한편, 운영상·구조적 제약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18,19]. 교육과정의 연속성과 통합성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양교육이나 타 학문 분야와의 교류기회가 축소될 수 있으며, 기초의학 영역의 축소는 학문적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새로운 체계에 따라 재편되는 평가기준과 수료조건, 학사시스템 운영은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교원 수급, 강의실 확보, 실습공간 등 인프라 측면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19]. 학생 평가와 피드백 체계의 미비 또한 현실적인 과제로 언급된다. 다양한 선택과목과 맞춤형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습자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방식과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제도와 인력으로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일부에서는 학생 간 경쟁의 장기화, 학습경험의 획일화, 교육과정 과부하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8]. 선택의 다양성이 확대되더라도, 실제 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교육내용의 질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기대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2. 숙의: 교육과정 핵심 구성요소에 대한 검토

1) 의학교육 내용 통합 및 구조 설계

통합이란 학생들의 현재의 지식 탐색이 교과와 어떻게 관련 맺고 있는지 알게 되고 미래의 삶에 교과가 어떻게 관련될 것인지 알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20]. 통합 교육과정은 통합의 수준이 교과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를 의미하고, 통합 교과는 교육과정상의 교과를 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나[21], 현실적으로 학교교육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다[22]. 통합의 유형도 구조적 접근과 기능적 접근으로 구분되며, 통합의 정도에 따라 학문중심, 학문병렬, 다학문, 간학문적 단원, 통합교육일, 완전 프로그램으로 구분될 수 있고, 분절형, 연결형, 동심원형, 계열형, 공유형, 거미줄형, 실로꿴형, 통합형, 몰입형, 네트워크형의 모형으로 구분하는 등 통합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22]. Harden [23]은 통합을 교과에서 자주 가르치는 주제를 상호 연관시키거나 연합하도록 교육을 조직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통합 정도에 따라 독립, 인지, 조화, 둥지형성, 시간적 조율, 공유, 상호 관련, 보조, 다학문, 학문 간, 학문 간 넘나들기의 통합 사다리를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의학교육에서는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으로 흔히 통합의 접근방식을 말한다[24]. 일부 학자는 수평적 통합을 하나의 주제에 여러 전공을 포함하는 것으로(예, 심혈관계: 생화학, 생리학, 임상진료, 영상의학, 역학, 정신과학, 병리학, 약리학), 수직적 통합을 나선형 접근으로(예, 임상과 의사소통기술,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사회/지역사회/대중보건, 개인과 전문직업성 개발을 학년에 걸쳐 수평적으로 반복·심화되는 나선형 구조로 통합)으로 정의하고[24], 일부 학자는 수평적 통합을 한정된 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통합으로, 수직적 통합을 시간을 초월하지만,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을 병렬적으로 또는 서로 연결하는 통합으로, 마지막으로 나선형 통합을 시간과 주제 모두에 걸쳐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모두 학습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25]. 하지만 한국에서 수평적 통합은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는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같은 기초의학 과정 간을 통합하거나 임상의학 과목 간의 통합을 의미한다[26].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직적 통합은 다른 시기에 이루어지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을 의미한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이미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 모두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초의학 교육과정의 기초신경과학은 생리학, 생화학분자세포학, 약리학, 해부학으로, 인체의 반응은 생리학, 생화학분자세포학, 약리학으로 구성된 수평 통합 과목이고, 임상의학 교육과정의 순환기학은 내과학(순환기), 외과학, 영상의학, 핵의학으로 구성된 수평 통합 과목이고, 더불어 생리학, 약리학 기초의학 과목도 포함된 수직 통합 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 교육과정은 통합의 사다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에 해당되고, 지식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다른 지식 영역을 서로 밀접하게 연관시키며, 지식의 유용을 높이기 위해[20], 통합의 사다리에서 한단계 나아갈 필요성에 대해 합의하였다.

