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교육에서 전문직 간 교육의 과거, 현재와 미래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Interprofessional Education in Medical Education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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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 fosters knowledge, skills, and attitudes related to 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 (IPC) for safe, quality patient care. In recent years, the importance of IPC has extended beyond the medical field to local community settings. However, IPE has only recently been introduced and has yet to become widespread. This study reviews the origin and development of IPE in Korean medical education by comparing it with established models in other countries that provide useful insights into future directions for IPE in Korea. Dedicated institutions led the IPE effort in other countries; however, IPE initiatives in Korea were mainly driven by individual professors’ and medical schools’ interest and commitment, without structural support systems. An important finding of this study is that the lack of awareness and organizational support within the medical education community resulted in the absence of a mandatory curriculum for IPE, as it was omitted from the accreditation standards. For more organized adoption and implementation of IPE in Korea, this study suggests the need to widely communicate the importance of IPE to the medical community and the public. It is also imperative to establish leadership capable of guiding IPE, share materials through trusted institutions with IPE experience, and include IPE in the accreditation standards. These steps are essential for actively implementing IPE and meeting societal healthcare needs in Korea.
서론
의료는 다양한 면허를 가진 전문직들이 모여서 환자를 지속적으로 돌보는 서비스이다. 의료는 의사와 간호사 등 여러 전문직이 협력하여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같은 직종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 역할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한다. 또한 의사나 간호사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면하지 않는 전문직도 의료와 돌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직 간 협력(interprofessional collaboration, IPC)의 중요성은 의료현장을 넘어 지역사회의 보건과 복지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을 통해 협력에 필요한 긍정적인 태도와 지식,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IPE의 개념을 살펴보면, 영국의 전문직 간 교육발전센터(Centre for the Advancement of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AIPE)는 “두 가지 이상의 전문직이 협력하여 일하기 위해 학습할 때 일어난다”고 처음으로 정의하였다[1]. 이후 CAIPE는 2002년에 현재 널리 사용되는 개념인 “두 가지 이상의 전문직이 협력하고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함께, 서로로부터, 서로에 대해 학습하는 것”으로 재정의하였다[2]. 미국의 국립 전문직 간 실습 및 교육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Interprofessional Practice and Education, NEXUS)는 이 개념을 확장하여 “의료 전문직, 의료 관련 종사자, 학생, 전공의, 환자, 가족과 지역사회 모두가 비용은 줄이면서 협력하고 건강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매일 함께 학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3].
최근 IPE의 참여자 범위는 환자와 가족을 너머 지역사회로까지 확대되었고, 목표 또한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서 의료비용을 줄이고 건강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매일 함께 학습한다는 것은 의료현장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공식적이고 잠재적인 교육과정으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IPE가 도입되었으나, 아직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의학과 간호학 교육에서 IPE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제로 이를 시행한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종설에서는 국내의 IPE의 발전과정과 현황을 살펴보고, IPE가 한국보다 일찍 시작하고 정착된 영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의 IPE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 제안하였다. 한국, 영국, 미국, 일본의 IPE 발전과정과 현황을 문헌조사와 각국 IPE 관련 단체의 웹사이트 자료를 통해 조사하였다. 특히 국내 의과대학의 IPE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IPE에 대해 발표한 문헌을 광범위하게 검색하였다. 출판일을 제한하지 않고 2024년 1월 11일에 국내 의학교육계의 IPE와 관련하여 출판된 논문을 검색하였다. PubMed와 Google에서 ‘interprofessional education’과 ‘Korea’의 두 가지 검색어를 동시에 사용하였으며, KoreaMed에서는 ‘interprofessional education’으로, 한국학술지인용색인과 국회전자도서관에서는 ‘interprofessional education’ 또는 ‘전문직 간 교육’으로 검색하였다. 또한 최근 5년의 한국의학교육학회의 학술대회 초록집과 국내 의과대학의 세미나 발표자료 등을 직접 검토하였다.