2) 성과기반교육을 위한 평가 및 학습설계 전략

성과기반교육에서 평가는 단순한 학습결과의 측정도구를 넘어서, 학습의 질을 관리하고 교수-학습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성과기반교육은 명확히 정의된 학습성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습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화된 학습경로를 따라가도록 설계되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평가는 학습성과의 도달 여부를 진단하고, 학습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6]. 특히 평가와 피드백은 학생 스스로 학습의 맥락을 이해하고 역량의 강·약점을 파악하게 하여 자기주도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며, 교수자에게는 교육과정 및 수업전략의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자료로 활용된다[7]. 따라서 성과기반교육에서 평가는 교육의 종속적 요소가 아니라, 학습과정 전체를 설계하고 조정하는 중심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을지교육계획 TFT는 이러한 성과기반교육에 입각하여,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학생 개개인이 적절한 시점에 학습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학사일정 내 필수요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교과목별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는 단순 평가 기능을 넘어서 학생의 현재 성취수준을 진단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시점으로 설정되었으며, 교수자와 학습자가 상호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교과목 전체의 학습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 이후에는 성과 도달에 미흡한 학습자에게 보완학습을 위한 재교육 기회를 공식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학사일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절차는 성과기반교육의 철학을 실현하고, 모든 학생이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적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리고 학사일정상의 재교육시간 확보는 성과를 달성한 학생에게 동일한 학습시간을 획일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학생의 성취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학습활동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성과를 달성한 학생은 해당 시간을 자기주도학습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 시기에는 선택교과 이수, 비교과 교육과정 참여, 개별 복습, 휴식 등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학습자가 자신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학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경험을 통해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의 역량을 기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학생이 이미 습득한 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내면화하는 반성적 복습(reflective practice)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의 조용한 휴식은 학습내용의 장기 기억화를 돕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최근 인지심리학 연구에서는 학습 직후 8분 내외의 조용한 휴식시간이 이후 수일에 걸친 지연 회상 성과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되었으며[27], 이는 휴식이 기억 공고화(consolidation)를 위한 인지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는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28].

3) 사회 및 학습자 변화에 따른 적응적 의학교육 설계

보건의료환경은 기술과 가치의 전환 속에서 근본적인 재편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사에게 요구되는 역량 또한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의료는 단순한 의학 지식 전달을 넘어, 윤리적 판단과 다학제적 융합 사고,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팀 기반 협업능력 등 복합적이고 실천적인 역량을 필수요소로 요구한다. 특히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정밀의학,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기술 기반 산업의 급속한 확장은 의사의 역할을 기술 사용자이자 해석자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학교육은 기존의 지식 중심 전달에서 벗어나 미래의학을 포함한 산업연계형 교육요소를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동시에 학습자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학생들은 자율성과 목표 지향성을 기반으로 한 학습환경을 요구하며, 개인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학습을 설계하고 주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교육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더 이상 고정된 틀 안에 머무를 수 없으며, 유연성과 적응성을 갖춘 교육과정으로의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을지교육계획 TFT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수요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육과정 내 선택교과를 체계적으로 배치하기로 합의하였다. 선택교과는 학습자 개인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학습경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며, 이는 전통적인 일괄적 교육과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택교과는 학생의 진로 및 관심 기반의 학습경로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로, 최근 고등교육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체계와 연계할 수 있다. 마이크로디그리는 특정 분야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그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모듈형 학습과 선택형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의 선택교과 영역을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학점화함으로써, 특정 주제(예: 디지털 헬스, 의료인공지능, 의료인문학 등)를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구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3. 설계: 통합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전략 구성

1)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설계원리

을지교육계획 TFT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 설계원리로 ARISES (autonomy, reflection, integration, strategic, evaluation, support)를 제시하였다. Autonomy(자율)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경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원리로, 진로 기반 선택과정, 자기주도학습 시간 운영 등을 통해 구현된다. Reflection(성찰)은 학습자가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학습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자기이해와 전문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포트폴리오, 과제 등과 같은 성찰 기반 학습전략으로 구체화된다. Integration(통합)은 교과 간, 학년 간, 이론과 실제 간의 단절을 해소하고, 학습내용이 반복·심화되는 구조를 통해 학습의 연결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원리이다. Strategic(교수법)은 학생이 학습성과를 달성하도록 돕는 교수의 역할을 강조하며, 학생 특성과 교육내용에 따라 적절한 교수전략(problem-based learning, team-based learning, 시뮬레이션 등)을 선택·적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Evaluation(평가)은 학습자의 성과 달성 여부를 정량적·정성적으로 진단하고, 그 결과를 교육과정 개선과 학습 피드백에 환류시키는 체계적 평가체계를 지향한다. Support(지원)는 학생 개개인이 교육과정 내에서 경험하는 학습적, 정서적, 진로적 요구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차원적 학습지원 체계를 의미하며, 학습상담, 멘토링, 경력개발 서비스 등으로 실현된다.

2) 교육과정 구조 및 영역별 재편방안

을지교육계획 TFT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첫 단계로 기존 교과목의 학습성과를 면밀히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기초의학 교과목들 가운데 개별 과목 단위의 성취목표는 대부분 임상의학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지만 학습내용 일부가 분절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TFT는 플랫폼 단계에서 도출된 통합의 원칙에 근거하여, 기초의학 영역 중 핵심 개념과 기본 원리를 다루는 ‘총론’ 중심의 교육과정을 별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세부 내용은 임상의학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교과구조를 재편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통합은 의학지식의 반복·심화 기반 학습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임상적 맥락 속에서의 기초지식 적용을 유도함으로써 학생의 이해도와 전이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을지교육계획 TFT는 미래 보건의료환경에서 요구되는 학생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단발적·선택적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으로 재편하기로 하였다. 전 학년에 걸쳐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으며, 특히 선택교과를 통해 이 연구과정과 연계된 마이크로디그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가진 학생이 보다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확장할 수 있는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연구경험의 제공을 넘어, 의학적 탐구역량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춘 미래형 의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전략으로 기능할 것이다.

을지교육계획 TFT는 교육과정의 유연성과 개별화된 학습경로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선택교과의 정규화 및 체계적 운영방안을 마련하였다. 기존의 제한적 선택과목 운영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의 진로, 관심, 역량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학습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모든 학기에 선택교과를 배정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자 하였다. 연구역량, 디지털 헬스 및 의료 AI, 의료정책 및 글로벌보건, 의료인문학 및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방향의 주제 기반 모듈형 과정이 가능하며, 교과 이수 실적을 기반으로 인증 가능한 학습경로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을지교육계획 TFT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운영체계가 학습자 중심성과 성과기반교육의 원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표준시간표와 평가 운영 구조의 정교한 설계를 병행하였다. 먼저 교과목은 주제 기반 통합과정을 기준으로 3–4주 단위의 블록형 수업구조로 편성되며, 각 블록의 종료 시점에는 학습성과 도달 여부를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재교육 시간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였다. 성취도 평가는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로 구분되며, 학습 과정을 진단하고 즉각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성평가는 매 블록마다 주 1회 이상, 학습성과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위한 총괄평가는 2주 간격으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이러한 평가구조는 평가 일정의 집중화와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여 주로 금요일에 평가를 시행하고, 평가가 실시된 해당 주의 다음 월요일을 피드백 전용 시간으로 설정함으로써, 학습자 스스로 학습결과를 분석하고 성과 향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총괄평가가 포함된 주간에는 목요일 오후 시간을 자기주도학습 시간으로 확보하였고, 학습성과를 달성한 학습자는 재교육시간에 자신의 학습 진단결과에 따라 개별 복습, 선택과목 보완, 혹은 휴식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와 같은 주기적 평가-피드백-재설계 구조는 학습자에게 학습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부여하며, 교육과정 전반의 질 관리와 학습성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제로 작동한다.