IPE의 미래에 대한 제안은 연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연구자 중 제1저자 박연철은 의학교육학 박사로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노인의학 인정의, 노인의학을 전공하였다. 간호사, 사회사업가, 물리치료사, 약사 등이 포함된 다학제 진료 및 포괄적 노인 기능 평가 등을 시행하면서 다양한 전문직 간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내 IP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IPE 관련 외부 강의와 관련 논문 발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으며, 연구자 박경혜와 IPE 관련 서적을 공동 번역하였다. 연구자 이상미는 의학교육학 박사로 지식 기반이 아닌 경험 중심을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한 ‘리더십과 시스템 사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중심과 지역사회 중심의 ‘지역사회 건강증진을 위한 학생 대표팀’이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자 박경혜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2004년 응급의학 전공의를 시작하면서 다른 과와 달리 잦은 인수인계와 응급실의 팀 기반 진료를 경험하면서 의사소통과 전문직 간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응급실 진료 전후 단계에서 타 병원 의료진이나 소방공무원들과의 협력의 중요성, 여러 의료 지원부서나 다양한 임상부서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전문직 간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2019년 환자안전 과정을 개설하면서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들을 위한 IPE를 2019년에 교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여 현재까지 IPE에 참여하고 있고, IPE 관련 외부 강의와 관련 논문 발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이 논문은 IPE가 국내 의학교육계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현재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를 살펴보고, 보다 발전된 IPE 모델을 가진 영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여 국내 의료현황과 의학교육의 변화 및 발전방향을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IPE의 필요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전문직 간 교육의 태동
사회가 변화하고 다양한 문제점이 생기면서 의료(health care)분야에도 새로운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Berwick 등[4]은 의료의 향상을 위해 의료 비용 감소, 인구 건강증진, 돌봄 경험 개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후 의료진의 탈진 문제가 환자안전을 위협하게 되자 ‘의료팀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것’이 추가되었다[5].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대유행을 통해 드러난 의료불평등 문제에 대응하여 Nundy 등[6]은 다섯 번째 목표로 ‘건강형평성(health equity)’을 제시하였다. 특히 네 번째 목표인 의료팀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것은 IPC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한국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양보호사 등 전통적인 의사, 간호사 이외에 새로운 의료 전문직종이 생겨났다. 노인 인구 증가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노인 및 장기요양이 필요한 환자를 돌볼 인력과 의료시설이 요구되었고[7], 이에 따라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 요양보호사 직종이 생겨났다[8]. 이 외에도 응급구조사, 전문간호사 등 다양한 의료 전문직역이 현재 의료계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직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간호사의 근무시간 제한 같은 법정 규제로 인해 환자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 요양원 같은 기관의 탄생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전문직 간 이해, 전문직 간 소통과 협력, 팀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IPE를 통해 팀워크를 강화하고, 각 의료인이 팀 안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긍정적인 전문직 간 태도를 가진다면 이는 의료팀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필요에 의해 IPE가 도입되었으며, 이는 각 의료인의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탈진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의료팀 전체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의학교육에서 IPE의 역사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다. 2008년 강원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의과대학생을 포함한 IPE가 팀 의사소통을 주제로 정규과정에서 시행되었지만, 이는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9]. 국내에서 IPE와 관련하여 최초로 발표된 논문은 2014년에 Lee 등[10]이 한 대학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전문직 간 갈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보고 IPE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연구였다. 응답자들의 많은 수가 전문직 간 갈등을 겪어보았으며, 2/3 정도가 IPE가 있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다. IPE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최초의 논문 발표는 2014년 경희대학교에서 의과대학, 간호대학,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환자안전 과정이었다[11]. 이 IPE는 연구재단의 지원비를 받아 비정규 과정으로 시행되었다. 국내 IPE는 일부 교수들의 관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영국과 미국도 다양한 보건의료분야에서 각자 IPE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후 IPE를 주도하는 기관이 설립되고 사회적으로 IPE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확산되었다.
IPE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의료 전문가들 사이의 고립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 동기가 되어 IPE가 시작되었으며, 초기 IPE는 같이 일하는 전문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팀워크와 협업이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시작이 되었다[12,13]. 1980년대 후반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인 “Continuing education for physicians”과 “Learning together to work together for health”가 발표되면서 IPE가 확장되기 시작했고 1987년에는 영국의 IPE 전문기관인 CAIPE가 설립되면서 CAIPE가 IPE를 주도하였다[14-16].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1992년에 Journal of Interprofessional Care가 창간되어 IPE가 학문에 기반을 둔 전문적인 교육활동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13]. 2000년 Victoria Climbie라는 소녀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의사, 간호사, 교사, 경찰, 사회복지사를 너머 지역사회까지 참여하는 아동보호 프로그램에 각 전문그룹 간의 효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어 IPE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대되었다[17]. 같은 해 Wanless [18] 보고서에서 인구 노령화에 따른 만성 장기 질환 증가, 치매, 비만관리 및 치료를 위한 의료비 증가를 우려하여 의사, 간호사 중심 의료에서 벗어나 여러 의료인력이 함께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에서는 보건의료계열 대학과 병원 중심으로 꾸준히 IPE가 실행되었고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었다[19]. 1972년 미국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IOM)와 같은 정부 차원에서 IPE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으며[20], “To err is human” [21]이 발표되기 전에는 IPE의 관심사가 일차 돌봄(primary care)과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계층이었다면, 발표 후에는 환자안전으로 그 중요성이 변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IOM의 “To err is human”이 2000년 발표되었을 때 환자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의 이유 중 하나로 전문직 간 협동과 효과적인 의사소통 결핍을 꼽았다. 또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 중 하나로 효과적인 팀 기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IPE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21]. 2009년에는 의학, 정골의학(osteopathic medicine), 치과학, 간호학, 약학, 보건학 교육 관련 단체에서 협의하여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ollaborative (IPEC)를 만들었으며, 중심 역량을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보건의료 관련 교육협회가 가입하여 현재는 21개 보건의료 전문직 교육협회가 관여하고 있다[22].
일본은 영국과 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늦게 IPE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입하였으며,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IPE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미 보건・의료・복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PC가 중요하다는 합의가 있어 IPE를 체계화하였다. 일본 정부는 재택의료를 권장하면서 의료와 복지에 대한 요구를 단일화된 의료 전문직으로 충족시키는 것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였다. 또한 일본은 만성질환의 관리, 정신건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간호사, 약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전문직 간의 협력과 지역 사회 내 보건・의료・복지 현장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함을 인지하였다[23]. 따라서 일본 의료시스템은 현지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고,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 전문직 양성과 의료와 복지에 종사하는 전문직 간의 연계와 협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IPE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23,24]. 특히 의학교육에서는 2000년 이후 IPE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하였다[23].
전문직 간 교육의 확산
국내 의학교육에서 IPE의 발전은 주로 교수들과 대학들의 관심이나 의지에 의존해 왔다. 저자들은 국내에서 의과대학생들이 참여했던 IPE 과정을 조사하여 참여 학생들의 전공, 학습성과, 주된 학습방법, 실제 IPE가 실행된 연도, 정규/비정규 과정 여부를 정리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두 가지 이상의 과정이 발표된 경우 각각 추가하였고, 같은 과정이 다른 두 개의 논문으로 발표된 경우 최초 발표된 논문만 포함하였다[9,11,25-36] (Table 1). 연구결과, 의과대학 기준으로 10개 의과대학에서 14개 과정이 도출되었다. IPE를 시행하였음에도 학회나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은 경우에는 본 논문에 포함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수집된 14개 과정 중 9개 과정이 비정규 과정으로 연구를 위해 시행되었거나 일부 지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였다. 5개 과정은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정규 과정이었다.