3) 교육과정 실행을 위한 운영 및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 의료환경, 학습자 특성에 따라 지속적인 조정과 개선이 전제되는 유동적 체계이다. 특히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은 선택과정의 확대, 블록형 수업구조, 재교육 및 피드백 시스템 등 새로운 운영방식이 도입되면서, 단순한 경험적 조정이 아닌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질 관리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이미 학생평가 결과, 교과목 수업평가, 교수자 실행 정보, 학생 포트폴리오, CQI (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보고서 등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교육과정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해당 자료들은 교육과정 개선과 환류에 실질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통합 6년제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단편적 환류수준을 넘어, 평가체계 및 교육성과 분석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단순히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개별 성장과정 추적, 교육과정 실행의 질 진단, 학교 차원의 교육성과 측정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통합적 관리, 자동화된 분석체계, 의사결정 연계 프로토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지속 가능성과 전략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을지교육계획 TFT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체계적 운영과 지속 가능한 질 관리를 위해, 현재 가동 중인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실행 기반 시스템의 정교화와 기능별 구조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평가, 수업, 학생경험,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교육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적 운영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를 위해 우선, 교육과정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일관되게 추적·통합할 수 있는 정보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학생의 학습과정, 교수자의 교육 실행, 과정(courses) 수준의 성과, 졸업성과 달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나아가 이러한 정보를 실시간 또는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교육과정 운영·개선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내부 환류 프로토콜과 평가 연계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은 이러한 실행 기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기 위해, 기존 운영 기구의 역할 조정, 교수자와 학생의 참여 확장, 교육데이터 활용역량 강화 등 단계별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실현 가능한 범위부터 적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 운영이 계획 중심의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 성과 기반의 반응적·적응적 체계로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본 연구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을 도입한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플랫폼–숙의–설계의 세 단계에 기반한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플랫폼 단계에서는 대학의 교육철학과 졸업성과를 재정비하고, 통합 6년제 학제에 대한 교육적 기대와 우려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함으로써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향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숙의 단계에서는 기초–임상 통합, 시퀀스 기반의 나선형 구조, 성과기반 교육과 평가 연계, 사회 및 학습자 변화에 대응하는 선택과정의 확대 등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이론적 고찰과 실천적 논의가 병행되었다. 설계 단계에서는 교육내용의 재배치, 선택교과 설계, 재교육 및 피드백을 포함한 학사일정 운영전략, 데이터 기반 질 관리체계 정비 등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논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단순한 정책 수용이나 행정적 조정의 수준이 아닌, 이론적 기반 위에 분석 가능하고 전문적으로 설계된 체계적 기획과정임을 강조한다. 특히 교육과정 개발은 조직의 철학, 교육적 가치, 실행 여건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설계된 교육과정은 효과성 검증과 지속적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Walker [11]의 ‘자연주의적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적용하여 플랫폼–숙의–설계라는 3단계로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을 분석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향후 통합 6년제 교육과정 도입을 고려하거나 기존 교육과정을 전환하고자 하는 타 의과대학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교육과정 개발은 대학의 사명과 졸업성과를 중심으로 전략적 재구성이 필요하며, 둘째, 단순한 교육내용 통합이 아니라 나선형 구조, 성과기반교육, 선택과정 설계 등을 통해 학습자 중심성과 교육 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학생중심 학사일정 설계, 재교육과 피드백의 구조화, 데이터 기반 질 관리체계 도입 등 실행 기반 전략까지 포괄함으로써, 운영 가능한 설계모델을 제시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단일 대학의 사례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발 연구로, 그 결과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운영과정에서의 효과성, 학습자의 성과 변화, 교수자의 수업 실행 등에 대한 실증적 평가는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또한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과 확산을 위해서는 대학 차원의 자율적 노력 외에도, 제도적 정비, 평가기준 수립, 재정적 지원 등 국가 및 정책 수준의 다차원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의 과정에서는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천적인 제약이 함께 수반되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철학에 대한 구성원 간의 관점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 운영인력의 업무 부담,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의 제한, 그리고 교수진 간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수용성과 이해도의 차이 등이 주요한 도전과제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교육과정은 을지교육계획 TFT의 숙의과정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해당 TFT는 교육 관련 주요 보직자와 실무진이 참여하여 협의와 조정을 거쳐 안을 구체화해 왔다. 현재도 TFT는 운영 중이며, 논의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논의의 진전에 따라 교육과정의 세부 내용은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최종안이라기보다는, 실제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에서 이루어진 숙의와 실행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제1저자 박혜진: 연구의 기본개념 설정 및 연구설계,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론 설계, 시각화, 논문 초안 작성, 논문 수정 및 편집, 최종본 검토 및 승인; 교신저자 유승민: 연구의 기본개념 설정 및 연구설계, 논문 초안 작성, 연구 총괄, 최종본 검토 및 승인

Acknowledgments

통합 6년제 교육과정 개선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을지교육계획 TFT 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실제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위원님들의 통찰과 실천이 이 논문의 기반이 되었으며,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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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1.

A schematic diagram of the main components of the naturalistic model.

Figure 2.

Research process based on Walker’s naturalistic curriculum mode.

Figure 3.

Mission framework of the Eulj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