Park 등[37]이 발표한 2022년 국내 의과대학의 IPE 현황에 대해 조사한 논문에서는, 국내 40개 의과대학 중 32개 의과대학이 설문에 응답하였고, 이 중 5개 의과대학이 매년 IPE를 시행하고 있었고, 5개 의과대학은 시행한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Park 등[37]의 논문에서는 의과대학이 특정되지 않아서 저자들이 찾은 IPE 프로그램과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IPE를 정규 과정으로 운영하거나 매년 시행하는 의과대학의 비율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의학교육에서는 아직 IPE가 필수 교육과정이 되거나 확산되기에는 장애가 있다. IPE를 하고 있거나 했던 10개 의과대학의 70%가 의료환경과 의학교육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PE를 도입하였다고 하였지만, IPE를 전혀 계획하지 않는 16개 의과대학에서는 타 전공과의 협력이 힘들고,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우선 순위가 낮으며, 필요성 인식과 자원 부족 등이 그 이유였다[37]. 현재 한국에는 영국, 미국, 일본처럼 IPE를 위한 기관이나 조직이 없지만, 만약 외부기관이 IPE를 지원한다면 교육자료나 사례, 지침 등을 공유 받기를 원했다. 그 외에도 IPE 교수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과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에 IPE가 포함될 필요성 등을 응답하였다[37]. 그러한 첫 번째 시도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KAMC)에서는 IPE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1년 IPE 연구팀을 구성하여 2023년 6월 연구보고서 “의과대학에서의 IPE 교육과정 개발, 운영과 평가 연구”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연구활동의 일부로 2022년 11월 IPE 프로그램 설계 워크숍을 개최하였다[38]. 이처럼 국내 의학교육에서 IPE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IPE를 주도할 수 있는 기관이나 조직이 설립되고 역량 등의 가이드라인과 사례 보급 등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IPE가 최근에 시작되어 조직화·체계화되지 못하였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미 IPE를 주도하고 보급하는 기관이 있다. IPEC가 설립된 2009년에 미국 내 IPE 전문가들이 IPE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외국 IPE 기관과 교류하고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 전문직 간 의료협력(American Interprofessional Health Collaborative, AIHC)을 설립하였다[19]. AIHC의 기능은 더욱 확장되어 미국 정부와 사설재단의 도움으로 2012년 NEXUS가 설립되었으며, IPE와 전문직 간 실무를 적절하게 지원하기 위해 IPE에 대한 프로그램, 센터, 평가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39]. NEXUS와 AIHC는 미국 내 IPE 현황을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알기 위해 공동작업으로 주기적인 설문조사를 시행한다. 미국에는 173개의 IPE 센터가 있다[40]. 2023년 발표된 결과에서 IPE를 운영하는 기관의 대부분에서 공식적인 IPE 관련 부서와 직원, 또는 IPE 위원회에서 IPE를 운영하고 있다[32]. 또한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의 의료 관련 교수 학습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저널인 MedEdPORATL에서는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ollection을 따로 두고 있어 IPE 프로그램 사례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41]. 이처럼 미국은 정부와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IPE의 현황을 파악하고 IPE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IPE를 확산시키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08년 일본전문직 간 교육협회(Japan Association for Interprofessional Education, JAIPE)를 설립하였다[42]. JAIPE는 IPE와 현장 연계의 성과(interprofessional work, IPW)를 공유하고, 보건・의료・복지 분야와 연계된 교육, 연구, 진료 및 봉사를 통해 학생, 보건의료 전문직, 복지 전문가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JAIPE 내 IPE 추진위원회는 IPE 관련 정보수집, 실무자 연수, IPE 실습 및 연구를 하며, IPW 추진위원회는 IPW의 실태 및 실무 평가, IPW를 위한 추진활동의 거점 마련, 실습을 통해 IPE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론 또는 모듈의 작성 등을 하고 있다[43].
의학교육과정에서 전문직 간 교육의 위치
Park 등[37]의 논문에 따르면, IPE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의과대학들은 의학교육과 의료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필요하다고 봤지만, IPE를 시행하지 않는 의과대학들은 교육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인 ASK2019 (Accreditation Standards of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2019)에 IPE 항목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44]. 그러나 2020년에 발표된 KAMC의 기본의학교육 졸업생을 위한 위임 가능한 10개의 진료활동 중 ‘동료와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항목에 IPC의 개념이 적용되었고, 이는 안전한 환자진료를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45]. 그럼에도 이 지침은 실제 교육과 평가에서 반드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국내 의학교육계의 IPE는 사회나 의료환경에서 직접 요구한 경우보다는 각 IPE 교육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IPE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배우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IPE를 위한 의학교육평가인증과 같은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있다면 IPE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미국은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 중 교육과정 내용에 전문직 간 협력기술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46]. AAMC의 교육과정 보고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IPE가 필수 교육과정이며, 주로 저학년에서 운영된다. AAMC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에는 강의실 수업이나 세미나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센터와 환자진료 형태의 실습이 늘어나고 있다[47]. 미국 의과대학생들의 졸업 시점 설문조사에서 IPE에서 만났던 다른 전공의 종류가 많을수록 의학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다른 전문직의 역할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48].
일본도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에서 IPE는 필수 항목으로 의료 전문직으로서의 역량은 환자관리 역량, 팀워크 및 리더십, 전문직/다직종 간의 연계실습 등이 포함되어 있다[49]. 또한 임상현장에서 계획적으로 환자와 접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저학년의 조기 임상노출부터 고학년의 진료참가형 임상실습까지 지속적으로 IPE를 운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49]. 2019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81개 의과대학 중 64개 의과대학이 응답하였으며(응답률=79%), 그 중 46개 의과대학(71.9%)이 총 111개의 IPE를 시행했으며, 42개 학교(89.1%)가 필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었다[23]. 특히 IPE의 50% 이상이 저학년에서 운영되었으며, 고학년에서 시행된 것은 10% 미만이었다. 국내 의과대학의 IPE는 주로 의사소통이나 팀워크가 주제이며 토론과 시뮬레이션이 주된 학습방법이지만, 일본은 시뮬레이션과 팀 기반 학습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학습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23,24,50-54].
영국의사협회(General Medical Council)에서는 의사소통, 파트너십과 팀워크를 강조하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지만, IPE가 평가인증제도 등에서 필수 의학교육 내용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55]. 반면, 2019년부터 영국약사협회(General Pharmaceutical Council)에서 약학교육에 IPE를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56].
IPE는 보건의료 전공 학생과 종사자를 위한 교육전략 중 하나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포괄하고 있다. 미국의 IPEC에서는 IPE를 위한 역량을 가치와 윤리, 역할과 책임, 의사소통, 팀과 팀워크로 제시하고 있다[57]. 또한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의사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이외에도 의료시스템과학이 대두되고 있으며, 한국도 2019년부터 의료시스템과학 교육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58]. 의료시스템과학은 미국 의료시스템 내 의료와 돌봄의 전달, 보건의료 전문직들의 협업, 의료와 돌봄을 향상시키는 과정 등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국내 의학교육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그 필요성이 받아들여졌다[59]. 여러 역량 중 팀워크는 의료시스템과학의 영역 중 하나이며, 팀워크를 훈련하기 위해 IPE가 중요하다. 의료기관은 의료 과오를 줄이고, 예방해야 하며,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팀 기반 진료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팀 기반 협력진료는 중요하다[58]. 기본의학교육 과정에서 IPE는 팀 내의 전문직 간의 협업과 소통, 그리고 혁신적인 문제해결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팀 내의 역할을 성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학습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60].
IPE의 필요성은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은 의과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형성된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의학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사회화를 통해 형성되기 시작한다[61]. Reinders 등[62]은 확장된 전문직 정체성 이론을 활용하여 전문직 간 정체성(interprofessional ident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오히려 전문직 간 정체성을 전문직 정체성의 상위 개념으로 보았다. 이는 IPE가 의학교육 과정의 일부이고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의미한다.
전문직 간 교육의 미래
IPE의 필요성은 명확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그 활성화 정도가 필요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한국의 IPE는 더욱 활성화되고 체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PE의 공통역량 개발, 교육기술의 적절한 활용,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IPEC은 사회와 의료계의 변화와 발전에 맞추어 2023년 중심역량을 개편하였다. 이 개편에서 주된 변화는 학생뿐만 아니라 면허를 가진 전문직도 포함하여 ‘학습자(learner)’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며, 포용(inclusion),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정의(justice)를 강조하고, 환자 중심에서 사람 중심(person-centered) 돌봄으로의 전환, 인구집단(population)을 돌봄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57]. 이는 IPE를 평생교육 전략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이며, COVID-19 팬데믹 이후 건강형평성 문제에 대응하고, 돌봄의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한국은 아직 IPE 역량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상태이다. 일본은 JAIPE가 주도하여 여러 보건의료직종과 기관에서 참여하여 일본의 IPE 역량을 발표하였다[63]. 한국에서는 KAMC의 IPE 연구팀과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을 비롯한 보건의료 관련 전공교수들이 전문직 간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IPE를 이끌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한국의 보건의료 환경과 사회에 맞는 IPE 역량을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습기술의 활용도 중요하다. 전통적인 IPE는 대면실습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온라인학습이 가능해졌다. 특히 COVID-19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학습이 확산되었고, 이는 IPE의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IPE 프로그램은 COVID-19 유행 중에도 대면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았으나, Kang과 Kang [34]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반 온라인학습을 시도하였고, 임상추론을 주제로 한 이 IPE에서 참여자들은 만족하였다(Table 1). Park 등[37]의 논문에서는 설문이 2021년 말부터 2022년 1월 COVID-19 유행기간에 시행되었는데, IPE를 하지 못한 이유로 1명만 COVID-19을 꼽았다. COVID-19은 다양한 학습방법에 도전할 기회가 되었고, 이는 대면 시뮬레이션이 대부분이었던 IPE에 온라인학습이 보편화되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학습성과에 따라 최상의 IPE의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만, 온라인학습을 비롯한 여러 기술이 학습성과에 맞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투자가 필요하다. 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국민이 보편적인 건강권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PE는 환자안전을 중심으로 안전한 보건의료 역량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하여 202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지원한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구축사업에서, 한국 26개 전문학회에서 모두 교과과정의 수련교과과정을 역량바탕으로 개편하였다. IPE는 교육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교육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효과 및 성과는 이미 충분히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IPE는 국민 건강을 목표로 정부 등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의료인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 직종이 참여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IPE의 확산에 필수적이다.
결론
이 논문에서는 국내 IPE의 시작 시기, 확산과정, 현재 의학교육에서의 위치 및 미래 방향에 대해 탐구하였다. 또한 IPE를 더 일찍 도입하고 정착시킨 영국, 미국,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였는데, 이들 나라에서도 IPE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동기는 각각 달랐지만, 모두 환자안전과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위해 전문직 간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공유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료환경과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PE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행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교수들이 먼저 IPE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도하였으나, 부족한 인식과 실행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IPE가 시작된 시기와 한국의 IPE 현황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도 일본과 같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IPE를 확산하고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 IPE는 IPC에 대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전략이며, 이는 의료진들의 환자안전에 대한 태도와 환자들의 치료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교육자들의 IPE에 대한 내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이나 IPE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조직 등 IPE에 대한 외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IPE의 필요성을 의료계와 공공에 널리 알려야 한다. 영국에서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발표하여, 다양한 보건・의료・복지 전문가들이 이를 학습하고 예방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IPE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IPE를 지원할 수 있다.
둘째, IPE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전문직 간 정체성처럼 IPE는 전문직 정체성보다 상위 개념이다. IPE를 주도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며, 각 전문직 교육기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IPE의 경험이 있는 교육자들이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다른 보건의료직종 교육 전문가들과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는 니가타 보건복지대학처럼 IPE에 경험이 있는 교육기관에서 개발한 자료를 널리 배포할 수도 있을 것이다[43].
넷째,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에 IPE가 포함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Park 등[37]의 논문에서 IPE를 운영한 의과대학에서는 의료환경과 의학교육의 변화로 인해 IPE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필요성이 의학교육계에 널리 받아들여진다면 평가인증 기준에도 반영될 수 있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Authors’ contribution
연구의 기본개념 설정 및 연구설계: 박경혜; 자료수집 및 분석: 박연철, 이상미, 박경혜; 논문 작성: 박연철, 이상미, 박경혜; 최종논문 확인: 박연철, 이상미, 박경혜